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제 3 장 사랑하면 무엇이든 다 열린다


3


평양산원은 보건성만이 아니라 전국이 관심하는 사랑의 집이였다. 임선해원장은 제정된 일과대로 과장모임을 열고 성, 중앙기관들에서 평양산원을 도와준데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보세요, 전국이 평양산원을 지원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의료봉사수준이 그전보다 떨어져서야 되겠어요? 예?》

많은 과장들이 머리를 들지 못하고있었다. 임선해원장은 언짢은 표정으로 그들모두를 둘러보았다.

《머리만 수그리고있지 말고 말 좀 하세요. 저기 뒤쪽에 있는 9산과… 리금환과장선생, 말할게 없어요?》

《예, 없습니다.》

《종양과 림준호선생은?…》

《없습니다.》

임선해원장은 잠시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다가 약간 어성을 높였다.

《과장선생들이 책임성을 높여야겠어요. 애기과들에서도 간호사업을 더 깐지게 하고… 됐어요. 오늘은 이만합시다.》

사람들이 문을 메우며 밀려나가자 기다리고있었던듯 불임증연구실의 젊은 의사 위인섭이 방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예요?》

위인섭이 원장의 탁자우에 종이장을 놓고 손으로 쑥 밀었다.

《보십시오, 원장선생이야 이걸 해결해줄수 있겠지요?》

《이건 뭐예요?》

《체외수정연구에 필요한 유발제들입니다.》

한동안 그것을 내려다보던 임선해원장은 종이장에서 천천히 눈길을 들며 딱한 표정을 지었다.

《또 유발제군요.… 우리도 지금 이것들을 구하느라고 노력하고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군요. 어찌겠나요. 인섭선생, 우리 좀더 기다려보지 않겠어요?…》

그럴줄 알았다는듯 위인섭이 흔연하게 대꾸했다.

《그렇단 말이지요? 여전히 힘들다는건데… 그런데도 기술부원장은 그냥 사람들을 못살게 때려몰기만 한단 말입니다. 실속없는 빈 약속만 가득 하면서…》 그는 날카로운 어조로 계속했다. 《전 더이상 참을수 없습니다. 이런 산원에 더 못있겠습니다.》

《뭐라구?!》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러니 산원에서 나가겠다는건가?… 임선해원장은 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위인섭은 이미 그런 결심을 굳혀가지고 그를 찾아왔던것이다.

《알수 없구만요, 동무의 그 갑작스러운 결심이… 우린 동무를 제일 아껴야 할 인재의 한사람으로 보고있었는데?…》

위인섭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말은 늘 들어보던것이여서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의미였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어서… 하지만 저에게는 원장선생이 인정해주는 그 의학지식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는 그런 곳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려는겁니다. 막지 말아주십시오.》

임선해는 이윽토록 그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산원에 의사들만 해도 수백명이나 된다. 그들중의 한사람이 다른데로 가겠다고 하여 놀라운것은 없다. 그러나 위인섭은 첨단기술을 목표로 하고있는 산원의 인재인것이다.

《그래서 가겠다?…》

위인섭의 두눈에는 그 누구에게도 매이지 않으려는, 그 어떤 사정에도 구애되지 않으려는 자유분방하고 고집스러운 자존심이 짙게 비껴있었다.

《예, 가겠습니다. 여기 산원에선 첨단기술이요, 뭐요 하면서 큰소리만 쳤지 실지 해놓은게 뭐가 있습니까? 새로 온 기술부원장선생두 그렇지요. 세계를 굽어보는 멋쟁이라고 봤댔는데 우뢰소리만 요란하구 떨어지는 비방울은…》

《하나도 없다는거지요?》

《글쎄, 이건 불임증연구사가 자기 연구에 필요한 기구와 다배란유발제때문에 뛰여다녀야 하니 참.》

그는 별안간 손을 홱 내저었다. 마치도 실속이 없는 일군들을 비자루로 싹 쓸어버리는듯 한 동작이였다.

임선해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사실 위인섭이 말하는 그 유발제들은 외국에서 엄청난 외화를 주고 사와야 하는것들로서 기술부원장 한사람만의 책임은 아니였던것이다.

방금 과장모임에서도 그가 이야기한바이지만 각 성, 중앙기관들에서 산원경영운영에 쓸 변압기기름을 비롯하여 수술할 때 신는 고무신이나 환자용실내화들, 공기조화기부속품들과 환자들을 실어나르는 승강기쇠바줄, 지어는 애기기저귀로 쓸 면천과 가루비누, 소금, 사탕가루, 주전자와 고뿌까지 마련해주고있는데 국가사정을 잘 알고있는 임선해원장으로서는 엄청난 그 실험용시약까지 내라고 우에 손을 내밀수 없었던것이다.

《조건을 보장해주지 못한데는 제 책임도 커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세요. 복강경수술을 맡고있는 서범천선생은 그런 불리한 조건에서도 첨단기술을 완성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있지 않나요.》

지금껏 불만에 가득차있던 위인섭의 얼굴에 돌연 허심하고 진지한 표정이 어렸다.

《서범천선생에 대해선 저도 감탄하고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데서 뭘 해보겠다구 뛰여다니는 그를 볼 때면 참… 동정두 가지만 그 정열과 헌신엔 정말 머리가 숙어집니다.》

그러나 인재의 길은 그것만이 아니라고 여기는 위인섭이였다. 인재란 제때에 결심하고 제때에 포기할줄도 아는 사람인것이다.

위인섭은 기대어린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고있는 원장에게 주저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전 서범천선생처럼 고생스럽게 일하고싶지 않습니다. 원장선생은 포부가 큰 젊은 연구사들의 리상이 어떤건지 압니까? 모든것이 최신으로 갖추어진 연구소에서 자기의 두뇌를 깡그리 바치는것, 바친것만큼 빛이 나는 그것입니다. 전 인젠 조건도 마련해주지 않는 여기서 현미경과 씨름하는것이 싫증납니다. 차라리 새 광폭항생수가 국제적범위에서 활용되도록 뛰여다니는게 낫지…》

임선해는 여전히 말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명석한 두뇌와 뛰여난 의학적재능을 가진 위인섭, 정열도 있고 머리도 좋은 수재이다. 그가 지금 말하는 광폭항생수도 얼마전부터 짬짬이 연구한것인데 호평이 대단했고 하루에 톤단위의 소독물을 처리하고있는 산원에서도 그 덕을 단단히 보고있었다.

그 광폭항생수가 소문나자 어느 회사의 부사장이라는 사람이 그것을 해외에 선전하여 대방으로부터 계약을 맺자는 확스가 왔다고 한다. 그후 그 회사부원은 위인섭에게 많은것을 약속했을것이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고생하느라니 차라리 무역사업으로 연구조건도 마련하면서 자기 리상을 실현하는 곳으로 옮기자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힘겨운 과제때문에 기술부원장에게서 추궁받을 일도 없고… 또 자기가 한것만큼 평가도 받을수 있지요.》

임선해는 저도 모르게 책상모서리를 꽉 움켜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숨이 차고 목구멍이 졸아드는것 같았다.

《놀랍군요. 동무같은 사람이… 어떻게 우리 산원에 있는지! 헌신적이고 량심적이여야 하는 의사의 직업에 말이예요. 가세요, 가고싶은데로!… 동무같은 사람은 필요없어요! 다신 산원에 얼씬하지 마세요!》

그는 단호하게 원주필을 꺼내들고 사업수첩에 몇글자 휘갈겨썼다. 이런 인간에게 그 어떤 기대를 가진단 말인가. 리기적인 재능은 아무 가치도 없는것이다.

그때 문두드리는 소리에 이어 경리부원장 박준영과 청사관리과의 한가 성을 가진 반장이 들어섰다.

《원장선생, 이젠 됐습니다!》 경리부원장이 떠들어대는 말이였다.

《이 반장동무가 그 대형세탁기를 들여앉혔습니다. 글쎄, 그 두꺼운 벽체를 함마로 까고말입니다. 이젠 하루세탁물이 열톤이래두 문제없습니다.》

그가 지금 말하고있는 대형세탁기는 당에서 보내준 선물설비이다.

그것을 들여놓기 위해 경리부원장과 청사관리과의 로동자들이 며칠밤을 꼬박 새웠던것이다.

《수고했습니다. 반장동문 몸도 불편한데…》

청사관리반장이 솔뚜껑같은 커다란 두손을 비비적거리며 어줍게 웃었다.

《뭐 그쯤한거 가지구… 제가 맡은 일인데요.》

임선해는 눈굽이 저려나는것을 느꼈다. 청사관리반장은 지금 앓고있는 상태이다. 이 산원이 세워진 때로부터 수십년간을 상하수도수리공으로 일해왔고 머리가 희여진 오늘까지 자기의 량심을 깡그리 바쳐온 사람, 이런 성실한 사람들이 우리 산원에만도 얼마나 많은것인가.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대가와 보상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자신을 바쳐가고있는 사람들이…

그런데 인재라고 떠받들리우던 저 위인섭이는 뭐가 어쨌다고? 힘겨운 연구과제때문에 고생만 한다구?… 그래서 무역사업도 하는 적당한 곳에 가서 바친것만큼 대가를 받겠다는것이다.

임선해는 사업수첩을 덮으며 한쪽으로 물러나있는 위인섭에게 내던지듯 말했다.

《가세요, 저 가고픈데로.》

그를 쳐다보는 위인섭의 두눈이 가늘게 떨리는듯 했다. 자기가 바라던것이였지만 정작 가라는 말이 나오니 자기의 존재가 가엾게 느껴졌던것이다. 마음에 없는 소리라도 그러지 말고 같이 일해보자고 만류하며 붙잡았더라면 아마 어깨를 으쓱하며 오연해서 나갔을것이건만 이렇듯 아낌없이 자기를 내던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였다. 별안간 거칠게 숨을 내쉬며 머리를 번쩍 들었다. 마지막 한가닥 기대를 품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임선해원장은 벌써 경리부원장과 반장에게로 머리를 돌리고있었다.

《경리부원장동무, 오늘 반장동무를 꼭 쉬게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들은 위인섭의 존재같은것은 까맣게 잊고있었다. 위인섭이 입안소리로 무어라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방문을 나갈 때까지 눈길 한번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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