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회)

 

제 2 장

8

 

서대문구의 한가운데 위엄있게 자리잡은 2층짜리 양옥집이 멀리서도 한눈에 아름차게 안겨왔다.

흔히 《경교장》이라고 부르는 김구의 처소는 일제의 조선침략시 초대공사놈의 이름을 따서 부른 《죽첨정》이라는 구역에 위치하고있었는데 그때에는 《경교장》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러던것이 해방후 이 일대의 지명을 경교동이라 고쳐지음에 따라 이 집의 이름도 《경교장》으로 개칭되였었다.

경교장은 일제시기 어느 한 광산을 운영하던 조선인대부호가 자기의 개인주택으로서 호화롭게 지은 2층짜리 양옥집과 그뒤에 지은 조선기와집으로 이루어져있었는데 김구가 귀국하자마자 정치활동거점 겸 개인의 처소로 사용하도록 기증받았었다.

그 규모나 시설, 건설에 쓰인 자재까지도 리승만의 돈암장이나 김규식의 삼청장에 비해 훨씬 나아 김구의 위신이 이 경교장덕분에 더더욱 올라가기도 했다.

물론 쓰고 사는 저택이 어느 일개인의 위세를 대신해주는것은 아니였지만 경교장은 도고하고 고집스럽기 이를데 없는 직통배기정치가, 완고한 민족주의자로서의 김구의 모습을 표방하는 축도판이라고도 할수 있었다.

오후시간인지라 2층의 서재에서 책을 보고있을줄 알았던 김구는 아래층의 응접실에서 한국독립당 상무위원들인 조완구, 엄항섭과 무슨 이야기인가를 나누고있었다.

생활에서도 규칙과 절제를 내세우는 김구가 전에없이 자기의 일과를 변동시킨것을 보니 이번의 《국회》결의안이 그에게도 자못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모양이였다.

성시백이 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자 조선바지저고리에 호박단추를 단 마고자를 입은 김구는 두툼한 안경속에서 자는듯이 내리감고있던 두눈을 한번 슬쩍 치뜨는것으로써 인사를 대신했다. 격식을 차려 인사를 할 필요가 없을만큼 가까운 사이인 성시백인지라 김구는 곧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리승만은 죽어도 미군을 철거시키지 않겠다는거요. 미국군대의 통졸임에 맛을 단단히 들인 모양이요.》

조완구와 엄항섭도 저마끔 리승만에게 욕을 퍼부으며 격분을 터뜨렸다.

《우사선생과 소앙선생은 왜 보이지 않습니까?》하고 성시백은 민족자주련맹위원장인 김규식과 얼마전까지 김구의 한국독립당 부위원장으로 있다가 사회당을 따로 조직하고 그 당수로 된 조소앙을 념두에 두고 물었다.

《심중한 문제인것만큼 한국독립당내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남북련석회의에 참가했던 김규식, 조소앙선생들과도 자리를 같이하고 타개책을 론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정향명(성시백의 가명)선생의 생각은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건가요? 무슨 복안이라도 있어야 사람들과 회합을 해도 해야 할게 아니요.》

조완구가 자기 조카인 조소앙이라고 해도 무슨 특별한 수는 없을것이라는 의미에서 물어보는 말이였다. 성시백은 그 짧은 질문속에서 조완구는 물론 김구와 조소앙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알륵관계를 느낄수 있었다.

성시백은 김구가 말없이 권하는 초물걸상에 주저앉아 쓰고있던 모자를 뒤따라선 김구의 비서에게 넘겨주었다.

《듣자니 북에서는 이미 쏘련군대의 철수가 시작되였다고 합니다. 그러니 미국은 자기 군대를 그냥 주둔시킬 합법적인 명분이 없습니다. 이러한 합법성을 리용해서 우리도 합법적인 투쟁을 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리승만이 〈국회〉를 통하여 미군을 잡아두려고 하는 조건에서 우리 역시 〈국회〉를 통하여 미군을 철거시킬 준비를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성시백은 이야기를 하다말고 김구의 립장을 알아보려고 그의 기색을 피끗 살폈다. 성시백의 눈길을 감촉한 김구는 계속하라는 뜻으로 손을 한번 들었다놓았다.

《그러자면 〈국회〉안에 있는 한국독립당출신의원들을 비롯해서 애국적인 〈국회의원〉들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봅니다. 조소앙선생의 사회당이나 김규식선생의 민족자주련맹에 가입해있는 〈국회의원〉들도 적지 않으니 그들과도 론의를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필요하다면 백범선생을 대신해서 제가 그들과 련계를 취해보겠습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지난 4월련석회의때 남조선에서의 구국투쟁을 합법적투쟁과 비합법적투쟁을 배합하여 벌려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혹시 미국대표부의 무쵸를 통하여 미국정부에 남조선민중의 의지를 전달하고 그에 응해줄것을 요청하는것이 더 낫지 않겠소. 정선생의 말마따나 미국이 우리 나라에 군대를 계속 주둔시킬 명분이야 없지 않소. 그러니 우리의 요구에 거절을 표명할 구실도 없는것이구.》

엄항섭이 성시백에게 자기의 견해를 터놓았다. 보아하니 성시백이 오기 전까지 이 좌석에서 그러루한 문제들이 론의된듯 했다.

남북련석회의에 참가하여 북남의 협상을 통한 자주적평화통일과 미국에 의거해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수 없으며 따라서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일체 군사적정치적간섭을 끝장내야 한다는데 대하여 공감하고 합의를 보고 돌아온 이들이였지만 남조선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몰아내기 위한 방도에서는 의연히 미국의 그 어떤 공정한 행위에 기대를 걸고있는듯 했다.

성시백은 그것을 탓하고싶지는 않았다. 북에서 쏘련군이 철수한다는 소식은 미국의 어깨에 얹어진 국제적의무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였을것이고 미국이 차마 공개적으로는 그것을 거부할수 없으리라는 자기 위안도 가졌을것이다. 더우기 려수군인폭동이후 리승만은 남조선에서의 좌익세력숙청을 강행하기 위한 《합동수사본부》까지 조직하고 군대내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시켜 극악한 《숙군》소동을 벌리는 한편 조금이라도 좌익냄새가 풍기는 정당, 단체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있었다. 그러니 김구의 한국독립당이나 조소앙의 사회당, 김규식의 민족자주련맹처럼 합법적인 정당, 단체활동을 벌리는 민주인사들이 저으기 의기소침해지지 않을수 없었고 그래서 결국은 박력있는 투쟁을 전개할 생각보다는 미국의 국제적의무에 은근한 기대를 가지게 되는것이였다.

그들에게는 리승만이 미군의 철거를 친어버이의 작고라도 되는듯 아뜩해하며 《국회》결의안이요 《국가보안법》채택이요 하며 미친듯이 날치고있는것이 가장 큰 난문제였다. 실상 리승만이 그렇게 리성을 잃고 마구 헤덤빌수록 미국에 미군을 그냥 주둔시킬수 있는 언질이나 구실을 줄수도 있는것이다. 현실적으로 려수봉기를 북의 조작이라고 기승스럽게 몰아붙인 리승만의 선전을 미끼로 하여 《국회》에서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데 대한 결의안이 강압통과된것이다. 이제 래일이면 리승만이 또 어떤 구실을 만들어 남조선에 발붙인 미군의 군화발에 고임목을 밀어넣어줄지 알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미국더러 리승만의 요구보다 남조선의 광범한 민중의 요구를 더 중시해달라고 사정하거나 항의하는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수 없는것이다. 그것은 사나운 맹수에게 곁에 있는 사슴을 잡아먹지 말고 앞에 있는 풀을 뜯어먹으라고 사정하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에게 필요한것은 리승만의 요구이지 각계층 민중의 공정한 요구는 아닙니다. 그 무슨 국제적의무에 대하여 말한다면 미국은 바로 그 〈국제적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별수없이 〈한국〉에 남아 이곳의 국민들을 수호해준다는 립장을 취할것입니다. 이번 〈국회〉결의안에서 벌써 그 냄새가 풍기지 않습니까. 다른 한가지 더 말한다면 려수군인폭동이 있기 전에 이미 리승만은 도꾜에 가서 맥아더와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때문에 이번의 〈국회〉결의안이 비단 리승만개인의 소위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리승만은 이미 맥아더로부터 미군의 남조선장기주둔을 약속받았을것입니다.》

김구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조완구나 엄항섭은 성시백의 이야기에 심중하게 귀를 기울이는듯 했으나 안경속에 든 두눈을 꾹 감고 팔짱을 찌르고 앉아있는 김구만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도무지 짐작할수 없었다.

《지금 저 밖에서는 전기회사와 철도, 체신부문 로동자들의 총파업이 벌어지고있습니다. 사회의 하층에서 고역에 시달리면서도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걱정하여 저렇듯 공개적인 시위투쟁에 떨쳐나섰습니다. 우리도 사정이나 요청이 아니라 사람들을 불러일으켜 투쟁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만하오, 향명!》

마침내 김구가 고집스럽게 생긴 두툼한 입을 열었다.

《당신의 이야기가 많은 측면에서 긍정할만 한것이라는것을 나도 인정하네. 가만 앉아있을수야 없지. 〈국회〉를 무대로 하여 미군반대투쟁을 벌리자는 향명군의 의견에도 동감이네. 나도 우리 한국독립당출신 〈국회의원〉들을 그 사업에 인입시키겠네.》

《그렇게 나오리라 믿었습니다. 제 나라 땅에서 제 나라 사람들끼리 남의 예속을 받지 말고 살자는거야 정견과 사상이 어떻든 신앙과 정당 관계가 어떻든 누구나 받아들여야 할 전민족적과제가 아닙니까. 때문에 리승만도 민중의 요구를 대변하여 합법적이고 공개적이며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투쟁하는 정당, 단체들을 무턱대고 탄압할수는 없습니다.》

김구는 성시백의 사리정연한 분석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듯 두툼한 입술을 약간 실룩거렸다.

《어떻든 향명군이 이렇게 와주어 우리와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어주니 감사한 일이요.》

성시백은 이렇게 오기도 쉽지 않은데 저녁식사를 하고 가라는 김구의 권고를 조심히 사양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온 리창우가 밖에서 기다리고있기도 했지만 저녁에 집으로 성시백의 가까운 지우이고 리창우의 형이기도 한 리병우가 오기로 약속되여있었던것이다.

차거운 가을비가 소연하게 내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해의 마지막 물줄기일지도 모른다. 곧 겨울이 닥쳐오게 된다. 차겁고 선뜩선뜩 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상쾌하고 마음을 흥뜨게 하는것이 겨울이다. 닥쳐올 겨울이면 차라리 빨리 닥쳐오기를 바라는것이 이 계절에 사람들의 마음속을 공통적으로 휩쓰는 생각이다.

성시백은 저녁에 집을 찾아온 리병우와 만나 그간 《림정》계인사들과 진행한 사업정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우리신문사 기자인 리병우는 침착하면서도 온화하게 생긴 중년의 사나이였다. 생긴 모습처럼 성미도 조용하고 언제나 선량한 미소가 늠실거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차 마음을 붙이게 하는 사람이였다. 성시백자신도 가장 믿음직한 방조자인 그를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다듬군 했고 삼엄한 적들의 경계망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체병처럼 가지고있는 고독감도 다소간 덜군 했었다.

허나 그러한 리병우마저 이날만은 그 선량한 미소의 한끄트러기도 입에 담지 못하고 성시백의 앞에 나타났다.

짙은 비구름이 하늘을 꽉 메우고있어 두사람이 삿자리를 깔고 마주앉은 비좁은 방안은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야밤처럼 어두웠다. 성시백은 가냘픈 빛을 내는 기름등잔불의 심지를 더 돋구어놓았다. 그래도 방안은 여전히 어둑컴컴하였다.

《왜 그렇게 심각해있는거요? 무슨 일이 있는지 어서 이야기해보시오.》

《물론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고 볼수는 없는것인데…》

《이야기해보우. 〈국회〉결의안문제요?》

《아닙니다. 그와는 다른 문제라고도 볼수 있고 그렇다고 영 련관이 없다고 볼수도 없는 일입니다.》

《…》

《제 요즘 우리신문 편집부에서 일하면서 우연히 조선중앙일보기자 강태렬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였습니다.》

《중앙일보?!…》

조선중앙일보사나 리병우가 일하는 우리신문사나 다 성시백이 경영권을 쥐고 운영하는 주요신문들이였다.

성시백은 이 남조선땅에서 미제의 침략책동을 규탄하고 나라의 통일독립을 실현하는 투쟁을 벌리는데서 출판선전물이 차지하는 위치와 중요성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이러한 신문사들을 이미전부터 장악하고있었던것이다.

그러다나니 방금 리병우가 입에 올린 강태렬이라는 중앙일보 기자도 기억을 잘 더듬어보니 신문사에 나갔다가 얼핏 한번 얼굴을 익혔던 생각이 났다.

《그래 그 기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소?》

《글쎄 어떻게 말해야 할지…》하고 리병우는 어디서부터 말꼭지를 떼야 할지 생각하느라 약간 갑자르다가 말을 이었다.

《강태렬은 본래부터 진중하고 침착한 형의 청년인테리인데 알고보니 올해 봄에 남조선기자단의 한 성원으로 평양련석회의에 참가했더군요. 그때 남조선과 판이한 북조선현실을 기자의 예리하고 해박한 눈으로 관찰하고 김일성장군님의 연설까지 듣고나서 그이의 위인상에 완전히 매혹되여 돌아왔습니다.》

성시백은 가까이에 있는 재털이를 더 가까이로 끄당겨놓았다.

리병우는 강태렬이 평양을 방문하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누구에게 선뜻 터놓고 말 못할 시름에 휩싸여있다고 하였다.

《그 사람에게 강태무라고 하는 막내남동생이 있는데 지금 38선과 접경한 강원도 홍천에서 괴뢰군 대대장을 하고있답니다. 말하자면 북조선정권에 총을 직접 겨누고있는셈이지요. 강태렬은 해방직후에 왜놈의 노예살이를 강요당했던 지난날을 되풀이하지 말자면 군대가 강해야 한다면서 동생의 등을 억지로 떠밀어 륙군사관학교에 보냈다고 합니다. 자기 잘못으로 동생이 반역의 총을 잡았다고 하면서 몹시 후회하던데…》

재털이는 끄당겼지만 성시백은 여전히 그것을 제앞에 있어야 할 무슨 장식물처럼 생각하는지 담배는 꺼내지도 않고 앉아있었다.

《이자 그 동생의 이름이 뭐라구?》

《강태무입니다.》

《륙군사관학교 몇기졸업생이라오?》

《2기에 졸업했다나봅니다.》

성시백은 이번에 려수군인폭동진압을 태공한것으로 하여 《국방경비대》 총사령관직에서 철직된 송호성도 그 사관학교의 특별반에 편입하여 2기에 졸업했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강태무의 사람됨이 어떠한지 기회가 있으면 송호성에게 한번 물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강태무의 형인 강태렬의 인간됨에 대하여서는 성시백과 절친한 사이인 중앙일보사 사장에게 물어보면 될것이다.

리병우는 성시백의 이런 속생각을 짐작한듯 보충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강태무는 성미가 칼날같으면서도 정의감이 강하고 새것에 대한 지향이 강렬한 청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새 그도 치욕스러운 괴뢰군살이에 싫증을 느끼고 번민속에서 헤매인다고 합니다. 아마 자기에게 군복을 입도록 권고한 형에 대해서도 은근히 원망을 품고있을지 모릅니다.》

《나라가 갈라지니… 가정들도 갈라지고있구만.》

전 화성의숙 숙장이며 민족자주련맹 부의장으로서 김규식과 함께 통일촉진협의회에서 상무위원으로 활동하고있는 최동오도 아들 최덕신이 노블이나 로버트 같은 놈들의 눈에 들어 륙군사관학교 교장까지 지내고있는것으로 하여 고민이 컸고 이전 통위부 장관 류동열도 자기 딸 류미영이 최덕신과 결혼한것으로 하여 최동오와 같은 고민을 안고있었다. 김구 역시 아들 김신이 미국인들의 신임을 획득하는데만 관심을 두고 돌아다니다나니 불만이 가득차 상대조차 하지 않고있었다. 결국 그들은 가정생활에서까지 남다른 곡절을 겪으며 정신적인 방황에 허덕이고있는것이다. 민족을 사랑하고 민주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짙어가는 어둠속에서 밝아올 새 아침을 피타게 갈망하고있었다.

성시백은 김구와 김규식, 최동오나 조소앙처럼 남조선정치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강태렬이나 강태무와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조국통일을 위한 참다운 구국투쟁의 길에 들어설수 있는 새로운 투쟁방략과 목적을 안겨주어야 할 무거운 사명감을 느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나라의 통일을 피타게 갈망하는 그들모두에게 안겨주어야 할 새로운 그 무엇이 있어야 하였다.

《강태무의 현재생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아봐야겠소. 가능한껏 우리가 그를 도와줄수 있는 길을 찾아봅시다.》

《알겠습니다.》

불시에 주위에는 고요가 깃든듯 했다. 지붕을 두드리던 비소리도, 땅에서 튕겨나던 비방울의 흐느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정적이 오히려 숨막힐듯 한 답답함을 불러왔다.

성시백은 리병우를 시켜 뙤창문을 열어놓게 하였다.

대지를 흠뻑 적시고나서 포만해진 하늘이 어느새 비를 그쳤다.

성시백은 방안으로 들어오는 차겁고 비릿한 바람을 페부에 한껏 들이켰다.

장군님이 그리웠다. 그이의 가르치심이 못 견디게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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