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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9월 16일

평양시간


(제58회)


제 6 장


7


《무강씨, 이렇게밖에 할수 없는 절 용서해주세요. 전 이제 의무소로 돌아가면 대대와 함께 의거하지 못할거예요. 어쩌면 영영 무강씨의 곁으로 오지 못할수도 있답니다. 허지만 전 두렵지 않아요. 대대가 무사히 의거할수 있다면, 무강씨가 힘들게 찾은 애국의 길을 곧바로 걸을수만 있다면 전 설사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어요.

내 사랑, 부디 잘 가세요. 그리고 먼 후날 남녘의 한 처녀가 눈을 감을 때까지 당신을 열렬히 사랑했다는것을 종종 추억해주세요. 신애 올림.》

이것은 신애가 남긴 마지막편지, 아니 영원히 잊을수 없는 사랑하는 처녀의 모습이였다.

표무강은 그 한자한자를 바위에 정으로 새기듯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하고있었다. 그런데 렌트겐촬영을 하고 돌아오니 침대우에 그와 꼭같은 내용의 편지가 놓여있는게 아닌가.

믿어지지 않아 한동안 낯선 편지를 뚫어지게 보다가 두눈을 감고도 환하게 외울수 있는 신애의 편지와 대조해보았다.

마지막글자뒤에 《195×년 9월 ×일》이라는 날자가 밝혀져있는것이 신애의 편지와 다른 점이였다.

글씨로 보아 처녀가 쓴것이 분명하였다.

도대체 어떤 처녀인데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썼을가? 혹시 담당간호원이 아닐가? 환자옷을 세탁하거나 이런저런 조건으로 신애의 편지를 볼수 있는 확률이 제일 높은 사람은 그 처녀밖에 없다. 만일 그렇다고 하면 무엇때문에 이런 편지를 썼을가?

투약시간이 가까와오자 표무강은 그 처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드디여 복도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려오더니 입원실문이 열렸다.

상반신을 세우고 그쪽을 바라보던 표무강은 다른 간호원처녀를 보자 실망하고말았다.

《환자동지, 투약시간입니다.》

《우리 담당간호원동문 어디 갔소?》

《약초캐러 갔습니다.》

《언제 돌아오우?》

《아마 이삼일은 걸릴겁니다.》

간호원이 약을 내주고 나가자 다시금 《신애의 편지》에 빠진 그는 누군가 입원실에 들어선줄도 모르고있었다.

《뭘 생각하나?》

문가에 서있는 사람은 강성무였다.

《음, 자넨가.》

강성무는 몸을 일으키려는 친구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그냥 누워있게.》

환자의 처지란 바로 이렇다네 하고 허거프게 웃어보인 표무강은 진저리나는듯 이마살을 찡그렸다.

《이놈의 부상처가 빨리 나아야 학교에 돌아가겠는데…》

쑤셔나는 허리를 툭툭 치던 그는 강성무의 눈가에 어두운 빛이 스쳐지나는것을 보지 못한채 투덜거렸다.

《그건 그렇구 이젠 공부도 마음대로 못하게 됐으니 야단났네.》

지난날에는 련대를 지휘하는것이 나의 임무였다면 오늘은 공부를 잘하는것이 첫째가는 임무라고 생각한 표무강은 비록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강성무의 강의노트들을 빌려다 공부를 직심스레 하고있었다.

그런데 무슨 기미를 차렸는지 담당군의가 불의에 입원실에 나타나군 하였다.

《위험》을 느낀 그는 이불을 뒤집어쓴 다음 그속에 전지를 가지고 들어가 《도적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하루는 이불속에서 강의내용을 정리하고있는데 출입문소리가 났다.

얼른 전지를 끄고 잠든척 하였다.

《환자동지!》

《…》

조금후에 귀에 익은 발자국소리가 출입문쪽으로 뻗어가더니 조용해졌다.

이불속에서 나온 표무강은 안도의 숨을 내그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이불속에서 공부에 열중하고있던 그는 뒤늦게야 침대쪽으로 접근하는 발자국소리를 들었다.

야단났구나!

부리나케 강의노트들을 배밑에 깔고 드릉드릉 코고는 소리를 냈다.

한식경이 지났는데도 담당군의가 돌아가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내가 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한것이 아닐가?

조심히 이불을 들추고 머리를 내밀던 그는 굳어졌다.

엄한 표정을 지은 담당군의가 자기를 지켜보고있는게 아닌가.

《이불속에서 뭘 하고있습니까?》

표무강은 짐짓 졸리는것처럼 하품을 하며 엉너리쳤다.

《피곤해서 잠들었댔습니다. 헌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담당군의는 이불속에 손을 밀어넣더니 그때까지 불이 켜있는 전지를 끄집어냈다.

《이건 뭡니까?》

그때에야 이불밖으로 새여나온 전지불이 사달을 일으켰다는것을 알았지만 죽어도 벽을 문이라고 내밀 판이다.

《모릅니다.》

쓰거운 웃음을 지은 담당군의는 이번에는 이불을 들추고 강의노트들을 꺼냈다.

《이것도 모른다고 하겠습니까?》

배짱이 센 표무강이였지만 명백한 증거앞에서 더는 뻗칠수 없었다. 결국 전지와 강의노트들은 회수당하고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는데 적극 협력한 강성무는 대학에 불려가 추궁을 받았던것이다. …

《무강이!》

그 무거운 부름소리에서 표무강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러나?… 말하게.》

한숨을 푹 내쉰 강성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즘 군사학교에서는 표무강이 인차 제대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있었다.

제대리유는 부상처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기때문에 군사복무가 불가능하다는것이였다. 물론 그것은 듣기 좋은 소리이고 쉬쉬하며 돌아가는 말에 의하면 진짜 제대리유는 《월남도주기도사건》이라는것이다.

표무강은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날 제대시킨다는건가?》

《그렇네.》

아까부터 친구의 태도가 이상하다 하면서도 설마 그런 문제가 나올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던 표무강은 격한 나머지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쳤다.

《걷어치워. 도대체 누가 날 제대시킨단 말인가. 누가?》

그때 공교롭게도 담당군의가 나타났다.

《환자동지, 어서 누우십시오. 그러다 척추에 무리가 오면…》

제대문제로 성이 오를대로 오른 표무강은 거칠게 소리질렀다.

《그만하시오. 밤낮 척추, 척추. 그래, 내 척추가 어떻다는겁니까?》

《…》

《난 퇴원하겠습니다.》

담당군의의 두눈에 어이없어 하는 빛이 어렸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퇴원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안됩니다.》

《그럼 그냥 나가겠습니다.》

그가 정말 일어날 차비를 하자 강성무가 붙잡았다.

《무강이, 왜 이러나? 진정하게.》

흥분해서 제정신이 아닌 표무강은 친구의 손을 와락 뿌리쳤다.

《어떻게 진정하라는건가? 내 한생이 끝날 판인데 뭘 참으란 말인가? 이걸 놓게.》

종시 침대에서 내려선 표무강은 퍼런 줄이 쭉쭉 건너간 환자복을 그대로 입은채 출입문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몇발자국 옮기지 못하고 손으로 허리를 부여잡더니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음!》

몸중심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던 그는 그만에야 꽝- 하고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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