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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5일

평양시간


(제 49 회)


49


기중기의 긴팔에 매달려 춤을 추던 고양정뽐프가 자동차적재함에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앉았다.

벌써 그곁에는 넉대의 뽐프가 점잖게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한대당 무게가 1톤이 넘다보니 더 실을수가 없었다.

시운전에서 성공하면 나머지를 옮기는것은 문제가 아니였다.

그옆에 소형뻐스가 서있었는데 시운전에 참가할 인원들이 차에 올랐다.

배웅나온 사람들에게 무슨 지시인가를 준 리대철이 뻐스안을 들여다보며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다 탔겠지?》

명선이가 불만스럽게 응대했다.

《창근동무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창근이가?》

그때 누군가가 고무공 튀여오르듯 뻐스안으로 씽 날아들었다.

창근이였다.

그 서슬에 어깨를 꼭 붙이고 앉아있던 송화와 정향이가 몸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실그러지며 외마디소리를 질러댔다.

《어마나!》

《이건 뭐예요?》

《미안하오.》

명선이가 짜증을 냈다.

《지금 몇시야?》

명선의 불만에 창근은 배가 불룩한 가방을 두드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력사적인 순간을 찍어 공장연혁실에 큼직하게 내붙이려면 촬영기가 있어야 할게 아니요. 겸사해서 우리모두의 모습을 기념으로 남기고…》

그 말에 뚜해있던 명선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났다.

《역시 창근인 궁냥이 넓거던.》

리대철이 히죽 웃으며 뻐스에서 물러섰다.

엉큼한 녀석. 리대철은 뽐프를 실을 때부터 한마디 말도 없이 근엄한 낯빛으로 지켜보고 서있는 박영식의 앞으로 다가갔다.

《비서동지, 떠나겠습니다.》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예.》

도당에 회의가 있어 함께 못 가는 박영식은 조만간에 리대철이 겪어야 할 일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 리대철이 우려한대로 리석민과 윤상배가 특성시험을 채 하지 않은 뽐프를 실어온것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시운전이 헐치 않을겁니다.》

박영식의 마음을 다 읽은듯 한 리대철이 걱정말라는듯 흔연한 웃음을 지었다.

《걱정마십시오, 각오를 했습니다.》

《그랬을테지요.》

리대철이 운전칸으로 올랐다.

발동이 걸린 자동차가 공장사람들의 바래움을 받으며 미끄러졌다.

비행장활주로처럼 곧게 뻗은 도로로 경쾌하게 달리는 소형뻐스안에선 희열에 넘쳐 웃고 떠드는 명선이네의 흐드러진 웃음소리가 그칠줄 몰랐다.

드디여 완공을 앞둔 창전거리에 들어섰다.

각이한 형태의 조형미와 립체미, 독특한 건축술을 자랑하며 일떠선 초고층살림집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였다.

그뿐인가. 한송이의 아름다운 꽃송이를 련상케 하는 인민극장과 상업봉사건물들은 또 얼마나 우아한가.

그 모든것을 촬영기에 담는 창근은 신바람이 났다.

정향이가 곁에 붙어서서 현시되는 화면들을 들여다보며 촬영각도가 잘못되였다느니, 화면을 당기라느니 하며 시끄러울 정도로 훈시질하는 바람에 창근은 꼭두각시처럼 쩔쩔 맸다.

자동차가 건설지휘부정문앞에 멈춰섰다.

평양으로 떠나기 전에 전화련계를 가진 김원삼이 정문에서 리대철이네를 기다리고있었다.

적재함으로 올라와 뽐프들을 본 김원삼이 여간만 만족해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 식의 고양정뽐프란 말이지. 멋있구만! 멋있소!》

흥분한 김원삼이 적재함에서 내려 뻐스에서 내리는 명선이네를 한사람한사람 손을 잡으며 칭찬을 하였다.

《수고했소. 수고했소.》

운전칸발판에 서서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김원삼을 보는 리대철의 마음은 후더워졌다.

부지중 그를 처음 만나던 때의 일이 돌이켜졌다.

뽐프수입을 막지 못했던 자신이 당정책을 심장으로 받아들이지 못한탓에 자기도 모르게 청맹과니가 되였다고 통절히 자책하였던 김원삼이였다. 그후 그는 뽐프제작을 도와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였던가.

후에 알고보니 김원삼은 같은 부문에 있는 사람으로서 자기들 립장에 서지 않고 뽐프공장편역을 든다고 리석민과 윤상배로부터 질시를 받았다고 한다. 하도 김원삼이 대바르고 원칙앞에서 타협을 모르는 인간이였기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더라면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뽐프들을 배치할 다섯개의 뽐프장위치를 알려주던 김원삼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듯 《가만, 그럴것없이 나하고 함께 가기요.》 하며 운전칸으로 오르려다가 리대철에게 귀뜀하였다.

《리석민사장과 윤상배동무가 단단히 볼이 부었소.》

《왜 말입니까?》

《특성시험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올려온 뽐프를 어떻게 믿겠는가 하는거지. 날보고 자기네와 토의없이 동무네를 올라오라고 한건 월권행위라며 펄펄 뛰더군, 허허허.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날보고 지라는거요. 그래 책임 못 질것도 없다고 오금을 박았지.》

《그럴만도 하지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공연한 걱정을 하는것 같군요.》 하던 리대철이 지휘부마당에서 서성거리고있는 윤상배를 발견하고 김원삼에게 의미있는 눈짓을 하였다.

리대철이 어쩌자고 그러는지 눈치챈듯 한 김원삼이 히죽이 웃었다.

《그만두오. 늦가을모기가 앵앵거려도 겨울이 오면 얼어죽는다는 말이 있지 않소. 시험에서 동무네가 성공하면 입이 열개라도 할소리가 없을거요.》

《글쎄, 그렇긴 한데… 보아하니 날 만났으면 하는것 같은데… 먼저 가십시오. 제 인차 뒤따라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오. 헌데 주먹행세는 하지 마오.》

김원삼의 롱말에 싱긋 웃어보인 리대철이 윤상배를 향해 걸어갔다.

리대철을 보는 윤상배의 표정은 쌀쌀하였다.

《왔으면 보고를 해야 할게 아닌가.》

《허, 절차가 그렇게 되였는가? 그럼 보고를 해야지.》

어이없는 웃음을 지은 리대철이 윤상배의 뒤를 따라 리석민의 방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커피잔을 기울이던 리석민이 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십니까.》

푸접없이 인사를 하는 리대철을 보는 리석민의 얼굴표정에는 편안치 않은 심기가 그대로 내비쳐져있었다.

《뽐프를 실어왔겠소?》

《그렇습니다.》

《김원삼동무한테서 듣자니 특성시험이 제대로 안됐다면서?》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못했습니다.》

《부득이한 사정이라…》

이때 윤상배가 낯색이 새파래서 께끼였다.

《여보! 지배인동무,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특성시험도 거치지 않은걸 어떻게 설치한단 말이요?》

고막을 째는듯 한 비린청에 리대철이 흥소하였다.

《누굴 귀머거리로 아는게 아니요? 우린 우리의 창조물을 자기의 살붙이처럼 여기오. 그러니 무슨 사고니, 책임이니 하는 소린 하지도 마시오.》

할말을 잃은듯 한 윤상배가 지원포를 바라듯 리석민을 쳐다보았다.

듣기에도 불쾌한듯 잔뜩 우거지상을 하고있던 리석민이 이죽거렸다.

《담통이 여간 아니군. 여보! 푼수없이 누굴 훈시질하느라 하지 말고 도로 싣고 내려가오. 여기엔 국가검정을 받지 않은 뽐프를 설치할 자리가 없소.》

우뚝 버티고선 리대철은 속에서 활활 불이 일었으나 가까스로 참으며 내쏘았다.

《이런 말이 있지요, 제 눈으로 보기 전에는 함부로 속단하지 말라. 우린 이미 담보서를 낸것만큼 시운전을 하기 전에는 누구도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습니다. 모든 책임은 우리가 지게 되여있으니까요.》

《하하하!》

어깨를 들썩이며 앙천대소한 리석민이 웃음을 거두고 얼음장처럼 싸늘한 눈길로 리대철을 흘기였다.

《내 언제부터 말했지, 창전거리건설의 중요성을… 그런데 그런 뽐프를 가지고와서 건방지게 누굴 훈시질이야? 이제껏 하자는대로 아량을 보였더니 오만방자하게 뭐가 어쩌구어쨌다구?》

리대철은 경악하였다.

언제부터 리석민이 이중적인 인간이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졌댔는데 그의 조폭하고 야비한 말을 듣고보니 피가 꺼꾸로 솟구쳤다.

부지중 리석민과 교제하면서 있었던 일들이 돌이켜졌다.

뽐프수입을 중지하겠다며 공장에서의 제작을 위임하였을 때 그의 용단에 나는 얼마나 감동되였댔던가.

당정책집행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바로선 인간, 사업에서 강단이 있는 일군이라고 존경을 하였었지. 그리고 또…

윤상배가 공장에서의 뽐프제작을 사사모사로 방해하면서 기어이 수입을 강행하려고 할 때에도 용케도 자신의 립장을 지킨다고 했었고…

그런데 오늘 이 순간 이 사람의 언행은 한갖 기만이였음이 적라라하게 드러났다.

리대철은 무대에 나선 배우가 연기를 진실하게 하면 관중이 생활을 보듯 심취되는것처럼 리석민의 멋진 연기에 감동되였던 자신이 청맹과니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는 속에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뒤돌아 앉아서는 제할짓을 하는줄은 모르고 괜찮은 일군이라고 환상을 가졌댔으니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가.

처음부터 그의 본색을 가려보지 못한것이 분하였다.

《아량이라구요? 우린 그 누구의 아량에 의하여 뽐프를 만든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길은 나라의 존엄을 파는짓이라는것을 명심하고 절대로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말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자력갱생할데 대한 당정책을 지키기 위하여 만들었습니다. 그때문에 우리는 떳떳합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말할것도 없고… 그에 대하여 까박을 붙이는것은 참지 못하겠습니다.》

의연히 노호하는 돌풍같은 리대철의 반격에 리석민은 화석처럼 굳어졌다. 자신이 실언하였음을 느낀듯 싶었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당해보지 못한 강타였다.

할말을 찾지 못하는 리석민의 이지러진 얼굴에 경련이 푸들거렸다.

만신창이 된 체면을 유지해보려고 모지름을 쓰는 그의 표정은 사냥군의 총에 상처를 입은 짐승이 상대를 덮칠 기회를 노리는것 같았다.

연기를 마신 고양이상을 하고 리대철을 흡떠보던 윤상배가 참지 못하겠던지 궁지에 빠진 리석민을 두둔하여 발톱을 쳐들었다.

《여보! 신중치 못하게 그건 무슨 망발이요? 마치 여기에 반당분자라도 있는것처럼…》

활화산처럼 불길이 이글거리는 리대철의 눈길이 윤상배를 덮치였다.

《당신은 내가 왜 격분했는지 알기나 하고 가을뻐꾸기같은 소리를 하는가? 당정책을 흥정한데 대한 격분은 더 말할것도 없고 나라와 민족의 존엄을 눅거리상품처럼 팔아먹지 못해 몸살을 떠는 당신같은 인간이 역겨워서 그러는거요.》

《뭐, 뭐라구?!》

벼락과도 같은 타격에 윤상배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당신들은 우리 조국의 존엄이 무엇인줄 아는가.

위대한 수령님께서 항일대전과 조국해방전쟁의 피바다, 불바다속에서 한몸바쳐 지켜주시고 우리 장군님께서 조국이 전쟁보다 더 처절한 시련을 겪을 때 선군의 기치로 지켜주신 애국유산이 바로 조국의 존엄이야. 그렇듯 위대하고 성스러운것을 당신들은 무엇으로 흥정하려고 했는가. CNC가 어떻게 태여났는지 아는가? 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고난의 시기 적으나 귀한 돈을 놓으시고 우리 장군님 흘리신 피눈물을… 아는가!》

잠간 말을 끊은 리대철의 온몸이 오한만난 사람모양 부들부들 떨리였다. 두눈에선 불길이 펄펄 일었다.

《숨죽은 공장과 마을을 두고, 나라와 인민의 생사운명을 두고 가슴속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가슴아픔을 이겨내신 장군님의 심중을 당신들이 아는가? 한쪼박의 량심이라도 있다면 어디 대답해보라!

당신들이 기어이 강행하려고 몸부림치는 뽐프수입에 들어가는 그 수십만금과 같은 귀한 자금들이 CNC에 바치신 그날의 장군님의 수중에 있었다면 그런 가슴터지는 아픔을 당하시지 않으셨을거요. 그런데 뭐가 어쩌구어째?》

온몸이 불덩이가 된듯 싶은 리대철의 틀어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였다.

갑자기 리대철의 눈앞이 뿌잇해지며 꿈속에서 뵈왔던 위대한 장군님의 모습이 안겨왔다.

그날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물날은 야전솜옷을 입고계시였다.

우리 인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아물지 않을 아픔을 남긴 야전솜옷! 제재와 고립, 핵구름으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키려고 미친듯이 발악하는 원쑤들을 선군의 총대로 물리치시며 어느 하루 편한 날 없이 선군장정의 길을 걷고걸으신 위대한 장군님!

그 길에서 맞고맞으신 비바람, 눈바람에 낡아진 야전복을 보며 인민들이 너무 가슴이 아파 새옷을 드릴 때마다 인민들이 잘살고 새옷을 입을 때 자신께서도 새옷을 입으시겠다고 하시던 우리 장군님.

그날을 위해 우리 장군님 줴기밥과 쪽잠으로 천신만고의 강행군을 하고계실 때 이 사람들은 금과 옥에 환장이 되여 돌아쳤다고 생각하니 끓어오르는 의분을 참을수가 없었다.

와락 달려들어 목덜미를 잡고 이렇게 말하고싶었다.

불민했던 자식도 부모를 잃으면 잘못 살아온 지난날을 뉘우치고 늦게나마 철이 든다고 했다!

운명의 명줄을 잇고 살던 위대한 장군님을 잃고 이 나라 수천만 자식들이 장군님을 잘 모시지 못한 죄책으로 가슴을 쥐여뜯으며 분발하고있는데 당신들은 인간이냐, 목석이냐? 도대체 얼마나 챙기자고 그런 어망처망하고 무엄한짓도 서슴지 않았느냐?

하늘이 무섭지 않았느냐, 인민이 무섭지 않더냐?

섬광이 번쩍번쩍하는 리대철의 기상에 어깨가 쭈그러진 윤상배가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바지괴춤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끄집어냈다. 몇번이나 라이터를 주무르다가 끝내 불을 붙이지 못한 윤상배의 손에서 담배가치가 두동강이 났다.

소태씹은 상을 하고있던 리석민이 속에서 요동질하는 불쾌감을 뿜어올리였다.

《…난 동무처럼 웅변술이 없어 반박은 하지 않겠는데 시운전의 결과를 놓고 다시 마주서보기요. 그땐 말이 필요없지. 높이 올랐다가 떨어지면 더 아프다고 했던가.》

《높이 쳐들었던 주먹에 맞으면 더 아프지요.》 하고 면박을 준 리대철은 바람에 밀리듯 밖으로 나갔다.

이어 꽝ㅡ 문닫기는 소리가 두사람의 고막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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