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회)


제 4 장 책임한계


5


권일학은 복강경수술을 어떻게 인체에 적용하겠는가를 토의하는 과학평의회에 참가한 강학선을 줄곧 바라보고있었다.

여전히 강학선은 침울한 표정이였다. 오늘 과학평의회때문에 우정 올라온 그였지만 그는 이번에도 사람들에게 자기는 할수없이 참가한다는 인상을 주고있었다.

권일학은 그를 보는 순간부터 윤일국장의 노기에 찬 목소리가 줄곧 귀전을 두드리는듯 했다.

《강학선의 과오를 립증한건 동무가 아니요? 그런데 이번엔 어째서 서범천을 두둔하는가?》

지금도 윤일국장이 못마땅해하는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며 한껏 억눌린 목소리로 질책하는것만 같다. 그의 눈에는 왜 서범천의 남다른 재능과 뜨거운 진정이 보이지 않는것인지?…

임선해원장이 그에게 묻고있었다.

《기술부원장선생 생각은 어떻습니까?》

《예?…》

그가 얼떠름해하자 원장은 물론, 자기를 지지해주리라고 믿고있던 서범천이도 머리를 기웃거렸다. 권일학은 그제야 원장이 무엇인가 물었다는것을 깨닫고 당황해했다.

《저… 무슨 말씀인지?》

임선해원장이 다시 반복했다.

《복강경수술문제입니다. 서범천선생은 인체에 적용할 때가 되였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옳습니다, 그럴 때가 됐습니다.》

권일학은 비로소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 아시는것처럼 복강경수술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최첨단의술로서 첫 인체수술을 피할수는 없습니다.》

그는 지금 자기가 원장에게가 아니라 서범천을 두둔한다고 따지던 윤일국장에게 대답하고있다는것을 깨닫지 못하고있었다. 그 순간 강학선의 찌르는듯 한 눈길이 자기를 쳐다보고있다는것도 느끼지 못하고있었다.

권일학은 계속했다.

《앞으로 외과분야에서 기본수술방식으로 될 최신의학과학기술인 내시경수술은 복부외과, 흉부외과, 비뇨기외과, 산부인과 등에서 그의 리용범위가 더욱 넓어지고있습니다.

이중에서도 산부인과분야에서 내시경수술의 기본으로 되고있는 복강경수술은 치료의 효과성과 안전성, 경제적효과성이 놀라울 정도로 높습니다. 뿐만아니라 몸에 미치는 부정적영향도 적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안전하고 치료효과가 높은 이런 복강경수술을 지체말고 받아들여 녀성들에 대한 평양산원의 의료봉사가 최상급수준에서 진행되게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선해원장이 머리를 끄덕이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산원의 유능한 의사들이며 동시에 의학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권위있는 교수, 박사들인 과학평의회의 성원들, 자기 분야의 새 기술도입은 물론 원내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진단치료법과 의약품도입까지도 심의결정하는 그들이 지금 기술부원장 권일학의 주장을 말없이 긍정하고있는것이다.

원장의 눈길이 맨 마지막줄에 앉아있는 서범천에게 멎었다.

《서범천선생, 우린 선생의 제의를 대담하고 현실가능한것이라고 보고있습니다. 그러나 과학평의회에서는 새 기술에 대한 과학리론적근거와 효과성이 충분히 검토되고 분석되여야 합니다. 더구나 림상에 적용할 때는 보다 구체적이여야 하고 또 심중해야 하고… 다 알고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복강경수술의 의의와 효과성에 대하여 다시한번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세요.》

서범천이 기다리고있은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사람들을 둘러본 다음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복강경수술의 효과성에 대하여 모르는분이 어데 있겠습니까. 굳이 말한다면 전… 먼저 여러분들에게 고대의학의 창시자였던 사람의 주장을 상기시키고싶습니다. 그는 절대로 손상을 주지 않는것이 의학의 본도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해오는 개복수술은 배를 가르며 또 숱한 가제로 수술부위를 닦아내거나 복막과 장기조직을 문지르기때문에 여러 부위가 손상되군 하였습니다. 그걸 지금까지 우린 응당한것으로 여겨왔습니다. 첨단의술인 복강경수술은 배를 째거나 가제를 쓰지 않기때문에 손상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또 비용도 적게 듭니다. 기술부원장선생이 앞서 설명한것처럼 수술의 안전성, 치료의 효과성, 경제적효과성, 이 세가지 면에서 종래의 수술방법과 확실히 구별되는것입니다.》

그는 마치 학위론문심의에 나선 사람처럼 열을 내여 설명하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이 너무도 잘 알고있는걸 가지구 괜히…》

원장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계속하세요. 우리 생활에서는 다 아는것 같으면서도 모르는것이 얼마나 많아요, 그렇지요?》

《예, 옳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대답하자 원장은 서범천에게 미소어린 눈길을 보냈다.

《계속하세요.》

《예, 사실 이 수술은 복강안에 넣은 내시경과 화면전송장치들의 도움으로 개복하지 않고도 텔레비죤감시장치를 통하여 배안의 상태를 직접 보면서 미세한 정밀수술기구들에 의해 병조를 제거하기때문에 진단적인 면에서는 물론 치료방법과 환자의 예후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개복수술과는 완전히 새로운 치료방법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과학평의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진중한 눈빛으로 그의 설명을 들으며 간혹 머리를 끄덕이기도 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수군거리기도 했다.

서범천은 차츰 더 흥분하여 손세까지 쓰면서 계속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싶은것은 지금까지 우리는 2차원적으로 감시장치의 화면을 보면서 실지는 3차원적인 공간에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다시말해서 미세수술도구를 쥔 의사의 손은 이앞에서 놀고있는데 눈은 저쪽화면에 가있어야 하는것으로 하여 손과 눈의 일치성보장을 위한 훈련에 특별히 힘을 넣어왔습니다. 우리는 수백수십차의 모의훈련을 진행한 조건에서 실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수술수기를 숙달해온 지금 인제는 인체에 적용할 때가 되였다고 말하는것입니다.》

반대의사를 표시할 리유는 없을것이다. 사람들이 머리를 끄덕이며 서로 수군거렸다.

권일학은 또 강학선에게로 눈길을 옮겼다. 그러나 생각은 여전히 윤일국장에게로 가있었다. 외국에 보낼 실습생들의 명단을 올려보내라고 했었지?… 꼭 그렇게만 해야 하는가.

지금 여기서는 서범천의 복강경수술을 두고 론하고있다. 첫 인체수술을 토의하고있는것이다.

보건성국장은 생명을 가지고는 모험할수 없기에 단번에 환자를 맡을수 있는 완벽한 집도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들고 품이 들더라도 실습생을 보내자고 한다. 우리에게 기술이 모자란다면 배워올수 있으며 또 배워와야 한다. 그러나 그들과 견줄수 있는 실력가들이 준비되여있는데 무엇때문에 몇년씩 유럽에 실습생들을 보내야 한단 말인가.

생각에 잠겼던 권일학은 누군가의 결난 목소리에 머리를 돌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종양과의 림준호박사였다.

《누구나 다 아는것처럼 걸음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것보다 승용차나 비행기를 타고가는것이 훨씬 더 빠르고 편리하다는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좋은 승용차나 비행기를 조종하는 사람이 아직 경험어린 햇내기라면 거기에 자기 몸을 선듯 내맡기기 어렵다는것도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 아닙니까.》

《예?…》

서범천의 갈린 목소리. 그러자 림준호는 그만 손을 내저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 서범천선생, 제가 그만 〈햇내기〉라고 했는데… 그만 얼결에 나온 소리니 리해하시오.》

《아닙니다.》 서범천이 말했다. 《저야말로 사실 햇내기가 분명합니다.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여러 선생님들도 한때엔 다 햇내기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저는 알고있는데요.》

가벼운 웃음소리.

림준호는 다시 이마살을 잔뜩 찌프리였다.

《웃지 마십시오. 저 서선생의 말을 저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로파심이라 할가…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에 비할바없이 우월하고 리상적인 수술이라는걸 잘 알지만 만전을 기해야 하는것만큼 이런 의문을 내놓으니 한번 대답해보시오. 서선생, 선생은 모든 복강경수술기구와 설비들의 작용원리는 물론 그 어려운 사용법에 완전히 정통했다고 확신합니까?… 이렇게 말해서 안됐지만 처음부터 그 어떤 작은 의료사고도 내지 않고 단번에 해낼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습니까?…》

그는 자신만만한 눈길로 좌중을 둘러보더니 틀진 목소리로 이렇게 계속했다.

《물론 당장 대답을 요구하는건 아닙니다. 우리 의학자들은 시대와 조국앞에 그리고 인민앞에 어느때든 자신있게 떳떳이 말할수 있도록 준비되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서선생, 선생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인체에 칼을 대기에 앞서 우리 보건전사들이 당과 조국앞에 자신있게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것만 말해주시오.》

서범천은 시종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있었다.

《저는 이미 말했습니다. 이제는 제 말을 여러 선생들이 믿어주는가, 안하는가 하는데 달려있습니다.》

갑자기 장내가 긴장해졌다. 자칫하면 과학의 발전에 저해를 주는가 아니면 그를 추동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있는것이였다.

모든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며 임선해원장과 권일학을 눈여겨보았다. 마치 그들만이 서범천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줄수 있다고 믿는듯 했다.

그때 구석에서 누군가 일어났다.

《제가 좀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지금껏 론의에 끼여들지 않던 강학선이였다. 모두의 긴장한 눈초리가 그에게 쏠렸다.

《좋습니다. 자기 의견을 말하세요.》

임선해원장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자 강학선이 입을 열었다.

《전 복강경수술을 반대하진 않습니다. 그것은 첨단기술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의 첨단은 욕망 하나로는 되지 않는다는것을 아까 기술부원장선생도 지적했지만…》

잠시 말을 끊은 강학선은 자기를 쳐다보는 권일학의 눈길을 느낀듯 약간 미간을 찌프리며 계속했다.

《아무리 우월하고 훌륭한것이라 해도 단번에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생명을 다루는 의학의 첨단일 때는…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보다 비할바없이 우월하다는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고있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수술기구들과 설비들의 사용법에 완전히 정통했다 하더라도 경험이 부족한 집도자가 첫 림상수술을 아무 실수없이 원만히 해낼수 있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난 젊고 재능있는 서범천선생이… 나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말을 끝낸 강학선이 서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장내가 수군거렸다. 첫 복강경인체수술을 반대한 사람이 다름아닌 생명을 두고 모험한것으로 하여 현재 책임을 지고있는 강학선이였으므로 그의 의견은 장내에 큰 충격을 주었던것이다.

임선해원장이 권일학에게 묻는듯 한 눈빛을 던졌다. 권일학이 눈을 내리깔고있는것을 보자 큰소리로 물었다.

《부원장선생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권일학은 자기에게로 모아지는 사람들의 눈길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것처럼 현대첨단기술은 도입하자바람으로 다음날 낡아지는것이 일쑤입니다. 이런 시대에 그 어떤 실패가 두려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공리공담만 일삼는다면 우리 나라의 의학기술이 어떻게 세계에서 앞장서갈수 있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론의하는 복강경수술도 세상에서 처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첨단기술이라 해서 겁을 먹고 주저앉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금 다른 나라에 술한 사람들을 보내여 많은 시간 실습을 거쳐야만 한다는 리론이 나오고있는데… 우린 언제 어느때나 자기를, 자기 힘을 믿어야 합니다. 예. 위대한 장군님께서 바로 그렇게 가르쳐주시지 않았습니까? 저는 복강경수술을 위해 높은 실력을 쌓아온 서범천선생을 믿고 첫 림상수술을 진행하자는겁니다. 거기에 대한 책임은 제가, 바로 이 기술부원장이 지겠습니다.》

그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고있던 임선해원장의 얼굴에 웃음이 비꼈다. 그도 역시 같은 생각이였던것 같다.

서범천이 원장과 권일학을 번갈아보더니 갈린 목소리로 떠듬거렸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저를 믿어주시니 정말 무어라고 말해야 할지.… 원장선생도 기술부원장선생도… 고맙습니다.》

권일학은 서범천의 떨리는 눈길을 마주보았다. 서선생, 주저하지 말고 계획대로 첫 수술을 해주오. 난 복강경수술이 꼭 성공하리라고 믿소!…

고맙습니다, 기술부원장선생님!… 서범천이 역시 웃는 눈빛으로 이렇게 대답하고있었다. 권일학은 또다른 하나의 눈빛, 찌르는듯 한 강학선의 눈길을 느끼며 그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입을 꾹 다물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강학선, 고집스러운 그 눈빛에는 어쩔수 없이 매번 꺾이군 하는 자신에 대한 그 어떤 패배의 고민이 짙게 배여있었다.

권일학은 어두운 그의 눈빛을 마주보며 다시금 생각했다.

무엇이든 새롭게 개척하는것은 헐치 않다. 도전, 반발 그리고 좌절… 그래서 위인섭이도 체외수정연구를 집어던진것이 아닌가. 그렇듯 열을 내여 첨단기술에 대하여 떠들던 그가 그만 사소한 장애와 몰리해에 겁먹고 달아나버린것이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있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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