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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5일

평양시간


(제 36 회)


제 4 장 책임한계


2


동물실험실에서 나와 자기 방에 들어선 권일학은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종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그동안 자기가 방을 비여놓고있었다는 생각에 얼른 책상앞으로 다가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에서는 억누르는듯 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의료기구공장에 나갔댔다던데 언제 돌아왔소?》

보건성 국장 윤일이였다.

《조금전에 왔습니다.》

윤일은 그에게 강학선의 건강과 기분상태에 대하여까지 자상히 묻고나서 어성을 달리하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여보 기술부원장, 동문 성에서 하는 일에 무슨 의견이 있는게 아니요?》

《무슨 말씀인지?…》

권일학은 들고있던 송수화기를 귀에 바싹 가져다댔다. 틀진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외국에 보낼 복강경실습생들의 명단 말이요, 성에서 포치한지가 오랜데 왜 아직까지 올려보내지 않고있소?》

《저 국장동지, 그건 이미 말씀드렸지만 우린…》

《자체로 완성하여 과학기술축전에 내놓겠다?》

《그렇습니다.》

《동무!》

갑자기 윤일국장의 목소리가 송수화기를 쩡- 울렸다.

《동문 무슨 구실이 그리 많소? 동무, 서범천인지 한 그 들뜬 사람을 계속 편들고있다면서?》

《국장동지, 그는 들뜬 사람이 아닙니다.》

《그가 들뜬 사람이 아니면 동무가 들떠있다는거요? 내가 벌써 몇번이나 말했소. 복강경문제에선 외국에 실습생들을 보내여 배워오는것이 더 빠르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동문 뭐요? 제 낯내기나 하자는건가?》

《아니, 국장동지?》

《물론 그거야 아니겠지. 하지만 생각해보오, 동무도 잘 알겠지만 첨단기술일수록 시간이 생명이요. 가까스로 따라갔지만 또 멀리 뒤떨어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장동지, 외국에서 1년동안 배워오는것보다 몇달내로 복강경수술을 완성하여 전국과학기술축전에 내놓게 된다면 그것도 진보를 앞당기는 하나의 기회로 된다고 우린 생각합니다.》

자제하는듯 한 윤일의 낮은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울렸다.

《여보 기술부원장, 여기에 진보를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소. 아무렇게나 망치로 뚝딱거려 만들어내는것이 자력갱생인줄 아오? 그런 헛놀음에 시간을 랑비할순 없소. 그러니 과학축전이요, 전시회요 하는 놀음은 싹 걷어치우시오. 그런데가 누구의 생색을 내는데는 아니니까. 알겠소, 기술부원장?》

권일학은 송수화기를 귀에 꽉 댄채 한손으로 목깃을 헤쳐놓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올랐다. 그러나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 머리속에서는 그의 주장에 반발하는 감정이 거품처럼 끓어올랐지만 말은 한마디도 할수 없었다. 그렇다, 윤일국장의 주장도 옳다. 그러나 다 옳은것 같지만 무엇인가 잘못된것이 있다.

윤일의 목소리가 다시 수화기에서 울려나왔다.

《복강경수술은 생명을 다루는 첨단기술이요. 다른 분야와는 달리 의학부문에서는 리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완벽한 검증을 거쳐야 하오.》

《국장동지, 우리의 복강경수술은 충분한 실험과 모의훈련을 진행하였습니다. 이제는 인체에 대한…》

윤일국장이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

《기술부원장! 강학선이 일을 저질렀을 때 그를 비판한 사람은 그래 동무가 아니요? 의사가 생명을 두고 모험하는것은 절대 용서할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소. 난 그때 기술부원장의 비판이 옳았다고 보았소, 원칙적이고 아주 정확하고…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된거요? 강학선이처럼 모험을 하자는건가!》

권일학은 귀에 댄 송수화기를 틀어쥐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희끗희끗한 눈섭을 치뜨고있는 윤일국장의 얼굴이 눈에 보이는듯 싶었다.

그때 윤일은 탁우에 놓인 전화기를 내려다보며 생각하고있었다.

기술부원장 권일학이 무엇때문에 경험도 없는 복강경수술을 모험적으로 내미는것인가. 공명심인가 아니면 강학선의 일로 흐려진 자기의 영상을 회복하려는것인가?… 윤일은 이 순간 강학선의 의료사고를 취급한 림상비판회의에서 느꼈던 기술부원장에 대한 좋은 감정이 어째서 오늘은 그에 대한 의혹과 불신으로 바뀌는지 알수 없었다.

사실 그때 윤일은 가끔 있군 하는 그런 의료사고가 법적문제로까지 번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고 그래서 림숙정당비서에게도 다른 일이 없을거라고 안심시켰었다.

기술부원장 권일학의 비판은 날카로왔고 예리했었다. 강한 주견과 정확한 분석,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심각한 론거… 그가 옳았었다. 문제는 심각했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과학적담보도 없이 인체에 칼을 대는 모험을 한것이다. 지난 전쟁시기 동지들의 뜨거운 피로 꺼져가던 생명을 다시 찾은 윤일에게 있어서 생명에 대한 무책임성, 생명에 대한 모험은 절대로 용서할수 없는 일이였다. 용서할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되는것이다!

그가 아무리 유능한 의사이라 할지라도, 그 어떤 위대한 발견을 위해서였다 할지라도 인간의 생명을 두고는 사소한 모험도 허용할수 없는것이다.

그런데 생명을 두고 모험한 강학선을 그토록 가차없이 타매하던 권일학이 오늘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복강경수술을 그 물덤벙술덤벙하는 햇내기 서범천을 믿고 인체에 적용할 준비까지 하겠다고 나서고있으니 도무지 리해할수가 없었다.

《기술부원장, 왜 대답이 없소, 에?》

하지만 그때 권일학은 윤일국장의 이런 생각을 알지 못하고있었다. 다만 땀이 나도록 송수화기를 꽉 틀어쥐며 마음속으로 뇌이고있었다. 우리의 복강경수술은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첫 림상수술도 눈앞에 다가왔다. 이제는 더 물러설수가 없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국장동지, 우리의 복강경수술은 모험이 아닙니다. 강학선과장은 단순한 인정으로 사전검사대책도 없이 수술에 들어갔지만 지금 하려고하는 복강경수술은 우리의 경험과 기술로 수술조작을 완성한 계획수술입니다. 이 첫 복강경수술은… 그저 성공과 명예를 바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진정 우리 녀성들의 질병치료에 리용되기 바라는 깨끗한 량심과 믿음에 기초하고있습니다.》

《뭐요?》

권일학은 계속했다.

《그래서 한 처녀는 서슴없이 자기의 몸을 첫 복강경수술에 내맡길것을 결심한겁니다. 서범천이도 그것이 모험을 동반한 위험한 수술이라는걸 알면서도 자기의 사랑을 굳게 믿기에… 처녀의 그 제의를 고맙게 받아들였습니다. 국장동지, 우린 이런 헌신을 믿어야 하지 않을가요? 이들의 진정한 사랑과 높은 정신력을 믿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안되오! 난 찬성할수 없소!》

저쪽에서 단호하게 송수화기를 놓는 소리가 철컥! 했다.

이윽토록 권일학은 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송수화기를 틀어쥐였던 손아귀가 아파났다. 지금껏 보건성 국장으로서 의학발전을 위해 자기의 정력을 아끼지 않고 뛰여다닌 윤일국장, 그가 어째서 오늘은 우리의 첨단의학과학기술을 그때처럼 앞장에서 이끌지 못하고있는지.…

문득 서범천과 함께 만났던 그 처녀, 윤일국장의 조카딸이며 첫 복강경림상수술 대상자로 나선 한송애의 말이 떠올랐다.

《…외삼촌도 앞으로 꼭 리해할 때가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옳은 말이다. 믿어야 한다. 모든것을 확신하고 믿는데 습관된 그 처녀처럼 나도 그렇게 믿어야 한다. 믿을 때에만 길이 열린다, 과학적발견이나 성공은 물론 사랑까지도.…

권일학은 한순간 따뜻한 등불이 비치는것만 같은 한 처녀의 두눈을 상기했다. 말없는 의혹이 깃든듯 한 그 눈빛.… 언젠가 무통법을 두고 사심없는 이야기를 나누고싶었던 하경옥이였다. 오해와 불신, 경멸과 랭소, 그러나 그도 깨끗한 믿음으로 첫 림상수술에 생명을 내댄 그 처녀처럼 더 큰 사랑과 믿음의 세계를 안고 올라서야 할 우리 시대 청년들중의 한사람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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