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 회)


제 5 장 최전연에서


6


캄캄한 강 한복판에 남은 세사람은 구급차바닥에 무릎을 대고 임신부가 누워있는 침대를 떠받들고있었다. 시시각각으로 불어난 물은 차춤 허리에까지 올라왔다. 앞에서는 주동국이 침대를 떠메고있었다. 하경옥은 권일학이와 함께 뒤쪽을 맡고있는데 기력이 진하여 자꾸만 두 무릎이 후들거렸다. 순간마다 신음소리가 새여나왔다. 금시라도 어깨가 무너지고 허리가 부러질것만 같았다.

그때 앞채를 메고있던 주동국이 숨이 차서 헐썩거리며 말했다.

《조금만 더 참읍시다. 지금쯤 봉숙간호장이 통신구분대에 가닿았을겁니다.》

《옳소!》 역시 숨찬 소리로 권일학이 하는 말이였다. 《이제 꼭 좋은 소식이 올거요.》

《…》

하경옥은 무릎뼈가 으스러지는것 같은 아픔을 가까스로 참고있을뿐이였다. 도저히 입을 열수가 없었다. 정말 우리 봉숙간호장이 군인동무들한테 가닿았을가? 과연 그것을 믿을수 있을가?… 만약 그가 길을 잃었다면? 그래서 누구도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것을 알지 못하게 된다면? 그땐, 그땐 정말!… 가슴이 떨려났다. 생각하기조차 무서웠다.

갑자기 주동국이 소리쳤다.

《안되겠습니다. 이러단 다 죽습니다.》

벌써 강물은 가슴노리를 치고있었다.

권일학이 소리쳤다.

《인젠 침대를 메고 강을 건너야 할것 같소. 주동무, 어떻게 할가, 응?…》

순간 그의 물음에 대답하는듯 번개불이 번쩍이며 사품치는 강물을 확 드러내였다. 그 물결우에는 뿌리채 뽑혀진 나무들과 어떤 농가의 지붕같은것도 떠내리고있었다. 주동국이 또 큰소리로 물었다.

《부원장선생님, 헤염칠줄 압니까?》

《난 알지만 하선생이…》

《아니, 헤염치는게 문제가 아니지. 부원장선생님, 죽으나사나 강을 건너갑시다.》

《그래, 우린 어떻게 하든 군인가족임신부를 살려야 하오. 어떻소, 하선생?》

《그래야지요.…》

《그럼 결심했소. 강을 건늡시다.》

그는 한팔을 내밀어 임신부에게 모포를 씌워주고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띠를 단단히 조였다.

《자, 침대를 메고 앞으로!…》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 세찬 물결이 그들의 머리우에 들씌워졌다. 한순간 하경옥은 침대를 멘채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이어 자기가 물속에 잠겨드는것을 느꼈다. 모든것이 꿈만 같았다. 그를 괴롭히던 온갖 생각과 육신을 짓누르던 고통도 다 물속에 가라앉는것만 같았다. 숨이 막혔다. 저도 모르게 입안에 들어찬 물을 내뿜으며 몸부림쳤다.

《아…》

《하선생!》

권일학이 한팔을 뻗쳐 물속에 잠겨드는 그를 힘껏 잡아끌었다.

숨이 나갔다. 목구멍에 쓸어들었던 흙탕물때문인지 머리속이 휘-휘- 돌았다.

《고마워요.》

그러나 그 말은 입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다시 기여들고말았다. 웬일인지 입이 얼어붙은것처럼 한마디 말도 할수 없었다. 목이 잠기고 가슴이 뻐근하여 가쁜숨소리만 내뿜으며 두서없이 생각했다.

저 강기슭까지 무사히 나갈수 있을가? 내가 꽤 견디여낼가. 참, 누모르안에 의한 합성약물을 마저 완성해야 하겠는데… 그건 훌륭한것이였어. 기술부원장 권일학, 이 사람은 정말 그것을 내가 꼭 완성하길 바랐는지도 몰라.… 그런데도 난 그를 타매했었지, 리해도 동정도 없는 얼음장같은 사람이라구.… 그리구 가혹하고 매정한 사람이라구. 그런데 이렇듯 무자비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저 사람이 지금 한 임신부의 생명을 위해 모든걸 다 바치고있으니…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일가?…

권일학이 하경옥에게 소리쳤다.

《내게 바싹 붙어서시오, 바싹!》

그들은 사품치는 강물속을 헤여가기 시작했다. 걸음마다 사나운 흙탕물이 길길이 솟구치며 그들에게 덮쳐들었다. 누군가 고통스럽게 신음소리를 내였다.

《으-윽!》

그러나 하경옥은 아니였다. 침대에 누워서 몸부림치며 울고있는 환자도 아니였다. 또다시 울리는 신음소리에 그들은 전률했다. 주동국의 신음소리였던것이다.

환자의 침대가 기우뚱거렸다. 뒤쪽의 침대모서리를 메고있던 하경옥이 또다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권일학이 필사적으로 그를 끄당겨 다그어안았다.

《견뎌야 하오, 하선생!》

하경옥은 허우적거리며 겨우 바로서긴 했으나 련이어 들부어지는 물사태에 정신없이 흐느끼였다. 또다시 목구멍으로 쓸어드는 흙탕물, 정신이 아찔해졌다.

권일학이도 비칠거렸지만 그는 여전히 하경옥을 꽉 껴안고있었다. 한팔로는 어깨우에 떠멘 임신부의 침대를 붙들고 미끄러운 강바닥을 더듬고있었다.

《하선생, 이겨냅시다!》

앞에서 신음소리를 내던 주동국이 가쁘게 푸-푸-거리며 부르짖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이제 꼭 오-옵니다. 우- 우리 간호장동무가 꼭…》

솨-솨- 모든것을 휩쓸어버릴듯 바람이 울부짖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비는 멎었지만 흙탕물은 여전히 덮쳐들고있었다. 그들은 더이상 나가지 못하고 목을 잔뜩 젖힌채 멎어섰다. 인제는 더이상 나갈 힘도 없었다. 끝장이다! 과연 이렇게 끝나고마는가?… 다음순간 하경옥은 자기를 껴안고있는 권일학의 억센 팔뚝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마지막혼신의 힘을 다 모아 침대를 떠받들며 그에게, 권일학에게 점점 더 매달리고있는것도 알지 못했다.

목구멍으로 물을 삼키며 하경옥은 한순간 머리속에 번뜩인 생각을 밀어내려고 애썼다. 그것은 무서운 생각이였다. 목안이 졸아들었다. 하고싶은 말이 있는것 같은데… 기술부원장선생한테. 이젠 그 말을 할새도 없는것이다. 하고싶은 말이 무엇이였던지?…

사람들은 흔히 하찮은 일때문에 오해하고 얼굴을 붉히며 당치 않은 일로 남들의 마음속에 상처를 낼 때가 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남을 리해해주고 위해줄수록 자기가 더 훌륭해지고 아름다와진다는것을 정녕 모르고있단 말인가.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기때문이다. 좋은날, 좋은 때엔 자기만족과 기쁨에만 도취되기때문이다. 그러니 사람이란 꼭 경각에 달했을 때에만 인생의 참뜻을 깨닫게 되는것일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우린 이것으로 다 끝나고말것이다. 오래 살고싶었건만 그리고 아름답고 후회없이 살고싶었건만…

불현듯 그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실성한듯 머리를 흔들었다.

《더는… 못 견디겠어. 더는…》

파랗게 질린 하경옥은 그만 녹초가 되여버린듯 맥을 놓으며 서서히 물속으로 잠겨들었다. 그러나 어느새 권일학이 그를 힘껏 붙안으며 소리쳤다. 뜨거운 입김이 그의 얼굴에 들씌워졌다.

《쓰러지면 안돼!》

또다시 사나운 물결이 길길이 뛰여오르며 그들을 덮치고 밀어던지였다.

《인젠… 다예요!》

《하선생, 무슨 소릴 하는거요?》

《난 더 못 견디겠어요.… 그러니 날 그냥 두고 가세요.》

하경옥은 여전히 기진하여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권일학이 그를 마구 잡아흔들고 앞채를 멘 주동국이도 무섭게 소리질렀다.

《하선생, 조금만 견디면 됩니다.》

하경옥은 겨우 물우에 내놓고있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 끝장이야.… 인제는 끝장!》

순간 그의 두눈에서 불이 번쩍 일었다. 무수한 불꽃들이 눈앞에서 맴돌이치고 귀가 멍-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사나운 물소리도 고함소리도…

권일학이 그를 후려갈긴것이다. 하경옥은 멍한 눈으로 어둠속에 잠겨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기술부원장이?! 아니, 권일학 당신이?!…

꽈르릉!- 무서운 천둥소리가 처녀의 가슴을 뒤흔들어놓았다. 아니, 그저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자기를 지켜보는 눈빛, 숯불처럼 타는 권일학의 눈빛, 험하게 이지러진 얼굴… 어둠속에서 드러나는 그 모습은 무서웠다. 입을 쩍 벌리고 자기를 노려보고있는 그의 사나운 모습은 랭랭하던 이전의 기술부원장이 아니였다. 누구나 첫눈에 반하던 그런 멋쟁이도 아니였다.

그때였다. 사람들의 웨침소리가 비속을 뚫고 들려왔다.

《평-양-산-원- 구급차! 어디 있습니까?-》

군인들이였다. 간호장이 달려간 통신중대 군인들이였다. 권일학과 주동국이 온몸의 힘을 모아 그들에게 맞받아 소리쳤다.

《여기요! 여기!-》

물속에 뛰여든 군인들이 강물을 헤치며 가까와오는것이 보였다. 하경옥은 한손으로 비물에 젖고 흙탕물에 젖고 눈물까지 흐르는 얼굴을 문지르며 그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들을 향해 힘껏 소리치고싶었다. 목청껏 울고싶었다. 기적이 일어났던것이다. 드디여 죽음의 고비에서 구원되는것이다.

물살빠른 강물을 헤가르며 먼저 다가온 군인들이 그들을 에워싸며 기쁨에 겨워 부르짖었다.

《무사했구만요, 선생님들!》

《임신부는 어떻습니까?》

《고맙소. 군인동무들, 정말 고맙소!》

군인들속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소리쳤다.

《자, 동무들, 빨리!》

순식간에 한개 중대의 군인들이 임신부를 실은 침대와 함께 의사들까지 통채로 떠안고 저편 강기슭으로 향했다. 주동국이 허우적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구급차- 저기 구급차가 물속에…》

또다시 힘찬 구령이 울리고 수십명의 군인들이 물속에 잠겨있는 구급차에로 헤여갔다. 이윽고 《영-싸! 영-싸!》하는 소리가 터졌다. 군인들은 어느새 구급차를 허양 들어올렸다. 전중대가 한덩어리로 되여 사람들과 차를 저편 강기슭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처럼 사납던 물결도 그들의 굴함없는 기상앞에 점차 숙어드는것 같았다.

그때 권일학은 환자의 침대와 구급차를 떠안고 완강히 나가는 군인들의 웨침소리를 들으며 눈굽이 저려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고맙소! 군인동무들, 고맙소!…

강기슭에 올라서자 뒤늦게 달려온 최봉숙이가 허우적거리며 하경옥에게 다가갔다.

《하선생, 살아있구만요!…》

모두가 울었다. 생사를 가르는 난관을 이겨낸 크나큰 기쁨에 겨워 서로 얼싸안고 강바닥에 주저앉았다. 권일학이도 주동국이도 소리없이 울었다. 전중대가 그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머금었다.

기적은 그것만이 아니였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꿈같은 일이 그들을 마중오고있었다. 거센 물소리를 짓누르며 크나큰 사랑이 하늘에서 그들을 소리쳐부르고있었다.

《평양산원 구급차, 어디 있는가? 행처를 알리라, 행처를 알리라!…》

발동기의 동음과 함께 확성기에서 울리는 묵직한 목소리가 그들의 머리우에 파도쳐오고있었다.

《평양산원 구급차, 어디 있는가?…》

《직승기다!-》

누가 소리쳤는지… 이번엔 권일학이 갈린 소리로 웨쳤다.

《직승기다. 우릴 찾아온 직승기다!》

모두 일시에 팔을 내뻗치며 소리쳤다.

《여깁니다, 여기!…》

《여기 있습니다, 구급차가 여기 있습니다!》

군인들까지 떨쳐나 목청껏 웨쳤건만 어느새 직승기는 골짜기를 따라 저 먼 어둠속으로 날아가버렸다. 하늘에서는 그들의 웨침소리를 들을수 없는것이다.

모두 가슴을 쥐여뜯으며 안타까와했다. 흥분으로 하여 높뛰던 가슴들이 갑자기 멎어버리는듯 했다. 울고웃으며 얼싸안고있던 하경옥이와 최봉숙이도 발을 동동 굴렀다.

《어쩌면 좋아요, 예?》

그들을 보며 권일학은 숨이 넘어가는것만 같았다. 어둠속 저 멀리로 가뭇없이 사라져버린 직승기, 정말 이럴 땐 어쩌면 좋단 말인가?

《직승기, 우리 여기 있습니다!》

목메여 부르짖는다. 듣지 못하리라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목터지게 웨치고 또 웨친다. 그래도 대답은 없다. 있을수도 없다. 드디여 사람들은 맥을 놓고 주저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실한 사랑은 한두번 불러보고 돌아가지 않는다. 자기의 사랑을 끝까지 찾고야마는것이다.

멀리 사라져갔던 발동기소리가 다시 파도쳐오고있었다. 크나큰 기쁨과 기대가 파도쳐오고있었다. 차츰 커져가는 동음, 여전히 반복되는 묵직한 음성.

《평양산원 구급차! 어디 있는가. 대답하라! 행처를 밝히라!…》

또다시 휘몰아치는 거센 음향의 파도. 사람들이 부르짖었다.

《여깁니다, 여기!-》

《여기 있어요, 여길 보세요!…》

점차 가까와오는 직승기에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보지 못하며 안타깝게 부르고있었다.

《어디 있는가? 대답하라!… 즉시 자기 위치를 알리라!》

모든 사람들이 직승기를 향해 두팔을 내뻗치며 환성을 올릴뿐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지 못하고있었다.

통신구분대의 젊은 중대장만은 제때에 자기 할바를 깨달았다.

그가 성급하게 소리쳤다.

《불, 빨리 불신호!…》

비와 강물속에서 흠뻑 젖어버린 사람들에게 무슨 불이 있으랴. 마른 종이 한장도, 마른나무 한가치도 없었다. 누군가가 라이터를 절컥거리며 자기의 주머니에서 나온 젖은 종이에 불을 달려고 애썼지만 허사였다.

《불, 빨리 불!…》

불이 없었다. 사람들이 헤덤비며 주머니를 뒤집고 라이터를 절컥거렸지만 불은 없었다. 그러면 이번에도 직승기를 그냥 날려보내야 한단말인가?…

그때였다. 별안간 밝은 빛이 확 켜지며 강바닥에 모여선 사람들을 환히 비쳤다. 주동국이 구급차의 전조등을 켰던것이다. 다음순간 전중대가 그 불빛앞에서 두손을 높이 쳐들며 목메여 웨쳤다.

《여깁니다, 여기!-》

머리우를 지나가던 직승기가 큰 반원을 그리며 돌아왔다.

《여깁니다, 여기!-》

이번에는 직승기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것 같았다. 아니, 구급차전조등이 밝은 불빛을 내뿜고있는, 강기슭에서 팔을 내저으며 울부짖고있는 사람들을 분명 가려보았을것이다.

얼마후 직승기가 회오리바람을 몰아치며 강기슭의 둔덕진 곳에 내렸다. 모두 환성을 지르며 일시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도 역시 구급차의 전조등빛이 그들의 기쁨에 넘친 모습을 환히 비쳐주었다.

직승기에서 먼저 허우대가 큰 대좌가 내렸다. 그뒤로 산원당비서 림숙정이 허둥거리며 내렸다.

《동무들, 살아있구만. 응? 이게 누군가? 하경옥, 기술부원장 그리구 2산과 간호장이지?》

《예, 비서동지, 간호장 최봉숙입니다.》

《얼마나 고생했나. 그래 군인가족임신부는 어떤가?》

《아직은… 무사합니다.》

《잘했소. 정말 장해!》

뒤늦게 직승기에서 내린 사람들이 그들을 차례로 얼싸안았다. 모두 눈물을 머금고 힘껏 껴안으며 소생의 기쁨을 나누었다. 함께 온 소생과장은 물론 수혈과장이며 구급과장 그리고 애기부원장과 약무부원장까지 그들을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직승기에서 내린 인민군대좌가 구급차전조등빛앞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마치 군중집회에 나서서 연설하는것 같았다.

《동무들, 정말 수고했습니다. 동무들때문에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동무들을 찾아 떨쳐나섰습니다. 마침 여기 통신구분대에서 산원동무들이 태풍과 무더기비로 길이 막혀 강물에 빠져있다는것을 상부에 보고했고 상부에서는 또 최고사령부에,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 그 사연을 보고드렸습니다. 우리 장군님께서는 세쌍둥이 군인가족임신부는 물론 산원의 의료일군들모두를 기어이 구원할데 대한 명령을 내리시였습니다. 동무들, 빨리 직승기에 오르시오.》

눈물겨운 만세의 환호… 어느 한사람도 움직이지 못했다. 커다란 충격에 가슴을 들먹거리며 목메여 부르짖고있었다.

《장군님!-》

가장 진실한 사랑이란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고 한다. 그러나 어버이장군님께서 돌려주시는 이 사랑을 그 무엇에 비길수 있으랴!… 군인들과 의사들모두가 눈물에 젖은 얼굴을 쳐들고 저 멀리 평양의 하늘가를 우러렀다.

인민군대좌가 다시 소리쳤다.

《동무들, 빨리 직승기에 오르시오.》

당비서 림숙정 역시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기술부원장선생, 왜 그러는거요? 빨리 임신부부터 비행기에 싣지 않구.》

이번에도 인민군군인들이 먼저 움직이였다. 일시에 달려들어 임신부의 침대와 의료일군들을 통채로 안아 직승기에 올렸다. 프로펠라가 바람을 일구며 맹렬히 돌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마지막으로 직승기사다리에 오르려던 림숙정이 머리를 돌리며 웨쳤다.

《가만, 우리 구급차운전사는 어디 있어. 응?…》

한순간 권일학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지금껏 커다란 기쁨과 환희에 잠겨 무서운 위험속에서 그들과 함께 여기까지 온 구급차운전사를 감감 잊고있었다는것을 깨달았던것이다.

그는 뛰여내렸다. 하경옥이도 간호장 최봉숙이도 뛰여내렸다. 그리고는 전조등을 환히 밝히고있는 구급차에로 달려갔다.

《운전사동무!-》

《…》

그런데 웬일인가. 아무 대답도 없었다. 조향륜에 머리를 구겨박고있는 구급차운전사 주동국, 그는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불안한 예감에 달려오던 사람들이 그를 소리쳐불렀다.

《운전사동무!-》

《주동무!》

《이게 어찌된 일이요, 엉?…》

권일학은 조향륜에 머리를 박고있는 그를 다그어안았다.

《운전사동무!》

대답이 없다.… 또다시 목메여 부르짖었다.

《주동무, 동국이!…》

여전히 대답이 없다. 다만 굳어진 얼굴만이 직승기를 향해 맥없이 놓여있을뿐!… 사람들이 그를 둘러쌌다. 하경옥과 최봉숙이가 비칠거리며 주동국에게 다가왔다.

《동국동무! 이게 원일이예요! 예?…》

《눈을 뜨세요, 동국동무, 인젠 임신부두 다 구원되였는데… 이제 와서 이러면 어쩐다는거예요, 예? 동국동무!…》

그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고 굳어져버린 주동국의 모습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권일학은 주동국을 둘쳐업었다. 직승기를 향해 뛰여가며 정신없이 생각했다. 이렇게 되도록 왜 몰랐단 말인가. 수백리길을 함께 달려오고 무시로 생명을 위협하는 산사태와 사나운 강물속에서 생사를 같이하던 제대군인청년! 자기 피는 O형이라고 웃으며 팔을 내밀었었지.… 동무, 어쩌면 이럴수 있는가! 우리 의사들이 곁에 있었는데…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수 있단 말이요, 응? 주동무!… 마주 달려오던 림숙정이 무작정 그들을 부여안았다.

《뭐 누구라구, 그가 어떻게 됐다구?》

맥없이 드리워져있는 창백한 얼굴, 아직도 물방울이 맺혀있는 주동국의 얼굴에서는 직승기에서 비쳐오는 불빛이 반사되여 보석처럼 빛나고있었다, 마치 영원히 그 불빛만을 간직하려는듯…

림숙정은 곱아든 그의 손가락들을 마구 비비며 다급히 속삭이였다.

《동국이, 이 사람! 이게 무슨 일인가, 엉? 정신차리라구!… 지금 평양에선 자네 누이동생이 오빠를 기다리고있어.…》

림숙정은 오빠가 언제 돌아오는가고 전화로 묻던 그 처녀의 목소리가 귀전에 쟁쟁했다. 가슴조이며 소식없는 오빠를 기다리던 처녀. 그때 그에게 말해주었었다. 오빠는 꼭 돌아온다고, 그러니 걱정말고 기다리라고. 그런데 그가 이 지경이 될줄이야!… 림숙정이 목갈린 소리로 웨쳤다.

《이보라구, 동국이! 자넨 죽어선 안돼. 알겠나? 이제 일어나 또 산모들을 실어와야지, 응?…》

여전히 직승기를 향해 달리는 권일학은 가슴속에 불뭉치같은것이 들이박히는것을 느꼈다. 장령차운전사였던 제대군인들중의 한사람, 임신부와 새 생명들을 위하여, 이제 태여날 세쌍둥이선군동이들을 위하여 매 시각마다 자기의 육체를 갉아먹는 급성복통의 아픔을 끝까지 참아온 청년, 많은 사람들이 그앞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통신중대의 병사들도 자기 한몸을 다 바쳐 군인가족임신부와 새 생명을 지켜준 평양산원의 이름없는 구급차운전사이며 긍지높은 제대군인인 주동국에게 마음속으로 경의를 표하며 말없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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