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6


공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뽐프수입을 결정한 건설지휘부 일군들의 처사는 박영식을 격분시켰다.

《그 사람들이 왜 우리 공장과 합의없이 그런 결심을 내렸는지 모르겠군요.》

《무역회사 처장동지 말을 들어보니 아직 우리 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어본적이 없다는걸 알아본것 같습니다.》

《한심하군. 무슨 일을 그렇게 하는지… 좌우간 지배인동무가 정통을 찌르길 잘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쩔번 했습니까. 그 사장이라는 사람이야 정책적인 안목이 섰을테니 지배인동무의 제기를 무시하지 않을겁니다.》

《저도 그러리라고 믿습니다.》

리대철의 확신에 넘친 대답이였다.

책상우에 놓여있는 편지를 끄당겨 다시 들여다본 박영식이 감심한 어조로 말하였다.

《이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괜찮구만요. 이 사람이 아니였더라면 어쩔번 했습니까. 수십만금의 귀한 돈이 남의 주머니에 흘러들어갈번 했단 말입니다. 애국자요.》

《예. 정말 쉽지 않은 동무입니다. 그런데 그 좋은 일을 하면서 왜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급해서 그랬을가? 편지내용을 보면 우리 공장에 대하여 자상히 알고있는것 같은데… 이건 꼭 영화의 한장면 같구만요. 적후에 깊숙이 잠복한 공작원이 자기의 정체를 로출시키지 않고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영화 있지 않습니까. 거 제목이 뭐더라?》

《허허허! 그런 영화야 많지요.》

《어떻게든 찾아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는데… 그래 지배인동무는 어떻게 할 결심입니까?》

《일단 경종을 울리였으니 죽으나사나 우리 힘으로 고양정뽐프를 만들어내야지요. 나라의 존엄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인데 뭘 주저하겠습니까. 그런데 채취기계공업지도국에서는 왼새끼를 꼬는군요.》

《채취기계공업지도국에서요? 누가?!》

반문하는 박영식의 눈빛은 날카로왔다.

리대철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려관에서 하루밤 묵은 리대철은 아침일찍 채취기계공업지도국(당시)으로 갔다.

어제 공장으로 내려간줄 알았던 리대철이 다시 나타난것을 본 생산담당 차부국장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어제 간다더니 어떻게 된거요?》

《예, 갑자기 급한 일이 제기되여 토론을 하려고 다시 왔습니다.》

《급한 일이라니?》

리대철은 호기심이 동해 쳐다보는 차부국장에게 어제 저녁에 있은 일을 두서없이 말하였다.

용수철달린 장난감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던 차부국장이 갑자기 리대철의 말허리를 자르며 버럭 성을 냈다.

《여보! 지배인동무, 지금 제정신이요?》

《?!》

《동무도 알다싶이 창전거리건설은 국가적인 관심속에 진행되는 대상이요. 그런만큼 누구도 그 일에 간섭할 권리가 없단 말이요.》

자기의 의견을 긍정해주고 지지해줄줄 알았던 차부국장이 처음부터 반발하자 리대철은 그만 아연해지고말았다.

《나라의 존엄과 관련되는 중대사이기에 우리가 맡아 해결하겠다는데 그게 어떻게 간섭으로 됩니까?》

《너무 요란하게 말하지 마오. 동무의 리해와 표현대로 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사들여오는 수입품은 다 나라의 존엄을 허무는것으로 된다는건데… 이것 보오, 우리가 만들지 못하는것을 사들여오는것은 국가적인 립장에서 보면 어긋나는것이 아니요. 아무렴 건설지휘부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그런 결심을 했겠는가.》

속에서 장대가 치미는것을 가까스로 내리누르던 리대철은 그만 리성을 잃고말았다.

《나라가 젖짜는 암소입니까? 나라에 돈이 남아돌아갑니까? 부국장동지도 고양정뽐프 한대 값이 얼마인지 모르지 않겠지요. 수십대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십시오. 그 돈이면 인민생활에 이바지할 공장 하나를 더 지을겁니다. 그래 부국장동지는 당의 국산화요구를 몰라서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겁니까?》

흥분해서 손짓, 몸짓을 해가며 열변을 토하는 리대철을 어이없는 눈길로 치떠보던 차부국장이 손가락권총을 꼬나들고 엄포를 놓았다.

《여보! 주제넘게 놀지 마오. 나도 그만한건 알아. 대상설비생산만 보장하자고 해도 숨이 가쁜 동무네 공장에서 어떻게 경험도 없이 첨단급고양정뽐프를 만든다고 흰소리요, 흰소리! 이부자리보고 발을 펴라는 말이 무슨 소리인줄 아오? 승산도 없는 일을 벌려놓았다가 일이 망그러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거기에 들어가는 자재, 로력이 얼마인지 타산이나 해보았소? 싹 그만두오. 주물직장이설로 남흥과 흥남가스화, 2. 8비날론 그리고 숱한 대상설비생산을 미달해서 쩔쩔매는 형편에서 어벌뚝지 크게 뭘 만들겠다는거요.》

침방울을 튕기며 목청을 돋구는 차부국장의 가혹한 힐난은 리대철의 가슴에 용암을 끓이였다.

이제껏 조용하고 매사에 타산이 밝고 명백한 인간이라고 존경해온 차부국장이였다. 그런데…

이 순간 리대철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보았다고 생각하였다.

일군이라면 모든 사업에서 당의 의도와 요구를 생명으로 삼고 그것을 자막대기로 하여 행동하고 발언하여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 사람은 지금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고있는가.

뭐, 우리가 만들지 못하는것을 사들여오는것은 국가적립장에서 보면 어긋나는것이 아니라구? 우리가 첨단급뽐프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기때문에 안된다? 그리구 책임이 어쨌다구?

바위처럼 억센 체구를 꿋꿋이 세우고 차부국장을 마주보던 리대철은 말할 상대가 안되는듯 코웃음을 쳤다.

《책임은 부국장동지가 아니라 우리 공장 로동계급이 집니다. 그리고 대상설비생산이 늦어진데 대해서는 부국장동지보고 도와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명백한것은 우린 그 누가 뭐라고 하든 한번 선택한 길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것이니 이래라저래라 훈시질하지 말아주십시오. 섭섭합니다. 난 여태 부국장동지를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허허허! 이제부터 그 사람이 계속 깔끈거리겠군.》

박영식의 말에 리대철은 쓴웃음을 지었다.

《량심이 부끄러운데가 없는데야 무서울게 뭡니까.》

《하긴 그렇지요, 나라의 존엄을 지키는 일인데 욕을 좀 먹으면 뭐랍니까? 문제는 흔들리지 않는거지요.》

《옳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설계연구소동무들과 공장기술자들이 모여앉아 토론을 하여 설계를 선행시키자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주물직장이설을 빨리 끝내고 생산을 시작해야지요.》

《옳습니다! 수입을 막자면 빨리 우리의것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건 내 의견인데… 뽐프제작을 한다면서 대상설비생산에 지장을 주어선 안될것 같습니다. 주물직장이설로 늦어진 남흥과 흥남, 2. 8비날론 대상설비생산을 봉창하자면 기사장을 비롯한 생산지휘성원들을 현존생산에서 떼지 말고 고양정뽐프제작조를 따로 뭇는것이 어떻습니까?》

《제작조를 따로 뭇는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박영식의 의견에 리대철은 고개를 궁싯거리였다.

미처 생각을 못했던 문제였다.

고양정뽐프는 다른 일반뽐프와 달라서 많은 기술적문제와 기술력량이 필요한것만큼 력량조절을 어떻게 할것인가를 모색하던 리대철이로서는 박영식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공장에서 다른 일을 벌려놓는다는것은 바늘구멍으로 하늘소를 몰아넣겠다는것만큼이나 어려운것이였다.

전국적으로 진행되고있는 중요대상건설에 수백대의 각종 뽐프들을 보장하여야 할 공장은 어느 부문 할것없이 아름찬 과제를 안고 드달리고있었다.

그런것만큼 기사장과 부기사장, 생산과장 등 생산지도일군들은 한개 부문씩 맡아안고 치차처럼 맞물린 생산공정을 지휘하고있다.

그들을 뽐프제작에 돌리면 공장전반생산이 흔들릴수 있었다.

《동감입니다. 제작조는 설계가 완성된 후 구성하겠습니다. 물론 그전에 준비작업들은 선행시켜야지요.》

《그렇게 합시다.》

그때 밖에서 문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오시오.》

리대철의 응답에 나들문이 방싯 열리며 정향이가 방안으로 들어서며 나부시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하고 현실체험을 하려고 온 윤정향입니다.》

정향의 출현은 방안을 한결 환하게 해준듯 싶었다.

반가움어린 눈길로 정향을 유심히 쳐다보던 리대철이 탄성을 올리였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졸업생이란 말이지! 전공이 뭐요?》

《류체력학입니다.》

《류체력학! 저런…》

개천치다 금덩이를 얻은 사람모양 너무 기뻐 의자를 차고 일어선 리대철이 또 한번 환성을 올렸다.

《류체력학을 전공했단 말이지! 야! 이거 복덩이가 굴러왔습니다. 어떻습니까? 비서동지.》

무등 반가운 표정을 지은 박영식이 제꺽 응수했다.

《정말 복덩이가 굴러왔습니다. 숱한 대학졸업생들이 우리 공장에 현실체험을 왔었지만 류체력학을 전공한 전문가는 이 동무가 처음이구만요. 이건 공장이 흥할 징조요. 안 그렇습니까?》

《예, 옳습니다.》

뽐프공장이야말로 류체력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필요한 곳이다.

아직은 책상물림의 이 처녀를 전문가라고 하기는 이르지만 고양정뽐프를 만들자면 리론적으로라도 많은 도움을 받을수 있을것이다.

기분이 흥뜬 리대철이 정향의 가까이에 와서 그를 의자에 앉혀주며 물었다.

《앉소, 앉으라니까. 그래 콤퓨터수준은 어느 정도요?》

처음부터 지배인, 당비서의 관심사가 된 정향은 마음이 들뜬듯 싶었다.

얼굴에 발가우리한 웃음을 떠올린 정향은 자랑하듯 말하였다.

《대학때 전국대학생프로그람경연에서 1등을 한적이 있습니다.》

《야, 이것 봐라!》

《저런, 대단하구만! 지배인동무, 이 동무를 금방석에 모셔야겠습니다. 류체력학전공에 콤퓨터는 이거라지 않습니까.》

엄지손가락까지 내흔들며 기뻐하는 박영식을 마주보며 리대철은 맞장구를 쳤다.

《아, 그럼요.》

두 일군이 태우는 비행기에 올라앉은 정향의 얼굴에선 웃음이 바글거리였다.

지배인과 당비서가 자기 오기를 기다리고있은듯 싶었다.

마음속에 꽃이 활짝 핀 정향은 동주뽐프공장에 대하여 머리를 흔들던 어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였더라면 어쩔번 하였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보면 내가 결심을 잘했어. 시작이 좋으면 결과도 좋다는데 앞으로 내 일은 잘될거야.

흥분으로 가슴을 설레이는 정향이를 든장질하며 박영식이 말하였다.

《정향동무, 나하고 공장구경을 하지 않겠소?》

《고맙습니다.》

조심스럽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정향은 생긋이 웃으며 리대철에게 눈인사를 하고 박영식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처녀가 사라진 문가쪽을 지켜보는 리대철은 벌어진 입을 다물줄 몰랐다.

류체력학을 전공한 처녀가 공장에 온것은 당면한 고양정뽐프제작을 도우러 온것만 같이 여겨졌다.

저 처년 분명 새 뽐프제작에서 단단히 한몫 할거야.

마음이 흥그러워진 리대철의 입에서는 저절로 코노래가 흘러나왔다.


돌파하라 최첨단을

아 아리랑 아리랑 민족의 자존심높이

과학기술강국을 세우자

행복이 파도쳐온다


노래를 마친 리대철은 한팔을 높이 쳐들었다 허공을 휘저으며 배심있게 소리쳤다.

《그렇지 않구, 민족의 자존심높이 우리 공장의 본때를 보여야지.》

그때 책상우의 전화기에서 경쾌한 신호음이 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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