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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 회


제 1 장


5


며칠째 각 대학들에서 학원의 자유를 요구하는 동시에 대일예속외교를 반대하는 성토대회들이 진행되고 모진 폭압속에서도 산발적으로 시위들이 진행되고있었다.

최문상은 늘 다니던 거리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걸었다. 특히 길가는 대학생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생각한다. 저 학생은 요즈음 무엇을 생각하고있을가, 자기 대학의 성토대회에 참가하였던 학생일가, 거기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있을가, 자연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상대편의 표정에서 무엇인가 알아내고싶었다.

그만큼 학생들속에서는 대일예속외교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있으며 대학가에서는 시위가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의 이 움직임에 대하여 전체 시민들과 군중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있었다.

문상은 그것을 몸으로 느끼며 무거운 책임감 같은것을 자각하게 되였다.

어디선가 유명한 일본녀가수가 부르는 일본가요가 밤거리에 울려갔다. 남조선은 마치도 일본의 식민지같이 되여가고있는것이다. 밤거리에서조차 저 일본노래가 아무러한 저해도 받지 않으며 울리고있으니 말이다.

문상은 지금 찾아가는 리념소조 《혜성》의 림시모임에서 토의될 문제 《〈한국〉속의 일본》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 문제에 대하여서는 동양사를 전공하는 력사학도인 최문상만이 생각하고있는것은 아니였다. 진보적인 학생들만이 열을 올려가며 토론할 문제가 아니였다.

길가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는 말을 다 들을수 없을뿐이지 누구나가 다 《일본만조》나 《일본러시》 혹은 《일본폭풍》이라는 말들로 표현되는 그 사태에 무관심하지 않은것이다.

리념소조 《혜성》에서 시기적절한 문제를 토의하게 된다고 생각하면서 문상은 밤거리를 걸어갔다.

《혜성》의 림시모임은 최문상과 함께 동양사를 공부하는 강군네 집에서 가지기로 되여있었다. 강군의 방에는 소조성원 여덟명이 다 모여서 석유난로주위에 둘러앉아있었다.

《늦지 않았나? 출판사에 잠간 들렸다 오느라고 그만 늦어졌네.》

문상은 사과를 겸해서 말하였다. 그는 오동원네 집에서 나온 후 어느 출판사에서 번역할 일감을 얻어다 학비를 벌고있었던것이다.

소조성원들은 그의 사과에는 대답은 없이 난로곁에 자리만 내주었다. 기다리고있는 사이에 벌써 이야기들이 시작되여 거기에만 정신들이 팔려있었다.

문상이 들어온 후 곧 력사학을 전공하는 윤군이 《일본의 경제재침의 진의도와 현 실태》이라는 제목으로 연구한바를 발표하였고 뒤이어 철학과의 정군이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흥하는 요지경속》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거기에 근거하여 각자들이 론평을 가하고 소감들을 말하였는데 이날은 류다른 흥분속에서 토론들이 진행되였다.

연구를 담당하고 발표한 학생들도 별다른 자료들을 가지고 이야기한것은 아니였다. 내외출판물에 발표된 자료들을 종합정리하여 내놓은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 자료들은 대부분이 이미 알고있던것들이였지만 이렇게 종합해놓고보니 이 땅과 민족의 운명이 지금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심각히 생각지 않을수가 없어서 모두 흥분해서 말하였다. 더더구나 요즘 대학가의 움직임이 그들을 고무하고있었다.

한 소조성원은 격동된 어조로 이런 말을 하였다.

《우리가 오늘 막지 못하면 래일에는 이 땅이 일본〈자위대〉의 련병장으로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오늘의 대일예속외교는 래일의 군사적〈보호〉요청으로 내달리기마련이니까. 그렇잖아? 군사적으로 뒤받침할 계획이 없이 무턱대고 막대한 자금만 투입할 까닭이 없다 그거야. 왜놈들이 어떤 놈들이라고…》

《갑오농민전쟁때 일본군이 상륙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지.》

학생들은 저마다 느끼는바를 말하였다.

《왜놈들이 지금 일〈한〉경제일체화를 운운하는데 말이지, 한몸뚱아리가 된다면 저들이 꼬리가 되겠다는 수작은 아니겠지. 저들은 머리가 되고 우리더러 저들의 꼬리가 되라 그 수작이거던.》

《두말할게 있어? 신판 〈내선일체〉고 신판 〈대동아공영권〉이지 뭐냐.》

이런 말도 나왔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흥하는 사태를 보면서도 강건너 불이거니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데 문제가 있지. 부실차관기업이 생길 때마다 당국에서 맡아서 외채를 갚아주는데 말이지. 그건 결국 세금으로 긁어들인 국민의 혈세로 매판재벌들이 협잡해먹고 부패한 고관들이 뜯어먹은 구멍을 메워주는짓이다 그거야.》

그 말을 받아 최문상도 이런 말을 하였다.

《세금만도 아니지. 녀자들이 몸까지 팔아서 벌어들인 외화까지도 그걸 매판재벌들과 고관들이 나눠 먹는것이지 뭐냐. 〈왜공주〉들이 가지고 다닌다는 출입증이란것도 호텔에서 내주는걸로만 알았더니 교통부가 관여해서 발행하고있었거던.》

문상의 그 말에 집주인인 강군이 물어보았다.

《자넨 그걸 어디서 알았나?》

《들은 이야기지만 틀림없어.》

《어디서 들었어?》

문상은 양재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대로 다 이야기하고나서 말하였다.

《자네들도 당국에서 직접 매춘을 관장하고있다고는 믿기 어려울거야.》

《믿기 어려워서 물어본게 아니야. 알고는 있었지만 확증이 필요했던거지. 이걸 읽어봐. 우린 아까 읽었어. 기가 막힌다.》

강군은 상우에 펼친채로 놓여있던 외국신문을 문상에게 밀어놓았다. 문상은 붉은 연필로 테두리를 해서 표식한 기사에 먼저 눈이 갔다.

《자본없는 〈한국〉의 인기기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박정희의 담화내용을 소개한 외국기자의 글이였다. 문상은 그것을 급히 읽어갔다. 신문을 잡은 그의 손은 약간 떨리는듯 하였다.

《…〈한국〉의 기생관광은 자본도 시설도 원자재도 들지 않는 수지맞는 외화획득이다.

〈매춘관광〉을 〈국가〉기업으로 적극 장려할 방침이며 장래가 유망한 인기산업이다. …》

외국기자는 박정희가 어느 왜인에게 한 말을 인용하고있었다.

문상은 그 기사를 읽고 속이 울렁거릴뿐 무엇이라고 말이 나가지 않았다. 욕조차 나가지 않았다. 옥진이사건의 근원을 더 잘 알게도 되는것이였다.

이러한 범죄적인 현실속에서 반항도 투쟁도 없이 마치도 공범자와 같이 서울의 하늘을 함께 쓰고사는 자신의 존재를 실감하는데서 오는 혐오와 침통이 앞설뿐이였다.

《우린 제 나라 일을 이렇게 외국신문을 통해서만 알게 되는군. 안됐어. 이래선 안되겠어.》

그는 가슴속에서 촉발하려는 울분을 느끼며 이렇게 말하였다.

소조모임은 통행금지시간이 가까워질무렵까지 계속되였다.

며칠이 지난 어느날 S대학에서는 오전 열시쯤 되자 일부 학생들이 강의도중에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신호로 각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뛰여나와 4. 19기념탑앞에 모이였다.

최문상도 지체하지 않고 뛰여나왔다.

평소에 죽음이 감도는듯 한, 상가집같이 음산하여 학문의 전당같지도 않던 대학에는 별안간 생기가 솟아나는것 같았다. 학생들의 눈은 빛났다. 교수들도 학생들을 붙잡지 않았다. 일부 교수들만이 우왕좌왕하며 학생들의 앞길을 막아보다가 물러났다. 중앙정보부의 끄나불들은 학생들의 기세에 눌려서 감히 교정에는 나서지도 못하고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학생들은 이미 기념탑앞을 가득 메웠다. 그들 머리우에는 따가운 해빛이 내리비치고있었다. 바람은 서풍, 아직 쌀쌀하였다.

최문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혜성》의 성원들이 여기저기에 보이였다.

학생회 회장은 탑앞에 나서서 먼저 4. 19용사들에 대한 묵상을 올리고 선언문을 랑독하였다.

《선언문

오늘 우리들은 민족의 존엄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좌시할수 없어 민족의 량심과 정의의 홰불을 추켜들고 분연히 일어섰다.

외세의존과 파쑈독재를 자행하는 매국배족의 무리들은 이 땅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압살하며 일체의 〈국가〉기구를 파쑈의 장식물로 만들고 반공일변도의 구실로 학원과 언론에 대한 폭압을 일층 강화하면서 1인영구집권을 획책하고있다.

권력을 틀어잡고 총칼을 휘두르는 이 땅의 파시스트무리들은 살길을 찾아 헤매는 민중의 몸을 정보정치의 철쇄로 묶어놓았다.

이미 그 흔적조차 찾아볼수 없는 자유의 사각지대에서 우리는 민족을 배반하고 민중을 학대하는 현 체제의 정보특무정치를 배격한다.

보라! 빈익빈, 부익부의 량극화, 소수특권층의 횡포와 부패는 민족의 량심과 민중의 활로를 최악의 구렁텅이에까지 밀어넣고있으며 민중을 수탈하여 살찐 무리들은 배를 두드리면서 오만무례하게 행패를 부리고있지 않는가!

내외의 소수독점자본과 매판의 탐욕에 영합하여 대일경제예속의 일익 가속화는 민족경제의 자립적발전을 교살하고있다.

〈한〉일각료회담을 비롯한 각급 대일회담의 귀취는 또다시 일본군국주의의 재침, 왜색왜풍의 사상문화적침투의 요란한 〈게다〉소리를 불러오게 하고있다.

위정자들은 심지어 〈매춘관광〉을 외화획득의 절호한 기업으로 내외에 선전하고있으며 가증스럽게도 우리 민족의 딸들을 외인들의 품에 밀어넣고있다. 이에 시민들은 극도로 분노하여 다음과 같이 웨치고있다.

외화가 그다지도 욕심이 나거든 〈매춘관광〉정책을 립안한자들의 딸과 며느리를 먼저 〈왜공주〉나 〈양공주〉로 내놓으라!

오늘 우리는 너무나도 비통한 이 땅의 현실을 바로 보고 사회에 만연된 무기력과 좌절감, 권력에 굴종하는 패배주의,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굴종과 자기기만을 단호히 일축하고 악과 불의에 저항하여 이 땅에 정의와 자유 그리고 진리를 반드시 실현시키고야말 력사적인 민주투쟁의 봉화를 높이 올린다.

결의사항

‐ 정보파쑈통치를 즉각 중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체제를 확립하라!

‐ 대일예속화를 즉각 중지하고 민족자립경제체제를 확립하여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 정보파쑈통치의 원흉인 중앙정보부를 즉각 해체하라!

‐ 〈매춘관광〉정책을 즉각 중지하라!

‐ 기성의 정치인, 언론인의 맹성을 촉구한다!…》

선언문랑독이 끝난 다음 학생들은 저마다 여러가지 구호를 웨치였다.

《대일예속외교를 반대한다!》

학생들은 대렬을 짓고 교문으로 뛰여나갔다. 그러나 거리에는 벌써 무장경관들이 막아섰다. 란투가 벌어졌다. 돌이 날고 경찰봉이 란무하였다. 오래동안 학생들과 경관들은 그렇게 대치해있었다.

학생들사이에서는 여러가지 구호가 불리웠다.

《박정희〈정권〉을 타도하라!》

결국 학생들은 해산되고말았으나 그날 그들은 시내 여러곳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리게 되였다.

최문상도 어느 관광협회건물앞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참가하게 되였다.

《대일예속외교 반대한다!》

《〈매춘관광〉 반대한다!》

프랑카드가 돛폭같이 바람을 안고 펄럭이자 길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모여들었다.

《〈매춘관광〉을 즉각 중지하라!》

학생들속에서 누군가 뛰여나와 선동연설을 하였다.

《시민 여러분! 우리 학생들은 〈정부〉의 대일예속외교를 반대합니다. 보십시오! 왜놈들은 또다시 이 땅에 쓸어들고있습니다.》

이번에는 최문상이 팔을 들어 그 가까이에 있는 관광협회를 가리키며 웨치였다.

《우리들은 〈정부〉의 〈매춘관광〉을 반대합니다. 저 관광협회는 하루에도 몇천명씩 왜놈들을 끌어들여 관광이란 명목으로 기생파티를 벌리여 우리들의 누이들, 당신들의 딸들을 그놈들에게 팔아먹고있습니다.

우리들은 그것을 업으로 삼아 민족의 존엄을 더럽히고 일신의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저런자들을 용서할수 없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앞으로 나서며 구호를 웨치였다.

《〈매춘관광〉 반대한다!》

《대일예속외교 반대한다!》

웨치는 호소는 대번에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것은 시민들도 언제나 가슴아파하며 분통을 터뜨리고있던 문제이기때문이였다.

《그놈의 협회를 때려부시자!》

군중들은 관광협회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고 간판을 떼서 짓밟아버렸다.

프랑카드는 선두에 서서 일본문화클럽이 있는쪽을 향하여 자리를 옮겨갔다. 학생들이 그것을 지키듯 바로 그뒤를 따르고있었다.

프랑카드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쳤다. 프랑카드는 저항하듯 앞으로 나갔다.

이때에 한대의 경찰백차가 달려오고 그뒤로 석대의 자동차가 닥쳐들며 무장경관들이 까맣게 뛰여내리더니 학생들을 포위하였다. 란투가 벌어졌다. 학생들은 맨손이였고 경찰들은 곤봉에 총까지 가지고있었다.

문상은 한팔로는 내려치는 곤봉을 막으며 한팔로는 경관을 잡아 넘어뜨리고 차며 포위망을 뚫으려 하였다. 그러나 맨주먹으로는 곤봉을 당할수가 없었다. 그는 여러 경관들에게 잡히여 차에 실리였다.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함께 차에 실리여가는 어느 학생이 자기의 샤쯔를 찢어서 림시로 처매주었다.

차가 남대문앞을 지나갈 때에 거기에 있는 일본상사앞에서도 학생들과 경관들과의 란투가 벌어지고있었다.

항의시위는 서울시내 어디서나 산발적으로 벌어지고있었던것이다.

차우에서는 그 란투가 더 잘 보였다. 경찰들의 곤봉이 란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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