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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9월 16일

평양시간


(제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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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효는 딱딱한 나무침대에 앉아있었다.

지금 그의 상통이 처참하게 이그러진것은 자기의 일생을 망쳐놓은 표무강을 끝내 복수하지 못한 원통함때문이였다.

두시간전 그는 오랜 적수를 만났었다.

고육지계까지 써가며 아득바득 달려들었지만 표무강은 공화국의 큰 신임을 받고 중요한 직책에서 일하게 되였다고 한다.

《표무강, 내가 졌다. 하지만 지옥에 가서라도 널 물어뜯고야말겠다.》

허정효는 큰 산처럼 우뚝 서있는 그의 기상에 눌리웠으나 달을 보고 짖는 개마냥 울부짖었다.

가소로운 눈길로 원쑤를 노려보던 표무강은 추상같이 말하였다.

《똑똑히 알아두라. 너희들이 아무리 미쳐날뛰여도 우리 공화국은 오늘도 래일도 영원히 끄떡없다. 그것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들이, 수령이 안겨준 믿음을 생명으로 간직한 인간들이 이 땅에서 살고있기때문이다.》

승리자의 웃음을 지은 적수가 보무당당하게 가버리자 허정효는 침대우에 맥없이 쓰러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옴짝않고 누워있었다.

미칠듯 한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아직까지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있는 두뇌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할수 있는 모든것을 다해왔다. 계획대로 되였다면 표무강은 제편의 손에 총살당했을것이다. 그러나 차도살인은 물거품으로 되고 나는 령어의 몸이 되고말았다. 하다면 어째서 이런 처지에 빠지게 되였는가? 그것은 상전의 버림을 받았기때문이다. 괘씸하게도 그들은 언제 한번 나를 믿지 않았다. 단지 저들의 리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써먹고 그렇지 않으면 단물이 빠진 껌처럼 내뱉았다. 에익, 더럽다!

그의 두눈에서 새파란 불꽃이 튕겨나왔다.

인정하긴 괴롭지만 난 표무강과의 대결에서 완전히 패하였다. 나의 상전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이 허정효가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 빨갱이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곱게 봐줄순 없다. 그럴바엔 차라리…

불현듯 남쪽에 두고 온 녀방송원이 생각났다.

아이를 낳으면 몸매가 헝클어진다고 임신을 완강히 거절하던 그 녀자는 강한 수면제를 섞은 한잔의 포도주때문에 이 허정효의 씨를 배게 되였다. 내가 북으로 침투할 때 그 녀자의 배가 남산만 했으니 지금쯤 해산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들이건 딸이건 이 아비의 원통한 복수를 해주기만 한다면 그만이다. 그래서인지 황천으로 떠나는 길도 생각보다 외롭지는 않구나!

에익!

비장한 각오를 품고 뛰쳐일어났건만 허정효는 주춤거렸다.

독기가 어린 두눈에 닭똥같은 눈물이 그들먹이 고여올랐다. 비록 모진 결심을 내렸다고 해도 한창나이에 저승으로 가자니 서글펐던것이다.

미친것처럼 길게 기른 손톱으로 얼굴과 앞가슴을 마구 긁기 시작하였다. 어찌나 세게 긁었는지 두볼에서, 가슴에서 선지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한듯 계속 긁어댔다.

이를 부드득 갈던 그는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가며 몸을 던졌다.

퍽-

묵사발이 되여버린 몸뚱이가 감방바닥에 나딩굴었다.

이렇게 되여 부귀영화를 누릴 순간을 위해 악착스럽게 질주해온 추악한 인간의 한생은 끝나버렸다.


×


며칠후 인천부두가에 신사풍의 사나이가 쓸쓸히 서있었다.

능력부족이라는 딱지를 받고 본국으로 소환되여가는 에드윈 하불이였다.

서슬이 시퍼래서 달려드는 바다물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세상만사를 초탈한 늙은이의 처연한 감회가 비껴있었다.

몇해전 이 땅에 도착하였을 때 그는 얼마나 자신만만하였던가. 다시는 호송병한테 끌려가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것이라고 확신하였으며 부정한 안해와 만나지 않게 될것이라고 단정하였었다. 그러나 운명은 그를 동정하지 않았으니 오늘 또다시 이 땅을 떠나고있는것이다.

뚜우-

구슬픈 나그네의 심사를 괴롭히듯 불길한 배고동소리가 울렸다.

하불은 자기한테 치욕과 수치만을 안겨준 이 땅에서 겪은 일들이 진저리난듯 어깨를 으쓱하고 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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