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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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후 빨찌산숙영지는 분격과 저주로 끓어번졌다. 천막안에 앉아있는 대원이란 한명도 없었다. 모두 밖으로 뛰여나와 서로서로 마주서서 혹은 떼를 지어 기염을 토하고 혹은 여기저기로 뛰여다니며 혹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땅을 치고 나무그루를 치고 발을 구르며 분격을 터뜨렸다.

사령부에서 돌아온 지휘관들과 정치위원들이 이러한 사태를 예상하여 함구무언하다가 식사가 끝난 다음에야 발생한 사태를 알려주었던것이다.

대원들은 너무나도 엄청난 반역에 가슴들이 터져올라 몸부림치며, 눈물을 뿌리며 순간에 목들이 탁 쉬여 갈린 소리, 피타는 소리로 웨쳐댔다.

《아, 분하구나. 그놈을 잡아 릉지처참을 하는건데… 아!》

《칼탕을 쳐죽이는건데 아, 놓쳤단 말이야!》

《저놈이 그런 놈인줄이야 꿈에나 생각했는가!》

《벌써부터 퀴퀴한 냄새가 났어!》

《냄새?! 무슨 냄새 말인가?》

《목단령을 넘을 때 우리보구 령마루에 적이 한개 련대가 있다면서 퇴각하라고 하지 않겠나…》

《그때 누군들 참모장이 저렇게 변절투항하리라구 상상이나 했는가!》

《참모장허울밑에서 저 지경으로 썩다니. 아- 교훈이다, 교훈, 피의 교훈이다!》

《연설은 또 얼마나 잘했어. 번지르르하게…》

《말이란건 요물이야. 말만 듣구 믿었다간 망해. 진속을 봐야지, 진속을… 진속이 새빨간가, 노란가, 허연가!…》

《여, 여, 말두 말라구. 아직두 진속을 몰라 그 개보다 못한 놈을 믿는 작자가 있다는구먼.》

《뭐, 뭐라구?!》

《그게 어떤 쓸개빠진 놈이야?》

《저 8련대 마영복이는 사진이 신문에 났는데두 왜놈들 악선전이라는거야. 기가 막혀서…》

《그걸 가만놔둬? 엉?!》

《하마트면 뭇매를 맞을번 했어.》

《야- 참모장이 변절했다. 이걸 어쩌는가. 비밀이란 비밀은 다 알고있겠는데…》

《저놈이 이제 왜놈들을 끌구 밀영들부터 〈토벌〉할거요.》

《정말 그렇구만. 오백룡련대장한테 제기하자구. 처단조를 무어 파견하자구 말이요.》

《처단조?》

《나두 가겠소!》

《나두!…》

《나두!…》

《내 손으로 그놈의 모가지를 잘라오겠소!》

그러자 박덕산과 오백룡이 그 목소리들을 눌러놓았다.

사령관동지께서 절대 허락하지 않을것이라고 하며 모두 감정이 내키는대로 놀아나 무질서를 조성해서는 안된다, 이런 때일수록 누구나 일거일동을 사령부의 의도에 맞게 해야 한다고 엄하게 강조하였다.

그날 사령부전달장이 사령관동지의 지시대로 부대들을 집결시키려고 숙영지들쪽으로 뛰여내려갔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누가 명령했거나 조직한것도 아닌데 부대들의 지휘관들과 대원들은 7련대와 8련대사이의 수림속에 모여들었다.

하늘에서는 먹장구름이 날아가고 밀림은 음산하게 설레였다. 어딘가 먼곳에서 은은하면서도 둔중한 우뢰소리가 울려왔다.

수림속에 모여서있는 주력부대의 지휘관들과 대원들은 사령관동지께서 군모를 벗어쥐고 자기들앞으로 다가오시자 모두 바위돌로 굳어진듯 까딱 움직이지 않고 타는듯 한 눈, 물기어린 눈, 아연해진듯 한 눈, 신뢰와 갈망의 빛이 불꽃처럼 날리는 눈, 이름할수 없이 심각한 눈, 눈, 눈으로 그이만을 지켜보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약간 둔덕진데 올라서시여 여태 자신을 따라 수만리 혈로를 걸어온 미덥고 사랑스러운 대원들을 미소어린듯 한 그윽한 안광으로 둘러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기 시작하시였다.

《동무들속에서 처단조를 파견하자는 의견이 제기된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해선 안되오.》

철의 의지가 밴 우렁우렁하신 음성이였다.

《그렇게 할수 없소. 그래서는 안되오. 이제 놈의 행처를 추적하여 처단하자면 어차피 적들과 몇차례 격전을 벌려야 하는데 그러노라면 우리 동무들이 상할수도 있고 목숨을 잃을수도 있소. 아니, 아니, 그건 안되오. 절대 안되오. 나는 동무들중 어느 누구의 생명도 저런 반역자, 인간추물과 바꿀수 없소. 우리 동무들 누구의 머리칼 한오리도 상하게 할수 없소!

동무들, 처단… 처단조에 대해선 더 생각하지 맙시다. 우리가 더러운 피를 손에 묻히며 처단하지 않아도 이제 생활이, 인민대중이, 력사가 징벌의 철추를 내릴것이요.》

사령관동지께서 군모를 움켜쥔 주먹을 쳐들어 공기를 내리치며 웨치시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격정의 훈풍이 수림속에 회오리쳤다.

그이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었다가 계속하시였다.

《림가의 변절투항은 우리한테 심각한 교훈을 남겼소. 우선 우리모두 각자는 이 변절에 대해 똑바로 인식하고 옳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갈 놈이 갔을뿐이요.

그놈이 가버린것으로 해서 우리 항일무장력량이 약화될것이란 아무것도 없소.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놈이 참모장자리에 있으면서 우리한테 얼마나 애를 먹였는가. 가까운 실례만 들어봐도 저놈은 우리 주력부대가 남패자를 떠나 국경지대를 향해 어려운 행군을 단행할 때 동창쪽에 들어가 적군을 견제할 임무를 받고도 그리로 곧장 갈 대신 청봉밀영에 들려 엄광호하구 한짝이 되여 혁명의 퇴조기를 운운하면서 국내진공에 대한 사령부로선을 시비했으며 동창에 가서도 임무를 잘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동무들도 생각나겠지만 북대정자회의때 여러 동무들이 엄광호와 같이 처단하자고 들고일어났지만 우리는 한번 더 개준의 기회를 주자고 비판만 되게 하고 투쟁을 통하여 고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림가는 말로만 뉘우치는척 하고 자기를 근본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나니 돈화원정에서도 이전과 비슷한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

그이께서는 격한 음성으로 목단령에서 있었던 일을 폭로하시였다.

《…목단령을 돌파하여 돈화땅에 들어서서 첫 숙영을 하던 날 밤 오중흡동무가 나를 찾아와서 령에서 있었던 일들을 죄다 보고하며 그를 제거하자고 제기했소. 중흡이가 전사하기 3일전 일이요. …》

지휘관들과 대원들은 까딱 움직이지 않고 듣고있었다. 수목들과 바위들도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는듯싶었다.

갑자기 그이의 음성이 떨리시였다.

《어떻게 된노릇인지… 나는…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구싶어 그러지 않았소.…》

숨을 죽이고있던 지휘관들과 대원들속에서 누구인가 하늘이 허물어져내리도록 웨쳐댔다.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장군님을 따-릅-니다.-》

그러자 대원들속에서 격정에 넘친 목소리들이 중구난방으로 터져올랐다.

《풀뿌리를-씹으면서두-》

《철알에- 쓰러- 지면서두-》

《장군-님-》

《사령관-동-지》

《그런 믿음을 배반한 놈이 개, 돼지 같은- 놈입- 니다.》

《너무-괴로와-마십시오.-》

그 절규의 웨침들은 골안에 메아리치고 새들이 날아올랐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목이 메여 지휘관들과 대원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형제들… 고맙소.… 진정하시오.… 우리는 저주만 퍼부을것이 아니라 그가 변절하게 된 깊은 원인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똑똑히… 똑똑히…》

군중은 몇순간 더 술렁거리다가 잠잠해졌다.

《…만약에 우리가 이 항일전에서 승리하고 자기가 살아남아서 그 승리를 맛볼수 있고 승리후의 영광과 행복을 누릴수 있다면… 그렇게 될수 있는 담보가 보장돼있다면 그는 변절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습니다. 절대로!… 우리가 승리해도 자기가 살아남지 못하면 그 승리는 벌써 그자한테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것입니다. 한데 사상이 변질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승리의 가능성을 점점 볼수 없게 되였습니다. 우리 항일성전의 정의성, 진리성도, 우리를 지지성원하는 2천만민중의 힘도… 세계 진보적력량과의 뉴대도… 그자한테 보이는것은 일본의 강대성뿐이였습니다. 일본의 경제력, 군사력, 일제침략군의 일시적승리만 뚜렷이 보였습니다. 특히 쏘일간에 〈눈석이〉가 시작되고 무장투쟁을 중지하라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유격투쟁을 더 적극화하여 돈화원정을 단행하자 사령부에 의혹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여기… 바로 여기서부터 우울과 비관, 동요가 생기고 패배의식이 뇌를 좀먹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그자는 항일전을… 만난을 뚫고 무장투쟁을 계속 줄기차게 과감하게 벌려나가는 사령부와 호흡을 같이할수 없었으며 우리의 로선과 전략전술에 의혹을 품고 진심으로 받들지 않게 되였습니다. 종당에는 우리 혁명군의 앞길에는 패배와 죽음만이 있을것이라는데까지 이르렀을것입니다.

동무들, 근 10년동안 혁명을 해왔으며 참모장이라는 중임을 지고있던 인간이 자기가 한때 정의와 진리의 위업이라고 믿었던 혁명의 길을 버리고 함께 싸워온 수많은 동지들과 대원들을 버리고 변절투항하자니 무슨 생각인들 안했겠습니까. 그는 타산하고 또 타산해본 끝에 이 항일전에서 혁명군은 패망하고 자기도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혁명이 승리해도 자기가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 소용도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혁명도 망하고 자기도 죽는다고 단정하면 모든것을 다 버리고 도망칠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입니다. 그자는 제가 갈길로 갔습니다. 분격할 가치도 없는 일입니다. 적을 과대평가하고 혁명의 수뇌부의 로선을 따르지 못하는 인간은 림수산이와 같은 운명의 시궁창에 굴러떨어지기마련입니다. 이것은 력사에, 우리 혁명사에 기록되여 후손들한테까지 전해져야 할 교훈입니다!》

먼 하늘가에서 번개불이 번뜩이였다.

령관동지께서는 생각깊은 안색으로 지휘관들과 대원들을 둘러보시며 림가의 변절투항은 사실상 우리 혁명이 가장 최악의 역경에 처했다는것을 말해준다고 하시였다.

그이의 한쪽 이마에 내리드리운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나는 오늘 동무들한테 흉금을 터놓고 솔직히 말하고싶습니다. 일제의 경제봉쇄책동으로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식량난을 비롯한 온갖 물질적궁핍, 탄약부족… 이 모든 난관, 이 고통은 실제상 사람의 체력과 의지로써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것입니다. 환자들이나 허약한 동무들은 더 말할것도 없고…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승리하오! 내가 이 자리에서 동무들한테 그 요인을 루루이 해설할 필요는 없을것 같소. 다 너무나도 명백한 문제를 가지고… 그러나 그 승리의 날이 언제 오겠는지, 우리모두가 살아서 그날을 볼수 있겠는지 하는건 누구도 모르오. 나도 모르고 동무들도 모르고… 견딜 자신이 없는 동무들은, 나와 생사를 함께 할 생각이 없는 동무들은 이 자리에서 말해도 좋고 후에 자기 정치지도원이나 정치위원에게 말해도 좋고… 나를 조용히 찾아와서 말해도 좋소. 저 림가처럼 변절하여 간다온다 소리도 없이 도망치지 말고 솔직히 말해주오. 그러면 우리는 변절이라고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고 로자까지 줘서 고향으로 보내주겠소. 함께 고생하며 싸운 사이인데 헤여져도 인사나 나누고 헤여져야 하지 않겠는가. …》

갑자기 여러명의 대원들이 털썩 주저앉아 주먹으로 땅을 치는가 하면 고개를 떨구고 오열을 삼키였다.

《동무들, 일어서오. 눈물을 거두시오. 자기자신을 랭철하게 들여다보고 가든가, 남아서 나와 함께 끝까지 싸우든가… 새롭게 결심을 내려주기 바라오!》

그러시고는 무겁게 돌아서 사령부천막쪽으로 걸어올라가시다가 얼곁에 뒤를 돌아보니 수림속의 지휘관들과 대원들은 흩어지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있었다. …

그날 오후 오백룡련대장이 사령부천막으로 뛰여들어와 림수산이와 같이 있던 한명찬소대장이 신대원들을 이끌고 망원초에 도착했다고 보고하였다.

《뭐라구? 그 동무들 전원이 다 왔소?!》

《일부만 왔습니다. 그 사지에서 어떻게 뛰쳐나왔는지 모두 행색이 말이 아니랍니다.》

이윽고 사령관동지께서는 망원초를 향해 걸음을 다그치시였다. 오백룡련대장과 몇명의 대원들이 그이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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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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