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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108(2019)년 10월 14일

평양시간


제 27 회


제3장 장원급제자


5


로중례는 나날이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찾아드는 병자들은 더욱더 많아져 그 병자들만 다 봐주자고 해도 손이 모자랐다. 그외에 감초밭을 돌봐야 했으며 또 뽕나무겨우살이와 마황의 행처도 탐색하여야 하였다.

자견이 뺑뺑 돌아가며 도와준다고 했지만 약초썰기와 첩약의 포장, 탕약달이기와 감초밭김매기 등 로력적인 일뿐이지 아직 술법이 닿지 않아 병자들을 처리하는데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그래도 열성은 대단하였다.

자견의 제일 큰 열성은 역시 뽕나무겨우살이와 마황을 찾는데서 발휘되군 하였다. 그는 이 일을 커다란 사변처럼 생각하고있었다. 이 일만 성사되면 나라의 큰 공신으로 되는듯이 여겨지면서 가슴이 울렁거리군 하였다.

자견은 조금이라도 여가시간이 있으면 로중례에게 묻군 하였다.

《의원님, 제 한번 또 다녀올가요?》

작달막한 키에 다부지게 생긴 그는 로중례의 령이 떨어지면 금방이라도 내달릴 기세였다.

《삼백리어간의 고을들은 다 훑어보았으니 한번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훑어보아라.》

로중례의 말이 떨어지면 바람같이 사라졌다가 대엿새가 지나 다시 나타나서는 퇴마루에 털써덕 주저앉으며 한숨을 내쉬군 하였다.

《의원님, 이번에도 또 허탕을 쳤소이다.》

로중례는 종종 이러한 자견과 함께 산발을 훑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애타게 찾는 뽕나무겨우살이와 마황은 그 어데서도 볼수가 없었다.

한편 박해장은 이제 와서는 자기 집에 의원방을 차려놓고 병자들을 맞이하고있었다. 찾아드는 병자들도 꽤 많았다. 그는 로중례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우리의 향약으로 치료한다는 원칙을 시종일관 고수하고있었다. 이따금 로중례의 향약집에 와서 감초밭을 기웃이 들여다보기도 하였다. 그도 감초의 재배와 뽕나무겨우살이, 마황을 찾는데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있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자견과는 판판 달랐다. 그는 언제 한번 뽕나무겨우살이와 마황을 찾기 위해 산발을 타본적이 없었다. 어머니의 사망으로 머리속에서는 명나라약재에 대한 환상은 깨여져나갔지만 자견이와 같이 우리의 향약을 찾기 위한데 자기의 한몸을 서슴없이 내대기에는 너무도 용기가 부족하였던것이다.

허나 근면하면서도 인내적인 지구성만은 잃지 않고있어 그는 여전히 자기 집벽에다 뽕나무겨우살이와 마황의 표본을 붙여놓고 찾아드는 병자들에게 묻군 하였다.

《혹 이런 약초를 본적이 없소?… 이런것을 보면 꼭 나한테 알려주시우.》

로중례는 드바쁜 나날속에서도 어느 한시도 리생의 일을 잊지 않고있었다.

리생의 행위를 생각하면 격분과 증오를 금할수 없지만 그가 옥살이하는것은 로중례가 바라는것이 아니였다. 로중례는 리생이 비록 허물투성이였지만 그를 꾸준히 깨우쳐주면 언젠가는 반드시 자기를 뉘우치리라고 확신하고있었다.

그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리생을 꼭 옥에서 빼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리생이 옥에 갇힌 후 로중례는 정기적으로 늙은 옥사쟁이를 만나군 하였다. 모친이 리생에게 배척받아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여 사망한 이후부터 자기자신과 자식들의 병치료에서 로중례한테 적지 않은 신세를 진 옥사쟁이였다.

《그래 리의원의 기색이 어떠하오이까?》

《네, 근래에 와서 자책하는 심기가 엿보이오이다.》

며칠후에 옥사쟁이가 로중례를 찾아왔다.

《의원님, 리생의 심중이 자못 번거로운듯 하오이다. 제 일전에 가슴에 맺힌 한을 풀려고 모진 소리를 몇마디 하였지요. 그것이 아마 그의 가슴을 되우 찔렀던가 봅네다. 어떤 때에는 밤새 헛소리를 하면서 〈내가 죄를 지었소. 내가!…〉 하옵네다.》

《그렇소이까? 신상은 어떻소이까?》

《네, 아마 이 상태로 둬두면 보름을 넘기지 못할것이오이다.》

로중례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러다 결심을 내렸다. 래일이 판관 서장원의 약을 짓는 날이므로 그를 움직일 생각이였다.

이튿날 서장원은 로중례를 사뭇 반가이 맞아들였다. 그의 마누라도 옆에서 수선을 떨었다. 서장원이 흡족하여 말을 건넸다.

《이보게, 자네가 지어준 약이 정말 효험이 있어. 이것 보게!》

서장원은 자기의 바지가랭이를 버쩍 걷어올렸다. 빼빼 말랐던 다리에 제법 살이 올라있었다.

《그리고 내 얼굴도, 귀박죽도 좀 보라구!》

컴컴한 얼굴색이 한결 벗겨졌다. 바짝 말랐던 귀박죽에는 윤택이 어려있었다.

《그러니 이게 오줌으루 사정없이 빠져나가던 단물과 영양물이 이젠 다 몸으로 퍼진다는게 아닌가. 그리구 정신없이 마시던 물도 이젠 적당히 마시네. 난 소갈병으로 벼슬마저 다 떼우고 이젠 황천의 문어구에 섰다 했는데 자네가 날 살려주었어!》

정말 그러하였다. 로중례가 지어준 약을 쓰기 전에는 몸이 나른하여 관청에 나가기도 힘들었다. 물도 오뉴월 폭양속에 갈증을 만난 사람처럼 한동이씩이나 들이켜도 시원칠 않았다. 오줌을 보면 진득진득한 단물이 빠져나가는것이 확연하게 알리군 하였다.

그때마다 서장원은 온몸이 졸아드는것 같았다.

(어이쿠, 저렇게 매일 오줌으로 단물이 빠져나가니 내 이제 몇날을 더 살고…)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기운이 솟아 모기소리처럼 엷던 목소리도 제법 거세졌다.

서장원이 물었다.

《그래 약을 또 지어왔겠지?》

《네, 달포량이올시다.》

《응, 고마우이.》

잠시 동안을 두었던 로중례가 입을 열었다.

《판관어른, 제 한가지 부탁이 있소이다.》

《뭔가? 자네 부탁이라면 고양이뿔 구하는것 내놓고는 다 들어주겠네.》

《판관님으로서는 가벼운 부탁이오이다. 리의원을 이젠 좀 풀어주소이다.》

《뭐, 리의원을? 안돼. 내 그놈의 행실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두 복통이 터져와 잠이 다 오질 않네.》

《판관님, 리의원은 제 친척벌이 되는 사람이오이다. 그가 옥사하면 내가 무슨 낯으로 친척들을 대하겠소이까? 더우기 제가 치료해드리는 판관어른께서 리의원을 잡아들였다는것을 모두가 다 아는터인데 리의원이 감옥에서 잘못되는 날에는 제가 더는 판관님을 치료해드릴 용기가 나지 않소이다.》

사실 서장원은 리생의 일을 두고 속히운것이 너무도 속에서 내려가지 않아 한번 혼쌀을 내고 그동안 리생에게 퍼부은 돈뿐만아니라 그의 값진 재물까지 제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였다. 그래서 잡아넣을 때부터 한성부의 모모한 관리와 짜고 사건전말을 꾸미였었다. 그런데 리생이 로중례의 친척이라고 하니 그만 아연하고말았다. 로중례의 말을 거절하자니 그의 손에 자기의 목숨이 달려있는지라 참 딱해하였다.

한동안 머리를 궁싯거리던 서장원은 이내 입을 다시며 말하였다.

《그럼 내 한번 덕을 베풀어볼가?》

덕이라는 말은 서장원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백성들에게는 물론 관청의 그 어느 량반들한테도 덕이라는것을 베풀어본적이 없었다.

헌데…

어쨌든 현재로서는 로중례를 단단히 붙잡는것이 더 긴절한 문제였다.

그는 제법 큰소리로 장담했다.

《좋네. 그쯤한 부탁이야 못 들어줄라구. 내 관가에 제기하여 놓아주도록 한번 노력해봅세.》

서장원에게도 자기나름의 속구구가 있었다. 리생을 놓아주는것은 로중례의 부탁도 있거니와 옥안에서 생명이 경각에 이른 그가 옥사할가봐 은연중 두려웠기때문이였다.

그는 그 다음날 짝자꿍이를 했던 관리에게 리생을 《병보석》이라는 미명하에 석방시키는것으로 꿍꿍이를 하였다. 그리하여 리생의 문제는 관가에서 며칠동안 협의하던 끝에 그렇게 락착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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