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회)



제 3 장


3


정치경제학강의시간이였다. 학생들은 수강준비를 하고 교수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최정택교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종이 울린지도 10분이 넘었다. 전에 없던 일이였다. 언제나 조금의 에누리도 없이 시간을 맞추어 강의를 시작하고 끝내던 최정택교수였다. 학생들이 의아한 얼굴로 마주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강좌실에 갔던 오명식이 돌아왔다.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선생님은 사정에 의해서 이번 강의를 못하겠답니다. 그러니 조용히 복습들 하시오.》

교탁앞에 멈춰선 명식은 석연치 않게 말하고나서 뜨직한 걸음으로 자기 자리에 와 앉았다.

《무슨 일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귀속말로 물으시였다. 명식은 그이를 향해 돌아앉았다.

《선생님은 얼굴색이 말이 아닌데 몸이 몹시 불편한것 같습니다. 강좌실에 다른 교원들도 있고 또 최선생님도 무척 말씀하기를 거북해하시는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캐여묻지 못했습니다.》

그이께서는 무겁게 고개를 숙이시였다. 최정택교수는 몸이 좀 불편하다고 해서 강의를 하지 않을 그런 사람이 아니였다. 쓰러지지 않는 한 교단에서 물러서지 않을 강인한 사람이였다. 그의 신상에 어떤 풍파가 들이닥칠것만 같은 예감을 진작 품고있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된것 같았다. 최정택교수는 자기 교과서의 부족점을 극복하면서 위대한 수령님의 사상리론에 기초하여 강의를 하여왔다. 수령님의 로작을 전면적으로 연구하며 진도를 맞추어 강의안을 새롭게 작성하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력적인 탐구와 연구를 거듭해야 했다. 그것은 과거의 그릇된 인식과 견해를 부정하는 사상전환의 과정인것만큼 심각한 자체투쟁을 동반하기도 했을것이다. 그는 성실하고 량심적인 교육자여서 자기 반성에 린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어쩔수없이 동요와 고민을 거치면서 새로운 진리에 도달했을것이다. 새로운 진리를 지향하는 그에게는 외부적인 저항도 컸다. 교원들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는 알수 없지만 봉국이네 집에서 송금석선생이 얼핏 비친 이야기만을 통해서도 사대주의적인 견해들이 최정택교수에게 어떤 압력을 가하고있는가를 짐작할수 있다. 게다가 가정을 잃은 고통이 의연히 그를 괴롭혔을것이다.

이날 하루강의가 전부 끝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정택교수를 찾아 교직원합숙으로 가시였다. 손기척을 하고 최정택교수의 방에 들어서신 그이께서는 문설주곁에 선채 굳어지셨다. 최정택교수는 감각이 마비되여버린듯 방안에 사람이 들어오는것도 몰랐다. 그의 얼굴에는 운명적인 타격을 받은 사람에게서만 볼수 있는 절망의 빛이 비껴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앓고있는것이 아니라 예견하셨던대로 심한 정신적충격에 모대기고있다고 판단하시였다.

《선생님!》

그이께서는 바투 다가서시며 조용히 부르시였다. 최정택은 흠칫 놀라며 머리를 들었다. 눈을 흡뜨며 굳어지더니 곧 시선을 떨구어버렸다. 이윽고 그는 저으기 진정이 된듯 입속말로 괴롭게 중얼거리였다.

《오늘 강의에 나가지 못해서 미안하오.》

《선생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 안타까이 물으시였다. 최정택은 숨을 몰아쉴뿐 한순간 말이 없었다. 치미는 그 무엇을 꿀꺽 삼키고나서야 입을 열었다.

《처한테서 편지가 왔소.》

《편지가 오다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서 급히 되물으시였다.

《오늘 재일동포들의 귀국사업을 맡아보는 일군이 일본에 있는 처가 나한테 보내는 편지를 총장한테 가져다주었더구만. 오전 10시경에 총장이 찾아서 갔더니 그 편질 내놓으면서 내 처가 후퇴시기 서울로 나갔다가 후에 일본으로 갔다지 않겠소.》

최정택은 어느덧 기운을 다 잃은듯 어깨를 축 처뜨리고 북받치는 수치감과 오열에 몸을 떨었다. 처음 총장한테서 그런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무엇인가 엄청난 오해로 사실이 외곡되여 전달되였다고 여겨졌다. 그는 총장이 내미는 편지를 빼앗듯이 받아들었다. 가장자리에 화려한 문양이 돋쳐있는 봉투에 씌여진 주소와 안해의 이름을 시야속으로 빨아들이듯이 지켜보았다. 활자로 찍어낸듯이 정바른 안해의 낯익은 필적을 참으로 오래간만에 다시 보았다. 그도 여태껏 나를 잊지 않고 이렇게 편지를 보내왔구나! 반가움과 기쁨으로 고동치는 심장이 금시 터져나갈것만 같았다. 정신이 아찔해지면서 입안에 침이 바싹 말라들었다. 혈관의 피가 세차게 설레이며 금시 안해를 포옹하는듯 한 환희가 머리속을 꽉 채웠다. 하지만 봉투를 뜯고 속지를 뽑아 단숨에 읽고났을 때 믿지 않으려고 했던 무서운 사실, 안해가 후퇴시기 월남을 했다는것이 부인할수 없는 진실이라는것을 확인했다. 안해는 준엄한 시기 용서받지 못할 길을 걸었으니 다시는 남편곁으로 돌아갈수 없는 처지가 되였노라고 고백했다. 첫 순간의 반가움을 짓눌러버리며 참을길 없는 원한이 밀물처럼 가슴에 밀려들었다. 월남자의 남편으로 자기를 의식하자 천길나락으로 떨어지는듯 한 아찔한 환각이 뒤따랐다. 머리속에서 울분의 우뢰가 울었다. 해를 거듭해온 애타는 기다림이 이런 수치스러운 진실에 부딪칠줄이야! 이를데없이 허무하기도 했다. 그래도 자신의 기대가 배신당한것은 참을수 있었다. 그런 녀자인줄 모르고 그의 행처를 알아보려고 그리도 애써오신 김정일동지의 수고를 생각하면 더구나 가슴이 찔렸다. 안해는 오래전에 그 은정을 받아들일수 없게 자신을 망쳐버렸다. 최정택은 차마 그이를 마주볼수가 없어서 머리를 깊이 숙이며 간신히 중얼거렸다.

정일동무앞에 정말 면목이 없소.》

《선생님, 너무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전 이미 부인이 후퇴시기 월남을 해서 지금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었습니다. 선생님에게 충격이 크실것 같아서 부인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본 다음에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최정택교수의 괴로운 심정이 그대로 자신의 가슴에 안겨오는것이여서 그이의 음성도 갈리시였다.

《그랬댔소? 그 귀중한 마음을 잊지 않겠소. 그러나 인제는 더 알아보지도 마오.》

최정택의 눈동자가 뿌잇하게 흐려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침 일이 이렇게 된바에는 그와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생각하시며 부인의 사진을 돌려주시였다.

안해의 사진을 받아든 최정택의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밝게 웃고있는 부인의 얼굴에 교수의 눈물방울이 점점이 떨어지며 물속에 잠기는 달처럼 형체가 이그러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교수의 얼굴에서 안해에 대한 지워버리기 어려운 애달픈 옛정과 사무치는 그리움을 엿보시였다.

《선생님, 우리 지금껏 믿어온바에는 마지막까지 믿읍시다. 난 어쩐지 지금도 선생님의 부인을 믿고싶습니다.》

정일동문 아직도 그 녀자를 믿는단 말이요? 편지에 제 입으로 조국을 배반했다는 실토를 했는데도.》

최정택은 놀라듯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믿는겁니다. 스스로 나타나서 사실을 고백했기에, 숨지 않고 자기가 살아있음을 우리한테 알려주었기에 전 믿고싶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확고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부인이 제먼저 자신을 드러내며 편지를 하여왔다는 사실이 그가 과거를 반성하고있다는것을 말해주었다. 지난날의 그의 생활로정은 알수 없으나 오늘의 그는 우리를 지지하고 사회주의조국을 동경하고있다는것이 명백했다. 그렇지 않다면 편지를 쓰지 않았을것이다.

《난 오늘 절망에 빠져 강의도 못했는데 정일동문 보지도 못한 그 녀자를 믿어주누만요, 그 녀자를…》

최정택은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었다.

《총장은 오늘 말하기를 지금이야말로 이 최정택이가 자기의 학술적견해를 놓고 심사숙고할 때라고 하였소. 맑스-레닌주의에 충실하고 계급적립장이 투철하다는것을 교육사업에서 보여주어야 한다는것이였소.》

조용히 듣고계시던 김정일동지의 안광에 예리한 빛발이 번쩍였다. 총장이 과연 그런 사람이였는가? 불행한 처지를 리용해서 학술적신념을 꺾어버리려고 하다니. 얼마나 졸렬한가.

《선생님, 부인이 보낸 편지를 읽으셨습니까?》

《읽었소. 정일동무도 한번 봐주오. 동무가 그렇게도 찾아주려고 애를 썼던 사람이 쓴것이니까.》

최정택은 책상우에 놓인 편지봉투를 집어들었다.

그이께서는 편지를 받아들고 속지를 뽑아 펼치시였다.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Google+로 보내기
evernote로 보내기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mypeople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도서련재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24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23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22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21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20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9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8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7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6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5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4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3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2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1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0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9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8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7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6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5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4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3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2회 총서 《불멸의 향도》 중에서 장편소설 《아침노을》 제1회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