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제 4 장

14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미 아침에 방학세의 보고를 받고나시였을 때부터 적들이 해주에서 노리는것이 이전처럼 단순한 습격파괴행위에 머무르는 일이 아닐것이라는것을 판단하시였었다.

조선봉건왕조 말엽부터 서울, 평양, 전주, 개성과 함께 우리 나라 5대고을중의 하나로 되여있던 해주는 북반부적으로 제일가는 곡창지대인 황해도의 소재지로서 현재 해주방송국, 인쇄소를 비롯한 출판보도기관들과 도당, 도인민위원회 등 주요 기관들과 산업시설들이 집결되여있었다. 지리적측면에서 볼 때 북으로는 바다기슭을 따라 방파제처럼 뻗은 수양산줄기와 그 주봉들인 설류봉과 장대산, 창검산 등 해발높이 5백메터이상의 날카로운 메부리들이 솟아있고 남으로는 남산과 선녀봉 같은 크고작은 언덕들이 바다를 끼고 자리잡고있어 적들의 견지에서 보면 일이 발생하는 경우 내무서와 자위대의 포위에서 쉽사리 벗어나 무장폭동을 확산시켜나가기에도 유리하였다. 바로 이런 정치적 및 지정학적위치로 하여 해주는 벌써 해방직후부터 반동놈들의 기본과녁으로 되였으며 1945년 가을에는 그곳에 있던 공산당청사가 습격당하여 민덕원을 비롯한 여러 일군들이 무참하게 피살되는 참변이 발생하였었다.

그런데 지난해 《5. 10단독선거》를 조작하여 괴뢰정부를 수립한 리승만일당이 이번에 또다시 해주에 기여들려고 하는 목적은 무엇이겠는가?

그이께서는 최근 남조선정세에서 주목되는 몇가지 문제들을 돌이켜보시였다.

지금 미국과 리승만세력은 지난해 가을 려수와 순천에서 발생한 군인폭동과 그를 계기로 남조선 각지에 폭발적으로 파급된 빨찌산투쟁의 불길속에서 안절부절못하고있었다. 게다가 《정부》와 《국회》안에서까지 반리승만세력이 급속도로 장성하고 미군의 남조선주둔이 전쟁의 불씨로 되고있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있었다.

이러한 때 이른바 조선문제의 국제적인 해결을 위하여 유엔3차총회에서 조직된 《유엔조선위원단》이 서울에 들어와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것으로 예정되여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남조선에서 거족적인 투쟁으로 타오르고있는 반미구국열풍이 미제와 리승만괴뢰들에게는 커다란 골치거리가 아닐수 없었다.

《유엔조선위원단》이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계질서유지의 공정성을 떠드는 유엔앞에 자기들의 발가벗은 모양을 드러내놓는 격이 되면 미국이나 리승만이 국제무대에서 여간 난처할 일이 아니였다.

리승만을 손아귀에 쥐고 조종하는 미국의 수급책략가들이 쥐구멍같은데로 몰리우는듯 한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출로의 하나로 북조선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조작해낼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했다. 즉 북조선의 일정한 지역에서 《공화국공민》들의 《자발적인》 의기와 진출로 하여 파생된 폭동이나 시위 같은것을 연출하여 세계앞에 북조선인민들이 공화국을 반대하고 미국과 리승만세력을 지지하는듯 한 인상을 주어 우리의 내부를 와해시키는것과 함께 미군의 남조선주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둘수 있는것이였다. 그러한 장소로 선택된것이 해주일것이다. 해주는 38도선에서 제일 가까운 도시로서 그곳에서 울린 한방의 총성은 청단, 개성, 파주를 거쳐 서울까지 즉송되여 몇십, 몇백배의 크기로 확성될것이다.

그렇다면 적들은 《유엔조선위원단》이 서울에 들어오기 전, 즉 2월 이전에 《거사》를 마무리하려고 획책할것이였다.

그리하여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의 이러한 분석과 결론을 방학세가 찾아왔을 때 알려주시였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해주에서 꾸미고있는 적대분자들의 음모를 그 시초에 완전히 짓부셔버려야 한다고 강조하시였었다.

그렇게 결론도 주고 임무도 주어 돌려보내시였지만 그때부터 6개군 책임일군들과 협의회를 진행하고 쓰띠꼬브를 기다리며 문건들을 료해하시는 동안에도 무엇인가 속에 얹힌것이 있는듯 가슴 한구석이 무죽해있었다. 무엇인가 분명 중요한것을 놓치고있는듯 한 느낌이 떠나지 않고있었는데 쓰띠꼬브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시며 방학세의 보고내용들을 다시금 더듬어보시던 과정에 그것이 무엇인가를 기억해내시였던것이다.

(그래… 그 일때문이지. 방학세의 보고에서 나왔던 석반월이라는 이름때문이야. 어디서 분명 들었던적이 있는 이름이였어.)

그이께서는 황해도 금천군의 척박한 산골농민들과 최현의 부대에서 만나보셨던 경비대원의 모습을 동시에 상기하시였고 경비대초소와 시변리의 들길에서 얼핏 스쳐들었던 석반월이라는 흔치 않은 이름의 출처를 인차 생각해내시였다.

(변익수… 미국놈들을 쫓아버렸다던 그 경비대원의 애인의 이름이 반월이였지. 그가 해주에서 학교를 다니댔다고 했으니 틀림없어. 익수의 애인이 분명해. …)

그런데 어떻게 되여 그 처녀가 반동놈들의 꾀임에 넘어가 방학세의 문건에까지 이름이 오르게 되였는지 모를 일이였다.

필경 무슨 곡절이 있을것이다. 처녀가 자책을 하고 자수를 하여 내무서의 일에 협조했다고 한것을 보면 천성이 악한 녀자는 아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처녀가 내무기관에 자수를 했다는것을 반동놈들이 눈치채게 되면 그의 신변이 위험하게 될가봐 걱정되시였다.

그래서 그이께서는 쓰띠꼬브가 돌아가자 인차 내무성에 전화를 걸어 방학세를 만나보려고 생각하신것이였다.

《내무성 부상 방학세 전화받습니다.》하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울려나오자 그이께서는 먼저 해주에서 더 들어온 소식이 없는가부터 알아보시였다. 아직은 없다는 대답을 들으시고나서 인차 본론에 들어가시였다.

《그래 그 처녀는 어떻다오?》

《네?! 누구 말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기억력이 좋은 방학세가 첫마디에 자신의 뜻을 리해하지 못하는것이 약간 의아쩍으시였다.

《자수를 했다는 그 녀학생 말이요.》

《그 처녀에 대한것은… 더이상 알아본것이 없습니다.》

방학세의 심상한 대답을 듣는 순간 그이께서는 안색을 흐리시였다. 석반월에 대한 방학세의 태도가 기대와는 달리 너무도 랭담했던것이다.

《그러니 그 이상은 더 모른다?…》

《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방학세는 그이의 어조에서 우러나오는 불안감을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여전히 랭담하면서도 실무적인 어조로 말씀올렸다.

《황해도 내무부일군들에게 지시를 주어서 그 녀자를 주야 감시하게 했습니다. 또 그에게 절대로 내무기관에 찾아가 자수했다는 눈치를 남에게 보여선 안된다고 오금을 박아 돌려보냈습니다. 그 처녀도 우리의 요구를 심중히 대하지 않으면 자기에게 어떤 운명이 차례질것인가에 대하여 충분히 짐작하고있습니다. 달리 행동할 처지가 못됩니다.》

《그럴 처지가 못된단 말이지. …》

김일성동지께서는 방학세가 사람들에 대한 평가와 처리에서 그답지 않은 심중한 약점을 가지고있지 않는가 하는 의혹이 걷잡을수없이 치밀어오르는 불쾌감과 함께 갈마드시였다.

방학세는 지금 그 처녀가 단순히 그 어떤 죄의식이나 그로부터 파생된 내무기관에 대한 공포심에만 잠겨있는것으로 인식하고있는것이 분명했다.

그이께서는 반월이라는 처녀의 애인이나 가정에 대하여 이미 알고계시여서가 아니라 그가 누구이든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수도 있고 영원히 반동분자라는 루명을 쓸수도 있다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대담하게 내무기관을 찾아와 잘못을 뉘우친것이 그 어떤 죄의식이나 공포심의 충동때문이였다고만 생각지 않으시였다.

자기가 안겨사는 이 제도와 정권에 대한 전적인 믿음과 죽더라도 그 품을 버릴수 없다는 자각된 애국심이 없다면 절대로 그런 용단을 내릴수 없는것이였다.

그런데 지금 방학세는 그 처녀를 한갖 자수한 반동분자로밖에 보지 않고있는것이다. 그러니 그의 운명이나 신변을 책임져주는 문제 같은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있을것이다.

사업에서의 책임감도 높고 실무도 있는 방학세이지만 확실히 그는 사람들의 운명문제를 대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실무적이고 랭담한것 같으시였다.

《그래 부상동문 그 처녀가 어떻게 되여 내무기관에 찾아와 자수하게 되였겠는지에 대하여서는 생각해보았소?》

《네, 그 처녀의 부모들에 대해서 좀 알아봤는데 충분히 그런 죄를 저지를만 한 집이였습니다. 며칠전에 우리 부국장이 하는 말을 통하여 리기주의가 가득차 관개공사에 등을 돌려대서 처벌을 받은 집이 있다는것을 우연히 알게 되였었는데 다름아닌 그 집의 딸이더란 말입니다. 더 중요하게는 부모들이 아직도 교회당에 례배보러 다니는 예수쟁이집이였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제서야 방학세가 리해할수 없는 랭담성을 발휘하게 된것이 바로 그가 마지막에 이야기한 그 《예수쟁이집》이였기때문이라는것을 알아차리시였다.

《더 중요하게는》이라고 강조하여 표현한 그 한마디에 이번 사건을 보고 대하는 방학세의 심리에 내재하고있는 모든것이 비껴있었다.

물론 지난 기간 종교인의 탈을 쓴 원쑤들때문에 적지 않은 복잡한 사건들이 발생한것은 사실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절대화하면서 종교인들을 편견적으로 대하면 우리 혁명대오의 통일단결에는 그만큼 공백이 생기게 될것이다.

그래서 북반부지역에서 그리스도교동맹이 조직되였을 때 그것을 북조선민전의 중요하면서도 빼놓지 말아야 할 기본단체로 받아들이시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일군들에게는 우리 당이 종교인들을 포섭전취하는것이 그 어떤 목적달성을 위한 《제스츄어》적림시조치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집요하게 배겨있는것이다.

방학세도 마찬가지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해방후 해외에서 귀국해온 사람들중에서 방학세를 특별히 신임하고계시였고 그가 하는 사업의 특수성도 누구보다 더 리해해줄수 있으시였지만 그것을 턱대고 우리 당이 생명처럼 간주하고있는 민족대단결의 사상을 현실로 펼치는데 저애를 주는것은 묵과할수가 없으시였다.

《방동무, 명심하시오. 이번 해주사건처리에서 기본으로 삼아야 할것은 인민들의 생명재산보호요. 특히 내무기관의 일을 크게 도와준 그 녀학생의 안전을 마지막까지 백방으로 담보해줘야겠소. 부모가 예수를 믿든 석가를 믿든 그 처녀의 머리칼 한오리도 상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것을 명심하오. 알겠소?》

그이께서는 마디마디 그루를 박아 격하게 말씀하시였다. 격해진 그이의 숨결까지 송수화기를 통해 다 전달되였는지 방학세쪽에서 인차 대답소리가 나오지 못했다. 아마도 장군님께서 무엇때문에 그리도 불쾌해하시는지 알수 없어 생각을 정리해보는중인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여전히 무엇인가 리해되지 않는듯 약간 뜨직해진 방학세의 대답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방학세의 사람됨을 잘 아시는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어조와 단마디의 그 짤막한 대답에서 석반월의 신변문제에 대하여서는 더 이상 마음쓰지 않아도 되리라는것을 느끼시였다. 일단 방학세가 대답하고 결심한것이라면 어떤 문제이든지 사업조직에서의 그 치밀성과 수완을 누구도 따르지 못하는것이였다. 그러나 지어먹은 마음 사흘이 못 간다는 말이 있다. 내각수상의 엄명이 있어 별수없이 무엇인가 부랴부랴 조직하는 이번과 같은 사업태도는 공화국내무성의 중요직책에서 일하는 일군으로서의 풍모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것이였다.

그러나 전화상의 한두마디 말로 방학세에게 그것을 다 깨우쳐줄수는 없으시였다. 더우기 방학세와 같은 실무가들에겐 그 어떤 해설이나 선전도 필요가 없다. 앞으로의 사업과정을 통해 그 스스로가 깨닫고 그것을 자기의 뼈속깊이 새겨넣어야 하는것이다.

그리하여 그이께서는 《그럼 됐소.》하는 단마디의 대답만 주시고는 전화를 끊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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