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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5일

평양시간


(제 11 회)


제 2 장 량심의 선고


1


소동이 일어났다.

임선해원장이 소리쳤다.

《빨리 산소발생기를 돌리세요.》

옥류관에서 구급차를 타고 달려온 경리부원장 박준영은 아직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눈빛이였다. 원장과 마주서있던 권일학이 강학선이 수술한 환자에게 패혈증이 왔다는것, 즉시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알아보니 비상용산소가 좀 모자랄것 같소.》

《누가 수술했다구요? 강학선과장이?!…》

경리부원장의 말에 임선해원장이 또 소리쳤다.

《시간이 없어요. 꼬치꼬치 캐묻긴?…》

《알았습니다.》

그는 문을 차고 달려나갔다. 계단을 뛰여내려가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유능한 강학선과장이 이런 의료사고를 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는듯 연송 혀를 차군 했다.

그때 원장방에서는 권일학이 전화통을 들고 소리치고있었다.

《소생과!… 오, 과장선생이요? 나 기술부원장이요. 준비가 다 됐소?… 음, 알겠소.》

그는 또 다른 전화번호를 눌렀다.

《수혈과! 지금 보유하고있는 혈액량이 얼마요?… 알겠소. 제제과! 수술장에 보낼 비상수액이 준비됐소?… 잘했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임선해원장이 말했다.

《내 생각엔 이번 수술은… 기술부원장선생이 직접 집도하는게 좋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얼마후 그는 수술실로 향했다. 그의 뒤로 부인과, 산과의 과장들은 물론 구급과장과 수혈과장까지 줄지어 따라섰다. 그들모두를 거느리고 권일학은 수술대기실로 들어섰다. 기다리고있던 수술과 과장이 환자를 마취시켰다고 보고했다.

《알겠소. 수술준비!… 집도는 내가 하겠소. 조수는…》

그가 주위를 둘러보자 수술과장이 낮은 소리로 귀띔했다.

《2부인과 김옥순과장이 대기하고있습니다.》

《좋소.》

이윽고 긴장한 수술이 시작되였다.

또다시 강력한 무영등의 불빛이 쏟아져내렸다. 기계수를 비롯한 간호원들의 주의깊은 눈초리가 권일학에게 쏠리고있었다.

어느덧 권일학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돋고있었다. 지금 그는 강학선을 생각하고있었다. 강학선!… 이 수술은 오직 그만이 할수 있는 위험한 수술이다. 환자를 재개복할 때부터 그는 강학선의 수술이 정확했으며 그가 적용한 동종란관이식술이 아주 높은 수준에서 진행되였다는것을 가늠할수 있었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된 수술에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가?… 뜻밖에 이식한 부위가 염증으로 하여 패혈증을 일으켰던것이다. 그것만 없었더라면 리론적으로만 말해오던 동종란관이식술이 성공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학선은 염증소견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경험이 없는 이식수술을 진행한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모험을 했다. 모험이다. 우리 의사들에게서는 절대금물인 모험을 했던것이다.

권일학은 강학선이 보존하려고 애썼던 그 부위를 모두 절제하기 시작했다. 무자비한 절제술… 그래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생명이 꺼진다!…

그 시각 강학선은 책상에 마주앉아 한손을 이마에 고인채 괴롭게 숨을 몰아쉬고있었다. 패혈증! 끝내 그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한증칸의 공기처럼 무더워진 바람이 확 쓸어들어왔다. 숨막힐듯 한 불안에 가슴이 답답해왔다.

그는 콤퓨터화면에 펼쳐진 환자병력서를 들여다보았다.

이름: 선우금숙

나이: 32살

진단: 엑토피아

어디서 사달이 났는가?… 미세수술에 의한 동종란관이식수술, 원만하지 못한 병조부위, 문제는 거기에 있을것이다. 염증상태를 가시기 위한 차후대책을 세우느라고 애썼지만…

똑똑똑…

손기척소리가 났다.

《예.》

방에 들어선 사람은 하경옥이였다. 강학선을 쳐다보는 그 녀자의 눈길은 경련이 이는듯 떨리고있었다.

그가 속삭이듯 했다.

《과장선생님, 어쩌면 이럴수 있습니까, 예?…》

《무슨 일이 있었소?》

《지금 패혈증이 온 환자를 재수술하는데… 왜 당사자인 과장선생님에게 맡기지 못한단 말입니까.》

강학선의 미간이 찌프러지고 검붉은 두볼이 실룩거렸다.

《뭘 말하자는거요, 하선생?》

《몰라서 물으십니까? 어째서 환자에 대한 재수술을 꼭 기술부원장자신이 해야 합니까? 왜서 과장선생님은 자기가 잘못한것을 자신이 책임지지 못합니까? 예?》

《그만하시오!》 강학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일은… 선생이 참견할 일이 아니요. 됐소, 그만합시다.》

또다시 창가림을 흔들며 숨막힐듯 한 더운 바람이 쓸어들어왔다. 그러자 하경옥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기며 속삭이듯 말했다.

《아닙니다. 전… 솔직히 말하여 과장선생님은 저때문에…》

《가만, 하선생!…》

《과장선생님, 저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 불임증환자도 제가 데려오고… 그래서 부탁한노릇이 그만…》

강학선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거닐기 시작했다.

《아니요. 불임증환자를 두고 어머니가 되게 해달라고 부탁한것이 무슨 잘못이겠소. 난 지금 한 인간의 간절한 소망조차 들어주지 못하는 이 강학선의 미덥지 못한 서툰 손재간을, 무능한 나를 한탄하고있을뿐이요.…》

《예?!…》

하경옥은 고개를 숙였다. 사실 하경옥은 강학선에게서 미세수술을 배우면서 그의 뛰여난 수술솜씨와 높은 요구성에 감탄하군 했었다. 섬세하고 손놀림이 빠른 하경옥에게서 전도유망한 미세수술전문가의 재능을 발견한 강학선도 그것을 더없는 기쁨으로, 그를 훌륭한 의사로 키우는것을 박사인 자기의 의무로 간주하고있었다.

그는 늘 하경옥에게 이렇게 말하군 했다.

《수술의 묘리는 첫째로 감각이요. 눈으로 보지 않고도 모든것을 느껴야 하오. 수술칼에 닿는 미세한 힘의 충격이나 떨림도 감각으로 가늠할줄 알아야 한단 말이요. 이 묘리를 습득하지 못하면 아무리 목표를 높이 세워도 훌륭한 집도자가 될수 없소. 난 하선생이 서범천선생처럼 되지 않길 바라오.》

그것은 서범천이처럼 미세수술전문에서 방향을 바꾸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이였다. 하경옥은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실 그 누구에게도 짝지지 않는 높은 실력을 겸비한 훌륭한 의사가 될것을 희망하고있는 하경옥에게 있어서 언제나 높은 요구를 제기하고 자기의 기술은 물론 마음까지 다 쏟아붓고있는 강학선과장이야말로 참으로 존경할만 한 의료일군이며 스승이였다.

하여 하경옥은 지금 훌륭한 집도자인 강학선과장이, 림상에서는 로장축에 드는 그가 최선을 다했으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박사에게도 현대의학에도 한계가 있는것이다. 설사 인간의 소망에 현대의술이 닿지 못했다고 해도 그 소망을 실현코저 자기의 지혜와 재능을 깡그리 바친 사람이야말로 진정 량심적인 의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지금 병원에서는 강학선이 대단한 실수를 했다고 수군거리고있고 강학선 그자신은 어머니가 되고싶어하는 환자의 간절한 소망도 들어주지 못한 자기의 무능을 두고 가슴아파하는것이다.

하경옥은 존경어린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고있었다.

《왜 그렇게 보오?》

강학선의 물음에 그는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고맙습니다. 과장선생님을 다시 보게 됩니다.》

《뭐?… 그건 무슨 말이요, 하선생?…》

하경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새삼스럽게 그를 지켜보고있을뿐이였다.

그것은 강학선에 대한 일종의 맹목적인 숭배심 비슷한것이였다.

그때 문이 조심히 열리며 조산원처녀가 들어오더니 하경옥에게 낮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저… 18호실 환자를 해산실에 대기시켰습니다.》

《알겠어요. 내 곧 가겠어요.》

조산원처녀는 들어올 때처럼 소리없이 나갔다. 그러나 하경옥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이 방에서 떠나지 않는것이 강학선과장을 위한 일이기라도 한듯 여전히 서있기만 했다.

방안의 침묵을 깨뜨리며 강학선이 말했다.

《하선생, 어서 가보오. 환자가 기다리는데…》

하경옥은 고개를 떨구고 돌아섰다. 그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까왔다.

해산실에 돌아온 하경옥은 조산원과 함께 해산방조를 하면서도 강학선과장의 의료사고는 흔히 의사들에게서 있을수 있는 그런 실수중의 하나라고, 그에 대하여서는 기술부원장도 잘 알고있기때문에 그 일은 무난히 처리될것이라고 굳이 믿으려 애썼다. 더구나 그 패혈증환자를 재수술한 사람이 강학선과장과 가장 가까운 권일학이 아닌가. 그는 결코 자기의 선배이며 친교가 깊은 강학선과장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을것이다.

《저, 의사선생님.…》

해산대에 누워있는 환자가 그를 올려다보며 찾고있었다.

《왜 그래요? 아파요?…》

해산전에 공포를 느끼는것은 산부들에게 있어서 례사로운 일이라는것을 잘 알고있는 하경옥은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일없어요. 무통제를 놓았으니까 이제 좀 나을거예요.》

《그런게 아니라 선생님, 저… 내가 이제 총각애를 낳을수 있을가요?》

《그건 무슨 소리예요? 초음파검사를 미리 하지 않았어요?》

하경옥은 의아한 눈길로 환자를 바라보았다. 대체로 태아의 성별을 알고싶어하는 임신부들은 초음파검사를 진행하여 앞으로 태여날 아이가 딸인가 아들인가 하는것을 미리 알고있는것이 보통이였던것이다.

진통을 참고있던 그 녀자가 가까스로 하소연하듯 속삭였다.

《저, 초음파검사에서는 아들이라고 나왔지만 그래도 혹시… 선생님, 난 총각애를 낳아야 해요. 글쎄 첫 아이도 딸인데 이번에도 또 계집애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시부모들을 볼 면목도 없구 또 남편에게도 미안하구.…》

그제야 하경옥은 알만하다는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거의 모든 산모들이 앞으로 자기가 낳을 아이를 두고 딸인가 아들인가 무던히도 마음쓰는것을 보아온 그로서는 이런 일이 충분히 리해되였던것이다.

하지만 하경옥은 아들을 간절히 바라는 그 녀자에게 지금은 아들보다도 딸을 더 바라는 부모들도 많다는것을 말해줄수 없었다. 해산이 시작되였던것이다. 언제나 변함없이 진행되는 의료조작… 무서운 진통과 몸부림, 드디여 애기를 받아낸 조산원이 환성을 질렀다.

《야!…》

갓난애기는 아들이였다. 하경옥은 산대에 누워있는 산모에게 갓난애를 높이 쳐들어보였다.

《자, 보세요. 아주머니!》

그러나 산모는 꼭 감은 눈을 뜨지 못하고있었다. 긴장하여 입술을 깨물고있는것이 마치도 하경옥의 말 한마디에 당장 통곡을 하든지 아니면 갑자기 떨쳐일어나 만세를 부를것만 같았다.

《아주머니, 눈을 뜨고 보세요. 이렇게 미더운 땅크병을 낳았단 말이예요!》

비로소 입술을 꼭 깨물고있던 산모가 헉- 하고 큰숨을 내뿜더니 두눈을 번쩍 떠올렸다.

《아들?… 정말입니까?!》

《그래요, 보세요!》

하경옥은 기뻤다. 녀인이 바라던대로 아들을 낳았으니 그의 시집에서 얼마나 좋아하랴!…

아이를 품에 안은 산모는 자기의 아들을 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떨쳐일어나 만세는 부르지 않았지만 가슴속에 차넘치는 무한한 기쁨과 행복에 그의 얼굴은 환히 빛나고있었다. 옴지락거리는 갓난애기를 품에 꼭 껴안으며 그 녀인은 눈물이 글썽하여 하경옥을 쳐다보았다.

《고마워요!… 선생님!》

《아이, 무슨 말을!… 아들이야 아주머니가 낳지 않았나요.》

조산원처녀가 손으로 입을 가리우고 웃었다. 그 바람에 하경옥이도, 애기를 안은 산모도 소리내여 따라웃었다.

유난히 밝은 해빛이 해산실 창문으로 스며들었다. 해빛밝은 해산실, 기쁨과 행복이 태여나는 해산실…

이어 조산원이 갓난애기의 키와 몸무게를 기록한 다음 담당의사인 하경옥에게 해산경과에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것이 정상임을 확인한 하경옥은 곧 조산원에게 산모에 대한 2시간관찰을 진행하라고 지시한 다음 산대에서 물러났다. 다음산모가 또 해산을 기다리고있었던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소독수에 손을 씻던 하경옥은 그 어떤 류다른 느낌에 간막이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순간 흥그럽던 마음이 가뭇없이 사라져버리는것을 느꼈다.

기술부원장 권일학이 해산대기실에 들어와있는것이였다. 그는 간막이를 댄 대기실에서 곧 해산하게 될 임신부에게 무통제를 놓고있는 조산원과 무슨 얘기인가를 하고있었다.

기술부원장이 무슨 일로 여기 왔을가?… 하경옥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긴장해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불현듯 회진할 때 《선생은… 자질을 더 높이시오!》하고 지적하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금 상기되였다.

하경옥은 그때의 수치와 모욕으로 하여 지금도 목이 깔깔하고 숨이 차오르는것만 같았다.

갑자기 권일학이 하경옥을 바라보았다.

《아, 하선생. 마침이구만!》

아무 일도 없은듯이, 지어는 반갑게 하경옥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온 권일학은 활달한 어조로 손에 펼쳐든 얄팍한 잡지를 그에게 내보였다.

《이 미량모르핀에 의한 경막외무통법 말이요, 선생이 연구했다지요?》

그가 내보이고있는 잡지는 여러개의 연구자료들을 묶은 론문집이였는데 그중의 하나가 하경옥이 연구한 무통법에 대한 자료였었다.

《예, 그렇습니다.》

하경옥이 대답하자 권일학이 머리를 끄덕이며 계속했다.

《그런데 말이요, 이 무통법의 조작과 수기에서 일부 결함이 있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습니까? 대중화라든지 일반화에서 말입니다. 자, 보시오.》

하경옥은 그가 손으로 가리킨 글줄을 내려다보고나서 눈길을 들었다.

《하지만 기술부원장선생도 알다싶이 지금 우리 산원에선 거의나 이 약물무통법을 쓰고있지 않습니까?》

《옳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거지요. 앞으로 이 모르핀계렬만 계속 쓴다면 태아가 배안에서 호흡억제가 오거나…》

시원시원하게 들리던 권일학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그쳤다. 하경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있었던것이다.

《하선생, 왜 그러오? 어디 아프오?》

《아닙니다. 전… 제가 연구한 무통법이 그런 결함투성인줄 몰랐군요. 깨우쳐주어서 고맙습니다.》

《하선생, 그건 무슨 소리요? 난 앞으로 선생과 합심해서 이 무통법을 더 완성하자는건데 …》

《글쎄, 하지만 전… 할대로 다했습니다. 인젠 더는…》

하경옥은 돌아섰다. 입을 벌리고 얼나간듯 서있는 권일학을 그 자리에 남겨두고 해산이 시작된 산부에게로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또다시 목구멍이 깔깔해오고 숨이 차오르는것을 느꼈다.

기술부원장 권일학!… 저사람은 인정많은 우리 강학선과장과 얼마나 판이하게 다른가. 남을 칭찬할줄 모르고 또 사정이 없고… 그런 사람이 과연 강학선과장의 의료사고를 놓고 그것이 있을수 있는 의사의 실수라고 볼수 있을가?…

하경옥은 이제 며칠후에 열리게 될 강학선과장의 의료사고에 대한 병원적인 림상비판회의를 두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어두워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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