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 회)

 

55

 

뽀얀 눈보라속을 뚫고 한대의 야전차가 바다가를 옆에 낀 전선도로를 달리고있었다.

운전사옆에는 102련대에 대한 판정을 책임진 로명욱상장이 앉아있고 그 뒤자리에는 전재선군단장이 앉아있었다.

새해 첫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1월 중순이 된 오늘까지 그칠줄 모른다.

로명욱은 불과 몇메터 앞도 가려볼수 없게 차창앞에서 몰아치는 눈보라를 내다보다가 미간을 찌프렸다.

《날씨가 점점 더 기승을 부리는군!…》

전재선군단장이 이때를 기다린듯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불리한 조건에서 판정을 받고있지요. 하지만 그걸 우려하는 군인은 한명도 없습니다.

현재까지 판정해온 결과를 두고 어떻게 생각합니까?》

로명욱은 약간 고개를 기웃했다.

《2년전에 왔을 때보다는 좀 달라졌더군. 랭장고같던 군인회관도 뜨뜻하고… 모양새도 그럴듯하고… 머리를 썼다는것이 알립디다.》

전재선은 사람좋게 껄껄 웃었다.

《고작 평가한다는게 군인회관소리입니까? 난 부총참모장을 할 때 판정을 다니면서 부부장동지처럼 그렇게 야박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잘한건 잘했다, 못한건 못했다. …》

《됐소, 판정이야 나 혼자 하는게 아니지. 각 구분대에 나간 판정성원들이 있지 않소.》

서로 구면이지만 로명욱은 좀처럼 곁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그렇다. 대중운동을 맡아보는 총정치국의 해당 과와 판정부서 그리고 총참모부 국들과 후방총국에서 선발된 인원까지 포함하면 판정성원들이 수십명이나 되였던것이다. 각 대대들과 직속구분대들에까지 판정성원들이 나갔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비준해주신 판정세칙에 따라 판정은 그만큼 엄격하게 진행되고있었다.

사실 로명욱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감탄되는바는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부대정문으로 들어선 첫 순간부터 정신이 번쩍 드는듯싶었다. 지휘부청사와 직속구분대 건물들을 새로 건설했거나 개건했다는것이 알렸다. 그것도 그렇지만 병영의 곳곳에 세워진 각종 구호판들이며 직관물 그리고 오가는 군인들의 걸음새에서 벌써 부대의 정신상태를 가늠해볼수 있었다.

련대지휘부 대렬검열을 할 때 로명욱은 자기의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 지휘부군관들로부터 직속구분대 마지막병사에 이르기까지 현시기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지시, 당정책의 요구를 빠짐없이 인식하고있었다.

로명욱이 더욱 감탄한것은 련대지휘부 군관들의 무장강행군과 권총사격이였다. 강설이 계속되는 불리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련대장, 정치위원을 선두로 한 강행군대오는 지적된 산악행군로정을 따라 정확히 자기시간에 도착했고 이어 계속된 권총사격에서는 100프로 우를 쟁취하였다. 련대지휘부부터 그렇게 준비되였으니 관하 구분대들의 준비상태도 짐작이 안 가는건 아니였다. 그러나 판정의 요구는 그럴수록 더 높여야 하는것이였다.

야전차는 어느덧 해맞이초소마당에 들어섰다.

중대장의 보고를 받은 다음 로명욱은 초소병영을 둘러보았다. 산탁을 바싹 깎아내고 들여앉힌 초소건물은 겉보기에도 탐탁하고 아담해보였다.

전재선이 로명욱에게 귀띔했다.

《이 건물은 인민무력부적인 보여주기를 거쳐 지금 전군에 일반화되고있습니다.》

《나도 알고있습니다. …》

로명욱상장은 곧 중대장의 안내를 받으며 감시기를 비롯한 지휘시설이 갖추어진 근무지휘실을 거쳐 침실로 들어섰다. 화끈한 열기를 느끼며 전재선을 돌아보았다.

《한겨울에도 월내산발전소가 은을 내는게로구만!》

전재선은 짐짓 시뚝해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수력발전소란 원래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우리 군단에 선물로 안겨주신 월내산발전소는 계절을 모릅니다. 산중의 바다를 끼고있으니까요. 여기 해맞이초소만이 아닌 군단안의 모든 전연초소들이 전기화되였습니다!》

로명욱은 빙긋이 웃었다.

《참, 내가 잊었군. 동무가 작년 11월에 영웅칭호를 수여받은걸 축하해준다는게!…》

전재선은 열적게 손을 내저었다.

《그러지 마시오. 크게 한 일 없이 최고사령관동지의 믿음을 또다시 받고보니 그저 송구스러울뿐입니다!》

《원참, 겸손하기란. 미군직승기를 격추하여 미제를 세상사람들앞에 납작하게 만들었지, 월내산발전소를 건설하여 군단안의 전기문제를 완전히 풀었지, 이게 어디 작은 일입니까?》

《모든게 다 최고사령관동지 덕입니다.》

《그러고보면 군단장동문 행운을 타고났습니다. 하지만…》

로명욱은 갑자기 정색하여 말을 이었다.

《군단장동무의 얼굴을 봐서 이번 판정이 합격되리라고는 절대로 생각지 마시오. …》

전재선은 헌걸스럽게 웃었다.

《부부장동지가 어디 그럴 사람입니까? 내 아까 좀 중떠보기는 하였지만 애초에 뭘 좀 봐달라든가 하는 생각은 싹 없습니다!》

두 장령은 서로 껄껄 마주 웃으며 취사장으로 들어섰다.

취사장조리대우에는 고기, 물고기, 두부, 콩나물, 신선한 남새가 무둑히 쌓여있었다. 전기가마에서는 무엇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세차게 끓고있었다.

로명욱은 속으로는 감탄하면서도 어딘가 못미더운 눈길로 전재선을 넌지시 돌아보았다.

《판정을 받는다니 잔뜩 준비한게 아닙니까?》

전재선은 코웃음을 쳤다.

《어제 목장과 대형온실을 돌아보고도 그런 소릴 합니까? 바다를 끼고있으니 물고기는 있는거구…》

전재선은 갑자기 중대장을 돌아보았다.

《중대장, 상장동지를 부식물창고로 안내하시오!》

로명욱은 중대장을 따라 부식물창고로 갔다. 얼군 통돼지, 물고기꿰미들이 천정에 매달려있었다. 덕대우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싸리광주리마다에는 말린 미역, 말린 물고기, 각종 말린 산나물이 가득 들어있었다.

전재선은 제사 흠흠거리며 로명욱에게 말했다.

《우리가 제창 초소로 올라왔으니 말이지 중대에 있는 집짐승우리랑 온실을 먼저 돌아보았더라면 부부장동지는 아마 깜짝 놀랐을것입니다. 돼지, 닭, 토끼 같은건 제쳐놓고라도 염소만 해도 40여마리나 되지요.》

《그건 중대를 돌아볼 때 확인하면 되는거구…》

로명욱은 이어 중대갱도로 향했다. 중대장을 따라 그 어떤 타격에도 끄떡없을 갱도내부와 유사시 생활시설들을 다 돌아보고나서 그는 감시소로 오르는 교통호에 들어섰다. 이미 내린 눈을 깨끗이 쳐낸 교통호바닥에는 숫눈송이들이 소리없이 내려앉고있었다. 그 교통호를 따라 콩크리트충진을 한 각종 사격좌지며 은페부를 지나 마침내 감시소로 올랐다.

적아전연이 온통 눈속에 잠겨 그 어떤 경계선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저 멀리 우리측 351고지쪽으로 무엇인가 둥둥 떠올라가는것이 보였다. 하얀 눈천지와 뽀얀 눈보라로 하여 마치 거밋한 소형직승기가 서서히 날아오르는듯싶었다.

전재선이 옆에서 귀띔했다.

《삭도바가지입니다. 무엇을 실어올리는것 같습니다.》

로명욱은 삭도바가지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채 물었다.

《저기 351고지뿐만아니라 군단안의 모든 고지들에 대한 삭도화도 실현되였겠지요?》

《물론입니다. 월내산발전소가 있는데 무엇을 못해낼게 있겠습니까!》

로명욱상장은 그제야 자기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였음을 알아보며 저 혼자 중얼거렸다.

《허, 벌써 이렇게 시간이 되였는가!…》

전재선이 말을 건넸다.

《련대지휘부에 갔다왔다할것 없이 오늘 점심은 중대에서 합시다. 오후 중대에서 있게 될 체육판정을 부부장동지도 함께 보게 되여있지 않습니까!》

로명욱은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랬으면 좋겠소만 머리 큰 우리가 갑자기 쳐들어가면 병사들의 밥그릇이 낮아질수 있지 않습니까!…》

전재선대장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내 그래서 급식인원 두명을 더 넣어달라고 중대에 미리 련락을 했습니다. 병사들과 한식탁에 앉아 한가마밥을 먹는 맛이란 별맛이지요. 부부장동지한테야 어디 그럴 기회가 쉽게 차례지겠습니까?》

《무슨 소릴?…》

로명욱상장은 노엽게 두눈을 치떴다.

《군단장동문 내가 418련대에서 한달간 전사생활을 했다는걸 모르고있는게 아니요?》

《아차!…》

전재선대장은 그제야 생각난듯 자기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부부장동지, 이거 미안하게 되였습니다. 전사생활을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걸 제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전사생활기간에 중대한증탕신세야 못 져봤겠지요?》

《중대한증탕이라니?…》

《월내산발전소전기로 한증탕을 덥히는데 련대지휘부 한증탕보다 낫습니다. 오후판정이 끝난 다음 우리 둘이 중대한증탕에 척 앉아보잔말입니다.》

로명욱상장은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중대살림살이를 구체적으로 판정해달라는 소리같은데… 하지만 군단장동무, 내 이미 전사생활을 해보았기에 하는 소린데 418련대도 간단치 않다는걸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감시소를 내리기 시작하였다. 로명욱은 내심 흥그러워짐을 어쩔수 없었다. 우리 병사들이 전기로 한증까지 한단 말이지.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그걸 얼마나 바라시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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