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 회)


26


리대철과 헤여진 차부국장은 언제 나타날지 모를 기사장이나 부기사장을 무료하게 기다릴수가 없어 가공직장쪽으로 스적스적 걸음을 옮기였다.

그의 앞으로 여러명의 로동자들이 소재가 가득 실린 대형밀차를 밀고오고있었다.

한옆으로 비켜서는 차부국장의 귀에 그들이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리였다.

《좀전에 왔다갔다는 공장실태료해조라는건 무슨 소리야?》

《명선기사의 말에 의하면 수입병에 환장이 된 어른들이 우리 공장에서 고양정뽐프를 만들겠다니까 큰일이나 난것처럼 만드니 못 만드니 하며 야단법석대다가 정말로 만들수 있는가 타진해보기 위해서 왔댔다나.》

《한심한 어른들이구만. 우리가 한다면 믿는거지 무슨 말라빠진 실태료해야.》

《그런 사람들은 우리한테 와서 연길폭탄정신, 자력갱생의 정신이라는것이 무엇인지 배우라고 해.》

그들을 지나쳐보낸 차부국장은 얼굴이 뜨거워났다. 그들이 자기도 실태료해조의 한 성원이라는것을 안다면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차부국장은 그들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한게 다행스럽게 생각되였다.

가공직장현장에 들어서니 선반이며 볼반, 치절반 등 덩지가 큰 공작기계들이 보란듯이 기세찬 동음으로 차부국장을 맞이하였다.

천정기중기가 차부국장의 머리우에서 오가며 기대들곁에 가공되여 쌓여있는 각종 규격의 뽐프부분품들을 물어다가 자동차적재함에 싣고있었다. 조립직장에 보내기 위해서임을 알수 있었다.

그 어느 기대, 그 어느 기대공 할것없이 맡은 일감들을 안고 드바삐 돌아가는데 그 광경을 보느라니 좀전에 망돌에 지지눌린듯 했던 가슴이 활 열리는듯 싶었다.

부지중 자신이 이 공장의 지도단위일군이지만 생산현장과 너무도 거리가 멀게 살아왔다는 자책이 갈마들었다.

이제껏 생산을 담당한 부국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아래실정을 손금보듯 안다고 자부해왔지만 현장에 내려와 이렇듯 거창한 숨결을 호흡해본적이 몇번이였던가가 돌이켜졌다.

그전에는 공장에 내려오면 수박겉핥기식, 유람식으로 현장을 돌아보고 사무실에 들어박혀 생산수자를 따지다가 올라가는것으로 아래단위에 대한 지도사업을 대치하였었다.

그런 귀족화된 일본새에 능먹다보니 처음 지배인 리대철이 새로 건설되는 창전거리살림집들에 리용할 물뽐프와 난방용뽐프를 자체로 만들겠다고 제기했을 때 지진이라도 일어난듯 와들짝 놀라 아부재기를 친것은 아닌지.

계획에도 없는것, 더구나 만들어본 경험도 없이 뽐프를 맡아안았다가 중요대상설비생산에 지장을 주면 어쩌랴 하는 겁부터 앞선데다가 물인지 불인지를 모르고 골받이를 하는 리대철이 괘씸해서 안돼 하고 차단봉을 내렸었지. 그 감정이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의 무분별때문에 나라의 대외적권위가 훼손되고 완공된 살림집들에 입사한 주민들의 생활에 고통을 주면 지도국이 책임을 지겠는가고 하는 리석민의 말에 맹목적으로 맞장구를 치게 한것은 아닌지.

그제야 차부국장은 자신이 일군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줴버리고 넘지 말아야 할 계선에 발을 들여놓았음을 절감하였다.

방금전에 로동자들이 남기고간 말들이 머리를 휘저었다.

수입병에 환장이 된 어른들, 우리가 한다면 믿는거지 무슨 말라빠진 실태료해인가. 그런 사람들은 우리한테 와서 연길폭탄정신, 자력갱생의 정신이 무엇인지 배우라…

얼마나 심오한 뜻이 담겨진 말인가.

일군이라고 하여 사업과 생활에서 수양과 지적인 능력이 로동자들보다 앞섰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는것, 일군이라면 늘 로동계급속에 마음을 두고 그들의 창조적인 일본새를 따라배워야 한다는 심각한 교훈이였다.

가공직장을 돌아보고 나오는 차부국장을 향해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생산부기사장이 헐레벌떡거리며 뛰여왔다.

《부국장동지, 안녕하십니까?》

《아, 부기사장동무, 오래간만이요.》

공장에 내려올 때마다 자주 만나군 하여 안면을 익힌 생산부기사장은 50대 초엽으로서 현장경험이 풍부한 일군이였다.

《주물직장에 나가있는데 부국장동지한테 가보라는 지배인동지의 전화가 와서…》

늦어진 사유를 변명하는듯 한 부기사장의 얼굴에는 이상하게도 어색해하거나 바빠하는 기색이라고는 꼬물만큼도 찾아볼수 없었다.

그를 마주보는 차부국장의 입가에 어설픈 웃음이 스쳤다.

보나마나 지배인 리대철이 생산지휘에 바삐 돌아치는 이 부기사장을 나한테 보낼 때 좋지 않은 소리를 했겠지. 수입병에 환장한 사대주의자, 남의 힘에 매달리는데 버릇된 약자들의 풍에 맹종맹동하는 얼간망둥이라고…

실지 그렇게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런 말을 들어 싸지 싸.

《미안하오, 바쁜 사람을 불러대서… 가서 보던 일을 마저 보오. 나혼자서도 공장을 돌아볼수 있소.》

진중해서 하는 그의 말에 생산부기사장이 어정쩡해서 반문했다.

《아니, 그럼…》

《일없다니까. 내 그전처럼 공장에 내려오면 꼭 아래사람을 앞세워야 체면이 서는듯 하던 버릇이 있어 공연히 바쁜 사람을 오라가라 했소. 정말 미안하오.》

생산부기사장은 차부국장의 말이 도대체 리해가 안되는듯 고개를 기웃거리며 등을 떠미는대로 돌아섰다.

멀어지는 그를 보는 차부국장의 얼굴에 벙싯 웃음이 실리였다.

…거의 세시간에 걸쳐 공장의 모든 직장, 작업반들을 품놓고 돌아본 차부국장은 시간을 가늠하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넓은 하늘에 불그레한 석양을 남긴 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걸 봐선 퇴근시간이 지난듯 싶었다.

아닌게아니라 외출복들을 차려입은 처녀총각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웃고 떠들며 공장정문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리대철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지배인방으로 향하던 차부국장은 옆구리에 사업수첩을 끼고 밖으로 나오는 그와 마주쳤다.

차부국장을 본 리대철은 푸접없이 물었다.

《공장을 다 돌아보았습니까?》

《다 돌아보았소.》

차부국장이 얼굴에 환한 웃음을 실으며 명쾌하게 응대하였다.

《공장을 돌아보니 기분이 좋구만.》

그 소리에 리대철은 뜨아해졌다.

《?!》

《담배 한대 주오.》

스스럼없이 손을 내미는 차부국장을 보며 리대철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들었다.

평시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것으로 알고있는 부국장이 담배를 찾는것을 어떻게 리해해야 할지 가늠할수가 없었다.

차부국장이 리대철이 내민 담배갑에서 한가치를 뽑아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켜던 리대철은 눈이 덩실해졌다.

차부국장의 입에 담배가 거꾸로 물려있었던것이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부국장동지, 담배를 거꾸로…》

《엉?!》

그 소리에 차부국장이 황망히 손에 담배를 쥐더니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에, 그만두겠어. 허허, 이거 오늘 지배인동무한테서 망신을 하는군. 하긴 속바지까지 다 벗긴 판에 그까짓게 대수요.》

《?!》

리대철은 어리둥절해졌다.

매사에 빈틈이 없던 차부국장이였는데 오늘의 언행을 어떻게 리해하여야 하는가.

김원삼이네와 함께 올라가지 않고 공장에 떨어진걸 보아선 부국장의 권한으로 한바탕 으름장을 놓으며 욕을 할줄 알았는데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선생님앞에 나선것처럼 제 몸건사도 제대로 못하는것은 무슨 까닭일가.

왕청같이 속바지를 다 벗기웠다는것은 무슨 소리이고…

실성한 사람모양 허허 웃던 차부국장이 정색해지며 갑자기 리대철의 어깨를 툭 쳤다.

《이보라구, 지배인동무! 우리가 서로 얼굴을 익힌게 언제부터였던가?》

새삼스러운 물음에 리대철은 얼른 속구구를 해보았다.

《예, 15년이 되였습니다.》

《옳구만! 15년이 되였어. 그새 우린 손발이 맞았지. 그런데 고양정뽐프때문에 서로 고양이와 쥐처럼 되였거던. 그래 누구탓인가? 지배인탓이 아니라 내탓이지.》

푸념하듯 자신을 타매하는 차부국장의 말에 리대철은 속이 뭉클해났다. 아까 현장을 돌아볼 때 같아서는 송곳눈을 해가지고 뭔가 후벼낼듯 하더니…

《사람이 나이들면 저도 모르게 로망줄에 든다고 하더니 내 경우를 두고 하는 말같아. 이제 뭘 숨기겠나. 언젠가 건설지휘부의 한 일군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더군.…》

허심없이 자초지종을 터놓는 차부국장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보았다.

그에게 걸려온 리석민의 전화는 불쾌감이 짙게 풍기였다.

지도국에서는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가, 위대한 수령님 탄생 100돐을 맞으며 그 어느 부문 할것 없이 긴장해서 일하는 때에 동주뽐프공장에선 할 일이 없어 국가적으로 중시하는 건설에 푼수없이 머리를 들이밀고 감놔라 배놔라 훈시질을 하며 복잡하게 노는데 지도국에서 그걸 알고있는가.

그것은 리대철이 고양정뽐프를 자기네가 제작하겠다고 했을 때 불쾌한 언쟁이 있은 며칠후에 있은 일이였다.

리대철에 대한 고까운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있는 때에 걸려온 리석민의 전화는 차부국장으로 하여금 붙는 불에 기름치는 격이 되게 하였다.

참을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동주뽐프공장에서 주물직장이설로 하여 맡은 대상설비생산이 늦어져 대상건설단위들에서 독촉이 불같은 때에 그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맡아안고 돌아치는 리대철이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리대철에게 망치질을 해댔는데 이건 오히려 더 머리를 뻣뻣이 쳐들고 남의 장단에 춤을 추지 말라고 주먹질이다.

그런 가위에 리석민이 건설지휘부명의로 공장에 대한 실태료해를 하려고 하니 부국장도 함께 내려가보지 않겠는가고 건의하여왔다.

이번 기회에 리대철의 기를 꺾을 잡도리를 하고 내려왔던 차부국장은 자신이 청맹과니가 되여 리석민의 입김에 맹종맹동하게 되였음을 느끼게 되였다.

일군들이 사업에서 넘지 말아야 할 계선을 넘는 경우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 차부국장은 뒤늦게라도 자기의 립장을 지켜야겠다는 자각을 가지게 되였다.

《언젠가 동무가 날보고 뭐라고 했던가. 사람이 주견을 잃으면 존엄도 자존심도 잃은 무골충이 된다고 했지. 옳은 말이였소. 내가 무골충이였지. 왜 그 지경이 되였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건 당정책을 놓고 내가 할 일, 네가 할 일을 저울질했기때문이였지. 수입병을 없애고 자력갱생할데 대한 당정책은 집행할 사람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라는걸 잊었댔거던. 그러니 머리 허연게 번마다 지배인동무에게 귀뺨을 맞았지. 싸지 싸, 허허허 …》

곡진하게 하는 차부국장의 진정에 리대철은 감동을 느끼였다.

성실한 사람은 어느 순간에 잘못을 느끼게 되면 인차 자신을 돌이켜보고 그 잘못을 씻는다.

마치 값진 항아리아구리에 금이 간것을 발견하면 그 값이 아무리 천금이래도 산산쪼각이 나게 내던지듯이…

일단 그런 결심을 내리게 되면 자중하게 되고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차부국장이 그런 인간이였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리대철은 차부국장에 대한 존경을 되찾은것이 기뻤다.

《부국장동지, 그만하십시오. 저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격한 심정에만 사로잡히다보니 과격하게 처신했습니다.》

《허허허, 리대철이 괜찮아. 어떤 때는 직사포처럼 사정이 없어 속이 불끈거릴 때도 있지만… 하긴 그것이 없으면 리대철이 아니지.》

차부국장의 주름깊은 얼굴이 다림질을 한듯이 쫙 펴졌다.

마음이 즐거워진 두사람은 공장구내식당에서 로동자들과 함께 시원한 오이랭국에 만 강냉이국수를 먹고나서 헤여졌다.

차부국장을 바래워준 리대철은 아까부터 머리속에서 맴도는 의문을 놓고 생각을 깊이 하였다.

그것은 리석민의 태도였다.

앞에서는 호인처럼 처신하고 뒤돌아앉아서는 내가 국가적인 건설에 감놔라 배놔라 하며 훈시질을 하며 복잡하게 논다고 했다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게 과연 당정책을 받드는 일군의 태도가 옳은가.

그렇다면 그는 앞뒤가 다른 인간이라는것이 아닌가.

정말 그런 인간일가. 아니, 그럴수 없어. 여기엔 무슨 오해가 있어.

첫인상이 집요하다고 처음 리석민에 대하여 호의적인 감정을 가진 리대철은 그가 절대로 앞뒤가 다른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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