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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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창근은 속에 좀이 쓰는것 같았다.

목형이 선행되여야 조형과 주형을 하겠는데 섬세한 손로동을 요구하는 목형제작은 좀처럼 일자리가 나지 않았다.

다른 조에서는 구상화주철을 만들 개량재가 완성되였다며 빨리 목형을 완성해달라고 불같이 독촉을 하고있다.

그때문에 로동시간외에 연장작업까지 들이대니 도저히 몸뺄 시간이 없었다.

성가실 정도로 부탁한 가구를 언제 제작해주겠는가고 야단을 떠는 주문자들의 성화는 리속을 채울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아쉬움을 부채질하였다.

그보다 더 급한것은 자기를 대외건설지배인에게 소개해주겠다고 한 그 집 처의 복닥질이였다.

전번에 약속한 화장용경대때문이였다.

다른건 못하더라도 그것만은 꼭 해주어야겠는데 눈을 떠야 별을 볼게 아닌가.

밤늦게까지 연장작업을 하고 지친 몸을 끌고서 집으로 가서도 무겁게 내리감기는 졸음을 쫓으며 짬짬이 가공을 해놓았는데 몇시간만 품을 들이면 완성할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내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힘들다.

심사가 바오라기가 되여 뽐프의 날개바퀴목형을 하는 창근의 손은 더디게 움직이였다.

처음 안내몸체를 맡았을 때 한번 본때를 보이리라 야심을 품고 있는 솜씨를 깡그리 발동하여 완성했더니 목형반장을 비롯한 목공들이 역시 창근의 솜씨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비행기를 태우며 이번에는 뽐프의 심장부나 같은 날개바퀴목형을 맡겨주었다.

과잉된 열성이 말썽이 되여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는 불상신세가 되였다고 생각하니 후회가 막심하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목형은 자신이 없다고 나자빠지는건데…

날개바퀴가공은 보통 예민한것이 아니였다.

주물에 대하여서는 잘 모르기는 하지만 날개의 각도가 도면의 요구를 0. 01미리메터라도 벗어나도 뽐프의 압력에 지장을 준단다.

그때문에 웬만한 기능공이 아니고서는 해낼 엄두를 못한다.

주물직장에서 유일하게 모든 뽐프의 날개바퀴만을 가공하는 기능공이 지금 위병이 심해 료양을 간 상태여서 목형반장이 생각끝에 창근이에게 맡겼다.

믿어주는것은 고마운데 품과 시간이 곱절 드는 작업이니 언제 가구주문자들의 사정을 생각할새가 있겠는가.

싱숭생숭해진 마음을 날려보낼듯 엉치를 뗐다가 다시 쭈그리고앉은 창근은 일손을 잡았다.

에라, 아무래도 김서방이 먹을 떡인데 빨리 끝내고말자.

이걸 끝내면 어떤 구실을 대서라도 다음번 부분품은 맡지 않으리라.

윽벼르며 톱질을 하는데 손전화기에서 신호음이 울리였다.

이건 웬 전화야 하며 손전화기를 꺼내보던 창근의 얼굴에 환희가 피여났다.

창근이가 믿고있는 그 사람이였던것이다.

가슴이 금시에 바람맞은 숲처럼 설레이였다.

《안녕하십니까, 정창근입니다.》

상대방의 걸걸한 목소리가 창근의 마음을 효모빵처럼 부풀게 하였다.

《드디여 소식이 왔네. 오후에 대외건설지배인이 자네를 만나보겠다고 직접 내려오겠다누만.》

《그렇습니까?》

《내 말만 듣고는 광고가 너무 요란하다며 직접 자네 솜씨를 보겠다누만. 그 사람이 부쩍 호기심이 동한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래서 내 생각엔 자네가 만든 제품을 하나 보여주고… 그리구 실지 자네의 솜씨를 볼수 있는 뭔가 만들었으면 하는데… 그래야 지배인이 인정할수 있거던.》

잠시 생각을 더듬던 창근은 자신있게 대답하였다.

《집에 전번에 아주머니가 부탁한 화장용경대를 미처 완성하지 못했는데 그걸 마무리하는것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구만. 그런데 어디서 한다? 그렇지! 아무래도 경대를 완성하면 우리 집에 놓아야 할테니까… 우리 집으로 오라구.》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창근은 풍선처럼 붕 뜬 마음을 한동안 진정 못하고 서성거리였다.

드디여 기다리던 때가 왔는가.

대외건설지배인이 직접 내 솜씨를 보겠다고 한단 말이지.

보여줄테다. 눈이 휘딱 뒤집히게 이 정창근의 솜씨를 시위할테다.

마음이 격동된 창근의 눈앞에 자기의 솜씨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는 대외건설지배인의 모습이 환영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흥분을 가라앉힌 창근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전 10시가 다되였다.

지금 가공중인 날개바퀴는 한시간정도만 품을 들이면 완성할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집에 가서 준비를 해가지고 《시험장》 으로 간다.

그런데 어떤 구실을 대고 빠진다?

오후까지 시간을 받자면 구실이 명백해야겠는데… 동창생생일? 아니아니, 그건 통하지도 않아. 그럼 어머니 위경련? 그것도 아니야…

머리를 쥐여짜며 적당한 구실을 생각해보던 창근은 궁리가 잘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저었다.

하여튼 일부터 끝내고 보자.

도면의 수치들을 들여다보면서 잽싸게 손을 놀리며 바퀴의 날개홈을 가공하기 시작하여 예견한대로 한시간만에 완성하였다.

다시한번 도면과 완성한 목형을 대조해본 창근은 쾌재를 올리였다.

멋있어! 하긴 누구 솜씨라고.

그것을 번쩍 쳐든 창근은 안내날개를 맡아 가공작업을 하고있는 목형반장에게로 다가갔다.

머리를 짓수그리고 끌로 안내날개의 홈을 파는 목형반장은 마치 로련한 모사같았다.

온 정신을 거기에 파묻은듯 한 그를 부르기가 서슴어졌다.

세공사마냥 홈을 가공하던 목형반장은 기척을 느낀듯 고개를 쳐들다가 눈앞에 장승처럼 버티고 서있는 창근을 보고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창근은 력기선수처럼 날개바퀴목형을 쳐들고 서있었다.

《어, 이건 뭔가?》

《다 끝냈습니다.》

《벌써?》

창근이가 내려놓은 날개바퀴목형을 본 반장이 혀를 찼다.

《역시 창근인 손기가 빠르구만.》 하더니 도면과 현품을 대조해보기 시작하였다.

은행회계원 장부 따지듯 눈을 까밝히고 들여다보던 목형반장이 날개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이 날개각도가 도면과 차이나는것 같다?…》

긴장해있던 창근은 도면에 눈길을 박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럴수 없어요. 내가 몇번이나 대조해보았는데요 뭐. 보라요, 도면에 지적된 각도와 실물각도가 꼭같지 않나요.》

창근의 고집에 목형반장이 고개를 궁싯거렸다.

《내가 잘못 보았을수도 있지. 좌우간 수고했네.》

날개바퀴목형을 이미 완성한 부분품들옆에 놓은 목형반장이 도면 한장을 집어 창근에게 내밀었다.

《이번엔 이걸 하라구.》

얼결에 도면을 받아쥔 창근은 우거지상이 되였다.

《또요?》

《또라니? 자네도 알지 않나. 래일까지 목형이 끝나야 쇠물을 붓는다는걸.》

《알긴 아는데…》

맥빠진 소리를 하는 창근의 머리가 베아링처럼 회전하면서 기막힌 구실이 튕겨나왔다.

《그런데… 좀전에 옆집에서 련락이 왔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서 집에 누워있는데 빨리 오라고…》

천연스럽게 꾸며대는 창근의 거짓말에 목형반장이 오히려 제편에서 급해맞아 펄쩍 뛰였다.

《뭐라구? 그 소릴 왜 이제야 하는건가. 혈압이라는거야 오르기 시작하면 자칫하다가 뇌출혈로 번지기 십상인데… 빨리 가보라구, 빨리!》

《예, 고맙습니다.》

콩볶듯 하는 목형반장에게 떠밀린 창근은 총구를 벗어난 총알처럼 밖으로 냅다 내달렸다.

송화가 작업장에 나타난것은 이때였다.

자전거를 타고 쫓기듯 내달리는 창근의 뒤모습을 알아본 송화는 묻는듯 한 눈길로 목형반장을 쳐다보았다.

《야단났다. 창근이 어머니가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서 누웠다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는구나.》

그 소리에 송화는 가슴이 철렁하였다.

창근의 어머니가 혈압이 높다는 소릴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다니…

또 무슨 판을 벌리려고 꿍꿍이를 한게 아닐가.

창근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리려고 굳게 결심한 송화였지만 그의 어머니에게는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자기를 며느리감으로 점찍어놓고 금이야 옥이야 하는 창근이 어머니는 마음이 비단결같고 시내물처럼 맑고 깨끗한 녀인이였다.

너무도 인정이 무른 탓에 고삐풀린 망아지같은 아들을 다잡지 못하고 속을 썩인다.

그런 어머니가 불행을 당한다면… 가보아야 한다.

불행을 외면하는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숨이 턱에 닿아 창근의 집앞에 이른 송화는 먼 눈빛으로 돼지물바께쯔를 들고 나오는 창근의 어머니를 발견하고 어마지두 놀라며 그 자리에 굳어졌다.

창근에게 속히웠다는 분함이 불뭉치가 되여 가슴을 지지였다.

비렬한 인간, 아무리 리기심이 머리속에 꼴깍 찼다고 해도 어떻게 어머니까지 팔수가 있는가.

뒤뜨락으로 돌아가는 창근의 어머니를 멀거니 지켜보던 송화는 맥없이 돌아섰다.

괘씸한 생각같아서는 창근의 어머니를 만나 사실그대로 토설하고싶었지만 못난 자식때문에 속을 태우는 그 마음에 아픔을 덧싣고싶지 않았다. 가슴이 소금을 뿌려놓은듯 쓰려났다.

어쩌면 사람이…

세살난 아이도 어머니의 눈빛을 보고 자기가 게정을 부리면 어머니가 속상해한다는것을 안다고 했는데 그 동문 도대체 어머니의 가슴에 얼마만큼 재를 채워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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