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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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뽐프공장과 한울타리안에 있는 뽐프설계연구소는 단층건물로서 다른 연구기관들에 비해 규모나 인원수로 보나 형편없이 작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생산하는 수백여종의 뽐프설계가 여기에서 이루어지는것으로 하여 결코 무시할수 없는 기관이였다.

연구소 부소장 김정민의 방에는 리대철과 설계연구소 설계원들이 모여있었다. 모두 심각한 표정들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인민대학습당에 자료작업을 하러 올라갔던 설계실장과 설계원들이 빈손으로 돌아왔던것이다.

인민대학습당을 뒤져보았으나 마음이 급해서인지 첨단급고양정뽐프에 대한 자료를 도무지 찾을수가 없었다. 발전된 몇개 나라의 독점물이다보니 기술자료를 일체 비밀에 붙인듯 싶었다.

리대철은 넘지 못할 산과 마주선듯 앞이 막막하였다.

참고할만 한 자료가 없는것만큼 령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했다.

뽐프의 원리는 어슷비슷하지만 일반뽐프와는 달리 150메터이상의 높이에 물을 쏘아올려야 하는것만큼 날개바퀴의 개수와 각도 등 기술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안타까왔다. 건설지휘부에 가서는 자체로 만든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시작부터 앉아뭉개게 되였으니 그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텐가.

허풍쟁이… 자기 능력도 모르고 헤덤비는 풋내기라고 비웃을것이다. 더구나 지금쯤 출장지에서 돌아왔을 사장이 래일이라도 부르면 올라가야 할텐데 그앞에서 뭐라고 말할텐가.

현재 참고할만 한 자료가 없어서 설계를 시작하지 못하고있는데 기다려달라고 하겠는가.

그때 누군가가 전전긍긍해있는 리대철의 옆구리를 찔렀다.

《지배인동무!》

놀란듯 돌아보니 부소장 김정민이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고있었다.

《공장교환에서 지배인동무를 찾누만요.》

《공장교환에서?》

송수화기를 넘겨받은 리대철이 다우쳐물었다.

《무슨 일이요?》

수화기에서 교환수처녀의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배인동지, 지도국 부국장동지가 지배인동지를 찾습니다.》

지도국 부국장이라는 소리에 리대철의 얼굴이 대번에 찡그려졌다.

전번의 일을 회계하자고 찾는걸가.

그날 결김에 간다온다 인사도 없이 문을 차고 나온것이 미안하기는 하였지만 그 정황에서는 달리는 처신할수가 없었다.

《알겠소. 이 방으로 련결하오.》

김정민과 방안의 사람들이 긴장해서 리대철을 지켜보았다.

좀 있더니 차부국장의 거드름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생산부국장이요.》

《안녕하십니까. 리대철입니다.》

《거기가 뽐프설계연구소라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영웅적인 서사시의 막을 열었다는건가?》

차부국장의 야유에 리대철은 속이 울뚝했으나 꾹 누르고 천연스럽게 웅대하였다.

《그것 참 귀맛좋은 소리입니다.》

《이보오, 지배인동무. 동무때문에 창전거리건설지휘부에서 소동이 일어났소.》

《응당 그래야지요.》

《뭐요? 이 동무가 아무 소리나 탕탕… 그들의 말에 의하면 뽐프수입은 내각의 결론을 받고 시작한것이라고 하오. 그걸 동무가 무엄하게 삿대질했단 말이요.》

위압적인 차부국장의 말에 리대철은 가슴이 후두두 뛰였다.

처음 듣는 소리였던것이다. 심중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리대철이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에는 그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서는 첨단급고양정뽐프를 만들지 못한다는걸 전제로 하고 수입안을 제기하였다고 봅니다. 그건 옳지 못한 행동입니다. 당에서 바라는것은 수입산이 아니라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로 만든 자력갱생의 뽐프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국장동지!》

배심있는 리대철의 반격에 얼른 대답을 못하고 끙끙 갑자르는듯 싶던 차부국장이 외마디소리를 하였다.

《여보! 너무 극좌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소?》

《아닙니다. 제가 하고싶었던 말을 했습니다. 그런것만큼 부국장동지도 남의 장단에 흔들리지 말고 립장을 바로해주십시오.》

《…》

반박할 말을 고르는듯 말이 없던 차부국장이 전화를 끊은듯 덜컥 하는 소리가 났다.

송수화기를 놓은 리대철의 얼굴에 신중한 빛이 스치였다.

머리속에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오락가락하였다.

도대체 차부국장이 누구의 말을 듣고 못질을 하였을가.

출장갔다던 무역회사 사장이라는 사람이 돌아와서 차부국장에게 나를 자제시키라고 압력을 가한것은 아닌지…

그럴수 없다. 적지 않은 일군이 그런 유치한짓을 하겠는가.

《지배인동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하는 누군가의 소리에 생각을 털어버린 리대철은 우선우선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오. 동무들도 방금 들었을테지? 수입병에 빠진 사람들은 우리 공장 로동계급의 힘을 믿으려고 하지 않소. 격분할 일이 아닌가. 지금 우리앞에는 두길이 있소. 제힘으로 일떠서는 강자가 되겠는가 아니면 수입병에 빠진 정신적약자들이 제 맘대로 하라고 내버려두겠는가. 난 그렇게 못하겠소. 나라와 민족의 존엄이, 우리 로동계급의 자존심이 무시되는걸… 더우기는 당정책에 어긋나고있는걸 참을수가 없단 말이요.… 참고할 자료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우린 기어이 우리식 뽐프를 만들어야 하오. 어떻소, 동무들!》

격앙된 리대철의 열변에 얼굴이 길쑴한 기술발전과장이 의자를 차고 일어섰다.

《옳습니다. 우리가 언제 당이 바라는 일을 놓고 하니, 못하니를 타산해본적이 있습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자력갱생의 기치가 있는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흥분해서 부르짖는 기술발전과장을 보는 리대철의 눈앞에는 제힘을 믿고 일떠선 공장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제국주의자들의 악랄한 제재와 경제봉쇄로 하여 수입에 의존하던 원료의 차단은 공장의 전진을 가로막은 장벽같았다.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서 요구하는 수백종의 뽐프생산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첨예한 난관앞에서 공장로동계급은 걸코 동요하거나 주저앉지 않았다.

주체사상의 조국에서 연길폭탄의 정신과 천리마시대의 서사시를 배우며 자라난 우리가 그쯤한 난관에 한숨을 내불고 주춤거리면 조선의 로동계급이 아니다.

자기 힘에 대한 확신, 제힘을 믿고 떨쳐나서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배심을 가지고 화산처럼 떨쳐일어난 로동계급의 지혜와 열정은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하루밤사이에 수입원료를 먹여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던 봉탄용선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무연괴탄이 수입원료를 밀어내고 그 못지 않게 얼싸한 열원이 되여 사람들을 경탄케 하였다.

그뿐인가, 공장자체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는 2톤용선로제작도 마음먹고 달라붙으니 별게 아니였다.

역시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은 무슨 일이든 결심하면 기어이 해내고야마는 배짱과 담력을 안겨주는 기적의 원천이였다.

《지배인동지, 걱정마십시오. 뽐프설계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항일혁명선렬들이 맨손으로 연길폭탄을 만들어 원쑤들을 족친데 비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소, 동무들?》 하는 소리에 생각에서 깨여난 리대철은 번쩍 얼굴을 쳐들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앞머리가 쭉 벗어진 설계실장 승준의 흥분한 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화답하는 설계가들의 눈에선 불길이 이글거리였다.

《합시다.》

그들을 보는 리대철의 가슴에선 불뭉치가 치밀었다.

좀전까지 무거웠던 분위기가 가뭇없이 사라진 방안에 활기가 넘쳐났다.

선비형의 김정민부소장이 설계가들을 대표하듯 장담을 하였다.

《지배인동무, 걱정놓으시오. 우리 사람들이 와짝 기운을 써서 빠른 시일안에 설계를 내놓을테니…》

《고맙습니다. 내가 뭘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까?》

이때라고 설계실장이 벌쭉거리며 능청을 부렸다.

《아, 거 있지 않습니까, 먹어야 힘난다네.》

《그렇지, 후방사업. 뭐든 요구하오. 돼지면 돼지, 오리면 오리… 내 후방책임자가 되겠소.》

《좋습니다. 한번 몸을 내봅시다.》

《하하하!》

마음이 흐뭇해진 리대철은 설계연구소를 나섰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본 리대철은 문형기중기를 옮기기 위한 준비작업이 어떻게 되여가고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원래 있던 주물직장에 가보기로 하였다.

어제 총화모임때 주물직장장이 오늘중으로 문형기중기를 옮기겠다고 하였는데 꽤 가능하겠는지.…

물론 그에 맞는 조직사업을 하였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작업장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리대철은 저앞에서 량손에 쥔 종이장에 얼굴을 박고 가재걸음을 하고있는 창근을 발견하고 얼굴을 찡그리였다.

아침에 건설직장전원을 새로 이설하는 주물직장 휴계실건설에 붙이라고 했는데 저녀석은 어디로 가는걸가.

앞에 리대철이 담벽처럼 막아서있는것도 모르고 걸어오던 창근은 무엇인가 느낀듯 고개를 쳐들다가 불에 덴듯 놀랐다.

《엉?》

그 서슬에 손에 쥐여져있던 종이장이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급해맞아 그것을 집으려고 허리를 굽히는데 종이장은 이미 리대철의 신발바닥밑에 밟혀져있었다.

그것을 집어 들여다본 리대철의 입가에 조소가 스치였다.

가구도안이였던것이다.

아마 어느 주문자가 자기의 취미와 기호에 맞게 그려보낸듯 싶었다.

《야! 내 그만큼 이따위 시시한 일을 그만두고 맡은 일에 성실하라 하지 않더냐.》

리대철의 질책을 듣는둥마는둥 창근은 비위좋게 능글거렸다.

《아, 그게 왜 시시한 일이라는거예요? 자기가 사는 집을 사회주의 맛이 나게 꾸리겠다는걸 도와주는거야 좋은 일이지요.》

리대철은 억이 막혔다.

《남들은 공장일이 바빠서 돌아가는데 그따위 사사로운걸 가지고 뛰여다니는 주제에 뭐 좋은 일이라구?》

《야, 이모부, 너무 모를 세우지 말라요. 그렇다고 내가 로동시간을 침범하는건 아니지 않나요.》

《그럼 지금 어델 가는거냐?》

《직장동무들이 수고하는데 가만있을수가 있어요? 그래 정치사업을 하자는거예요.》

《뭐, 정치사업? 네가?》

《후방사업은 정치사업이 아닌가요 뭐.》

《이 자식 정말 약이 없구나. 내 체면을 봐서라도 채심해서 일을 좀 착실히 하려무나, 응?》

《아, 내가 언제 이모부체면을 깎은적이 있어요? 그러게 날 공장에서 내보내달라고 하지 않아요, 누가 있겠다고 한것처럼 붙어잡고… 날 놔주면 이모부도 떳떳할게 아니예요.》

생주정을 하는 창근을 노려보는 리대철의 가슴속에서는 불쾌감이 죽가마끓듯 하였다.

《에이, 덜된 녀석.》

리대철의 손에서 가구도안이 발기발기 찢어졌다.

《아니, 그건 왜 찢는거예요?》

큰일난듯 기급한 소리를 내지르던 창근은 마뜩지 않은 눈길로 리대철을 흘기였다.

《오늘 저녁에 집에 오너라.》

오금박듯 하는 리대철의 말에 심사가 엿가락이 된 창근은 뚜해서 두덜거렸다.

《곤장맞으러는 가지 않겠어요.》 하더니 픽 돌아서 제 갈길을 갔다.

들놀이라도 가듯 흔들거리며 걸어가는 창근의 뒤를 어이없이 쳐다보는 리대철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새여나왔다.

자식이 부모마음 절반만 따라도 효자라고 하였는데 저녀석은 어떻게 돼먹었는지 자기 아버지 발뒤축에도 못 간다.

리대철의 동서인 창근의 아버지 정지성은 성실하고 순박한 인간이였다.

주물직장 작업반장으로 일하던 정지성은 9년전 어느날 중량물을 들어올리던 천정기중기의 고리가 벗겨지면서 기중기에 매달렸던 중량의 주형틀이 떨어지는 순간 그아래에서 일하던 로동자들을 구원하고 눈을 감았다.

정지성에 의해 구원된 사람들중에는 송화 아버지 최금석도 있었다.

그때 창근의 나이는 열일곱살이였다.

화는 쌍으로 온다고 정지성이 운명하기 한달전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나간다고 들떠있던 창근이가 철봉에서 떨어지면서 어깨뼈가 부서져 병원에 입원하였었다.

렌트겐촬영을 해보니 뼈조직이 심하게 파괴되여 회복이 된다고 하여도 군사복무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불행을 당한 아들을 두고 정지성은 못내 아쉬워하였다. 정지성은 눈을 감기 전에 혼신을 다해 리대철에게 창근이를 부탁하였다.

리대철은 정지성의 부탁대로 중학교를 졸업한 창근을 아버지의 대를 잇게 하려고 주물직장에 배치하였다.

그런데 창근은 죽어도 주물직장에서 일을 못하겠다고 뻗대였다.

리유인즉 거기서 일하게 되면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터진다는것이였다. 리대철은 그것을 어떻게 리해하여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다른 자식들같으면 부모의 최후를 자랑으로 여기고 아버지가 섰던 초소를 빛내이기 위해 애쓰겠는데 창근이 본인이 그렇게 나오니 어쩔수가 없었다. 그것은 명백히 아버지에 대한 배신으로서 매를 들어서라도 눌러앉혀야 하였지만 본인이 앙버티는 바람에 어쩌는 방법이 없었다.

하는수없이 건설직장에 배치하였다.

굳이 목공일을 하겠다기에 그 일을 맡겼더니 눈썰미가 어찌나 빠른지 불과 몇년안에 오랜 목공들도 혀를 찰 정도로 기술을 련마하여 공장적으로 손꼽히는 고급기능공으로 되였다.

섬세한 목공기술을 요구하는 연혁소개실꾸리기에서 솜씨를 보인 창근이의 이름은 어느새 공장울타리를 벗어나 시내의 일부 기업소들과 개인들에게서까지 그의 손을 빌리려고 품을 놓았다.

사방에서 창근이, 창근이 하며 불러대자 우쭐해지기 시작하였다.

사람이란 이름이 나기 시작하면 자신을 다잡고 목적의식적으로 자신을 통제하여야 한다. 자신을 다잡으면 겸손해지는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교만방자해지게 된다.

민충이 쑥대에 올라앉은듯 창근이가 바로 두번째 경우의 인간이 되였다. 마치도 자기가 똑 제일이고 힘이 있는듯이 행세하였다.

창근의 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수 없었다.

창근이가 이랬소, 저랬소 하는 쌀뜨물같은 뿌연 반영이 제기될 때마다 리대철은 그를 불러다가 설복과 교양을 하였지만 그때뿐이였다.

접수력은 얼마나 좋고 대답은 또 얼마나 성근한지 몰랐다.

그러나 돌아앉아서는 개는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식이였다. 도수가 지나친 창근의 안하무인에 분격한 리대철은 몇번 주먹을 들었다가도 자기에게 창근을 부탁하던 동서 생각, 아버지없는 자식이라고 아픈 매를 들지 못하는 마음여린 창근의 어머니 생각에 손맥을 풀군 하였다.

오늘에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신발을 바로 신기지 못한 후회가 막심하였다.

귀한 자식 매로 키우랬다고 인정사정없이 눈 질끈 감고 회초리를 들었어야 하였다.

때늦은 후회끝에 송화에게 미련을 가지고 부탁을 하였는데 그게 맘처럼 되겠는지 모르겠다.

번거로운 잡념을 털지 못한채 문형기중기를 옮길 준비를 하고있는 작업장에 이르니 로동자들이 한창 기중기 네 발통에 《신발》을 신기고있었다.

그 《신발》이란 철판을 스키모양으로 만들어 발통밑에 용접으로 때붙이는것이였다.

용접불꽃이 꽃보라처럼 날리는 작업장에는 지팽이에 의지한 최금석도 있었다.

《나오셨습니까.》

리대철의 인사에 최금석이 못내 반가와하였다.

키가 훤칠한 최금석은 전에 집에 갔을 때보다 퍼그나 기력이 넘쳐 보였다.

《어떻습니까, 될만 합니까?》

《되지 않구. 우리가 언제 마음먹어 못한 일이 있었나?》

《하긴 그렇지요.》

벌써 대형자동차가 부르릉거리며 문형기중기가까이에 꽁무니를 들이대고있었다.

용접이 끝나자 주물직장장과 두명의 로동자가 한쪽기둥에 묶은 쇠바줄을 자동차 련결고리에 비끄러맸다.

수십명의 로동자들이 기중기의 중심을 잡기 위해 네 기둥마다에 비끄러맨 바줄을 잡고있었다.

《지배인동지, 시작하랍니까?》

주물직장장의 물음에 기중기주위를 확인한 리대철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시작하오.》

자동차운전칸으로 다가간 주물직장장이 운전사에게 주의사항을 주는지 뭐라뭐라고 하더니 손에 든 붉은 기발을 높이 쳐들었다내리며 길게 호각을 불었다.

자동차가 움직이자 문형기중기에 련결된 쇠바줄이 큼직한 잉어를 문 낚시줄처럼 팽팽하게 헤워졌다.

이어 힘겨루기를 해보자는듯 떡 버티고있던 문형기중기가 움씰하더니 자동차에 끌려가기 시작하였다.

긴장해서 지켜보던 사람들속에서 환성이 터졌다.

《잘한다!》

《그놈이 새 집으로 간다니까 춤을 추는것 같구만.》

중심을 잡기 위해 바줄을 잡고있던 사람들이 한걸음한걸음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짚었다.

걱정말라는듯 점잖게 끌려가던 기중기가 이따금 풍랑을 만난 배처럼 기우뚱거렸다.

그때마다 바줄을 쥔 사람들이 큰일이라도 난듯 아우성을 치며 바줄을 당겼다 늦추었다 하며 중심을 유지하느라 애썼다.

문형기중기를 옮긴다는 소식을 뒤늦게야 들은 다른 직장사람들이 희한한 구경거리를 놓치고싶지 않은듯 떨쳐나왔는데 마치 기중기를 영접하러 나온 환영군중을 방불케 하였다.

기중기발통에 용접하여 붙인 스키모양의 철판이 콩크리트바닥에 쓸리는 소리가 아츠럽게 울리였다.

여느때 같으면 고막을 째는 스산한 그 소리에 귀를 막으련만 누구 하나 그런 사람이 없이 오히려 잘한다 잘한다 하며 흥을 돋구었다.

굼벵이 천자하듯 천천히 자동차에 끌려가던 문형기중기가 세시간만에 드디여 새 보금자리에 들어섰다.

그동안 손에 땀을 쥐고 따라서던 사람들이 마음의 탕개를 풀며 환성을 질렀다.

문형기중기까지 들여앉히고보니 이제야 주물직장이 제모습을 갖춘듯 싶었다.

리대철은 잔등에 지였던 돌짐이라도 벗어놓은듯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첫시작부터 문형기중기를 쫓아온 최금석이 벙글거렸다.

《역시 주물이 일을 제끼거던.》

수십년간 정을 들인 주물직장에 대한 긍지가 넘치는 말이였다.

《옳습니다. 주물직장으로 말하면 공장에서 생산의 첫 공정이 아닙니까. 그러니 공장의 맏이인셈이지요.》

리대철의 맞장구에 최금석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아무렴, 맏이구말구. 집안에서도 맏이가 구실을 해야 동생들도 구실을 하듯이 주물직장이 꽝꽝 돌아가야 공장 전반생산이 일떠서는게 아니겠나. 그러니 이젠 공장이 소리치며 돌아가게 되였네.》

《예, 옳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아바이가 큰일을 하셨습니다.》

《큰일이라니? 내가 뭘 한게 있나.》

《문형기중기발통에 신발을 신기자는 착상을 아바이가 하지 않았습니까.》

《무슨 소리, 내 알기엔 지배인도 그런 생각을 하고있었다던데…》

《예, 생각은 하고있었지만 자신심이 없어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있었는데 마침 아바이가 튕겨주었지요.》

《그러니 합작품인셈이구만.》

《그럴가요?!》

두사람이 마주보며 웃고있는데 주물직장장이 다가섰다.

《지배인동지, 식당으로 가십시다.》

《식당에?》

《예, 후방부지배인동지가 돼지를 잡았습니다.》

《부지배인동무가?》

《예, 오늘 우리가 수고한다면서…》

그제사 리대철은 언젠가 후방부지배인에게 주물직장이설때 후방사업을 단단히 하라고 했던 생각이 났다.

그때 롱구선수처럼 키가 큰 후방부지배인이 다 생각이 있노라며 벙글거리더니 오늘 이렇게 문형기중기를 옮기는 날을 잡아서 통이 크게 판을 벌리였다.

언제봐야 손이 큰 부지배인이다.

《직장장, 돼지값은 공짜가 아니야.》

리대철의 으름장같은 소리에 주물직장장이 가슴을 쑥 내밀었다.

《그럼요. 지배인동진 미진된 계획을 념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같은데 마음 꽝 놓으십시오. 우리 주물이 언제 빚을 진적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구. 주물은 언제한번 빚을 져본적이 없어. 쇠물을 다루는 사람들이 아닌가.》

양념을 치는 최금석의 말은 뜨겁다는 소리이다.

아닌게아니라 리대철은 주물직장이설로 하여 미진된 대상설비생산때문에 은근히 골머리를 앓고있었다.

월말이 다가오니 국에서는 매일같이 빚독촉하듯 성화인데 직장장의 말을 듣고보니 묵은 체증 떼버리듯 속이 후련해졌다.

고양정뽐프제작을 내밀자고 하여도 중요대상설비생산이 원만하여야 한다.

《고맙소, 직장장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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