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회)


52


뽐프시운전을 성공한 기쁨에 한껏 취한 제작조성원들은 며칠째 평양견학의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리대철은 첫날 옥류관에서 식사를 한 후 공장으로 내려갔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에서 영웅처럼 떠받들리우며 귀빈대우를 받았다.

땅바닥에 발디딜새없이 승용차와 소형뻐스들이 그들을 태우고 만경대와 대성산으로 질주하였고 청류관과 련못관 등 식당들에서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기다리였다.

웃고 떠들며 환희에 잠긴 제작조성원들중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창근이였다.

그 모든것을 촬영기에 담자니 언제 눈코뜰새가 없었다.

촬영기를 어깨에 걸치고 인상적인 장면들을 찍느라 바삐 돌아치는 창근의 모습은 마치 전문촬영가 같았다.

허나 기름진 화면을 담기 위해 애쓰는 그에게 제일 안타까운것은 매번 정향이때문에 반복수정을 해야 하는것이였다.

모두 얼굴들이 환해있는데 정향이만이 두드러지게 울상이 되였으니 말이다.

웃으라, 웃으라 목청을 돋구며 소리치기도 하고 일부러 웃기기 위해 걸죽한 롱담도 던져보았으나 허사였다.

송화와 명선이도 끝내 정향을 설복시킬수가 없었다.

그래 창근은 아예 정향을 화면에서 뽑아버리고말았다.

사람에게 있어서 제일 고통스러운것은 남들이 웃을 때 웃지 못하는것이였다.

정향에게는 평양에서의 하루하루가 고문과도 같은 지겨운 순간순간이였다.

그것은 아버지때문이였다.

아버지가 직접 사들여왔다는 뽐프의 파렬을 직접 제 눈으로 목격한 정향은 아버지의 운명도 깨여지고말았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히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없었다.

죄는 지은데로 간다고 나라와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을 팔아먹은 아버지앞에 남은것은 준엄한 법적인 판결뿐이였다.

그러면 우리 집은… 하긴 둥지가 뒤집혀졌는데 알인들 성하겠는가.

이 사실을 어머니가 안다면…

밤새 어머니에게 알려야 할지 말지 골백번 생각을 굴리던 정향은 드디여 결심을 내리고 집으로 향하였다.

사형선고와도 같은 아버지의 소식을 어머니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그래도 알려야 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씻을념 않고 허청허청 걸음을 내짚는 정향을 길가던 사람들이 뜨아해서 쳐다보았다.

정향은 사람들이 자기 아버지의 행위에 대하여 다 알고있는것만 같아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얼굴의 살이 푹 깎인데다가 고역이라도 치른듯 생기라고는 한점도 찾아볼수 없는 휘주근한 딸의 정상을 본 선월은 그 어떤 불길한 예감에 가슴이 후두두 뛰였다.

《아니, 정향아, 너 이게 무슨 꼴이냐. 무슨 일이 있었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진듯 한 정향이가 선월의 품에 파고들며 어린애마냥 왕ㅡ 울음을 터뜨리였다.

《엄마!》

정향을 꼭 그러안은 선월은 더 묻지 않고도 딸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가늠할수 있었다.

아니아니하면서도 설마하였던 남편의 일이 끝내 터지고말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여지는것만 같았다.

한동안 섧게 흐느끼던 정향이가 얼굴을 들며 울먹이였다.

《어머니,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아버지가… 아버지가…》

선월은 억이 막혀 그 자리에 폴싹 주저앉았다.

그의 량볼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눈앞이 캄캄하였다.

남편에 대한 원망에 앞서 자기가 남편을 다잡아주지 못한 자책이 가슴을 허비였다. 정신이 흐리마리해졌다.

어머니가 받아안은 충격을 이겨내지 못할가봐 겁이 난 정향은 무릎을 꺾고앉으며 두손을 꼭 감아쥐였다.

《엄마, 마음을 굳게 먹어. 제발… 제발 맥을 놓지 말아. 아버지가 과오를 씻으려면 엄마가 맥을 놓아선 안돼. 내 말 들어요?》

실성한 사람모양 멍해있는 선월에게 딸의 목소리가 우뢰소리처럼 들리였다.

정기없는 눈으로 딸을 쳐다보는 선월의 입에서 맥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집의 행복을 다시 찾을수 있을가?》

정향은 당황해졌다. 갑자기 오한이라도 만난듯 몸이 떨리였다.

마음속에 품고있던 의문을 지금 어머니가 자기에게 묻고있다.

정말 우리 집의 행복을 다시 찾을수 있을가.

대답을 기다리듯 빤히 쳐다보는 어머니의 애절한 눈길을 마주보는 정향은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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