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 회)


제 6 장 무엇이 사랑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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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학은 중환자를 다른 과에 넘기는 환자병력서에 수표해주고 구급과에서 소생과의 의사를 왕진에 망라시켜달라는 요구를 승인해주면서도 자주 창밖을 내다보고있었다.

강학선을 데리러 간 당비서는 왜 아직 오지 않는가? 지금 산원에서는 철저한 의학적감시밑에 세쌍둥이해산을 지연시키고있다. 그러나 이제 하루를 더 넘기지 못한다. 그가 빨리 와야겠는데…

이때 손기척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으로 들어왔다. 녀성건강관리과장이였다.

《저 기술부원장선생님, 이번에 산부인과 연구중심 및 의학협의회와 토의하여 경험교환과 학술토론회를 조직했는데 여기에 기술부원장선생이 꼭 참가해달라고 합니다.》

《그렇소?… 학술토론은 언제 하오?》

《래일 오후에 우리 회의실에서 합니다.》

《알겠소.》

《그럼 전 그렇게 알고 가겠습니다.》

그가 나가자 권일학은 또다시 창밖으로 눈길을 옮겼다. 마음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있는 강학선으로 하여 번거롭기 그지없었다. 그새 건강이 더 나빠지진 않았는지?… 자기를 과신하는것처럼 자기를 지내 학대하기도 하는 강학선, 일단 고집을 쓰면 벽을 문이라고 내미는 사람, 그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있을가?…

고집쟁이란 흔히 편협하고 근시안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단 대방의 뜻과 의도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거기에 제한몸 아낌없이 내던지기도 한다.

이런 강학선이 나의 진정을 받아들일수 있을가?… 금시 두눈을 찌프리며 마뜩지 않게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눈앞에 다가서는듯 싶었다.

그것은 응당한것이였다. 강학선의 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그는 자기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에게 의사로서 지녀야 할 신성한 본도와 원칙에 대하여 가르치면서도 자기와 다름없이 생명을 다루는 한 의사의 마음속에 뿌리깊은 상처를 내고있다는것은 생각지 못했었다. 그야말로 남들이 말하듯이 랭정하고 무정한 인간이였었다.

사랑하라! 그러면 모든것이 다 열린다!… 얼마나 뜻이 깊은 말인가. 마음의 문은 강요한다고 하여, 사정한다고 하여 열려지는것이 아니다. 오직 참되고 진실한, 가장 뜨거운 정과 사랑만이 심장의 문을 여는 법이다.

따르릉!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그제서야 권일학은 자기가 아까부터 집에서 오게 될 전화를 기다리고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아침에 갑자기 정철이가 열이 나며 기침을 하기에 약을 먹인 다음 엊그제야 발전소건설장에서 돌아온 어머니에게 그대로 맡기고 나왔었다. 이맘때에 아이의 상태를 전화로 알려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아직 전화가 오지 않고있었던것이다.

권일학은 급히 손을 내뻗쳐 앞에 놓인 송수화기를 들었다.

《예, 기술부원장입니다.》

감도가 없다. 또다시 울리는 전화종소리, 그제서야 그는 잘못 들었던 자동전화기를 제 자리에 놓고 구내전화를 바꾸어들었다.

《예.》

《기술부원장선생님, 수술준비가 다되였습니다.》

수술장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며칠전부터 물려놓은 계획수술이였던것이다.

《알겠소, 내 곧 내려가겠소.》

권일학은 송수화기를 제 자리에 내려놓으며 아직도 전화종소리가 울리지 않는 자동전화기를 바라보았다. 정철이가 더하진 않는지? 약은 제대로 먹였는지?… 이럴 때 그 애의 친어머니가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문득 떠오르는 하경옥의 두눈… 그밤, 사품치는 강물속에서 자기를 마주보던 놀란 그 모습, 지금 눈앞에 떠오른 모습은 원망어린 그 눈빛이였다. 자기를 뿌리치며 달아나는 정철이를 가슴아프게 바라보던 그 녀자의 검은 두눈, 마음의 따뜻한 등불이 비치는것 같기도 하고 또 무언가 알수 없는 엄청난 아픔도 깃든듯 한 그 눈…

권일학은 그 녀자의 검은 두눈을 상기할 때면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솟구쳐오르는 귀중한 그 무엇에 대하여, 자신도 모르게 가졌던 은연중의 기대와 심중치 못한 속생각에 대하여 모질게 비웃군 하였다.

하경옥, 그는 깨끗하고 신성한 처녀이다. 그런 녀성을 아이가 있는 자기같은 남자가 넘겨다보다니? 안될 소리이다!…

서둘러 이렇게 단정해버리고나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고있던 뜨거움은 삽시에 찬물을 들쓴듯 움츠러들고 그 어떤 야릇한 아픔이, 저미는듯 한 고통이 날카롭게 가슴을 허비고 비틀어대군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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