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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8월 25일

평양시간


(제 60 회)


제 6 장 무엇이 사랑입니까


7


강학선을 태운 승용차는 바로 그때 산원정문에 들어서고있었다.

오늘따라 정문에는 의사, 간호원들이 가득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고있었다.

림숙정이 차문을 열며 강학선에게 말했다.

《자, 다 왔네.》

하지만 강학선은 선뜻 차에서 내릴수 없었다. 마중나온 의사, 간호원들의 모습을 보니 부지중 가슴이 찌르르해졌다. 바로 몇달전 여기서 몇사람의 바래움을 받으며 의료기구공장으로 떠났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은…

앞마당에 나와있는 수많은 사람들속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하나하나 눈물속에 찾아본다. 임선해원장이며 갱핏한 몸에 늘 두눈이 웃고있는 부비서, 이마가 벗어진 경리부원장 그리고 자기와 가까이 지내던 구급과장, 그뒤에는 부인과와 산과의 여러 과장들, 또 인연깊은 2산과의 의사들과 최봉숙간호장까지 나와있다. 그들모두가 현장에서 돌아오는 자기를 마중하러 나온것 같아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느새 눈굽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사람만이 없다. 다시는 만나고싶지 않다고 단정했지만 저도 모르게 찾게 되는 사람, 그가 없었다. 자기에게 가혹한 매질을 했던 사람, 마음속으로 은근히 두려워했던 사람, 그 권일학이 지금 눈에 띄지 않는다.

강학선은 어쩐지 마음이 허전해지는것을 느꼈다. 저 사람들속에서 갑자기 그가 나타나 손을 쑥 내밀며 《반갑습니다. 강선생, 무사히 오셨습니까?》라고 한마디만 한다면 고드름처럼 얼어붙었던 마음이 단번에 녹아내릴것만 같은 마음이였다.

그때 강학선은 기술부원장 권일학이 수술장에 있다는것을 알수 없었다. 그리고 정문에 나와있는 많은 사람들이 무엇때문에 차안에 앉아있는 자기를 보고 놀라와하는것인지 그것도 알수 없었다.

임선해원장이 당비서에게 무어라고 손짓하며 설명하는것이 내다보였다. 강학선은 림숙정당비서가 원장의 말을 들으며 그리도 기뻐하는 까닭이 무엇일가 하고 생각하였다.

강학선은 그 모든것을 잠시후에야 알게 되였다. 온 산원이 떨쳐나 기다리고있는 사람은 바로 최전연구분대에서 복무하던 박현희였던것이다.

풍을 친 군용차 한대가 정문으로 들어왔다.

《왔어요!-》

누군가 소리치자 정문에 나와있던 의사, 간호원들이 와- 하고 달려가 군용차를 에워쌌다.

강학선은 뜻밖의 일에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내다보기만 했다. 풍친 군용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그도 잘 아는 박현희였다. 그 처녀를 한 군관이 등에 업고있었다. 그들과 함께 온듯 한 다른 녀인이 군관을 거들며 걸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 우리 산원의 자랑인 박현희간호장이 왔습니다!》

낯익은 그 녀인은 아이들을 많이 낳아 온 나라가 다 알고있는 박월선이였다.

기다리고있던 녀의사들과 간호원들이 현희를 받아안았다. 한꺼번에 달려들어 붙안고 어루쓸며 울고웃었다.

《현희, 우리 현희가 왔구나!》

《고마워요. 군관동지, 정말 고마워요!》

림숙정이 군복입은 처녀를 다그어안으며 말했다.

《현희야, 내 다 들었다. 정말 장한 일을 했더구나.》

《비서동지, 이런 몸으로 와서 미안합니다.》

《무슨 소릴 하는거냐, 응?》

로년의 당비서와 애젊은 제대군인간호장이 서로 붙안고 우는것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지었다.

그때 차에서 처녀를 업고 내린 젊은 군관이 멋들어지게 거수경례를 붙이며 림숙정에게 인사했다.

《영웅간호장동지! 안녕하십니까?》

《오, 알만 해. 자네가 나한테 전화를 걸었던 그 중대장 안… 뭐라던가?》

《옛, 상위 안순남!》

《그래, 안순남. 맞아, 안순남이야. 자네가 이렇게 우리 현희를 업구왔구만. 응? 고맙네, 고마워!…》

림숙정은 눈물을 참으며 중대장 안순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물기어린 눈으로 현희를 돌아보았다. 커다란 희망과 포부를 안고 여기 산원에서 최전연초소로 달려나갔던 처녀, 그러나 오늘은 남의 등에 업혀온 처녀, 그토록 산원으로 다시 돌아와 애기간호원이 되고싶어했던 처녀였는데… 그 꿈많던 처녀가 위급한 순간 동지들을 구원하고 하반신마비가 되여 남의 등에 업혀온것이다.

림숙정의 목소리는 떨리였다.

《동지들을 구원했다지?… 장하다, 우리 현희! 산원에서 태여난 선군동이가 달라. 비록 업혀오긴 했지만 다 잘될거야!》

《고맙습니다, 비서동지.》

또다시 녀의사들과 간호원들이 떠들썩했다.

《현희, 나한테 업혀, 응?》

《아니야, 내가 업을래.》

《현희는 우리가 업어야 해요. 그렇지?》

모두가 사람들속에서 누군가를 찾으며 두리번거리고있는 현희를 저마끔 자기에게로 끄당기고있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저… 기술부원장선생님은 지금 어디 있나요? 우리가 온걸 무척 기뻐하시겠는데…》

림숙정이 큰소리로 알려주었다.

《기술부원장이야 수술장에 있지. 곧 세쌍둥이를 해산시켜야 하니까.》

《그랬군요, 그런걸 난 또…》

현희와 안순남이 서로 마주보며 밝게 웃었다. 때를 기다린듯 2산과의 몸이 실한 간호장 최봉숙이가 팔을 홱홱 내저으며 《가만, 가만!》하고 사람들을 밀어내였다.

《기술부원장선생의 잔등이 넓긴 하지만 내 잔등도 씨름선수 못지 않게 든든하단 말이야. 한땐 소문난 사단군의소 간호장이였거던. 자, 내 등에 업히라구요. 갓 결혼한 신혼부부라도 단번에 두사람 다 업을수 있다니까.》 그 말에 모두가 떠들썩 웃어대며 한덩어리가 되여 현관으로 움직여갔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강학선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머금고있었다. 여기서 일할 때에는 매일같이 보고 듣는 일이여서 무심히 스쳐버렸건만 오늘따라 그 모든것이 류달리 가슴을 뜨겁게 울려주었다.

흔히 보면서도 례사롭게 여기군 하던 그것, 진심으로 아껴주고 위해주는 참사람들의 진실한 마음… 권일학이도 그런 사람이 아닐가. 누구나가 찾아주고 누구나가 기다리는 그런 사람…

림숙정당비서가 다가와 차문을 열었다.

《아직두 여기 있어?… 이거 어떻게 된거야. 한시가 급해서 갔다왔는데 여기서 졸고있은게 아니야?》

강학선은 아무말없이 차에서 내렸다. 웬일인지 자기가 아직 이 신성한 사랑의 집에 들어설 자격을 미처 갖추지 못하고있다는 생각에 머리를 푹 수그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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