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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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인방은 고양정뽐프제작에 선발된 사람들로 북적거리였다.

대상설비생산이 긴장한것만큼 기사장, 부기사장과 과장급일군들은 그냥 생산지휘를 하게 하고 각 직장에서 한두명의 기술자, 기능공들을 뽑아 제작조를 무었다.

총책임은 리대철이 맡고 엄명선을 참모장격으로 임명하였다.

목형과 조형틀을 모두 새로 제작하여야 하는것만큼 선행공정인 목형제작을 위해 주물직장 목형공들외에 건설직장의 목공들을 인입시키기로 하였는데 그중에 창근이도 뽑히였다.

리대철은 창근의 이름밑에 밑줄을 그어놓고 생각을 깊이 해보았다.

공장의 목공들중에서 창근이가 제일 손재간이 있다는것을 인정하나 건달기가 있는 그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기가 서슴어졌던것이다.

이번 기회에 창근이녀석을 꼭 틀어쥐고 채찍질을 하면 어느 정도 채심하지 않을가.

처의 말을 들어보면 요즘 창근이와 송화가 어성버성한 사이라는데 한 말뚝에 묶어놓으면 화해가 되지 않을가.

아닌게아니라 창근이와 송화는 사무실 한구석에 등을 돌려대고 앉아있었다.

피끗 그들을 띠여본 리대철의 마음은 아릿하였다.

송화를 잃을가보아 전전긍긍해한다는 창근이가 그와 이마를 마주하고 일하면 고분고분해질것 같기도 하였다.

좋다, 한번 대담하게 믿고 창근이에게 일감을 맡겨보자.

결심을 세운 리대철이 제작조성원들을 둘러보았다.

《설계를 다 보았소?》

《다 보았습니다.》

엄명선이 제작조를 대표하듯 대답하였다.

《그래, 어떻소? 처음 해본다고 해서 겁을 먹은 사람은 없소?》

《겁을 먹다니요? 남들이 만드는데 우리라고 못하겠는가 하는 배심만 있으면 세상에 못할것이 있습니까?》

나이지숙한 목형반장이 씩 웃으며 장담하는 소리이다.

《옳소! 그런 자존심과 배짱이면 강자가 될수 있을거요. 그래 목형반장동문 목형제작을 끝내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것 같소?》

《글쎄요, 종전에 새로운 형의 뽐프를 만들 때에는 목형이 한달이상 걸렸는데… 어쨌든 최대한 당기겠습니다.》

목형반장의 두리뭉실한 소리에 엄명선이 골살을 찡그리였다.

《늦어도 20일동안에 끝내야 합니다. 목형이 선행되여야 다음공정이 따라선다는걸 명심하고 전투를 벌려야겠습니다.》

《20일이면 밥먹구 잠잘시간도 안 차례지겠군. 색시가 좋아 안하겠는걸.》

누군가의 능청에 모두 웃었다.

한쪽구석에 꾸어온 보리자루처럼 앉아있던 창근이가 눈을 뜨부럭거리며 엄명선이쪽을 흘겨보았다.

잘못 걸려들었다는 불만이랄가 어쨌든 심기가 불편하다는 심정이 그 눈길에 담겨져있었다.

리대철이 창근의 심리를 포착하고 침질을 하려고 하는데 별안간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한 녀인이 뛰여들었다.

《지배인동지!》

울음섞인 녀인의 급한 소리에 방안의 사람들의 눈길이 그에게로 쏠리였다.

공구직장 창고원이였다.

일찌기 남편을 잃고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단둘이 사는 그는 집안의 기둥이 없어서인지 활기가 없고 사람들과의 교제도 싫어하는것으로 하여 공장에 있는지 없는지 가늠하기 힘든 녀인이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무엇에 놀랜 토끼처럼 지배인방에 서슴없이 뛰여들었다는것은 비정상적이고 놀라운 일이였다.

그것도 눈물을 안은채 달려온걸 보니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듯 싶었다.

가슴이 선뜩해난 리대철이 성급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요?》

녀인이 꺽꺽 목멘 소리를 하였다.

《글쎄 시도시경영과에서 오늘중으로 집을 완성 못하면 허물어버리겠다고 합니다.》

《집을 허물다니? 그건 무슨 소리요?》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사람들이 수군거리였다.

《저런, 큰일났구만.》

《집을 왜 허문단 말이요?》

《저 동무의 집이 어디요?》

리대철은 심중해졌다.

얼마나 막급했으면 이렇게 정신없이 뛰여들었겠는가.

부지중 리대철은 창고원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쳤다.

그러니 이제껏 저 녀인과 언제한번 마주서본적이 없다는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공장에 하많은 종업원들을 이름만 알고있어도 큰거라고 위안하며 생활에 전혀 관심하지 않았다는 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리대철은 의자를 차고 일어섰다. 다른 사정도 아니고 생활의 보금자리인 집을 헐리우게 되였다는데 가만있을수가 없었다.

뒤늦게라도 녀인을 도와주고싶었다.

《당장 도시경영과로 가기요.》

헤덤비며 사무실을 나서려던 리대철은 돌아서며 제작조성원들에게 소리쳤다.

《동무들은 돌아가서 분담받은 일들을 하시오.》

창고원이 방안사람들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리대철의 뒤를 따라 사무실을 나섰다.

시인민위원회 도시경영과장을 만나 창고원의 집일을 처리하고 공장으로 돌아오는 리대철의 마음은 납덩이가 매달린듯 무거웠다.

방금전 도시경영과장이 하던 말이 귀에서 떨어질줄 몰랐다.

《물론 그 집문제는 응당 우리 도시경영과에서 맡아 해결해주어야 할 일이요. 그렇다고 일군들이 자기 종업원들의 생활에 대하여 무관심해서야 되겠소. 그 공장이야 서까래 몇대, 기와 2백~3백장을 해결못할데도 아니지 않소. 부모가 구실을 못하면 자식들이 남들앞에서 주접이 들고 자존심이 꺾이듯이 공장일군들이 자기 종업원들의 생활에 무관심하면 업신여김을 당하기가 십상이요.》

어찌보면 자기들이 할 일을 공장에 떠맡기는 말 같았지만 생각해볼 여지는 있었다.

문득 멀리 흘러간 합숙생활시절이 생각히웠다.

어느해 설날을 앞둔 저녁이였다.

최근에 온 합숙생들의 잔등에는 돌짐처럼 무거운 배낭들이 지워져있었다.

공장들에서 공급받은 물자들이였다.

고기와 기름, 당과류, 과일, 술 등을 펴놓은 방안은 식료상점매대를 방불케 하였다.

그것을 보는 리대철은 얼굴이 화로불처럼 달아올랐다.

자기는 고작해서 술 두병에 고기 1키로그람이 전부였던것이다.

바늘방석에 앉은 심정이였다.

기분들이 좋아서 자기네 공장일군들이 종업원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였는가를 자랑하는 그들을 보는 리대철은 자존심이 상하였다.

일만 일이라고 하면서 종업원들의 생활에 무관심한 공장일군들이 섭섭하였다.

그 시절의 리대철과 오늘의 창고원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도 아마 공장에 대한 애착이 없을것이다.

사실 창고원의 집문제는 복잡한것이 아니였다.

지난 3월 창고원의 집으로 갑자기 친정어머니가 짐을 싸들고 들이닥치였다.

웬일인가 해서 묻는 딸에게 일흔이 지난 어머니는 남편없이 홀로 직장일도 할래 아이도 키울래 고생많은 딸을 위해 동자질이라도 해주려고 찾아왔다는것이였다.

법동에서 홀로 사는 어머니가 늘 마음에 걸려 편지때마다 어서 와 함께 살자고 써보낼 때는 동의를 하지 않던 어머니가 이렇게 급작스레 찾아올줄은 몰랐다.

창고원은 딱하였다. 문제는 단칸방에 가구장식품까지 갖추고 살다나니 세명이 한방에서 잠도 자지 못할 형편이였다.

생각끝에 집앞 터밭자리에 자그마하게 방 한칸을 늘구려고 도시경영과의 승인을 받으려 했으나 한두번에 될 일이 아닌지라 좌우간 집부터 늘궈놓고 보기로 작정하고 달라붙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함께 짬짬이 토피를 찍어 벽체를 쌓기 시작하였는데 공장일이 바쁘다보니 마음먹은대로 진척이 되지 않았다.

이웃들에서는 공장의 도움을 받으면 제꺽 짓겠는데 아낙네가 역사질을 하는가고 하였지만 이미 부지배인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쏜 총알이 되다싶이 한 상태라 두번다시 손을 내밀고싶지 않았다.

그러던차에 시적으로 꾸리기사업이 진행되면서 창고원의 집이 백지장에 찍힌 먹물처럼 도시경영과 일군들의 눈에 걸려들게 되였다.

무너진 집처럼 보이는 집터를 본 도시경영과 사람들이 자의대로 집을 짓는다며 오늘중으로 마무리를 하지 않으면 헐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울며불며 사정을 하던 창고원은 급해맞아 지배인방으로 뛰여들었던것이다. 기껏 쌓은 벽체를 허물어버린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창고원의 집을 돌아본 리대철은 장정로력 셋이서 하루품만 들이면 마무리를 할수 있는것을 일군들의 무책임으로 하여 연약한 녀인이 남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울고불게 하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쓰리였다.

알고보니 창고원의 제기를 받은 부지배인은 공구직장장과 경리과에 전화 한통 하는것으로 《도와》주었다.

직장장은 바쁜 일이나 마무리하고 온 직장이 달라붙어 와닥닥 끝내자고 꿀발린 소리를 하고는 가시아버지 돈 떼먹듯 하였다고 한다.

경리과장 역시 집짓는 허가를 받아주겠다고 말만 했지 오늘까지 꿩 구어먹은 자리란다.

《동네사람들이 뽐프공장 일군들은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인간들인가고 욕을 할 때 할말이 없었습니다.

아래사람들은 일군들에게 생활상문제를 제기할 때 백번천번 재보고 제기합니다. 그 제기라야 집을 지어달라는것도 아니고 극히 소박한것입니다. 그때마다 묵살하는 일은 없습니다. 하자, 알았다 하고는 돌아앉아서는 머리나쁜 아이 구구표 까먹듯 하지요. 그걸 알리없는 본인들은 행여나 해결되기를 기다립니다. 하루, 이틀, 사흘… 한달이 지나도록 해결이 안되면 실망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가족측에서는 제기한 사람을 탓합니다. 도대체 공장에서 일을 어떻게 하였길래 일군들이 너를 도리깨아들 취급을 하는가고 말입니다. 결국 그 사람의 인격은 도리깨아들값이 되고말지요. 얼마나 서럽겠습니까.》

울면서 한 창고원의 말이였다. 무심히 스쳐들을수 없는 말이였다.

부지배인이나 공구직장장, 경리과장처럼 아래사람들이 제기하는 의견을 무시한탓에 산생된 오늘과 같은 일이 자기에게는 없었는가 곰곰히 생각해보던 리대철은 한달전 정양소 소장이 찾아와 돼지우리를 지을 세멘트를 해결해달라고 제기한 일이 돌이켜졌다.

그때 뭐라고 했던가. 해결해주겠다고 했던가, 후에 보자고 했던가.

기연가미연가 잘 생각나지 않았지만 해결을 못해준것만은 사실이였다.

그러니 정양소 소장이 날보고 뭐라고 하였을것인가.

나같은 일군들의 무책임성때문에 아래사람들속에서 일군들에게 제기하느니 아래사람들끼리 해결하는것이 낫다는 말이 생겨난것이 아닐가.

결국 쥐여짜면 일군들과 로동자들을 물과 기름처럼 갈라놓는 위험한 요소이다. 때문에 당에서는 늘 일군들이 아래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려보고 무엇이 걸렸는지, 무엇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가를 알아보고 제때에 풀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는가.

리대철은 공장에 돌아가면 일군들을 모여놓고 오늘의 일을 이야기해주고 교훈을 찾도록 하리라 마음먹었다.

공장구내로 들어서는데 때마침 김철에 갔던 화물자동차가 지나가다가 멈춰섰다.

운전칸문이 열리더니 운전사가 뛰여내리며 리대철에게 꾸벅 인사를 하였다.

《지배인동지! 지금 김철에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그래 실어왔소?》

기대를 안고 묻는 리대철의 물음에 운전사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벙글거리였다.

《예. 적지 않게 10톤을 실어왔습니다.》

《그래!》

리대철의 얼굴에 기쁨이 확 피여났다.

선철 10톤이면 고양정뽐프제작에 큰 도움으로 된다.

《김철 지배인아바이가 지배인동지의 편지를 보더니 나라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인데 뭘 아끼겠는가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판매과장을 불러 당장 해결해주라고 했습니다.》

《그래!》

김철 지배인의 진정이 눈물겹도록 고마왔다.

《허, 그 령감에게 어떻게 인사를 한다?》

《아닌게아니라 신세갚음소리를 했더니 세계를 딛고 올라설 뽐프만 만들면 된다나요.》

《역시 제철소지배인이 대틀이거던.》

기분이 뜬 리대철이 운전사에게 어서 가서 부리라고 손짓을 하였다.

운전사가 차에 오르자 자동차가 움씰 주물직장쪽으로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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