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회)

 

제 11 장

39

 

김일성동지께서는 중국인민의 국내혁명전쟁에 참가하고 얼마전에 귀국해온 군인들을 만나보고계시였다.

아직도 몸에서 화약내가 빠지지 않고 전투와 전쟁이 안겨준 체취가 후련하게 풍겨오는 군인들의 몸에서 강철의 힘이 맥박치는 소리가 밖으로 쿵쿵 새나오는듯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보면 볼수록 름름한 대오를 오래도록 대견하게 둘러보시다가 그들의 병실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이제 중국의 전장들에서 단련될대로 단련된 이들이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고 통일을 앞당기는 철옹성의 보루를 꾸려나가는데서 하나하나의 믿음직한 성돌들로 될것이다.

그동안 중국전선에서도 커다란 승리가 이룩되였다. 정초에 장개석이 제의했던 화평담판은 장군님께서 예언하시였던대로 중국공산당의 외교적인 전술로 하여 결렬에로 이끌려갔고 4월 20일에는 장개석의 부총통 리종인이 협정문에 서명하기를 최종적으로 거부하게 되였다. 서명거절이 있은 다음날인 4월 21일 중국공산당은 백만의 무력으로 장강도하작전을 진행하였다.

그리하여 지난 4월과 5월에는 장개석이 둥지를 틀고있던 전쟁의 아성인 남경과 상해를 련이어 해방하였다. 바로 이 거창한 전역을 성과적으로 치르고 돌아온 용감한 싸움군들이 기쁨에 넘쳐 장군님을 우러르고있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병실침대에 허물없이 걸터앉으시여 격동에 잠겨있는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시였다.

《그래 장강도하작전에 참가할 때 혹 떨리지는 않았소? 동무들은 그런 강을 처음 보았을테지?》

장군님! 우린 이미 동북전쟁때부터 겁을 모르게 단련되였습니다.》

아직 솜털이 보르르한 애어린 전사가 씩씩하게 대답올렸다. 어리지만 실전에서 단련된 의기와 용감성이 있어서인지 장군님앞에 서슴없이 나서서 말씀올리는것이 더 기특했다.

《허… 그래? 그런데 듣자니 장개석이 제기했던 화평담판이 파탄됐다고 하자 어떤 동무들은 몹시 실망했었다던데?》

장군님, 그건 그런게 아니라…》

이번에는 정치일군인듯 한 나이지숙하고 지성미가 풍기는 한 군관이 나섰다.

《문화부대대장 지창영입니다. 장군님, 사실은 그때 조국으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지게 되여 그것이 서운했을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평화제의뒤에 숨은 장개석의 속심을 다 꿰뚫어보았댔습니다. 거기에 응해서 가져올건 가짜평화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듣는 리론이군. 평화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대답에 저으기 흥미를 느끼시였다.

《그래 동무생각엔 어떤것이 진짜평화이고 어떤것이 가짜평화인것 같소?》

《저는… 한마디로 총포성이 울리지 않고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없다고 해서 평화인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쑤들을 철저히 격멸하지 못한다면 전쟁의 위험이 항시적으로 도사리고있게 될것이며 인민들이 반혁명분자들의 책동으로 어느 한시도 평온을 찾지 못하게 될것이 아닙니까. 장개석이 원했던 평화가 바로 이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잘하누만. 정치일군답소. 옳소, 동무가 옳게 말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래동안 조국과 떨어져있은 그들이였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정이 가고 피가 통하는것을 기쁘게 느끼시였다.

《지금 우리 나라에 바로 그런 정황이 조성되고있소. 리승만괴뢰도당은 남조선을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어놓고 그것도 모자라 동족상쟁책동에 피눈이 되여 미군에 아부굴종하면서 38도선에서 빈번히 무장도발을 일으키고있소. 거기서 적들과 맞서고있는것은 사실 정규무력도 아닌 우리 공화국경비대요. 동무들은 지금까지 중국전장에서 싸우다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는만큼 지금 우리 조국이 처해있는 정세를 빨리 깊이 파악하여야 하오. 그리고 동무들에겐 동북전장과 중국의 여러 전구들에서 몸에 익힌 전투경험들이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현대적인 정규군전쟁의 경험은 부족하다고 볼수 있소. 만약 적들의 책동으로 우리 조국강토에서 끝내 전쟁의 포성이 울려퍼진다면 그 전쟁은 지난 기간에 하던 빨찌산식전쟁과는 다른것으로 될것이요. 때문에 동무들은 현대군사과학과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우선 먼저 학습을 해야겠소. 지금 우리 나라는 겉으로는 평화인것 같지만 나라의 분렬로 하여 실지에 있어서는 전쟁상태나 다름없소. 엊그제부터 송악산에서는 또 불집이 터져서 우리 경비대원들이 목숨을 내대고 싸우고있소. 거기서 우리 경비려단장 최현동무가 지난날 산에서 싸울 때 맞다들렸던 김석원이라는 이전 왜놈군대 련대장과 또다시 총부리를 맞대고있소. 동무들! 동무들이 피흘리며 린방을 굳건히 다지고 돌아온 조국이지만 아직은 완전한 평화가 깃들지 못했소. 방금 말한것처럼 아직은 진짜평화가 아니요. 그렇소. 나라의 통일이 이룩되기 전에는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올수가 없소.》

그이께서는 주먹을 움켜쥐시고 가슴앞으로 끌어당기며 힘있게 흔드시였다. 바로 이러한 때 최현이 부대를 이끌고 38도선을 넘어섰다는 숨가쁜 보고가 들이닥쳤다.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던 도중에 부관이 들어와 알리는 그 보고를 받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조금도 놀라거나 당황해하는 기색이 없이 태연하신 안색으로 조국에 갓 돌아온 이전 중국전구의 지휘성원들과 병사들이 지침으로 삼아야 할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부대를 떠나신 그이께서는 즉시 내각청사로 돌아와 경비대가 38도선을 넘어선 이후 적들의 동향에 대하여 료해하시였다. 아직까지는 적들이 우리 경비대의 눈치를 살피면서 무력을 이동하거나 반격해나올 태세는 아니라고 하였다. 적들도 이렇게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는것을 달가와할리가 없는것이다.

그이께서는 최현의 전투행동을 중지시키고 그를 평양으로 긴급소환할데 대한 지시를 내무성에 내려보내시였다.

《부대는 참모장에게 인계하고 즉시 떠나오라고 하시오. 개성에 나갔던 경비대인원들은 신속히 송악산으로 철수하여 자기 계선을 고수하라고 하시오. 어떤 경우에도 38도선이남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하시오.》

최현은 모자로부터 시작하여 발끝까지 온통 먼지를 들쓰고 이튿날 아침에야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먼지를 터느라고 한참이나 씩씩거려야 했다.

그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장군님께서는 창가에 다가서시여 어딘가 먼 창밖을 내다보고계시였고 집무탁과 가까운 제일 앞쪽걸상에는 김책이 고개를 푹 꺾고 앉아있었다.

최현이 들어와 규정대로 보고를 올렸지만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돌리는것 같지 않았다. 최현은 그것이 폭풍전의 정적이라는것을 직감했다. 동시에 그제서야 자기가 엄중한 과오를 범했다는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였다.

폭풍은 한참이나 지나서야 김책쪽에서 먼저 터졌다.

김책이 일단 폭풍을 일으키면 말그대로 해일을 몰아온다. 최현은 벌써부터 은근히 속이 떨려났다.

《최현동무, 여기는 우리밖에 누구도 없소. 빨찌산출신들답게, 군인들답게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예상외로 폭풍은 조용히 불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이 조용한 폭풍이 더 무서운 법이다.

《한마디로 동무는 영웅이고 용장이요. 38도선을 넘어가 괴뢰1보사의 아성인 개성을 해방하고 대오의 앞장에서 려단장다운, 영웅다운 용맹을 떨쳤소. 왜적이 벌벌 떨던 사이껜이 38도선에 틀고앉아있다는것을 만방에 시위했소. 그래 이것을 인정하오?》

《…》

최현은 숙이고있던 고개를 들었다. 혹시 김책이 정말로 칭찬하는 소리가 아닌가 하는 천진한 기대가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갔던것이다.

그러나 웬걸… 김책의 서리찬 눈길과 마주치자 고개를 들었던것을 얼른 후회했다.

《누가 동무에게 제마음대로 38도선을 넘어가라는 지시를 주었소? 송악산에서 개성까지의 시오리길을 저만이 걸을줄 안다고 생각했는가?

동무는 도대체 어른이요, 아이요? 우리 나라에선 골받이나 잘하면 다 지휘관재목인줄 아는가?》

질문으로 일관된 김책의 질책이 최현의 몸에서 식은땀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최현은 오욕감에 속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저지른 일이 있는지라 항변 한마디 못했다.

《동무는 우리 공화국북반부뿐만이 아니라 북남조선 전체 지역의 수천만인민들의 생명을 도박장에 내던지듯이 걸고 모험했소. 그건 모험도 아니요. 그건 수치이고 범죄이고 패배요. 그래 동무는 자기가 지키고 있는것이 단순한 위도선인줄 아오? 우리가 군대는 왜 창건했고 경비대는 왜 조직했소? 용광로에서 쇠물은 왜 뽑고 전야에서 곡식은 왜 가꾸며 비료며 기계며 천이며 신발이며는 왜 만든다고 생각하오?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을 결성하고 그 강령을 당의 중요정책으로 내세운것도 다 동무에겐 동족상쟁을 위해서라고 생각되였단 말인가? 38도선은 지금 그저 땅이 아니라 민족의 생사가 비낀 계선으로 되고있소. 그런데 동무에겐 사람들의 피가 물처럼 투명하게 보였단 말이요.》

《그건… 좀 너무한 표현입니다.》

최현이 듣다못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벌써 입안에서 몇번이나 조립되여 굴러다니였는지 마침내 밖으로 튀여나왔을 때에는 기진맥진한 어조였다.

《나두 그깐 송사리같은 놈들이 걸핏하면 우리 땅을 물어뜯고 동족끼리 전쟁을 하자고 달려드는걸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어 그랬던겁니다. 그래서 김석원일 요정내고 다시는 우릴 건드릴 엄두를 못 내게 하자구…》

《최현이!》

김책은 저도 모르게 책상을 치며 일어서다가 피끗 창가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여전히 그들을 등지고 밖을 내다보고계시였다. 방금전과 다른것은 더위를 참을수 없으시였던지 소매를 약간 걷어올리고 지치신듯 창턱에 두손을 짚고계시는것이다.

《동무는 일시적인 충동때문에 우리 군대와 인민에게 더 큰 희생과 상실의 고통을 들씌우려 했소. 타산할줄 알아서 지휘관이고 자제할줄 알아서 지휘관이요. 이제 보니 동무는 지휘관은커녕 경비대의 뻔뻔이견장을 달 자격도 없소.》

《타산을 안한건 아니우다.》

《뭐라구?!》

최현의 말투가 어느새 몰풍스럽게 변했다.

《난 타산을 했습니다. 송악산탈환이후 적들의 진지에서는 패전열에 들떠 일대 혼란이 조성되였습니다. 그래 적들이 대오를 정비하고 력량을 수습하기 전에 내밀어 들이치면 총소리 몇방만으로도 놈들의 방어선을 무너뜨릴수 있으리라고 타산했습니다. 또 그런 상태에서 적들이 절대로 전쟁을 하자고 달려들지 못하리라는것도 예상했습니다. 전쟁을 하자는 놈들은 첫째로는 반드시 불의성의 도움을 받군 하며 둘째로, 중요돌파지점의 2, 3제대까지 물리칠수 있는 병력과 기재를 미리 전진배치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적들은 이번에 송악산 하나만 타고앉는것만 해도 굉장한 성과라고 보고 불집을 일으켰댔습니다. 병력과 기재도 전쟁에 대응할만큼은 준비되지 못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몰렸기때문에 절대로 맞불질을 하지 못할 형편이였습니다.》

결국 전투와 불길의 소용돌이속에서도 최현의 군사적판단은 매우 객관적이고 주도세밀했던것이다. 최현은 군사적측면에서 자기의 판단과 결심채택이 옳았다는것을 이 자리에서도 완강하게 주장했다.

《네, 바로 그랬습니다. 모든것은 예견했던 그대로였습니다. 물론 모험이기는 했지만 예상했던대로 시가를 점령하면서도 우리의 손실은 크지 않았고 적들도 반격해나오지 못했습니다.》

《최현동무!》

《네?!》

하마트면 못 듣고 스칠만큼 조용하게 울린 부름이였지만 그 증폭작용이 얼마나 강했는지 귀박죽이 드렁거렸다.

부름소리는 김책에게서가 아니라 창가쪽에서 들려온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이미 창가를 등지고계시였다.

《무기를 바치시오.》

최현은 돌덩이처럼 굳어졌다. 눈에 비낀 공포와 절망의 그림자만 아니라면 심장도 숨결도 없는 여불없는 돌덩이 그대로였다.

《무기를 바치시오.》

그이께서 재촉하시였다.

장군님…》

《난 동무의 장군이 아니요. 동무는 김책동무의 말처럼 지휘관자격이 없소.》

그이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조용히 말씀하시는 그것이 최현에게는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무기를 내놓으라시는것이 그 무기로 제 골통을 박살내라는것보다 더 무서운 전률에 허덕이게 했다.

김책도 놀라운 눈길로 장군님을 바라보았다.

그이께서는 창가를 떠나 집무탁걸상에 앉으시여 앞에 놓였던 무슨 서류를 뭉그려쥐시였다. 눈같이 흰 백로지가 쭈그러드는 소리가 정적에 싸인 방안을 진감했다.

《내 말을 못 들었소?》

최현은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총집에서 무기를 꺼내였다. 알른거리는 책상우에 그것을 내려놓았을 때 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장군님도 김책도 집무실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소경이 되여가고있을뿐만아니라 심장도 꺼져가고있다는것을 느끼고있었다. 총을 꺼내 내려놓은 손바닥에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을 통하여 온몸의 피가 죄다 밖으로 새여나가는듯 했다.

《나가오!》

장군님! 용서해주십시오. …》

벼랑끝에 몰린 황소의 영각소리같은것이 터져나왔다. 영각소리는 죽음을 예고하는 처절한것이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던것이다.

《나가라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서류를 구겨쥔 손으로 책상을 내리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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