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회)


제 5 장 최전연에서


7


주동국을 쓰러뜨린것은 장불통이였다. 도착한 즉시 그는 구급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되였다. 조금만 더 지체했더라도 무서운 일이 벌어질번 했었다.

그가 무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권일학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서둘러 외출복을 갈아입었다. 당장 그에게 들려볼 생각이였다.

방을 나오니 마침 승강기가 기다리고있었다.

《자, 빨리 갑시다.》

고속승강기는 어느새 1층까지 내려가 사람들을 부려놓았다. 밤일하는 운전공에게 수고하라고 이른 권일학은 바삐 구급과쪽에 있는 야간출입문으로 향했다.

그는 출입문앞에 이르지 못하고 그만 걸음을 멈추었다. 아직 불이 환한 중앙홀에서 웬 처녀가 꽃무늬보석주단을 내려다보며 서성거리고있었던것이다.

권일학이 눈을 쪼프리며 큰소리로 물었다.

《거기 있는게 누구요?》

처녀가 머리를 들었다. 어깨에 멘 화판과 대학생복차림, 남달리 희맑은 얼굴, 퍽 낯익어보이는 처녀였다.

《가만, 처녀동문… 우리 주동국운전사의 누이동생이 아니요?》

처녀는 그에게 다가오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기술부원장선생님.》

《옳구만, 그전에 오빠와 함께 가던 그 동무가…》

《예, 주은경입니다.》

처녀가 쑥스러운듯 고개를 숙이였다. 그때 처녀는 새 기술부원장이 구급차운전사 같은건 알지도 못하는데 괜히 저 혼자 우쭐거린다고 오빠를 핀잔했었다. 그래서 주동국이 멋적게 변명을 했고…

권일학은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으며 처녀를 눈여겨보았다.

《왜 여기에 있나? 오빠한테 가보지 않구.》

《방금 오빠에게서 오는 길입니다.》

《오, 그럼 집에 가야지.》

잠시 말이 없던 주은경이 은은하게 빛나는 보석주단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오빠가 그렇게 사랑하는 이 산원을… 저도 알고싶었습니다, 무엇때문에 오빠가 자기의 생명까지 바치려 했는지.》

《?!》

권일학은 말없이 처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왔단 말이지, 이 밤중에.… 대답을 찾으려는듯 자기를 쳐다보고있는 은경이와 마주선 권일학은 또다시 가슴속에 뜨거운 불뭉치같은것이 욱 치밀어오르는것을 느꼈다.

주동국!… 평범한 산원구급차 운전사, 그는 임신부를 실어나르는 자기를 두고 미래를 마중가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강직하면서도 더없이 선량하고 꿈도 많은 청년, 녀성들과 태여날 미래를 위해 자기를 다 바친 선군시대의 청년, 그가 자기를 바치며 구원한 세쌍둥이태아들은 지금도 여전히 힘찬 심장의 박동을 울리고있다. 태여날 생을 부르짖으며, 아름다운 미래를 소리치며!…

권일학은 입속말로 나직이 속삭이였다.

《주동국이… 참 훌륭한 사람이요. 군인정신이 온몸에 푹 배인 사람이지. 그는 우리들에게 참된 사랑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깨우쳐준 사람이였소.》

은경이가 젖어드는 눈길을 창밖으로 향하며 조용히 부르짖었다.

《오빠!… 나두 오빠처럼 진심으로 사랑할줄 아는 뜨거운 인간이 되겠어요!》

권일학이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난 은경이가 꼭 오빠처럼 훌륭한 사람으로 살리라고 믿소.》

《기술부원장선생님!…》

권일학은 자기의 가슴이 더없이 넓어지는것을 느꼈다. 우리 당이 키운 새 세대 젊은이들, 위대한 당의 뜻을 받들어 가장 진실한 사랑을 바치는 그들에 대한 사무친 정으로 하여 줄곧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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