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제 5 장 최전연에서


5


그 시각 평양산원 당비서방과 원장의 방에는 수시로 전화가 걸려오고있었다.

《비서동무, 소식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송수화기를 놓기 바쁘게 또 걸려온다.

《비서동무요? 어떻게 됐소? 구급차의 소식은?…》

《아직 모르고있습니다.…》

보건성에서, 내각에서, 중앙당 해당 부서에서 끊임없이 세쌍둥이임신부를 실은 구급차의 행처를 물어오고있었다. 시당과 인민위원회 그리고 보안성에서도 그들을 찾고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소식은 오지 않는다. 림숙정과 임선해원장은 벌써 몇시간째나 종무소식인 그들을 기다리며 자리를 뜨지 못하고있었다.

전화기앞에 마주앉아있는 림숙정의 주름진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어찌된 일인가. 군인민병원에서는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제시간에 떠났다고 알려왔었다. 그렇다면 아무리 로상에서 지체하더라도 지금쯤은 산원에 도착하고도 남았어야 했다. 헌데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태풍과 무더기비로 하여 뜻밖의 정황에 부딪쳤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상상하기조차 무서운 일일수도 있다.

또다시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송수화기를 드니 뜻밖에도 처녀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비서동지, 미안합니다. 최전연마을에 나간 사람들이 언제 돌아옵니까?》

《동문 누구요?》

《예, 전… 산원구급차운전사 주동국의 누이동생입니다.》

《주동국?… 음- 그의 누이동생이라구?》

송수화기에서 울리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예, 옳습니다. 제가 그의 동생입니다. 그런데 비서동지, 우리 오빤 언제 돌아올수 있습니까?》

《기다리라구, 이제 꼭 돌아와.》

《고맙습니다, 비서동지.…》

전화는 끝났지만 림숙정은 한동안 빈 송수화기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였다. 전화를 걸어온 그 처녀도 행방불명된 사람들과 인연이 있는, 가슴을 조이며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중의 한 처녀인것이다. 그래, 모두가 기다리고있다. 가족들만이 아니다. 온 나라가 걱정하며 기다리고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아! 지금 어디에 있나? 응?… 어디 있는지 왜 소식이라도 알리지 못하나?… 그는 답답한듯 숨이 차오르는 가슴에 한손을 얹었다.

갑자기 요란한 전화종소리가 그의 타는 가슴을 뒤흔들었다. 순간 림숙정은 어째서인지 소식이 끊어진 사람들의 행처를 알려오는 전화인듯만싶어 와뜰 놀라며 송수화기를 들었다.

힘찬 목소리가 송수화기를 쩌렁쩌렁 울렸다.

《영웅간호장 림숙정동지 계십니까?》

《내가 산원당비서 림숙정이요. 무슨 일인지?…》

《안녕하십니까? 영웅간호장동지! 전연부대에서 복무하는 중대장 안순남입니다.》

그는 림숙정에게 애기간호원이 되겠다고 했던 박현희가 동지들을 구원하고 가슴아픈 일을 당한 일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다.

《아니, 뭐? 우리 현희가?》

《그렇습니다. 평양산원에서 탄원해온 그 동무입니다.》

송수화기를 쥔 림숙정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어쩌면 이런 일이 생길줄 알았으랴. 현희가 하반신마비라니?…

쩡쩡 울리는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전 그를 사랑합니다. 당장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림숙정은 송수화기를 바꾸어쥐였다.

《결혼한다구? 우리 현희와?…》

《예, 그렇습니다.》

림숙정은 안경너머로 앞만 뚫어지게 내다보았다. 모든것이 짐작되였다. 그러나…

《고마우이, 중대장!… 하지만 쉽게 결심하진 말라구. 한생 그의 손발이 되여줄수는 있겠지만 그는 녀성이야, 어머니가 되고싶어하는…》

한순간 송수화기에서는 전류흐르는 소리만이 들렸다.

《왜 대답이 없나, 중대장?…》

《비서동지, 현희동무가 바라는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도 응당 어머니가 될수 있다는걸 말해주고싶어서… 그래서 산원 기술부원장선생을 찾아갔었는데 그만 만나지 못하고 이렇게 전쟁시기 영웅간호장이였던 비서동지한테 전화했습니다.》

림숙정은 말없이 송수화기를 귀에 꾹 눌러대였다. 갑자기 눈시울이 떨렸다. 한 특류영예군인처녀와 결혼할것을 결심했다는 이 군관, 그의 손발이 되여주고 마음의 기둥이 되여줄뿐아니라 어머니가 되고싶어하는 가장 큰 소원까지 풀어주고싶어하는 사람…

얼마나 훌륭한 청년인가. 지난 전쟁때와 다름없이 오늘도 곳곳에서 자라나는 미더운 젊은이들, 전쟁을 모르고 살아온 세대이지만 전화의 그 나날 피를 함께 나누며 싸워온 전우들처럼 사심없이 사랑하고 진심을 바칠줄 아는 그네들… 이들이 바로 선군시대의 우리 젊은이들인것이다.

림숙정은 목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말했다.

《이보게, 임자 중대장이라고 했지? 포부대중대장… 알겠네. 포병답게 우리 현희를 안고 큰소리치며 평양산원에 오라구. 우리 기술부원장이랑 의사들이 다 맡아나설거네. 그 앤 꼭 어머니가 될거야. 그래, 되구말구!》

안순남의 목메인 웨침이 송수화기에서 울려나왔다.

《고맙습니다, 비서동지!》

《고맙다는 인사는 후에 우리 산원의사들에게나 하게.》

《알았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통화는 끝났다. 그러나 림숙정은 여전히 빈 송수화기를 귀에서 떼지 않고있었다. 아직 그와 못다한 이야기라도 있는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문기척도 없이 방에 뛰여들어왔다. 임선해원장이였다.

그의 뒤를 따라 치료예방과장, 녀성건강관리과장, 경리부원장 등 여러사람이 뛰여들었다.

《비서동지! 왜 전화를 받지 않습니까? 방금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임신부를 실러갔던 구급차의 행처를 알려왔습니다.》

《뭐라구?! 그래 지금 그들이 어디에 있다구?》

임선해원장이 그의 손을 부여잡았다.

《비서동지, 그들은 지금 중부지구를 지나는 태풍때문에 사태를 만났답니다. 그래서 길을 잃고 장마비에 불어난 강물속에서 오도가도 못하고있답니다.》

림숙정은 그처럼 위험한 사태를 말하는 임선해원장이 왜 그렇게 웃고있는지 알수 없어 당장 무섭게 소리칠듯 한 표정이였다.

《뭐라구?》

《그런데 글쎄…》

임선해는 우는지 웃는지 분간할수 없는 표정으로 말을 떠듬거렸다.

《글쎄 이들에 대한 보고를 받으신 위대한 장군님께서 즉시 주둔구역 인민군부대들에 세쌍둥이임신부를 구원할데 대한 전투명령을 내리시고 몸소 구조대를 보내주도록 하시였습니다. 비서동지, 당장 공군부대에서 직승기를 날리도록 명령하셨답니다!》

《뭐, 장군님께서?!…》

림숙정은 저도 모르게 손에 들고있던 송수화기를 탁우에 떨구었다. 부지중 두손이 후들거렸다. 여전히 울고 웃고있는 임선해원장을 바라보는 그의 주름진 눈가에 점차 질벅한것이 고여올랐다. 이어 책상을 부여잡은 림숙정의 어깨가 뜨거운 격정으로 하여 세차게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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