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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10월 14일

평양시간


제 45 회

제 5 장

순정의 열매

2


대체로 실수확고가 예상수확고를 릉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것은 벼가을과 벼단철수, 탈곡 등 여러 공정들에서 있게 되는 허실량이 예상수확고판정에서는 계산되지 않기때문이다.

준석은 모든 수단을 다해서 실수확고를 높이기 위해 조직사업을 치밀하게 짜고들었다.

로인분조장 리덕준아바이가 말했다던 풍년의 비결 넷째 조항이 참말로 옳은것임을 그는 요즘 절실히 느끼고있었다. 제때에 거두어들이는것―바로 여기에 낟알허실을 막는 결정적방도가 있는것이다.

온 농장이 일시에 벼베기전투에 들어갔다.

이즈음 박영순은 누구보다도 바빴다. 예상수확고판정에서 102프로를 기록하여 단연 1등을 한 그는 어떻게나 벼베기와 탈곡에서 그 수자를 보장하기 위해 있는 마력을 다 내야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작업반을 더잘 꾸리기 위한 사업도 다그쳐야 했다. 당장은 탈곡장과 선전실을 개축하기 위한 세멘트와 목재, 스레트기와, 도색자재 등을 해결해야 했다.

그는 미룰수 없는 이 모든 일을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해낼수가 없어 민영태부위원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고맙게도 민영태는 제일 어려운 건설자재해결을 전적으로 맡아주었다. 그대신 안해 유미옥이 허리병이 도져서 그러는데 이따금 일에 빠지는것을 눈감아달라고 부탁했다.

영순은 큰일을 위해서 그만한 사정쯤은 봐주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하였다. 더우기 예상수확고판정에서 결정적도움을 준 민영태의 부탁을 외면할수는 없었다.

벼베기가 한창인 때 추석날이 다가왔다.

추석을 앞둔 날 저녁 관리위원회에서 작업반별 벼베기중간총화가 진행되였다.

뜻밖에도 2작업반의 벼베기실적순위가 3등으로 미끄러졌다.

영순은 믿어지지 않아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 다음순간 그것이 사실임을 깨닫자 모닥불을 들쓴듯 온몸이 화끈 달아올랐다. 일이 이렇게 될줄 모르고 배심든든해있던 그는 너무나 당황하여 총화모임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끝났는지 알지 못했다. 반장들이 웅성거리며 일어나서야 덩달아 일어나 얼굴도 못 들고 따라나왔다.

《허허… 영순반장이 이젠 앞자리를 내놔야 하겠구만.》

《영순반장이 이제야 머리를 숙이는가?》

이웃작업반인 1반장과 3반장이 때를 만난듯이 시까슬러대는 소리에 영순은 그만 발끈해서 눈길을 쳐들었다. 하지만 실지로 1등을 못했는데 무슨 할말이 있으랴. 그는 두부장끓듯 하는 속을 겨우 감추고 태연히 웃으며 받아넘겼다.

《천만에요. 이제 두고보십시오. 2반벼베기가 1등으로 끝난 다음 좀 도와주십사 하구 머리를 숙이지 않나. 결승선은 아직 앞에 있으니 속단하지 않는게 좋을거예요.》

그리고는 불맞은 노루처럼 황황히 집으로 달음쳐갔다.

그새 남편이 밥을 지어놓고 기다리고있었다. 전번의 사고가 있은 후 호영은 될수록 안해에게 큰소리를 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예전대로 집안일을 도맡다싶이 해온다. 그런데 영순은 여전히 바쁜 사업에 다몰리우면서 남편에게 알뜰살뜰히 대해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싸운 뒤의 어성버성한 분위기는 좀처럼 가셔지지 않고있었다. 여기에는 둘 다 자존심을 꺾기 싫어하는 미묘한 심리의 작용도 없지 않았다.

오늘도 영순은 밥을 대충 몇술 뜨고 잠자리에 누워서는 자기 생각에만 옴해서 궁싯거렸다. 어떻게 하면 뒤떨어진 벼베기실적을 추켜세울수 있을가? 결정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앞선 작업반들을 따라잡기 힘든 판이다. 요새 오면서 작업반원들의 가동률이 또 떨어지기 시작하는것이 문제였다. 우연인지는 몰라라 부위원장이 자재사업때문에 리탈되고 그의 처까지 아프다고 자리에 눕자 뒤따라 분조마다 환자가 한둘씩 생기기 시작하였다. 고양이손이라도 빌려써야 할 이 바쁜 가을철에 한사람의 로력이 차지하는 몫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니 100프로 가동하는 작업반에 떨어질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수습한다? 사람들의 로동의욕을 높여주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물질적자극을 한번 콱 주는게 어떨가? 그래, 그게 좋겠어. 혼자 묻고 대답하며 생각을 몰아가던 영순은 스스로 찾은 묘안을 긍정하고나서 눈을 감았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고 걱정만 더 크게 살아올랐다. 아무리 물질적자극을 주어 능률을 높인다 해도 제한된 기간내에 앞선 작업반들을 따라잡을수 있을가? 절대적으로 시간이 문제이다. 우리가 뛰면 남들도 뛴다는걸 알아야지. 남들이 뛸 때 우린 날지 않으면 안돼.

추석전야라 한껏 둥그래진 달이 방안을 휘영청 밝게 비쳐주고있었다.

바깥도 대낮처럼 밝을것이다.

영순은 슬그머니 일어나 겉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창고에서 낫을 찾아들고 논으로 나가 벼를 베기 시작했다. 솨락솨락 벼넘어가는 소리가 한참 울리는데 발자국소리가 다가왔다. 남편이였다.

《여보! 이게 무슨 일이요? 혼자서 이 밤중에 무슨 일을 치겠다구?》

《어쩌겠나요? 실적은 떨어지는데 대책은 없지, 아유― 힘들어죽겠다.》

영순은 아닌게아니라 힘이 들어 베여넘긴 벼대우에 털썩 주저앉았다.

《거 정말 가만히 보구 있자니까 못 견디겠구만. 쯧쯧…》

호영은 담배를 부시럭부시럭 말며 혀를 찼다.

영순은 그래도 자기를 걱정해서 따라나온 남편을 보니 눈물이 쑥 나게 고마왔다. 그래서 오늘 중간총화에서 미끄러진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았다.

《글쎄 그런 놀림까지 당하고 잠이 와야지요? 에이, 참…》

《그래도 그렇지. 당신 혼자 애써서 될일인가 말이요.》

《결정적인 대책이 있어야겠는데… 그저 혼자 모지름일뿐이예요. 너무 속이 타서…》

《아, 경쟁이라는거야 때에 따라 질수도 있는게지 어떻게 계속 이기기만 하겠소? 남에게 양보도 할줄 알아야지.》

《에구, 물에 물탄것 같이 난 그렇게 못살아요.》

《됐소. 그만하구 들어가기요. 집에 아이 혼자 둬두구 이게 뭐요? 래일 산에 갈 준비도 해야지.》

《가만, 래일이 추석날이지요, 분명?》

영순은 문득 생각난듯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났다.

《좋은 수가 있어요. 남들이 다 쉬는 래일을 리용하면 우리 작업반이 옹근 하루라는 시간을 얻게 돼요. 그러면 확고하게 앞설수 있단 말이예요.》

《아니, 래일이야 추석이 아니요?》

《추석이라도 산에 가지 않는 집들이 있을거예요. 꼭 가야 할 사람들은 빼놓구라두.》

《정신나가지 않았소? 추석날 사람들을 벼베기에 동원시켰다가 큰변날려구 그래?》

《쉿! 조용해요. 밤말은 쥐가 듣구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데… 나도 무작정 시키자는게 아니예요. 자원성에 호소하구 나오는 사람들에게야 응당한 물질적보상을 해주어야지요.》

《물질적보상이구 뭐구 그따위 생각은 싹 걷어치우오. 원, 환장을 해두 분수가 있지. 자, 어서 들어가기나 하자구.》

영순은 남편의 우악스런 손에 이끌리다싶이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그렇게 펄쩍 뛰며 반대했으나 영순의 결심에는 변화가 없었다. 사실 그도 김윤기영웅의 묘소에 가야 했지만 미리 음식준비를 해놓고 남편만 보낼 생각이였다.

뜬눈으로 밤샘을 하다싶이 한 그는 첫새벽이 되자 드렁드렁 코를 고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여보, 일이 있어 나가는데 아침밥을 부탁해요.》

《일은 무슨 일?》

《글쎄 어서 일어나요.》

남편이 눈을 뜨는것을 보고 급히 집을 나선 영순은 제일 가까이에 있는 3분조장네 집으로 가서 대문을 두드렸다.

한참 주먹이 아프게 두드려서야 사납게 짖어대는 개를 달래며 안주인이 나왔다.

《나 반장이야. 빨리 분조장 좀 깨우라.》

영순은 그의 등을 떠밀다싶이 하고 따라들어갔다. 잠시후 구레나룻이 시커먼 3분조장이 푸시시해서 나오더니 잠내풍기는 소리로 물었다.

《아니, 이거 휴식날 잠두 실컷 못 자게 왜 또 달달 볶으면서 그러슈?》

《잠이 뭐예요, 잠이? 뒤떨어진 사람한테 휴식할 권리가 어디 있대요? 3분조장, 오늘 비상전투조직을 해야겠어요.》

《비상전투요?》

3분조장은 잠기가 싹 가신 눈으로 영순을 흡떠보며 되물었다.

《오늘같은 날 뒤떨어진걸 봉창하지 않으면 언제 할새 없어요. 3분조엔 오늘 산에 갈 사람이 몇이나 될것 같애요?》

《거반 다 갈거우다. 조상없는 사람이 어데 있수?》

《그래도 량부모 다 생존해있거나 산이 멀어서 못 가는 사람도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 분조장동무가 집집마다 다니며 실정을 알아보구 산에 가지 않는 사람들에겐 자원성에 호소해서 벼가을에 나오도록 해야겠어요.》

《벼가을에요?》

《아, 이 바쁜 때 한가하게 집에 가만히 앉아있을 농장원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되 꼭 자원성에 호소해야 해요.》

영순은 뒤가 미타해서 다짐을 두었다.

《…알겠수다.》

《참, 나올 때들은 저레 마대 하나씩 차구 나오라고 해요. 일끝나면 고추밭에서 익은 고추 한마대씩 따가지구 들어오게.》

《예, 그러지요.》

영순은 같은 방법으로 4명의 분조장들에게 《호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아직도 네활개를 펴고 업어가도 모르게 자고있었다. 오늘같은 날에야 천천히 일어나 안해가 해주는 밥을 받아먹어도 되겠지 하는 배심인것 같았다.

《아유, 내 이런 사람을 믿구 일을 해보겠다는게 어리석지. 녀편네가 이렇게 안타까워 죽는걸 보면서두 무사태평이니, 원…》

영순은 있는 짜증을 다 내며 왱강쟁강 그릇소리가 울리게 동자질을 했다.

심상치 않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남편이 그제야 일어나 기웃이 문을 열었다.

《왜 그래? 어쩌다 해주는 밥 좀 곱게 하면 못써?》

《어디 곱게 하게 됐어요? 다른 작업반한테 떨어져 속이 타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든 도와줄 생각은 못하구… 상가집에 가면 울어주구 잔치집에 가면 웃어주랬다는데 한집안에서 어쩌면 그렇게 강건너 불보듯 할수 있어요?》

《아, 됐소됐소. 내가 지구말아야지. 이러다 내 또 과오 범하겠다. 자, 반장동지 하라는대로 합시다, 하자요.》

리호영은 아들애를 깨워 세면을 시키고 방안거둠과 마당청소를 한 다음 안해가 시키는대로 닭을 잡아 손질했다.

번개같이 빠른 솜씨로 산에 갈 음식들을 준비해놓은 영순은 아침상을 차려주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이봐요. 여기 삼색나물, 삼색전 다 해서 싸놓았으니 승철이 데리구 산에 갔다 지체말구 오라구요. 또 여기저기 부르는대루 찾아다니며 술을 마시지 말구요.》

《아니, 그럼 당신은 안 가겠다는거요?》

《안 가는게 아니라 못 갑니다. 급한 일을 벌려놨다질 않아요? 김윤기관리위원장동지도 내가 작업반일때문에 못 오는줄 알면 리해할거예요.

당신이 술 한잔 부으면서 잘 전해주면 되지요 뭐.》

《뭐? 그러니까 오늘 벼베기전투를 끝내 조직했다는거야?》

호영은 들었던 저가락을 탕 하고 상에 내던지며 따지고들었다.

《마음먹었으면 하지 못할건 뭐예요? 하지만 의무로동이 아니라 자각적으로 하는 로동이니 누구한테 말 들을것도 없어요.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지. 그러게 당신도 될수록 인차 내려와서 오후에 벼단수송 한 둬탕쯤 해주세요.》

《허 참, 기가 막혀서…》

이런 경우엔 어떤 말로도 안해를 돌려세울수 없다는것을 잘 아는 호영은 후― 한숨을 내쉬고 수저를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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