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3 장

12

 

김일성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의 해당 부서에서 보내온 문건들을 오래동안 보고계시였다. 문건들을 한장한장 번지시느라니 오늘 남조선각계에서 조성되고있는 혼란과 동요의 회오리를 엿볼수 있으시였다.

지금은 남북련석회의가 진행되던 올해 봄과는 정세도 환경도 다 달랐다. 진보적인 민주세력에 대한 미제와 리승만의 탄압이 더욱 로골화되고있는 조건에서 남북련석회의참가자들인 김구, 조소앙을 비롯한 남조선의 민주인사들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피를 못 잡고 허둥거리고있는것은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라고 보시였다.

해방전부터 상해《림정》의 외무부장으로서 김구의 한국독립당에서도 적지 않게 인기를 올리고있던 조소앙 같은 사람은 리승만의 단독《정부》가 서자 그 정치권에 뚫고들어가 권력을 가지고 친미사대세력과 맞서야 한다는 자기 식의 주장에 빠져 《국무총리》직에 취임하기 위한 막후공작을 벌리기까지 했었다. 물론 리승만이 남북련석회의참가자인 조소앙을 자기의 오른팔이 되여야 할 《국무총리》직에 앉히자고 할수는 없는 일이였다.

이러한 조소앙도 지금은 김구와 마찬가지로 리승만이 강행한 미군계속주둔에 관한 《국회》결의안때문에 분격해하고있었고 성시백이 괴뢰국회를 리용하여 벌리려고 하는 미군반대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여나설 차비였다.

그러나 그들을 조국의 자주적이며 평화적인 통일을 위한 투쟁에로 보다 고무추동해줄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4월남북련석회의를 통해 애써 마련한 남조선의 애국민주력량이 적들의 탄압과 음모로 와해될수도 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들고 김책부수상과 홍명희부수상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으면 불러달라고 이르시고는 다시금 문건우에 시선을 떨구시였다.

그러다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시였던듯 송수화기를 다시 들고 내무성 부상 방학세도 함께 찾아달라고 하시였다.

옆방에 사무실이 있는 홍명희가 먼저 오고 뒤따라 어디 나갔댔는지 번듯한 이마에 땀발이 송글송글 맺힌 김책이 들어왔다.

잠시후 내무성에서 방학세까지 급하게 달려와 인사를 올리자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과 마주앉으시여 자신께서 보시던 문건들에 적혀진 내용들을 담담한 음성으로 들려주시였다.

《남조선정세가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변화되고있군요.》

김책은 널직한 이마에 한가득 주름살을 모아얹으며 반듯한 책상을 의미없이 쓸어만졌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나라에 조성된 이 난국을 어떻게 뚫고나가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지금 남조선에서 합법적으로 혹은 비합법적방법으로 광범하게 벌어지고있는 미군주둔반대투쟁도 고무추동해주고 남조선에서 활동하는 각계층의 애국력량을 보존하면서도 그들을 투쟁에로 불러일으키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은 우리모두가 안고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입니다.》

김책은 오래 생각해보지 않고 즉석에서 대답올렸다.

《그 해답은 명백하다고 봅니다. 장군님께서 이미 천명하신 민족대단결의 사상이 있지 않습니까. 나라를 통일하자면 우선 북남의 모든 민주력량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봅니다.》

홍명희도 김책의 주장에 동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장군님의 단결의 사상이 통일을 위한 투쟁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건과 환경이 달라지다나니 김구나 김규식, 조소앙이 같이 머리 큰 정치인들도 남북련석회의때와는 달리 지금은 뿔뿔이 제각기의 활동방식을 모색하고있는가본데 그들이 하나의 지향으로 이전보다 더 굳게 결속되여야 한다고 봅니다.》

《옳습니다. 민족의 대단결이 통일의 유일무이한 출로라는것은 더 론의할 여지도 없는 진실입니다. 문제는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것입니다. 부수상선생의 말씀처럼 지금은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우리가 인정하든 안하든, 원하든 원치 않든 한민족이 사는 령토안에 서로 적대시하는 두 세력이 대치되여있는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선민족의 분렬이 이제는 거의 합법화되였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조선민족은 분렬되여 살수 있다는것을 예시하고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려수군인폭동과 11월30일총파업 등 남조선의 도처에서 인민들이 들고일어나 미제와 리승만괴뢰정부를 반대하여 과감하게 싸우고있는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이미 선택했던 자주적이며 평화적인 통일방안이 리승만을 비롯한 극소수 매국세력을 제외한 절대다수 인민의 지지찬동을 받고있다는것을 말해줍니다. 자주적이면서도 평화적인 통일방안만이 서로 다른 정견을 가진 북남의 모든 정치인들에게서 공감을 불러일으킬수 있다는것은 이미 확증된 진실입니다. 때문에 나는 개별적인 민주인사들이나 각계층 대표들을 포함한 북남의 애국적인 정치인들이 전번 남북련석회의때처럼 허심탄회하게 모여앉아 참다운 구국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의논할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동지의 말씀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확확 뿜어져나오는듯 했고 력점을 찍으실 때마다 힘있게 내리그으시는 손길에 그 어떤 채광마저 비끼는듯 했다.

《말씀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김책은 길쑴한 얼굴에 돋아있는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훔쳐내고나서 김일성동지를 경건하게 우러렀다.

《지난해에는 전조선적인 단일정부수립을 위해 남북협상을 실현시켰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창건된 오늘에는 나라의 자주적이며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온 민족이 떨쳐나서도록 하여야 한다는것이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이 새로운 투쟁의 불길속에서 남조선의 민주력량들사이에 조성된 불신과 혼란의 기운도 자연히 가셔지게 될것입니다.》

《옳습니다. 그래서 나는 전번 남북련석회의때와 같은 북남간의 대회합을 마련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구, 조소앙, 김규식선생들뿐이 아니라 남북련석회의에 참가하지 못했던 조봉암, 최일천 등 많은 민주인사들을 묶어세워 조국통일을 위한 강유력한 정치세력을 형성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비단 북남의 민주세력들뿐만이 아니라 해외의 교포조직들도 묶어세워야 할것입니다. 조국통일은 오늘날 북에 있건 남에 있건 해외에 있건 조선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면할수 없는 사활적인 문제로 나서고있기때문입니다. 물론 그를 위한 구체적인 방도는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으나 나의 이런 취지를 동무들이 먼저 알고 의견을 제기해주기 바랍니다.》

《전 아무런 의견도 없습니다.》하고 홍명희가 저으기 격앙되여 그이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장군님께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하신 말씀을 제 평생의 지침으로 받아들이고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마음이 놓입니다. 당면하게는 남조선의 혁명력량을 불러일으키는것과 함께 북반부의 민주기지를 강화하는데 관심을 돌려야 합니다. 지금 공화국북반부에 마련된 민주기지는 앞으로 통일을 이룩할수 있는 물질경제적토대이며 북남의 단결을 실현할수 있는 정치적터전입니다. 때문에 오늘날 공업과 농업 등 나라의 경제를 향상시키는것은 단순한 산업발전이 아니라 조국통일의 물질적기초를 마련하는 사업으로 될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것은… 참, 이 문제에 대하여서는 방학세동무에게 특별히 강조하고싶구만. 방동무!》

김일성동지께서 내각부수상들과 함께 중대한 정치적문제들을 론의하고계시는 이 자리에 자기가 참가하게 된 리유가 짐작되지 않아 저으기 면구스러워하던 방학세는 그이께서 갑자기 이름을 찍어 부르시는 바람에 바싹 긴장해져 벌떡 일어섰다.

김일성동지께서 그냥 앉아서 들으라고 손짓을 하시였지만 방학세는 고집스럽게 일어선채로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조국통일을 위하여 당면하게 나서는 다른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인민군대와 특히는 평화시기의 상비무력인 경비대를 강화하여 미제의 부추김을 받은 도발자들의 전쟁도발책동을 짓부셔버리는것입니다. 우리가 민족의 대단결을 위한 사업을 하나하나 힘있게 추진하면 할수록 거기서 위험을 느낀 원쑤들은 저들의 잔명을 다문 얼마간이라도 연장해보려고 무모한 동족상쟁의 불을 지를수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는 38선강화문제도 그렇고 적들의 온갖 파괴암해책동을 저지파탄시키기 위한 내무사업강화문제가 더 중요하게 제기될것입니다. 정치보위사업을 책임진 방학세동무가 미리부터 마음의 준비를 든든히 갖추고있어야 하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이해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천천히 거니시며 열정적으로 말씀하시였다.

《갓 창건된 우리 공화국은 이제 다가올 1949년과 1950년에 새로운 2개년인민경제계획수행에 총매진하게 될것입니다. 이 기간에 우리는 경제과업수행에서만이 아니라 조국통일을 위한 거족적인 투쟁에서도 겨레의 념원을 성취할수 있는 든든한 보루를 다져놓아야 합니다. 다시말해서 미제의 침략책동을 막고 조국통일을 이룩하려는 우리의 혁명투쟁을 힘있게 밀고나가기 위한 거점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다해나가는 그러한 국가를 우리의 손으로 일떠세워야 합니다. 통일의 보루, 조국번영의 보루! 그것은 우리 인민만이 아니라 제국주의자들의 침략행위로부터 형제국가들과 세계의 모든 나라 인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전인류적인 보루로 될것입니다.》

잠시동안 방안에는 정적이 깃들었다. 조여든 태엽을 풀어가는 벽시계의 흔들이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퍼졌다.

폭풍뒤의 정적인듯 갑자기 드리운 이 고요한 환경속에서 김책은 누구보다 민족을 사랑하시는 장군님의 사상에 체현된 불같은 민족애, 조국애와 그것이 낳은 가장 탁월하고 위대한 민족구원의 방략을 절감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과 홍명희를 둘러보시며 앞으로 미제와 괴뢰역적들의 침략책동을 짓부시고 조국통일의 전환적국면을 열어나가는데서 가장 중요한 당면과업으로 제기되는것이 바로 남조선에 주둔한 미군을 철거시키는것이라고 힘을 주어 말씀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앞으로 예견하고계시는 조국통일을 위한 새로운 투쟁마당에서 이 자리에 모여앉은 일군들이 맡고있는 몫이 중요하기때문에 시간이 더 지체되더라도 자신의 견해를 툭 털어놓고 다 이야기하려 하시였다.

《우리가 남조선에 들어온 미군의 존재를 반대하는것은 그들의 생김새나 꺽두룩한 키가 보기 싫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들이 동족끼리 모여앉아 국사를 오손도손 의논해보려는 우리의 의사에 대하여 기를 쓰고 끼여들어 훼방해나서며 서로마다 등을 돌리고 적대시하도록 인위적인 리간과 장벽을 조성해놓기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국가적리익에 조선민족전체를 복종시키려 하며 그를 위해 우리 민족이 분렬되여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고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제 힘을 키울 사이 없이 허약해진 민족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주무르려 하고있는데 초보적인 자존심이라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인들 그것을 용납하겠습니까. 아니, 조선민족은 자기를 노예화하려는 미제의 분렬정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것입니다. 조선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과 식민지정책을 그대로 두고서는 나라의 평화도 통일도 이룩할수 없습니다. 자주권을 잃은 민족은 그 어떤 단결이나 통일은 물론 초보적인 생존권마저 보존할수가 없는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라의 통일문제도 자주적으로 우리가 주인이 되여 풀어나가자고 하는것입니다. 앞으로 미군의 남조선주둔을 반대하는 투쟁도 여러가지 형식과 방법으로 더 강화해나가야 하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도 공화국북반부의 물질적토대를 강화하고 국가의 정치적안전을 지키는것이 급선무로 나섭니다. 이 중대한 과업이 어떻게 수행되는가가 지금 여기 앉아있는 우리들에게 달려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바위처럼 묵직하게 앉아있는 김책이나 홍명희에 대하여서는 마음을 놓으시였으나 아직 나이도 젊고 경험이나 단련도 부족한 방학세가 이 무거운 중임을 옳바로 감당해낼수 있겠는지 우려되시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안전사업분야에서 보여준 방학세의 특출한 능력이 앞으로 자기의 사업에 복잡하게 엉켜들 정치군사적문제들을 능히 타개해나갈수 있으리라 굳게 믿으시였다. 그래서 방학세의 손을 따로 꼭 잡아주시며 《방학세부상의 책임이 무겁소.》하고 특별히 강조하시였다.

밤은 소리없이 깊어가고있었다. 이런 밤이 있어야 해빛밝은 래일의 낮이 있다는것을 알려주려는듯 바닥없이 깊어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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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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