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회)


제 6 장 무엇이 사랑입니까


6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할머니에게 정철이를 맡긴 하경옥은 정신없이 산원으로 내달렸다. 거리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였다.

속이 한줌만 했다. 정신없이 달려가며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니 내가 30분이나 자리를 비웠단 말인가?… 땀으로 흠뻑 젖은 그는 자기가 어떻게 계단을 뛰여올랐는지, 어느새 의사실문을 벌컥 열었는지 알지 못했다.

급히 방에 들어서던 하경옥은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며 굳어져버렸다.

찌르는듯 한 눈길이 그를 마주보고있었던것이다.

기술부원장 권일학이였다.

《어데 갔댔습니까?》

《…》

《선생은 강학선과장이 오는 즉시 세쌍둥이해산수술이 있다는걸 알고있소?》

《예.》

《그런데?》

《…》

방에 있던 책임조산원이 숨을 죽이고 하경옥을 지켜보았다. 이런 일에서는 매우 엄격한 기술부원장임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권일학의 눈빛은 날카로왔다. 아니, 차고 엄했다.

《그래, 말해보시오. 선생이 마음대로 자리를 비운 그 시간에 수술이 앞당겨졌다면 어떻게 되겠소? 도대체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할수 있는가?》

하경옥은 얼어붙은듯 대답을 못하고있었다. 송골송골 내돋던 땀방울이 이마에서 흘러내렸지만 그것을 닦을념도 못하고 그냥 서있기만 했다.

권일학이 여전히 계속했다.

《난 책임성 높고 기술도 높은 선생에 대해서 좋게 생각해왔소. 또 많은 사람들이 선생을 과의 본보기라고 인정해왔고… 그런데 의사의 초보적인 본분도 잊고있는 선생을 지금 어떻게 리해해야 하오?》

《…》

하경옥은 아프게 입술을 깨물었다. 온몸의 피가 머리에 모이는것만같았다. 자기를 지켜보고있는 책임조산원의 말없는 동정과 위안의 눈빛에 견딜수 없었다.

그동안에도 기술부원장의 질책은 계속되였다.

《선생은… 엄중하오, 용서할수 없단 말이요!》

다음순간 문소리가 나더니 조용해졌다. 기술부원장이 나간것이다. 무거운 침묵, 분위기가 너무 긴장했으므로 책임조산원은 여전히 숨소리도 없이 굳어져있었다.

하경옥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울고싶었지만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세쌍둥이임신부, 수술, 책임성, 엄중한 일… 권일학이 내던진 매서운 말마디들이 련속 귀전에서 윙윙거렸다.

책임조산원이 다가와 가만히 속삭이였다.

《하선생, 무슨 급한 일이 있은게지요?… 그렇게 절제있는 하선생이 자리를 떴을 때에야…》

《…》

책임조산원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글쎄, 책임성 높은 하선생이 자리를 비웠을 때에야 꼭 피치 못할 일이 생겨서였겠는데… 참, 기술부원장선생은 잘 알아보지도 않고 큰소리를 친단 말이예요.》

하경옥은 그의 말을 잘랐다.

《됐어요, 그만하세요. 기술부원장선생이 뭐라고 하든 그거야 탓할게 없지요. 내가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운건 사실이니까요.》

하경옥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은듯이 이미 채워져있는 위생복단추들을 꼼꼼히 만져본 다음 연한 살주름살이 간 한쪽팔소매를 다림질하듯 손바닥으로 내리쓸었다. 그리고는 잠시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다음 머리속으로 이제 해야 할 수술조작순서를 다시 상기해보았다. 이것은 힘겨운 수술을 앞둔 의사들이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 하나의 습관이기도 했다.

그러나 하경옥은 여느때없이 마음을 집중하지 못하고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불시에 눈물이 치밀어올랐다. 그 어떤 서운함이, 당치않은 꾸중을 당했을 때처럼 억울한 설음같은것에 목이 꽉 메여올랐다.

그때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가까이에 있던 책임조산원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예. 2산과입니다. 누구 말입니까?… 예- 하선생, 알겠습니다.》 책임조산원은 천천히 송수화기를 내려놓으며 하경옥에게 나직이 말했다. 《원장선생이 하선생을 찾는구만요. 왜 그럴가? 어쩐지 성난 목소리예요.》

두 녀자의 눈길이 마주쳤다. 방금 있은 일로 무슨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있다는것을 짐작했던것이다.

하경옥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임조산원의 동정어린 눈빛을 받으며 문가에로 향했다. 드디여 일은 터졌다. 전 산원적으로 문제시될것이다. 근무시간에 의사가 자리를 뜬 일은 아직 한번도 없었기때문이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듯 손더듬으로 문고리를 찾았다. 보다못해 책임조산원이 다가와 문을 열어주었다.

그 순간 누군가 뛰여들어오며 소리쳐 알렸다.

《하선생, 이제 곧 강학선과장이 도착한답니다. 수술장에서 모두 기다리고있어요.》

하경옥은 급히 차비를 하고 전화를 걸었다. 인차 원장이 나왔다.

《원장선생님, 제 하경옥입니다. 당장 강학선과장선생 조수로 세쌍둥이…》

《참, 하선생이 수술조수이지요?》

《예.》

《알겠어요. 그럼 수술이 잘되도록 힘쓰세요.》

하경옥은 전화를 끝내기 바쁘게 세쌍둥이임신부가 대기하고있는 수술장으로 달려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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