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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9월 16일

평양시간


(제40회)


제 4 장


8


련대에 큰 경사가 생겼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보내주신 사랑의 솜옷이 전선을 넘어 도착한것이다.

저저마다 눈물을 머금고 솜옷을 쓸어보는 전사들앞에 오성국장령이 나섰다.

《동무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동무들이 꼭 찾아올줄 알았다고, 자신께서는 언제나 그들을 굳게 믿었다고 뜨겁게 말씀하시였습니다. …》

그는 더 말을 이을수 없었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흐느낌소리가 다음 말을 끊어놓았던것이다.

어찌 그렇지 않으랴. 바로 그 믿음에 이끌려 련대는 만난신고를 헤치며 달려오지 않았던가.

지금껏 강의한 의지로 행군을 다그쳐온 억센 사나이들이였건만 자기들의 얼어든 몸을 따뜻이 녹여주시는 다심한 어버이사랑앞에 그만에야 오열을 터치고만것이다.

한참후에야 오성국의 이야기는 다시 이어졌다.

《…그러시면서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이 추운 날 여름군복을 입고 눈속을 헤치고있을 동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부모처자를 뒤에 남겨두고 우릴 찾아오는 의거장병들인데 하루빨리 솜동복을 보내주자고 하시며 은정어린 조치를 취해주시였습니다.》

《으흐흑!-》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헤쳐넘은 표무강의 두어깨도 세차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크나큰 믿음을 심장속에 간직하고 굳세게 걸어온 평범한 전사, 소박한 인간이 터친 흐느낌이였다.

아, 언제 한번 마음껏 울어본적 있었던가. 울고싶어도 수천명의 운명을 책임진 지휘관이라는 자각때문에 모든 괴로움을 무뚝뚝한 얼굴속에 묻어두어야 하였던 그, 사랑하는 전우를 잃고도 눈에 증오의 불길이 펄펄 타오르던 표무강.

그처럼 강인하던 사나이의 두볼로 뜨거운 눈물이 좔좔 흘러내리고있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비길수 없는 어버이의 사랑이 억센 사나이를 울린것이다.

오, 젊은 련대장이여, 오늘은 마음껏 우시라. 가슴이 후련하도록 마음껏 터치라!

그의 어깨를 으스러지게 잡은 오성국도 눈물젖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실컷 울라구. 이런 때 울지 않으면 언제 울겠소.》

한시간후, 새 솜동복을 떨쳐입은 구분대장들이 련대지휘부에 모여왔다.

면도를 깨끗하게 하고 앞가슴을 쭉 편 그들의 모습에서는 지치고 추위에 떨던 흔적을 조금도 찾아볼수 없었다.

볼수록 름름한 그들을 둘러보고난 오성국은 련대의 전선돌파를 위한 강력한 타격전이 진행된다는것을 엄숙히 선포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작전안을 하달하였다.

자정무렵, 수백문의 아군포들이 적진을 드세게 답새겼다.

꽝, 꽈꽝-

꽈르릉, 꽝, 꽝!-

급작스럽게 쏟아진 불벼락에 혼비백산한 적들은 사방으로 달아났다.

《련대, 돌격앞으롯!》

성난 호랑이들마냥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련대앞에는 권총을 뽑아든 표무강련대장이 서있었다.

어지럽게 쏘아대는 적포탄과 총탄이 여기저기에서 터졌다.

발악하는 적들을 권총으로 쏘고 발로 차고 하며 내달리던 표무강은 쇠몽둥이로 허리를 세차게 후려치는듯 한 충격을 받았다.

눈앞이 새까매지더니 몸이 허공으로 휘뿌려졌다.

《련대장동지가 부상당했소!》

아슴푸레하게 들려오는 누군가의 웨침소리.

그가 마지막으로 본것은 이쪽으로 허둥지둥 달려오는 련대군의소장과 신주옥이였다. …

의식을 차린 그가 처음 본것은 구름 한점 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이였다.

하늘이 저렇게도 푸르렀던가, 그리구 저 검은 연기는?

《련대장동지, 좀 어떻습니까?》

귀익은 목소리를 듣고서야 표무강은 자기가 담가에 누워있으며 군의소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걱정스레 지켜보고있는것을 알았다. 그러자 어디선가 날아온 적포탄이 가까운 곳에서 작렬하면서 자기의 몸이 허공으로 뿌려지던 일이 생각났다.

내가 정신을 잃었댔구나. 가만, 그럼 련대는?

벌떡 몸을 일으키던 표무강은 허리를 송곳으로 찌르는듯 한 아픔을 느꼈다.

어찌나 참기 힘든지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으-음!》

뼈를 갉아내리는듯 한 동통을 가까스로 참고 군의소장한테 물었다.

《련대는… 어떻게 됐소?》

《문화부련대장동지가 지휘하고있습니다.》

김흥선이 련대를 지휘한다니 마음이 놓인다. 헌데 이놈의 허리가 도대체 어떻게 되였기에 이다지도 아픈가.

담가옆에 서있던 군의소장이 알려주었다.

《허리에 파편이 박혔습니다.》

파편이라는 말을 듣자 정말 허리에 박혀있는 날카로운 쇠붙이의 존재가 느껴졌다.

입술을 꽉 깨물고 전투장쪽을 응시하던 표무강은 담가병들을 향해 명령하였다.

《전투장으로!》

《안됩니다!》

두팔을 벌리고 담가를 막아선 련대군의소장은 큰일난것처럼 야단쳤다.

《련대장동진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비키오!》

이번에는 신주옥이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아연해하였다.

《련대장동지, 안됩니다. 정말입니다!》

아픔때문에 얼굴을 찡그려서 더욱 사납게 보이는 표무강은 버럭 소리질렀다.

《비키지 못하겠소?… 이건 명령이야!》

금시라도 무슨 일을 칠것 같은 그 기상에 군의소장과 신주옥은 할수없이 비켜섰지만 대신 담가옆에 바싹 붙어섰다.

이윽고 담가는 총소리와 수류탄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는 전투장 한복판으로 뛰여들었다.

《련대, 돌격앞으롯!》

담가우에 누운채 전투를 지휘하는 련대장을 발견한 전사들은 용기백배하여 돌진하였다.

무서운 힘으로 진격하는 련대앞에서 적들은 무리로 쓰러졌다.

돌연 앞쪽에서 우렁찬 웨침소리가 들려왔다.

《동무들!》

《우리가 왔소!》

포연이 자욱한 대기를 뚫고 수많은 전사들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있었다.

그들을 알아본 표무강은 아픔도 잊고 담가우에서 몸을 우쩍 일으켰다.

《동무들, 아군이요!》

기쁨에 넘친 전사들은 와!- 하고 환성을 터치며 내달렸다.

마주 달려오던 전사들도 련대와 합쳐지면서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었다.

드디여 련대는 전선을 돌파하였다. 꿈속에도 그리던 장군님의 품에 안긴것이다!

온 련대가 감격에 젖어 웃고 떠들고있을 때 표무강은 구분대장모임을 열고 이렇게 강조하고있었다.

《이 시각부터 내가 부상당했다는 말이 새여나가지 않도록 해야겠소. 알겠소?》

《알았습니다.》

《다들 돌아가고 군의소장만 남소.》

주위가 조용해지자 표무강은 웬일인가 하고 서있는 군의소장에게 성급히 물었다.

《이제 수술을 할수 있겠소?》

《당장 말입니까?》

놀라와하는 그를 못마땅해서 쳐다보던 표무강은 툭 내쏘았다.

《동문 아까 뭐라고 했소?》

《그때는 그랬지만…》

《여보, 누굴 놀리자는거요?》

련대장이 성을 내자 군의소장은 의아해하였다.

의지가 강한 련대장은 웬간한 부상따위는 치료받지 않군 하였는데 오늘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제편에서 수술을 받겠다고 재촉하고있는것이다. 하기야 오죽 아프면 그러겠는가.

《련대장동지, 그런게 아니라 수술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럽니다.》

표무강은 담가우에 몸을 눕히며 배심좋게 말하였다.

《기다리겠소.》

…이른아침부터 안절부절 못하고있던 표무강은 끝내 참지 못하고 침대우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며칠전에 수술한 자리가 터질것처럼 팽팽하게 켕기였다.

《으-음!》

때마침 천막안에 들어서던 련대군의소장이 아우성을 쳤다.

《정신있습니까? 수술자리가 터지면 어쩔려구 그럽니까?… 당장 누우십시오. 어서요!》

감히 손짓까지 하며 떡떡거리는 그를 보자 표무강은 두눈을 부릅떴다.

《이거 누구한테 호령하는거야. 엉?》

그쯤하면 움츠러들줄 알았는데 군의소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단 입원했으면 군의소장의 명령에 복종해야 합니다. 설사 련대장동지라고 해도 말입니다.》

표무강은 기가 막혀 말이 나가지 않았다.

이 량반이 어떻게 된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의약품이 모자란다느니, 천막이 몇개 더 있어야겠다느니 하고 징징 우는소리를 늘어놓더니…

한바탕 혼내우려던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가만, 내가 인차 일어나는가 못 일어나는가 하는건 바로 이 량반손에 달려있는데 공연히 일을 망칠게 아니야?

지금까지 겁이라는것을 전혀 몰랐던 그였지만 이 순간에는 은근히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여보, 군의소장동무!》

얼결에 련대장한테 큰소리를 쳤지만 속이 조마조마해있던 군의소장은 그가 너누룩하게 나오자 얼떨떨해졌다.

《천막이 두개 더 있으면 좋겠다고 제기했댔지?》

본인이 미처 생각나지 않아 눈을 끔뻑거리는데 표무강은 시원스럽게 결론을 내렸다.

《걱정마오. 당장 해결해주겠소. 또 뭐가 있더라?》

군의소장은 점점 영문을 알수 없었다.

《련대장동지, 솔직히 말해주십시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표무강의 얼굴에 숙연한 빛이 그려졌다.

《군의소장동무, 래일 아침 련대는 최고사령부에 도착하게 되오.》

《저도 알고있습니다.》

군의소장의 대답을 듣자 그의 얼굴은 비참하게 이그러졌다.

《알고있으면 뭘 하오?》

《예?》

《그래, 최고사령관동지를 만나뵈우면 련대장인 내가 도착보고를 올려야 하겠는데 이렇게 누워있으니 어떻게 하는가 말이요.》

속이 탄 나머지 몸을 우들우들 떨고있던 표무강은 군의소장의 손을 덥석 그러잡았다.

《여보, 래일 둬시간만 움직일수 있게 해주오. 그 다음은 죽든살든 상관없소.》

뒤늦게야 련대장의 심정을 알아차린 군의소장은 설사 그렇다고 해도 다른 대책이 없다는듯 한숨을 내쉬였다.

열기를 띤 눈길로 그를 바라보던 표무강은 갑자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자, 내 절을 받아주오!》

누구한테도 머리를 숙인적 없다는 련대장이 자기한테 너푼 절을 하자 군의소장은 덴겁하였다.

《아니, 이거… 이거 왜 이럽니까?》

《제발 도와주오. 이 표무강이 최고사령관동지앞에 나서지 못한다면 살아선 뭣하겠소. 응?》

그러는 표무강의 두눈에 눈물이 그득히 고여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군의소장은 뜨거운것을 꿀꺽 삼켰다.

다음날 아침, 련대는 고산진에 도착하였다.

기운차게 굽이쳐가는 대오앞에는 표무강련대장이 정보로 걷고있었다.

얼핏 보면 그는 건강하고 씩씩해보였다. 하지만 그가 진통제를 정량보다 초과하여 맞았으며 그것도 미타해서 군복안에 가죽혁띠를 두개씩이나 차고있는줄은 누구도 알지 못하였다.

련대가 림성골에 들어서자 한 장령이 급히 걸어오더니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동무들을 기다리고계신다고 알려주었다.

순간 표무강의 두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최고사령관동지, 제가 왔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안겨주신 군공메달을 가슴에 품고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장령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가던 표무강은 이미전에 바싹 조인 두개의 가죽혁띠를 허리가 끊어져나가라고 힘껏 조였다. 그 다음 마치도 수십년만에 어버이를 찾아가는 자식인양 두주먹을 부르쥐고 천방지축 달리기 시작하였다. …

그날 표무강을 만나주신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엄혹한 시련을 헤치며 련대를 이끌고 전선을 넘어온 그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주시고 국가수훈을 안겨주시였다.

그후 련대는 최고사령관명령에 의하여 반공격집단에 망라되여 청진시를 해방하는 전투에 참가하였으며 동해안을 따라 적들을 추격하여 김책시와 단천, 길주, 흥남으로 진격하였다. 그리고 12월초에는 평양해방전투 등 여러 전투에도 참가하여 위훈을 떨쳤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용감하게 싸운 그에게 조선인민군 소장의 군사칭호와 함께 최고사령관축하문을 안겨주시는 크나큰 은정을 베풀어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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