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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9월 16일

평양시간


(제61회)


제 6 장


10


복도층계를 뛰여내리던 표무강은 갑자기 한손으로 허리를 부여잡으며 풀썩 주저앉았다.

《으음!-》

신음소리를 토하고있는 그의 가슴속에서 희망의 불길이 서서히 꺼지고있었다.

한동안 쭈그리고있던 표무강은 장령복자락을 와락와락 헤치고 몸에 차고있던 군관가죽혁띠를 풀어내더니 발치에 내던졌다. 그러고도 성차지 않은지 주먹으로 부상처를 마구 들이쳤다.

뒤미처 달려온 담당간호원은 분별을 잃어버린 그를 보자 놀란 토끼마냥 굳어졌다가 급히 만류하였다.

《환자동지, 어쩌자고 그럽니까?… 제발 진정하십시오!》

그것은 오히려 붙는 불에 키질하는 격이였다.

《비키오!》

화가 동한 표무강은 처녀를 왈칵 밀어버렸다.

담당간호원은 바람에 날린 락엽처럼 옆으로 뿌려졌다.

또다시 엄습하는 동통을 견디지 못하고 맥없이 주저앉은 표무강은 절망에 빠지고말았다.

이젠 페인이 다 되였구나!

헐떡헐떡 숨을 톺고있느라니 불현듯 귀전에 깍깍하는 까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아침, 푸름푸름 밝아오는 창밖에서 까치가 신나게 울었는데 그 소리를 듣자 왜 그런지 마음이 별스러워졌다.

예로부터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날아든다고 했는데.

그때부터 두근거리는 가슴을 붙안고 하루일과를 맞이하였다.

담당의사의 회진, 투약, 물리치료…

오전시간이 지나가고 오후 첫 시간이 되였을 때 까치가 운것이 우연하지 않다는것을 증명해주는 조짐이 나타났다. 말끝마다 규정규정하며 입원실에마저 조용히 드나들던 담당간호원이 깡충거리며 나타났던것이다.

《환자동지, 고급군사학교에 수령님께서 오셨답니다!》

표무강은 힘껏 눌리웠던 용수철마냥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게 정말이요?》

《네, 담당군의동지가 그쪽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걸 들었습니다.》

순간 가슴은 바람을 불어넣은 풍선처럼 팽팽하게 불어났다.

글쎄 그러면 그렇겠지.

서둘러 침대에서 뛰여내린 그는 손을 후들후들 떨며 호실에 걸어놓았던 장령복을 입기 시작하였다.

헤덤비는지 왼쪽팔소매에 오른팔이 들어가는가 하면 단추를 다 채우고보니 단추구멍이 한개가 남았다.

그제서야 병원규정을 잘 지키고 약도 꼭꼭 먹군 하는 《모범환자》를 기쁘게 해주려고 한달음에 달려와 전해준 소식이 예견치 않았던 결과를 초래하였다는것을 깨달은 담당간호원은 당황해났다.

《어쩌자고 그럽니까. 네?》

했으나 이미 엎지른 물이였다.

장령복단추를 다 꿰자 표무강은 적진으로 뛰여드는 병사마냥 맹렬한 기세로 입원실을 나섰다.

《안됩니다. 거기 서십시오!》

표무강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듯 씨엉씨엉 걸어갔다.

허겁지겁 따라간 담당간호원은 그의 팔을 붙잡았으나 어림도 없었다. …

울상을 짓고 발을 동동 구르던 담당간호원이 반갑게 소리쳤다.

《아이, 정아언니!》

정아언니라는 말에 표무강은 숙였던 고개를 쳐들었다.

한손에 음식보자기를 든 한정아가 층계밑에 서있었다.

깡충깡충 층계를 뛰여내린 담당간호원은 그의 손을 붙잡고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쳤다.

알겠다는듯 방긋 미소를 머금은 한정아는 표무강한테로 다가섰다.

《무강동지!》

아픔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고있던 표무강은 처녀를 보자 반색을 지었다.

《아, 정아동무요?》

음식보자기를 담당간호원에게 넘겨준 한정아는 애인의 한쪽팔을 가볍게 붙잡았다.

《호실로 돌아가자요.》

《…》

《그러다 부상처가 도지면 어쩔려구 그러세요?》

씩씩거리던 표무강은 처녀의 손을 뿌리쳤다.

《동무까지?… 그런 말이나 하겠거든 썩 물러나오!》

《네?》

볼편을 씰룩씰룩하던 표무강은 갈린 목소리로 토로하였다.

《수령님께서수령님께서 우리 고급군사학교를 찾으셨단 말이요. 그런데… 망할 놈의 부상처때문에 여기에 붙잡혀있으니…》

흥분하여 말을 더듬는 그를 보자 한정아는 입술만 꼭 깨물었다.

문득 표무강은 처녀를 향해 손을 쑥 내밀었다.

《정아동무, 날 데려다주오.》

한정아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정아, 날 정말 사랑하지?》

사나이의 입에서 쏟아져나온 불같은 질문에 처녀는 주저없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럼 내 부탁을 들어주오. 응?》

담당간호원이 그들사이에 끼여들었다.

《안됩니다!》

그러나 한정아는 이미 결심을 내린듯 입을 열었다.

《영금동무, 무강동진 군사학교에 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거예요.》

담당간호원은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정아언니, 어쩌자는거예요?》

애인과 뜻있는 눈길을 마주친 한정아는 자신있게 응답하였다.

《걱정말아요. 내가 함께 가겠어요.》

《고맙소. 정아동무!》

한덩어리로 뭉친 두사람앞에서 담당간호원처녀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잠시후 표무강은 사랑하는 처녀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을 나섰다.

하지만 그들은 병원정문앞에서 멈춰서지 않으면 안되였으니 동통을 가까스로 참으며 힘들게 걷고있던 표무강이 다시금 주저앉은것이다.

《무강동지!》

숨을 가쁘게 내뿜고있는 표무강의 얼굴은 생을 포기한 사람마냥 꺼멓게 질려버렸다.

아, 끝내 수령님을 뵈옵지 못한단 말인가?

앞쪽에서 여러 사람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온것은 그때였다.

《표동무!》

고개를 쳐든 그는 몇발자국앞에 서있는 오성국교장을 알아보았다.

순간 목구멍에 가득찼던 격정이 출구를 찾은 용암처럼 입밖으로 왈칵 뿜어져나왔다.

표무강은 비참하게 이그러진 얼굴을 스승의 가슴에 와락 묻었다.

《교장동지, 난… 난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예?》

몸부림치는 제자의 잔등을 말없이 어루만지던 오성국은 활기에 넘쳐 말을 꺼냈다.

《기뻐하오. 위대한 수령님께서 동무에 대한 말씀을 주시였소.》

표무강은 고개를 뒤로 젖혔으나 아직은 그 말뜻을 알지 못하고 오성국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였다.

《현지지도의 바쁘신 길을 이어가시던 수령님께서는 동무가 혹시 주저앉지 않았는지 걱정되시여 일부러 우리 군사학교에 들리시였단 말이요》

《교장동지, 그게 정말입니까?》

오성국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표무강의 얼굴은 환해졌으나 기쁨은 한순간이였다. 나라일에 그처럼 바쁘신 수령님께 기쁨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심려를 끼쳐드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졸아들었던것이다.

《난 동무가 한때 맥을 놓고 주저앉았지만 지금은 치료를 열심히 하고 뒤떨어진 진도를 보충하기 위해 공부도 이악하게 하고있다고 보고드렸소.》

오성국의 말에 표무강은 숨을 헐떡거리며 다우쳐물었다.

《수령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시였습니까?》

오성국은 제자를 정겹게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수령님께서는 역시 그 동문 의지가 강하다고, 그런데 그런 사람을 제대시키려고 한다는데 대단히 잘못되였다고 엄하게 지적하시였소.》

《예? 수령님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시였단 말입니까?》

《그렇소. 수령님께서는 일부 편협한 일군들은 표무강동무가 남으로 나가려 했다고 의심한다는데 그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그를 믿지 않으면 누가 믿겠는가고 하시면서 동무들이 정 그를 믿지 못하겠다면 자신께서 보증을 서겠다고 뜨겁게 말씀하시였소.》

《어헉!-》

표무강은 막혔던 숨길이 확 열린듯 숨을 크게 들이쉬였다.

그러다가 참고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으며 옆에 서있는 한정아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정아, 들었지?!… 수령님께서 이 표무강을 변함없이 믿어주고계신단 말이요. 어허허.》

눈물에 흠뻑 젖은 그 웃음소리가 울리자 빨갛게 짓물린 처녀의 눈굽에서도 눈물이 샘처럼 솟구쳐올랐다.

행복한 한쌍의 청춘남녀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던 오성국은 명령조로 말하였다.

《표무강동무.》

《옛!》

표무강은 얼른 몸자세를 바로잡았다.

《빨리 병치료를 끝내고 초소로 돌아와야겠소.》

《알았습니다.》

기백있게 거수경례하는 젊은 장령의 앞가슴에서 사연깊은 군공메달이 번쩍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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