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 회)


23


우뢰가 무서운 힘으로 터지고 번개가 살같이 논밭으로 뻗었다

《꽈르릉!》

시퍼런 번개불이 천지를 찢어발기였다.

또 한번 천둥이 울리자 하늘이 통채로 기울어진듯 비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비줄기에 얻어맞은 벼포기들이 하늘을 저주하듯 두덜거리였다.

태풍이 박영식의 비옷고깔을 잡아벗기였다.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박영식은 무너져내리는 하늘을 떠올리듯 억세게 버티고서서 성이 난 룡이 꿈틀거리듯 사품치며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뚝과 물면의 차이는 불과 한메터정도였다.

조금만 더 차오르면 뚝이 위험하다.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순간에 뚝을 삼키고 사태같은 물이 논밭을 타고앉을것이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다시금 하늘에서 천둥이 울고 번개불이 천지를 놀래웠다.

박영식의 입에서는 하늘을 원망하는 저주가 흘러나왔다.

망할 놈의 하늘, 이젠 그만 비를 쏟으려무나.

우리 공장 종업원들이 이 땅을 가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너도 보았을텐데 왜 그다지도 모질게 이 마음을 괴롭히느냐.

기관총련발사격하듯 하는 비줄기가 박영식을 쓰러뜨릴듯 사정없이 그의 몸을 두들겨팼다.

고막을 메우며 우뢰가 울리더니 이어 어디선가 《비서동지!》 하는 웨침소리가 날아왔다.

웬일인가 하여 소리난 곳으로 돌아서서 비살속을 살펴보니 한무리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있었다.

공장종업원들이였다.

비옷도 입지 않은 그들은 화락하게 젖어있었다.

일하던 도중 뚝이 걱정이 되여 달려나온듯 싶었다.

그들이 박영식을 에워쌌다.

《비서동지, 왜 우리와 함께 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누군가 울가망이 되여 하는 목멘 소리였다.

박영식은 코마루가 시큰해났다.

《동무들이야 생산이 바쁘지 않소.》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이 부업지일이 비서동지 혼자서 마음써야 할 일입니까. 미진된 계획이야 밤을 새워서라도 보충하면 되지만 부업지가 물에 잠기면 무엇으로 보상합니까.》

울먹울먹하는 송화의 말이였다.

《내가 잘못했소, 잘못…》

불뭉치같은것이 목구멍을 콱 메워 박영식은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구름의 품안에 있던 비가 더 세차게 기승을 부리며 쏟아졌지만 한뭉치가 된 그들을 놀래우지 못하였다.

박영식이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동무들 보기엔 어떻소, 이놈의 비가 얼마나 더 지랄발광을 할것 같소?》

《오늘이 열무날이 아닙니까?》

누군가가 혼자소리로 뇌이였다. 그 목소리의 임자는 주경세였다.

《열무날? 오늘이 며칠이더라?》

논뚝걱정에 오늘이 며칠인가를 잊었던 박영식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누군가가 오늘날자를 대주자 박영식은 셈세기를 하듯 손가락으로 날자를 꼽아보다가 환성을 터치였다.

《음력으로 계산하면 열무날이 옳구만! 허허허,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담. 됐어! 이젠 더이상 물이 불어나지 않을거야!》

흥분에 뜬 박영식이 웨치는 열무날이라는 말은 밀물과 썰물의 조수 차이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자연의 법칙을 우리 조상들이 오랜 생활체험을 통하여 만들어낸 통용어로서 대체로 장마철에 들어서는 7월 중순을 전후하여 음력으로 한무날, 두무날 하는데 그것은 밀물의 량이 커지는것을 의미한다.

가령 신력 24일이면 음력날자로 무수날(밀물이 없는 날)이라고 하며 그날부터 한무날 다음날은 두무날로 세다가 며칠후에는 열무날이라고 하는데 그날은 물이 최대로 불어난다.

그때 불어난 밀물이 강상류에서 내리쏟아지는 물과 합치여 불어난 물량이 논뚝을 위협하게 된다.

그 다음날부터 물량이 적어지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두고 날자별로 한꺾기, 두꺾기라고 한다.

그러니 박영식의 계산대로 하면 오늘부터 물이 찌기 시작하므로 마음을 놓을수 있는것이다.

《허허허! 사람이 어떤 때는 바보처럼 안할 걱정을 할 때가 있다더니 주경세동무가 튕겨주지 않았더라면 그냥 하늘을 저주할번 했군. 가만! 그런데 남서풍이 불면 밀물이 올려밀겠는데…》

《지금 바람방향을 보면 절대로 남서풍은 불지 않을것입니다.》

주경세의 장담이였다.

《경세동무가 안 분다면 안 부는거지.》

그 말에 모두 즐겁게 웃었다.

그래도 박영식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천변만화하는 자연의 조화를 어찌 믿을수 있겠는가.

그때 언제 왔는지 리대철이 그들앞에 나타났다.

그 역시 비옷도 없이 물참봉이였다.

《아니, 지배인동문 언제 왔습니까?》

《예, 지금…》

리대철이 어물쩍 넘기려는데 송화가 입바른 소리를 하였다.

《지배인동진 우리와 함께 왔습니다.》

《엉?! 그러니 지배인동무가 휘동한게로구만요.》

《휘동은 무슨… 이 동무들이 나한테 알리지도 않고 공장밖으로 우르르 뛰여가길래 부업지로 가는줄 알고 뒤쫓아왔지요.》

리대철의 말은 사실이였다.

기분이 좋아서 정향의 방을 나서던 리대철은 종업원들이 제방을 허문 홍수마냥 정문을 메우며 달려가는것을 발견하게 되였다.

어리둥절해서 무슨 일일가 생각을 더듬던 리대철은 번쩍 뇌리를 때리는것이 있었다.

장마비에 부업지가 걱정되여 달려갈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던것이다.

눈먼 송아지 워낭소리 듣고 쫓아가는 격으로 그들을 뒤쫓아가보니 아닐세라 부업지쪽으로 달려가는것이였다.

《모르겠군요, 그 말을 믿어야 할지. 하긴 주인들의 마음은 하나와 같지요.》

《비서동지! 기쁜 소식입니다. 정향이가 드디여 성공시켰습니다.》

박영식의 얼굴에 기쁨이 확 피여났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제가 정향이 방에 가서 직접 확인을 했습니다.》

《음, 정향이가 끝내 성공했구만요, 성공했어.》

비발이 점차 가늘어지기 시작하였다.

《지배인동무, 이 동무들을 데리고 먼저 들어가십시오.》

박영식의 권고에 리대철의 눈이 어웅해졌다.

《비서동지는 뭘 하시자는겁니까?》

《난 부업반동무들의 숙소에 들렸다 가겠습니다.》

《거긴 제가 좀전에 들렸댔는데 이상이 없었습니다. 비 새는것도 없고 미리 숙소주변에 물도랑도 깊이 째놓아 부엌에 물이 찰것 같지 않습니다.》

《허허허! 내가 한발 늦었구만요. 오자바람에 거기부터 들려보았어야 하는건데 뚝 걱정에만 옴하다보니 깜빡 잊었거던요. 이상이 없다니 됐습니다. 갑시다.》

리대철과 박영식이 어깨나란히 걸었다.

그뒤로 종업원들이 한덩어리가 되여 웃고 떠들며 그들을 따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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