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 회)


42


이튿날 공장에서는 지배인이 로동과장에게 창근을 공장에서 내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리대철이 그런 결심을 한것은 사고가 난지 한시간이 지나서였다.

사실 사람을 내보내고 받는 문제는 지배인 혼자 결심으로 할일이 아니라 당비서와 합의를 하고 결심할 문제였지만 창근의 경우에는 례외라고 생각하였다.

더구나 당비서가 도당에 회의가고 없는 때이라 사고현장에서 속이 불가마 된 리대철은 박영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릴수가 없었다.

창근이로 말하면 엄중한 사고를 저지른 장본인인데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처조카인것만큼 지배인이 그런 결심을 한데 대하여 당비서도 리해하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날 저녁 리대철은 집에 들어가서 안해로부터 청천강기슭에서 있은 이야기와 한번만 용서해줄것을 바라는 청도 들었지만 이미 내린 결단에 대하여 양보를 하지 않았다.

그때문에 이날이때껏 살아오면서 있어본적이 없는 안해와의 말다툼이 있었다.

했으나 리대철은 요지부동이였다.…

창근이가 공장에서 나가게 되였다는 소문을 들은 송화는 마음이 순편치 못하였다.

두번다시 창근과 마주서지 않기로 결심을 한 송화였지만 막상 그가 공장에서 나간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된것이 자기탓인듯 싶어 련민의 정을 금할수 없었다.

이제 그가 가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쩍하면 공장에서 나간다, 나가겠다고 하며 객기를 부릴 때 보아서는 다른데 가면 흠썩 잘될것 같던 창근이였지만 공장에서 몹쓸 놈이라고 버린 인간을 누가 품어주겠는가.

물론 한때 상업적거래로 가까와졌던 가구주문자들의 도움을 받을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의 운명에 대하여서는 책임질수가 없을것이다.

아이참, 내가 공연히 안할 걱정을 하면서 속을 썩인담.

이제야 남남이나 같은데…

모순된 감정속에서 갈팡질팡거리는 송화는 마음속 한구석에 채 털어버리지 못한 창근에 대한 정이 불씨처럼 묻혀있다는것을 의식하고 소스라쳐 놀랐다.

아, 정이란 무엇이길래 이다지도 집요한것인가.

문득 언젠가 읽은 소설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사랑으로 얻은 상처를 고치는 약은 없거니 가끔 눈물을 흘리고 원망을 할지언정 쉽게 포기하지 말라.

옥에도 티가 있고 털어 먼지 안 나는 옷이 없듯이 세상에 결함이 없는 사람이 어데 있겠는가.

진정으로 사랑하면 삐뚤어진것도 바로잡을수 있으리라.

그 말이 과연 타당한것인가.

그 소설을 쓴 작가는 사랑에 대한 어떤 체험을 했기에 그런 글을 남겼을가.

진정으로 사랑하면 삐뚤어진것도 바로잡을수 있다.

아니야, 그건 현실과 맞지 않아.

부정에 부정을 더하며 자신을 정당화해보던 송화는 자기와 창근의 사랑이 진정이였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소꿉시절, 중학교시절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진 창근이와의 관계를 과연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수 있겠는지.

거기에 아버지들의 친분관계가 쌓여있었지.

지나간 일을 소급해보며 생각을 골똘히 하던 송화는 끝내 답을 찾지 못한채 머리를 흔들었다.

그에 대한 답을 낼 사람은 아버지뿐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쳤다.

바람만난 대숲처럼 들레인 마음을 눅잦히지 못한채 작업장으로 들어서니 도당에 회의갔던 당비서 박영식이 오작난 날개바퀴주물품앞에서 뽐프제작조 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그러니까 목형을 다시 해야겠구만.》

《예.》

목형반장의 풀죽은 대답이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가?》

《최대한 당기겠습니다.》

《당겨야 하오. 벌써 11월이 돼오는데 날자가 긴박하오.》

《알겠습니다.》

《그럼 일들을 하오.》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서던 박영식이 다소곳이 인사를 하는 송화를 띄여보고 걸음을 옮기였다.

오도카니 서서 멀어지는 박영식을 쳐다보는 송화의 심중은 착잡하였다.

당비서동지는 창근동무가 공장에서 나가게 된걸 알고계실가.

마음속에서는 두 송화가 싱갱이질을 하였다.

《난 당비서동지를 만나 창근동무를 용서해달라고 할테야.》

《너 정신나가지 않았니? 짐승도 한번 빠진 구렁텅이를 에돌아간다는데 너 그 못난이때문에 속을 덜 태워서 그런 자비심을 베풀겠다는거야?》

《넘어지는 사람을 밀치지 말고 도와주랬어. 사람이 불행해진걸 보면서 외면할수야 없지 않아.》

《불행! 그 사람이 당한건 불행이 아니라 응당한 귀결이야.》

도대체 결판이 날것 같지 않은 싱갱이질을 하는 사이에 박영식은 점점 멀어지고있었다.

이제 그가 문밖으로 사라지기만 하면 창근의 운명이 끝날것만 같은 조바심에 송화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비서동지!》 하는 웨침이 터져나왔다.

챙챙한 목소리가 작업장을 흔들었다.

그 어떤 절박감을 예고하는듯 한 목소리에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놀란듯 송화쪽을 돌아보았다.

직장 출입문을 벗어나려던 박영식이 웬일인가 하여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쏜살같이 다가온 송화가 애바른 눈길로 박영식을 쳐다보았다.

무슨 막급한 일이 있어 자기를 불러세운것 같은데 말꼭지를 떼지 못하고 몸둘바를 몰라하자 박영식은 제사 속이 안달았다.

《무슨 일인지 말해야 알지.》

《저… 저…》 하며 안타까울 정도로 갑자르던 송화가 짜내는듯 한 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

《비서동지는 지배인동지가 창근동무를 공장에서 쫓아내라고 한것을 아십니까?》

박영식의 눈이 덩둘해졌다.

《창근이를 쫓아내다니? 언제…》

《어제…》

《그럴수가 있나.》

박영식은 모를 일이라는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비서동지, 창근동무를 내보내면 안됩니다. 오작난 날개바퀴는 다시 만들수 있지만 공장에서 몹쓸 사람이라고 버린 그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면 그 동무는 영영 버리고맙니다. 더구나 그 동무의 아버지를 봐서라도… 제 말이 주제넘는다면 용서해주십시오.》

힘들게 말을 마친 송화가 고개를 떨구었다.

대견한 눈길로 송화를 보는 박영식의 입이 벙싯해졌다.

이미전에 송화와 창근의 사이가 랭전상태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 박영식은 아쉬워하면서도 그들을 다시 마주세울 생각을 못했었다.

그것은 당사업 수십년에 결함있는 사람들은 많이 교양을 하였지만 청춘남녀의 사랑에 대하여서는 초학도와 같았기때문이였다.

왜냐면 사랑은 그 누구의 강요나 훈시를 좋아하지 않는다지 않는가.

《옳다, 못쓴다고 버린 물건도 돌아보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우리 공장에 남들이 못쓴다고 버린 파철도 강쇠로 만드는 용선로가 있는데 창근이를 왜 버린단 말이냐, 알겠다.》

《고맙습니다, 비서동지.》

《송화가 용커던. 내 이제 창근이녀석 단단히 버릇을 가르칠테야, 어때?》

《아이, 그거야… 옳습니다. 단단히 종아리를 쳐주십시오, 정신이 쑥 들게…》

《좋아!》 하던 박영식이 생각난듯 넌지시 한마디 했다.

《아버지가 알면 좋지 않아.》

《어마나, 비서동지두…》

활딱 얼굴을 붉히는 송화는 당비서가 나와 창근이 그리고 아버지와 창근이관계를 다 알고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활랑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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