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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5일

평양시간


(제 33 회)


33


건설을 담당한 내각 부총리가 부른다는 전화를 받은 리석민은 은근히 마음이 긴장해졌다.

나라의 건설전반을 맡아보는 부총리는 자주 현장에 내려와 걸린 문제를 토론해준적은 있어도 사무실로 부른적은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른것인가.

방에 들어서니 부총리는 누구에겐가 전화를 하고있었다.

《남흥과 흥남부터 세멘트를 직송해야겠소.》

전화를 마친 부총리가 리석민에게 자리를 권하며 점잖게 말하였다.

《바쁜데 불러서 안됐습니다. 한가지 불만스러운 일이 있어서 만나자고 했는데 솔직히 말해주어야 하겠습니다.》

여느때처럼 설비문제에 대하여 물을줄 알고 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가지고온 리석민은 부총리의 왕청같은 물음에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불만스러운 일이란 대체 무엇일가.

재빨리 머리를 굴려보며 가늠을 해보았으나 짚이는것이 없었다.

《난 뒤늦게야 완공된 창전거리살림집들에 리용할 뽐프문제가 복잡하게 엉켜돌아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대관절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 물음에 리석민은 속이 켕기였다.

그 말썽많은 뽐프문제로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을 몇번 만나보았지만 어떻게 하나 로출시키지 않고 자체로 처리하려고 하였는데 부총리가 어떻게 알게 되였는지 놀라왔다.

누가 그 사실을 보고하였는가. 김원삼인가 아니면 리대철인가.

사실대로 토설했다가는 일이 어떻게 번져질지 바이 짐작을 할수 없어 적당히 둘러쳤다.

《뭐 특별한건 아니고… 실은 동주뽐프공장에서 창전거리살림집들에 리용할 뽐프를 수입한다는걸 알고 자기네도 만들어보았으면 하길래 지휘부와 토의하여 수입계획을 취소하고 그들의 의견을 지지해주었습니다.》

두리뭉실하게 엮어대는 리석민의 변명에 부총리의 눈빛이 날카로와졌다.

《솔직하지 못하군요. 나한테 반영된 자료에 의하면 그 동무들은 수입을 중지할것을 요구하였다고 했는데요. 아닙니까?》

정통을 찔린 리석민은 속이 켕기여 얼굴을 붉히였다.

《예, 그런 요구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무리한 요구여서 제가 설복을 시켰습니다. 왜냐하면 그 뽐프로 말하면 기술이 발전된 나라들중에서도 몇개 나라밖에 만들지 못하는 첨단급이여서 만약 그 동무들의 요구대로 수입을 중지했다가 완공된 살림집들에 물보장을 못하는 경우 돌이킬수 없는 엄중한 후과를 초래할수 있기에…》

《옳습니다. 그건 심중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동무들을 믿었어야 했습니다.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로 첨단급이 저들의 독점물인것처럼 으시대는 외국의 기술을 누르고 나라의 존엄을 떨치겠다는 그들의 배짱이 얼마나 귀중합니까. 그걸 믿어주고 내밀어주는것이 일군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로동계급이 결심해서 못한 일이 있습니까. 더구나 당에서는 사대주의와 수입병을 뿌리뽑고 자력갱생하라고 했는데 왜 우리 힘을 믿지 않고 수입에 매달리는겁니까?》

부총리의 어조는 높지 않았으나 마디마디에 서리발이 느껴졌다.

빠질 구멍이 막힌 리석민은 이마에 내돋은 땀을 손바닥으로 문대며 기여드는 소리를 하였다.

《그 말은 옳습니다. 전 다만 첨단급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그들을 믿었다가 물보장을 못하면 어쩌랴 하는 로파심으로…》

《로파심인지 아니면 그 어떤 리해관계때문에 그랬는지는 두고보아야 할 일이고… 현재 그 문제가 어떻게 되였는지 말해보시오.》

리석민은 자기 속을 말짱히 헤집으려는 부총리가 원망스러웠다.

반정신이 나간 리석민은 한동안 궁여지책을 짜내듯 침묵을 지키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예. 그래서 대방과 계약했던 뽐프전량을 들여오지 않고 먼저 몇대를 들여다가 동주동무들이 만든 뽐프와 대비시험을 해보고 성능이 좋은걸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불만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부총리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일처리를 잘못했습니다. 물론 건설초기에 뽐프수입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우리 나라에서는 초고층아빠트에 물을 보장할수 있는 고양정뽐프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기때문에 수입해들여와야 한다는 동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였던 내 잘못이 큽니다. 그에 대하여서는 당조직에 찾아가 비판을 하겠습니다. 사장동무도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라도 동주뽐프공장 로동계급을 밀어주어 기어이 우리 식 뽐프를 성공하여야 하겠습니다. 창전거리살림집들에는 수입품이 아니라 우리의것을 놓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부총리와 담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서는 리석민의 등골로 땀이 좔좔 흘러내렸다.

딛고 선 땅이 지진에 흔들리는듯 하여 몸중심을 바로잡지 못하고 비칠거렸다.

어쩌면 자기의 운명에 피할수 없는 함정이 입을 쩍 벌리고 기다리고있는것만 같은게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힘겹게 승용차에 몸을 실은 리석민은 풍만난 사람모양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손전화기를 꺼내 윤상배를 찾았다.

《이보라구, 급히 토론할 일이 있어 그러니 당장 나한테로 오라구.… 아니아니… 사무실이 아니라 그 식당으로 오라구.》

그 식당이란 모란봉구역에 있는 어느 한 간이식당이였다.

료리솜씨가 여느 식당보다 특이하여 한두번 리용하던 식당이 이제는 리석민과 윤상배의 단골식당으로 되였다.

여느때처럼 식탁에 마주앉은 리석민과 윤상배는 한동안 말이 없이 맥주를 마시였다.

맥주애호가인 리석민은 평시라면 벌써 숨도 안 쉬고 마셨으련만 심기가 불편해난 오늘은 별로 당기지 않는지 맥주고뿌에 입을 댔다 뗐다 하였다.

속이 달아오른 윤상배는 생각같애서 맹물마시듯 벌컥벌컥 들이키고싶었지만 리석민의 그 식을 본땄다.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불만을 눅잦히듯 길게 한숨을 내쉰 리석민이 넌지시 물었다.

《그래 자네 보기엔 어떤가? 동주뽐프공장 지배인이 담보서를 가지고올것 같은가?》

자신들의 운명이 걸린 담보서를 리대철이 쉽게 내겠는가 하는 물음이였다.

거기에는 뽐프제작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달려있기에 아무리 배짱이 있다고 하는 리대철이라도 담보서만은 감히 내놓지 못할것이라는 윤상배의 말을 들으면 막혔던 속이 후련히 열릴것만 같았다.

헌데 웬걸, 윤상배의 입에서 튀여나온 말은 정반대였다.

《한번 한다고 하면 리성을 잃을 정도로 무분별한 리대철지배인은 주저하지 않을것입니다.》

귀를 항 열고있던 리석민은 실망감을 느끼였다.

《하지만 그것이 부나비처럼 되지 않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소리에 리석민은 속이 쭝깃해졌다.

《부나비라?》

《옳습니다. 그 사람이 아무리 배심있게 담보서를 제출해도 성공은 불가능하지요.》

《그 말을 믿어도 될가? 》

《믿으십시오. 첨단급이란 력사가 없이는 안됩니다. 오죽하면 기술이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나라들도 선듯 접어들지 못하겠습니까?》

확신성있게 장담하는 윤상배의 말을 듣는 리석민은 마치 동굴속에서 희미하게 새여드는 가느다란 빛을 본 심정이였다.

그 빛이 과연 동굴을 대낮처럼 밝혀줄수 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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