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6 장


7


오빈우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방안에 들어서는 고고학연구소장 도성호원사를 반가이 맞이하였다. 도성호는 환갑이 훨씬 넘은 로학자였다. 두사람은 함께 일한 일도 없었고 전공학문도 달랐지만 피차 학계와 리론계에 널리 알려져있었던탓으로 전부터 면분이 있었다.

《도선생이 어떻게 우리 대학엘 다 오셨습니까? 참 오래간만입니다.》

《구석기시대유적발굴문제와 관련해서 좀 의논할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도성호는 머리를 가볍게 숙여보이며 인사말을 하였다.

《그렇다면 마침 잘 오셨습니다.》

오빈우는 그를 벽에 붙여놓은 가죽쏘파로 안내했다. 진작 구석기문제를 두고 고고학분야의 권위자인 그의 의견을 듣고싶었다. 오빈우의 눈으로 볼 때 도성호는 강명호와 대비도 할수 없으리만큼 풍부한 지식을 가진 학자였다. 해방전에 유럽의 대학들에서 교편을 잡았다는 경력이 그러한 인상을 가지게 하였다. 만일 강명호를 보잘것없는 우리 나라 민족고전에서 빈약한 지식의 즙을 빨아올리며 자라난 토색짙은 한그루의 소나무에 비유한다면 도성호는 서유럽문화의 풍요한 대지에서 값진 영양분을 섭취하며 자라난 한그루의 보리수에 비유할수 있었다. 오빈우는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쏘파에 나란히 앉은 도성호를 지켜보았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선봉군으로 떠나는 강명호선생의 의견을 듣고 그 이튿날로 발굴대를 파견했습니다. 나도 래일 떠나겠습니다. 기왕이면 대학에서도 강명호선생 한사람만 보낼것이 아니라 유능한 학자들을 좀더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전혀 예상밖이여서 오빈우는 눈을 끔적거리며 어리둥절했다. 도성호의 입에서 그런 권고가 나오다니…

《나는 도선생이 누구보다 앞장에 서서 여태껏 우리 나라의 첫 조상이 알따이족의 한 갈래라고 주장해온것으로 알고있었는데요?…》

오빈우는 놀라움을 감추며 짐짓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그랬지요. 구석기시대유적을 찾지 못했으니 그렇게 주장해왔지요. 너무나 무책임한 주장이였습니다. 나는 선봉군 굴포리에서 강명호선생에게 보내온 신석기시대 초기의 유적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알따이족의 한 갈래가 신석기시대 중기에 우리 나라 령역으로 남하하였다는 종래의 견해가 부당하다는것을 말해주고있습니다.》

도성호는 깊은 회오에 잠겨들어 자기를 꾸짖는듯 한 어조로 힘주어 말하였다.

《그래서 도선생조차 확고히 믿어오던 자기의 견해를 부인한단 말이지요?》

《물론 나도 생각을 달리하기까지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그릇된 주장을 고집한다면 과학자적량심을 저버리는것으로 될것입니다.》

도성호는 넓은 이마를 손끝으로 문지르며 미소를 지었다.

《도선생 역시 강선생처럼 과학적진실만을 중시하지 정치적측면에서는 고려가 부족한가보군요.》

오빈우는 불만스럽다는듯 한숨을 내쉬고나서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리였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말씀인가요?》

도성호는 은연중에 마음이 긴장해졌다. 정치적고려가 없다는 오빈우의 말을 무심히 들을수 없었다. 연구소내에서도 자기는 종종 정치에 무관심한 학자라고 비판을 받아오던터였다. 사실 그는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보는 눈이 예리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나 사업에서 실책을 저지르는 때가 없지 않았다.

오빈우는 웃옷자락을 헤치고 아래배를 내여밀며 깨우치듯 말하였다.

《구석기시대유적들을 찾아서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시원을 밝히는것이 우방나라들과의 친선단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았습니까.》

도성호는 엄숙한 기분에 잠겨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정치적판단이 무디다보니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구석기시대유적이 나타날수 있는 현실적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을 고려하여 외면을 한다면 우리 고고학연구소는 존재하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정 그러시다면 고고학연구소에서는 좋을대로 하십시오.》

도성호는 오빈우가 단호하게 잘라 말하자 구태여 설복을 시키려들지 않고 훌쩍 일어섰다. 그는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나서 활개를 저으며 총장실에서 나가버렸다.

오빈우는 선 자리에서 그를 바래우고 강명호가 가있는 선봉군 굴포리에 장거리전화를 신청했다. 강명호는 구석기를 찾으러 떠나면서 총장한테는 알리지도 않았다. 오빈우는 그가 떠난 다음날에야 력사학부장을 통해 알게 되였다. 진작 알았다면 그가 탐사의 길을 떠나지 못하게 하였을것이다. 이제라도 그를 소환해야 했다. 전화신청을 끝낸 오빈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벽에 걸어놓은 조선지도에서 굴포리를 찾기 시작했다. 키가 작은 그는 목을 잔뜩 젖히여도 우리 나라의 최북단지역이 눈에 닿지 않았다. 발뒤축을 쳐들고 한참 신고를 해서야 굴포리를 찾았다. 굴포리는 평양으로부터 수천리 떨어진 먼곳에 있었다. 고령의 나이에 그렇게 먼곳으로 탐사의 길을 떠나간 강명호의 용기가 놀라왔다. 비록 무모한 탐사를 하고있다 하더라도 식을줄 모르는 그의 과학적탐구욕에는 경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고등교육성에서 내려온 문건들을 훑어보는데 전화종이 울렸다. 오빈우는 송수화기를 들고 틀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굴포리협동농장 관리위원횝니까?》

《그렇수다.》

수천리밖에서 들려오는 귀설은 목소리였으나 증폭기를 거쳐서 울려오다나니 시내전화를 할 때보다도 더 크고 선명하게 들리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입니다.》

《어떻게 총장선생님이 이 외진 북변 바다가마을에 전화를 걸어오십니까. 참 반갑쉐다.》

석쉼한 목소리가 귀전에 올려왔다.

《미안하지만 누구십니까?》

《저는 이 마을 차기봉이라는 로인이올시다.》

《관리위원장동무는 안계십니까?》

《관리위원장은 패총무지쪽으로 나갔수다.》

오빈우는 더 묻지 않고 망설였다. 마을의 로인이 구석기탐사를 위해 그곳에 나가있는 강명호를 알것 같지 않았다. 타래진 전화줄을 뜻없이 훑어내리는데 저쪽에서 먼저 물어왔다.

《총장선생님도 구석기발굴사업이 어찌되여가는지 궁금하여서 전화를 거는게 아니웨까?》

오빈우는 수화기를 귀에 바싹 붙이며 놀라와했다.

《아니, 로인님이 어떻게 그 일을 아십니까?》

《우리 굴포리에서 구석기가 나타날것이라고 어른아이 할것없이 모여들어 패총무지를 파헤치고있는데 나라고 왜 모르겠소. 나도 지금 옆동네에서 지원을 오는 민청원들이 당도하면 그들을 현장에 안내하려고 관리위원회에서 기다리는중이웨다. 총장선생, 너무 근심을 마시오. 벌써 패총무지속에서 숱한 신석기들을 찾아냈는데 강명호선생이나 연구사들의 말이 더 깊이 파헤쳐보면 위불없이 구석기가 나올것이라고들 합니다. 한가지 불미스러운 일은 강명호선생이 년로한 몸에 무리하게 일을 하시다가 현장에서 다리를 좀 상한것인데 상처가 깊지는 않수다. 내가 어제 강선생의 상한 다리에 입침을 몇대 놓아서 죽은 피를 뽑아냈으니 인차 나을거웨다. 너무 걱정을 마시우.》

로인은 흥그러운 목소리로 제 아는껏 실태를 말했다. 그는 구석기발굴을 더없이 경사로운 일로 여기는 모양이다. 오빈우는 탄식을 삼켰다.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숱한 농장원들까지 동원되여 헛수고를 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가 이를데 없었다. 그는 간단히 인사말을 보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낯모를 로인에게 강명호의 소환을 부탁할수도 없거니와 케를 보니 그런 부탁을 하면 그가 펄쩍 뛸것 같았다.


×


오빈우는 퇴근길에 올랐다. 그의 집은 대학에서 대동강쪽으로 펼쳐진 수림속에 있었다. 공기가 맑고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독립가옥이였다. 대학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5분정도면 넉넉히 닿을수 있는 거리였다. 굳이 승용차를 탈 필요가 없었다. 숲속으로 뻗은 조용한 길을 홀로 걸으면서 명상에 잠겨보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 길을 걸으며 시상을 더듬기도 하였고 당장 집필할 론설의 론리를 세워보기도 하였다. 시인으로서, 리론가로서의 그의 창작과 집필의 구상은 많은 경우 그 길에서 무르익어갔다. 그러나 지금 그는 시상이나 론리적사색에 잠긴것이 아니라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무겁게 걸음을 옮기였다. 낮에 도성호를 만났을 때와 선봉군에 전화를 걸었을 때 뜻밖의 반응과 소식에 부딪쳤던 불쾌한 감정이 그대로 가슴에 남아있었다.

해는 어느덧 지고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락조는 점차 연분홍빛으로 흐려져갔다. 한낮의 해발속에서는 그리도 싱싱하게 푸른빛을 띠였던 나무들이 지금은 어스름이 짙어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거밋한 륜곽을 그리며 숙연히 서있었다. 땅우에는 땅거미가 그림자같은 나래를 펼치며 황혼의 꿈을 속삭이였다. 인제는 하루가 저물었으니 낮동안의 번거로운 상념에서 벗어나 잠잘 때가 되였어요. 오빈우는 울적한 마음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녀인의 목소리처럼 다정히 울려오는 그런 속삭임소리를 들은듯 했다. 불현듯 안해의 얼굴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미전에 대학도서관에서 퇴근을 한 안해는 저녁을 지어놓고 문밖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릴것이다. 오빈우는 싱그레 미소를 지었다. 퇴근길에 오르니 집에서 기다리고있는 안해의 다정한 속삭임소리가 명상속에 흘러들어 실제처럼 울렸던 모양이다. 오빈우는 그렇게 안해를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지난 몇달동안 그를 속여왔다는데 생각이 미치였다. 본처의 아들이 나타났다는 말을 그에게 하지 않았던것이다.

사실은 그를 사랑하기 시작한 첫시기부터 속여왔다. 왕수해와 결혼할 때 오빈우는 조국에 안해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였다. 사실대로 말했다면 왕수해는 결혼을 거절했을것이였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다른 녀자의 행복을 희생시킬 녀인이 아니였다. 그런데 아들이 불쑥 나타났다. 명식이가 아들이라는것을 알게 된 오빈우는 난생처음 아들에 대한 정이 걷잡을수 없이 터져오르는것을 느끼였다. 첫아들을 보았을 때 가슴에 넘치던 기쁨의 추억도 되살아나 당장 아들을 불러다가 한가슴에 쓸어안고싶은 충동이 치밀었다. 하지만 그는 아들의 출현으로 자기의 생활에 미칠 좋지 못한 후과를 무시할수 없었다.

자기와 왕수해와의 사이에 금이 가거나 심하게는 결렬을 가져올수 있다는 생각이 그를 놀래웠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면 왕수해는 이제라도 오빈우가 본처와 아들애를 데리고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리혼을 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버릴수 있었다. 자식이 없는 녀인이다. 그런 결심을 다지기가 그닥 어렵지도 않을것이다. 아들을 다시 찾는가, 아니면 사랑하는 처를 잃는가? 둘중에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총장이 아들을 찾았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전대학이 본처와 자식을 저버렸던 자기의 리면사를 알고 비난을 서슴지 않을것이였다. 오빈우는 명식이가 자기 아들이라는 사실이 비밀로 남아있기를 원했다. 이제 2년만 있으면 명식은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 그가 대학을 떠나버리면 그때에는 다시 상종할 기회도 없을것이다. 명식의 태도로 보아 그가 먼저 찾아와 아버지의 사랑이나 도움을 바랄것 같지는 않았다. 외양부터 제 어머니를 닮은 그는 자존심이 강하고 성미가 드센듯 하였다.

오빈우는 어느날 명식이와 얼핏 스쳐지난 일이 있었다. 도서관쪽으로 뻗은 대학구내길에서였다. 마침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 오빈우는 명식을 띄여보자 모순된 감정이 복잡하게 뒤엉키는것을 의식했다. 반가움과 두려움이 가슴속에서 사납게 부딪쳤다. 《명식아, 이 아버지를 용서해라!》심장은 그렇게 부르짖고있었으나 입술은 얼어붙은듯이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할가? 결심을 가지기가 어려웠다. 명식은 머리를 곧추 들고 도전할듯 한 기세로 점점 가까이로 다가왔다. 오빈우는 세차게 고동치던 심장이 멎어버리는듯 했다. 아래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는 아들과 어떻게 길을 어기였는지 알수 없었다. 잠시후에야 막혔던 숨을 길게 내불며 자기옆을 지나간 아들을 되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아들의 원한에 찬 눈길과 마주칠듯싶어 목을 돌리지 못했다. 그는 서둘러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겼다. 나의 행동이 추악하고 비렬한것이 아니였던가? 범도 새끼난 골에 두남을 둔다는데 하물며 인간이 제 자식을 모르는척 하다니… 하지만 인정이나 도덕적감정은 조건적이다. 구체적인 처지와 립장을 고려할 때에만 그 행동의 정당성여부를 평가할수 있다. 지금의 나로서야 달리 행동할수 없지 않는가,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혈관속으로 흐르는 피의 격류는 아들을 어서 포옹하라고 웨치고있었다. 피는 그 어떤 타산과 론리를 초월하고 제멋대로 세차게 사품쳤다. 그래서 이즈막에 그는 늘 아들때문에 번민하였다. 이 저녁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인간문제가 자기 생활의 앞길에 놓여있다는것을 괴롭게 의식하며 집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였다.

그가 집에 이르니 예견했던대로 왕수해는 저녁을 지어놓고 기다리고있었다. 밥상을 챙겨 흰 보자기를 씌워놓고 뜨개질을 하던 왕수해는 반겨 일어서며 남편의 가방을 받았다.

《오늘은 일찍 오셨군요.》

벽시계를 얼핏 보며 그가 하는 말이였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상냥한 미소에는 고뇌에 시달리는 마음을 포근히 쓰다듬어주는 살뜰한 정이 스며있었다. 키가 큰 왕수해는 체소한 남편과 마주서면 눈섭우가 더 컸다. 오빈우보다 10년이상 나이가 아래인 그 녀자는 녀성의 마지막정열이 불타오르는 시기여서 청춘시절보다도 남편을 더 사랑했다. 저녁마다 몸단장을 새롭게 하고 남편을 맞이했다. 방금전에 빗은듯 한 머리칼은 윤기가 흘렀고 연하게 화장을 한 뽀얀 살갗은 청신한 향취를 풍겨주었다.

실내옷을 갈아입은 오빈우는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안해와 마주앉았다. 우리 나라 음식에 맛을 들인 왕수해는 김치와 고추장을 솜씨있게 담글줄 알았다. 그는 한족출신이지만 조선에 나와 살면서부터 우리 인민의 기호와 풍습을 존중하며 애써 따라배웠기때문에 조선녀성이 다 된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난 왕수해는 다정한 이야기를 펴려다가 여느때없이 시무룩해있는 남편의 낯색을 바라보며 근심스레 물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요?》

《강명호선생때문에 골치아픈 일이 생겼소.》

《나도 그 선생이 구석기발굴을 위해 먼곳으로 떠났다는 소릴 들었는데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생겼나요?》

《글쎄 강선생이 농장원들까지 부질없는 구석기발굴사업에 끌어들였다오.》

오빈우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아이 참, 당신두, 좀 차근차근 말씀해줘요. 구석기발굴사업이 왜 부질없는짓이라는거예요?》

《내 이미 당신에게 말한바 있지 않소. 조선민족의 독자적인 시원을 밝히려는 시도자체가 국제공산주의운동의 통일단결에 유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고.》

왕수해는 흐려진 남편의 얼굴을 안타까이 바라보았다.

《당신한테서 그런 말씀을 들은 일이 있어요. 그때에는 무엇인가 납득되지 않는것이 있었지만 그를 부정할 론거를 찾을수 없어서 잠자코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당신의 견해가 잘못되였다는것을 명백히 말할수 있어요.》

《아니, 당신도?》

오빈우는 자기를 깊이 리해하리라고 믿어온 안해에게서마저 견해상의 커다란 차이를 발견하게 되는것이 놀라왔다. 어쩌면 그런 차이가 이미전부터 존재하여왔으나 안해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깊었던 나머지 자기가 미처 감촉하지 못했던것이 아니였을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나는 구석기문제를 깊이 연구하는 김정일학생에게 필요한 학술자료들을 빌려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 과정에 나는 김정일동무에게서 지금까지 알지 못하던 새로운 견해와 리론을 알게 되였어요. 좀 자중해서 다시 생각해보세요.》

오빈우는 창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턱을 쓰다듬을뿐 응대가 없었다. 안해에게서조차 그런 말을 듣고보니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걷잡을수 없이 대학을 휩쓸고있다는것이 실감되는 동시에 그 파동에 자기 리념의 보루가 마침내는 무너져버리지 않을가 하는 위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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