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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10월 14일

평양시간


제 27 회

제 3 장

사랑을 가꾸라

4



군적인 모내기경쟁총화 및 혁신자축하모임이 새로 꾸린 범바위산유원지의 야외극장에서 성대히 진행되였다.

민숭한 등성이에 몇그루의 로목만이 쓸쓸히 서있고 인적조차 드물던 범바위산이 이른아침부터 산뜻한 봄옷들을 떨쳐입은 수천명의 인파로 들끓기 시작했다. 군안의 리에서 들어온 농장일군들과 혁신자들, 읍내 가두인민반원들과 기관기업소에서 선발되여온 농촌지원혁신자들…

주차장으로부터 물결처럼 밀려오는 사람들은 희한하게 꾸려진 유원지의 곳곳을 둘러보면서 연해연방 《야!》, 《야!》 탄성을 일으켰다.

특색있게 건설된 야외극장, 날아갈듯 추녀를 쳐든 정각, 배구경기장, 오락장, 사격장, 음악회를 형상한 짐승조각들, 옥류관을 옮겨놓은듯 한 국수집…

《고난의 행군》을 하는 속에서도 래일을 내다보며 군내인민들이 떨쳐나서 꾸린 유원지였다.

《범바위산야외극장》이라는 명판이 무대우에 내걸린 극장의 넓은 원형관람석은 어느덧 모임참가자들로 붐비였다.

박정운리당비서와 김준석관리위원장을 위시하여 각 작업반에서 선출된 선봉리 혁신자들은 객석의 중심앞단을 차지하고있었다.

이번 모내기경기에서 군적으로 1등한 선봉리였으나 준석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대용연료를 성공하지 못하고 군에서 보내준 휘발유로 모내기를 하였으니 사실은 떳떳이 이 자리에 앉아있을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김대일경영위원장은 일군들과 농장원들이 한사람같이 떨쳐나 1등을 한 선봉리가 중심에 앉는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무등 기뻐하였고 작업반별 순위에서 1등한 2작업반장 박영순을 경험토론까지 하게 했다. 그래서 좌석배치도 부채살처럼 퍼져나간 객석의 맨앞중심에 해준것이였다.

위해주고 내세워주는 그 마음은 고마왔으나 그럴수록 준석의 괴로움은 더욱 컸다. 마치도 남의 자리를 뺏어앉은것만 같은 거북하고 송구한 마음에다 수천명의 시선이 자기를 지켜보는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났다.

꼭 바늘방석에 앉은 심정이였다.

이번 모내기전투과정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대용연료에 대한 신심과 기대를 잃게 하였고 결국 휘발유를 끌어온 민영태부위원장이 옳았다는 인식을 가지게 하였다. 그것은 곧 관리위원장의 사업능력에 대한 실망과 경원시를 낳게 하였다.

준석은 자기의 사업권위가 저락된 그자체보다도 사람들속에 대용연료의 불가능성이 기정사실처럼 되여버린것만 같아 가슴아팠다. 게다가 직화로연구의 직접적담당자인 금혁이까지 신심을 잃고 동요하고 있으니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한 때 모내기경쟁총화가 벌어지고 1등의 자리에까지 앉게 되였은즉 어찌 준석의 마음이 편할수 있으랴. 차라리 말석에 앉아 남에게 박수나 쳐주는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할것 같았다.

준석이 이런 생각에 잠겨 얼굴을 못 들고있는데 술렁거리던 극장안이 삽시에 조용해졌다.

가운데통로 계단으로 장명수책임비서와 김대일경영위원장이 내려오고있었다.

곧 회의가 시작되였다.

김대일의 보고에 이어 맨먼저 박영순이 토론무대에 나섰다.

그는 이번 모내기전투를 일정계획보다 5일이나 앞당겨 끝내게 된 비결을 주로 로력조직을 짜고들어 진행한데서 찾았다.

모판관리공들을 실농군으로 고정배치하여 책임성을 높인 사실, 비육분조성원들을 밀보리탈곡에 돌려 모내기에서 기본로력을 한명도 떼지 않은 사실, 농장원들의 생산열의를 높이기 위하여 로력일평가를 일별로 어김없이 정확히 해준 사실, 식량사정이 어려운 세대들을 가정방문하여 만가동을 보장한 사실…

이러한 사실들을 렬거하면서 영순은 이 과정에 작업반안의 초급일군들과 농장원들이 모내기전투를 위해 헌신한 감동적인 소행들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영순은 또한 모보식을 따라세우고 매일 저녁 모내기가 끝나는 길로 모든 농장원들이 모판 2판씩 뜨기를 정상화한데 대하여서도 이야기했다.

토론을 끝내자 김대일경영위원장이 저력있는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선봉리 2작업반장이 일을 아주 잘합니다. 토론에서는 다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 동무는 이번 모내기전투기간 목에 심한 병이 와서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수십정보에 달하는 작업반모내기를 전부 끝내고나서야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작업반장이 이렇게 로력조직과 생산지휘를 짜고들면서 솔선 앞장에서 투신하니까 그아래 초급일군들과 농장원들이 다 따라서지 않습니까?

모든 작업반장들이 다 이 동무처럼만 일하면 우리 군 농사가 아마 전국의 으뜸이 될것입니다.

전번 씨뿌리기방식상학때도 관리위원장들이 감탄했지만 이 동무가 모든 농사일에 능하게 된것은 그만큼 진지한 노력이 있었기때문입니다.》

영순의 토론과 경영위원장의 말을 들으며 준석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휘발유문제는 조금도 비치지 않으면서 선봉리가 1등하게 된 비결을 청중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였던것이다.

그런데 다음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준석은 또다시 자격지심에 빠져들지 않을수 없었다.

거의 모든 토론들에서 공통되는것이 바로 기름문제였다.

(그렇다! 로력조직과 지휘, 일군의 이신작칙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름문제가 해결되지 않아가지고 그 모든것이 은을 낼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나는 이것을 외면하고 다른 그 무엇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하였으니…)

준석은 생각할수록 낯이 달아올라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싶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런 곤경에 처하게 한 민영태부위원장이 못내 원망스러웠다.

하긴 그라고 나타난 현실을 외면할수 있었으랴. 잘못은 나자신에게 있다. 대용연료를 실현하지 못하고 특혜를 받아 1등하다니? 차라리 손모내기라도 했더라면 1등을 못했더라도 마음만은 떳떳치 않았을가 하는 생각이 또다시 집게마냥 가슴을 비틀어댔다.

하지만 박영순의 생각은 이와 달랐다.

연단에 나서기 전부터 높뛰던 심장은 토론과정에나 끝난 후에나 조금도 진정될줄 몰랐다. 1등상품을 수여받을 때에도, 축하공연을 관람할 때에도 그의 생각은 오로지 한곬으로 달리였다.

모내기에서 1등했다고 하여 허리띠를 풀어놓을수 없다. 이제는 리에서뿐아니라 군적으로도 능력있는 작업반장으로 소문을 꽝하고 낸 이상 어떤 일에서도 뒤떨어져서는 안되는것이다.

그의 머리속에는 이제 가서 해야 할 밀보리탈곡과 수매, 강냉이밭김매기, 감자수확, 논벼비배관리 등 수많은 일거리들이 고패치듯 떠올라 등을 달게 하였다. 만사를 제껴놓고 농사일에 달라붙어도 시간이 모자랄것이였다.

오후에 차를 타고 리에 돌아오자 영순은 먼저 탈곡장부터 들렸다.

작업반정문입구에 뜨락또르를 세워놓고 정비작업을 하던 호영이 안해를 보자 반색하며 묻는것이였다.

《여보, 내가 아침에 부탁했던거 사왔겠지?》

그제야 영순은 남편이 꼭 사오라고 부탁했던 자동면도기생각이 났다.

《아이, 그만 깜빡 잊구 그냥 왔군요.》

《그거 어쩌다 한번 부탁하는걸 못 들어줘? 제 남편 생각은 꼬물두 안한다 소리야, 쯧쯧…》

리호영은 기분이 잡친듯 골살을 찌프리고 두덜댔다.

《아유, 그게 무슨 큰문제라구 그래요? 정말 미안해요.》

《됐소됐소! 당신같은 사람한테 뭘 부탁하는 내가 곰이지.》

호영은 쓰겁게 내뱉고는 돌아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영순의 얼굴이 금시 어두워졌다. 작업반일이 산더미같다고 남편의 부탁을 소홀히 한것이 가슴에 걸렸다. 그렇다고 해도 남편이 짜증을 낸들 이제 와서 어쩐단 말인가. 다음번으로 미루는수밖에.

영순은 호―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탈곡기에서 쏟아져내리는 퉁퉁한 밀알들을 한줌 쥐여보는 영순의 얼굴은 다시 밝아졌다. 지난 가을밀보리를 심을 때 씨앗을 콱콱 뿌리고 그우에 복토하는것을 아예 집집마다에서 부식토와 재를 끌어내다 덮어

주었더니 줄대같이 실한 밀보리포기가 빽빽하게 자라올라 포기마다 탐스런 이삭들을 주렁주렁 뽑아올렸었다.

영순은 탈곡장을 나와 감자밭으로 향했다.

봄에 준석이 감자밭면적을 두배로 확장하라는 권고를 주었을 때 영순은 욕심스럽게 세배로 늘구었었다. 그리고는 축산반장과 사업하여 돼지두엄을 몇차나 실어다 묻고 자기 집 돼지까지 팔아서 모자라는 종자를 구해다 심었다.

그렇게 심은 감자가 어느덧 땅이 보이지 않게 무성한 잎새를 펼치더니 지금은 그우에 하얀 꽃들이 활짝 피여 황홀경을 이루고있었다.

이제는 감자도 수확할 때가 되여온다.

영순은 이 소담스러운 감자포기밑에 도대체 어느만큼한 알들이 들어있을가 하는 호기심에 한포기 뚜져보았다. 그러자 믿어지지 않을만큼 큰 알들이 그를 깜짝 놀래웠다. 어른주먹만 한 알들이 아홉알 아니, 열알… 그보다 작은 닭알크기의 감자알이 다섯알.

영순은 뜻밖의 결실에 가슴이 후두둑 뛰였다.

감자포기들이 아니, 이 땅이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누나 하는 생각에 뭉클 목이 메여올랐다.

감자수확고에서도 단연 1등을 할수 있다는 자신심… 아, 씨앗을 묻어 그 몇배의 열매를 거둔다는것은 얼마나 재미있고도 보람찬 일인가? 농사군들이 바로 이 멋에 뙤약볕에 살을 태우고 기름같은 땀을 흘리면서도 힘든줄 모르고 곡식을 가꾸는것 아니랴.

이해말 도에서는 농업부문 일군들의 경험토론회가 진행되였다. 여기에 군적으로 감자농사에서 최고수확을 낸 박영순이 참가하게 되였다.

김대일경영위원장과 몇몇 관리위원장이 함께 가는데 영순은 토론까지 하게 되였다.

박정운리당비서와 김준석관리위원장이 영순을 바래주었다.

《영순동무, 가서 토론을 잘하고 오오. 우리 선봉리를 소리높이 자랑해주오.》

《알겠습니다.》

리당비서의 당부에 영순은 힘있게 대답하였다.

준석은 말없이 영순의 손을 꼭 잡아주기만 했다.

그 눈빛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뜨거운 정을 영순은 충분히 읽고도 남았다.

사실 준석은 영순에 대한 고마움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길 없었다.

요즘 대용연료때문에 시련과 고충을 겪고있는 때에 영순이가 일을 잘해 선봉리의 이름을 빛내주고 자기에게 힘을 준다고 생각하니 눈물겹도록 가슴이 뜨거웠다.

며칠후 박영순이 돌아온 날 저녁 선봉리문화회관에서는 귀환모임이 조직되였다.

전체 농장원들앞에서 영순은 앞으로 모든 농사일에서 계속 앞장서나갈것을 결의다지였다. 특히 작업반을 현시대의 요구에 맞게 이끌어 2중3대혁명붉은기를 쟁취할 결심을 더욱 강조하였다.

준석은 박정운리당비서와 마주 앉아 박영순작업반을 리의 본보기단위로, 선봉리의 얼굴이 될수 있게 꾸리기 위한 계획안을 구체적으로 토의하였다. 작업반원들을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에 망라시켜 그들의 기술지식수준을 끊임없이 높이는 문제를 비롯하여 탈곡장과 선전실, 소사, 축사, 가마니공장, 흙보산비료공장, 온실 등을 현대적으로 개축하고 최상의 수준에서 완비하는 문제까지 구체적으로 토의하였다.

여기서 문제로 되는 세멘트와 목재는 작업반자체의 힘으로 비육분조와 남새분조의 역할을 높여 해결하도록 선을 그어주었다.

준석은 영순의 사업의욕을 높여주고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떠밀어주는데만 신경을 쓰다나니 그것이 영순의 가정생활에 어떤 후과를 초래할것인가를 미처 내다보지 못하였다.

리호영은 안해가 예전보다도 더 사업부담이 많아져 가정일을 돌보지 않게 되자 그것을 다른 각도에서 리해하기 시작했다. 자기의 사업부담이 커질수록 남편의 존재가 하찮게 여겨지는게 아닌가.

처음 결혼했을 때만 해도 호영이네 부부는 온 마을이 부러워하는 금슬좋은 가정이였다.

하루세끼 반찬의 가시를 골라주며 정성을 고이던 안해가 아이가 젖을 물리자바람으로 호영이에게 떠맡기고 해종일 논밭에 나가살았다.

어쩔수없이 가정살림을 떠맡은 호영은 아이를 탁아소에서 찾아오고 옷을 빨아입히고 물걸레질을 하게 되였다.

저녁만은 절대로 짓지 않는다고 제나름대로 세웠던 《계률》까지도 스스로 어기고 동자질까지 맡아안았다.

그래도 고깝게 생각할줄 몰랐고 《큰일》하는 안해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도 있었다.

호영은 자기의 《헌신》에 대한 안해의 따뜻한 말 한마디면 그만이였다.

영순의 살뜰한 말 한마디면 《헌신》이 곧 호영의 행복으로 될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순은 그것을 응당한것으로 받아들였고 호영은 자신의 《헌신》이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안팎이 뒤바뀌운(호영의 표현대로 하면) 이 생활방식은 점점 굳어졌고 그 과정에 사소한 오해가 루적되여 이제는 이 생활방식을 깨기가 두려워지고 누가 먼저 이 문제를 건드리기만 하면 승부없는 언쟁이 벌어지군 했다.

호영은 자기에 대한 《무시》에 무언으로 응대하고 영순은 남편의 치밀한 《계산》을 《좁쌀같은 성격》으로 밀어붙이고 일에 전념하는것으로 잊으려 했다.

그는 하루와 같이 들에 나가 곡식을 가꾸면서 사랑도 그처럼 품을 들여 가꾸어야 한다는것을 몰랐던것이다.

겉보기에는 《금슬좋은 부부》고 《화목한 가정》인 호영이네는 불안정한 균형을 가까스로 유지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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