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 회)


34


리대철이 가지고온 담보서를 들여다보던 리석민은 책상우에 놓여있는 통신자료를 대철의 앞으로 밀어놓았다.

《이걸 좀 보오. 여기에 아주 흥미있는 자료가 실렸소.》

흥미있는 자료라기에 호기심이 동해 자료를 끄당겨 읽어보는 리대철의 입가에 어이없는 웃음이 스치였다.

거기에는 어느 한 나라에서 위성운반로케트를 쏴올리다가 실패한 소식이 실려있었다.

리석민이 왜 이걸 보라고 했는지 짐작이 갔다. 심사숙고하라는 암시일것이다. 이 사람이 일부러 이 자료를 미리 준비해놓았다가 나한테 보이는게 아닐가 하는 의문에 날자를 보니 어제것이였다.

그런것 같지는 않은데 참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이제 어떻게 나오는가 두고보자.

담보서에 맞구멍이라도 낼듯 눈길을 떼지 못하는 리석민의 머리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그네질을 하였다.

이렇게 빨리 담보서를 가지고 나타날줄은 몰랐던것이다.

담보서란 책임을 가르는 법적인 문건으로서 성공을 하면 별일이 없지만 실패하면 매 인간들의 운명에 흑점을 남기는 엄한 책벌이 적용된다.

창전거리살림집이 완공되여 이들이 한사코 고집하여 만든 뽐프가 제구실을 못하여 입사한 주민들이 물공급을 받지 못한다고 상상해보라.

그것이 한두마디의 추궁으로 끝날 일인가.

기술부족이라는 결론에 앞서 고의적인 행위라는 평가가 내려질수도 있다. 담보서에는 자기들이 제작한 뽐프의 기술적특성과 운영과정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기술적으로 담보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배인 리대철을 비롯한 제작자들의 이름이 련명으로 수표되여있었다.

맨 마감에는 공장당비서의 수표까지 있었다.

《당비서도 이런데 수표를 해야 하는가?》

넌지시 던지는 리석민의 물음에 리대철은 진중해서 응대하였다.

《사람들의 운명문제가 아닙니까?》

《그렇지, 운명문제지. 그 자료를 다 보았소?》

《예.》

《리해가 안되거던. 그 나라로 말하면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이 제일 발전했다고 큰소리를 치던 나라인데 어떻게 되여 실패를 했는지 모르겠거던.》

여담삼아 하는 말 같았지만 리석민의 속심이 빤드름히 들여다보여 리대철은 속이 좋지 않았다. 이제라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자신이 없다면 담보서를 철회하라는것인데 우리 공장 로동계급의 의지를 너무도 모르고있다는 가소로운 생각이 들었다.

리대철은 시치미를 떼고 동문서답격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에 배포된 체육신문을 보니 아시아청소년유술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 첫날 경기에서부터 맞다드는 선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4개의 금메달을 쟁취했더군요. 모두 신진선수들인데 말입니다. 나이들은 어리지만 조국의 영예를 빛내인 그들이 얼마나 대견합니까.》

태연스럽게 번지는 리대철의 말을 듣는둥마는둥하던 리석민이 입다물고있기가 멋적은듯 푸접없이 한마디 하였다.

《그것 참 대단한 소식이구만.》

더는 리대철의 마음을 흔들수 없음을 느낀듯 한 리석민이 느닷없는 한숨을 내쉬였다.

《좋소! 모든 책임을 각오한 동무들의 의지에 탄복하오.》

《고맙습니다.》

《뽐프제작은 어느 정도 진척되고있소?》

《목형을 끝냈고 본체재료도 완성하였습니다. 남은것은 부분품들을 주형해서 가공하는것입니다.》

《허, 놀라운걸.…》

리석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뽐프제작이 그렇게 빨리 진척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하였던것이다.

그것을 보면 동주에서 뽐프제작이 불가능하다고 한 윤상배의 말도 믿을것이 못되였다.

자리를 차고 일어선 리대철이 못을 박듯 또박또박 다짐을 두었다.

《우리를 믿는 이상 더 다른 요구가 없기를 바랍니다.》

《난 일구이언할줄 모르오.》

어설픈 웃음을 지어보이는 리석민의 얼굴표정은 괴롭게 이그러져있었다.

《안녕히 계십시오.》

방을 나서는 리대철을 멀거니 쳐다보는 리석민의 눈섭이 파르르 떨리였다.

어쩌다 저런 인간과 맞다들렸는지.…

여적 그 누구에게도 자기의 주장을 양보해본적이 없는 리석민이였다.

그만큼 그는 언제나 모든 일에 자신만만해하였다.

그런데 자그마한 기업소 지배인에게 코를 꿰인데다가 그 뽐프때문에 부총리방에 불리워가서 진땀을 빼고 오기 바쁘게 건설지휘부 책임일군들한테 또 한바탕 도리깨질을 당한걸 생각하면 기가 막히였다.

건설지휘부 일군들도 아마 부총리한테 단단히 추궁을 받은 모양이였다. 《다시는 동주로동계급을 우롱하지 마시오!》

강개해서 하는 지휘부책임일군의 어조는 단호하였다.

자반뒤집기를 하는 속을 달래며 송수화기를 든 리석민은 윤상배에게 방금전에 리대철과 만났던 사실을 말하고 빨리 시험용뽐프를 들여오라고 지시하였다.

전화를 받은 윤상배의 목소리는 태연하였다.

《잘하셨습니다. 그들의 성공을 지켜보아야겠군요.》

그 말이 자기를 비웃는 야유라는것을 모르지 않는 리석민은 윤상배를 탓하고싶지 않았다. 그도 자기 못지 않게 심사가 편안치 않을것이다.

《이보라구 상배,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말라구. 닭알도 굴러가다가 모로 설 때가 있다지 않나. 나도 그들이 성공하리라는것이 믿어지지 않아. 그러나 사람은 항상 만약경우라는 은페호를 파놓고 사는게 좋아.

그러지 않아도 부총리가 우릴 지켜보는데 물덤벙술덤병해서야 안되지. 자네도 내 립장에 서면 그렇게밖에는 달리 할수 없었을거야.

어쨌든 결과를 두고보자구. 욕망이 실천은 아니니까. 일단 수입을 하기로 된건 아무때건 들여오면 되는게 아닌가.》

《예. 말씀의 뜻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리석민은 가슴속에서 사품치는 불만을 삭이느라 피터지게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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