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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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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는 협의회에 참가할 대상들이 전부 모여있었다. 관리일군들과 작업반장, 세포비서, 기술원들까지 모여서 방안이 빼곡이 찼다.

집행석에는 리당비서와 관리위원장이 앉았다.

회의가 시작되자 준석은 먼저 모내기전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준비사업내용을 제시하였다. 논갈이와 물대기, 써레질, 기계정비, 모뜨기로력조직, 정치사업, 후방사업… 가장 걸린 문제는 역시 기름이라는데 론의의 초점이 집중되였다.

준석은 사회주의시장의 붕괴로 연유공급이 어려워진 현실태에 대하여 언급했다.

《지난해에도 그러했지만 올해에는 기름사정이 더욱더 긴장해질것으로 예견됩니다.

이런 조건에서 우에서 공급해주는 기름만 바라고있다가는 모내기기일을 보장할수 없습니다.

다 알다싶이 모내기는 오전에 한것이 다르고 오후에 한것이 다를 정도로 시간을 다투는 영농공정입니다. 한해농사의 결실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고리가 바로 모내기를 제철에 와닥닥 끝내는데 있다는걸 다들 알지 않습니까?

자, 그럼 어떻게 하면 모내기기일을 보장할수 있겠는지 토론들을 해봅시다.》

가볍게 술렁거리던 장내가 무거운 침묵에 잠겨들었다.

제일먼저 민영태부위원장이 자리를 일었다. 언제나와 같이 인상좋은 얼굴이였으나 어조에서는 강한 결단성이 느껴졌다.

《제 생각에는 군경영위원회와 사업을 잘해서 올해는 어떻게나 모내기용연유를 충분히 뽑아와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없다 해도 우리 하나 도와줄 정도야 없겠습니까? 속수무책으로 있다가는 아닌게아니라 지난해와 같이 된탕을 또 먹을수 있습니다.》

결국 새 관리위원장의 외교사업수단에 기대를 건다는 변함없는 립장이였다.

준석은 얼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손끝으로 책상을 다독이였다.

50대의 부기사장이 우람찬 몸집을 일으켰다.

《저도 부위원장동무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무조건 기름을 끌어와야지 다른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경영위원회가 우리 농장에 응당한 관심을 돌리게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동안 우리는 모내는기계정비를 빈틈없이 해놓겠습니다.》

같은 의견이 반복되자 준석은 더 이상 침묵할수 없었다.

그의 청청한 목소리가 미끄러지듯 흘러나왔다.

《난 동무들의 의견이 리해되지 않습니다.

군경영위원회에 매여달리는것이 방도로 될수 있습니까? 다른데 못 주는 휘발유를 우리한테만 달라고 떼를 쓴다는게 말이 되는가 말입니다.

설사 그럴만한 가능성이 있다 해도 우린 특전특혜를 바라서는 안됩니다. 군내 전반적인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하면 그만큼 다른 농장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방안에는 또다시 납덩이같은 침묵이 드리웠다.

날파람있게 생긴 리청년동맹비서가 주먹을 부르쥐고 움쭉 일어났다.

《옳습니다. 우린 없는 기름을 바라볼것이 아니라 자체의 힘으로 간고분투해서 모내기기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내기를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주야돌격전을 벌릴것을 제의합니다. 물론 여기서 우리 청년동맹원들이 앞장에 설것입니다.》

그의 제의는 대뜸 여러 사람들속에 론의의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손모내기를 한다는거요?》

6작업반장이 벗어진 이마에 주름살을 모으며 반박하는 소리였다. 옆에 앉은 번대머리회계장도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중얼거렸다.

《정신없군. 아무리 날고뛰여야 손모내기를 해서 기일보장을 할수 있는가?》

칼칼하게 생긴 로동부원이 일어났다.

《손모내기를 하자면 어차피 지원로력을 더 보충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리안의 로력만 가지곤 어방도 없는거구 군로력동원지휘부에 제기해서 대학생들같은 힘있는 지원부대를 끌어옵시다.》

로동부원다운 제기였다.

그 말에 마치도 밥솥에서 끓던 물이 잦아들듯 술렁거리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견중에는 그중 실정에 맞고 타산도 있는 안이다.

이번에도 준석은 견해를 달리했다.

《지원로력을 많이 받으면 국가에 부담은 부담대로 주고 또 농장의 리익의 견지에서 보면 그만큼 모내기질적수준도 떨어지게 됩니다.

어떻게 하나 농장자체의 로력으로 해결할 방도를 찾읍시다.》

누구도 더이상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속이 타는듯 한숨을 내쉬던 민영태가 결연한 표정을 짓고 또다시 일어났다.

《이것도 저것도 다 안된다면 별수 없지요.

내 자재담당일군으로서 이미 시도한바 있지만 지금 와서 출로는 더욱 명백해졌습니다.

휘발유를 사업해오는것이 가장 깨끗하구 빠른 현실적인 방안이지요. 가타부타할게 있습니까?》

사실 그는 휘발유 몇톤쯤은 능히 해결할수 있는 준석이 이런 론의마당을 펴놓은것자체가 재미없었다. 그를 크게 믿었던 영태로서는 그 기대가 허물어지는 이 시각에 애초의 자기 주장을 단호히 내밀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준석은 제편에서 불만스런 어조로 따지고드는것이였다.

《혹시 쌀을 가지고 사업해오자는건 아닙니까?》

영태는 울기를 꾹 참고 태연히 맞받았다.

《휘발유를 사업해오는게 농장을 위한건데요?》

준석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회의장안엔 안정과 긴장이 묘하게 엇섞여돌았다.

박정운당비서의 저력있는 목소리가 즈렁즈렁 방안을 울리였다.

《그러니 다들 이 의견에 반대없다는거요?》

침묵이 대답을 대신했다.

준석이 단호하게 머리를 흔들며 칼로 자르듯 말했다.

《아니, 쌀만은 안됩니다. 부위원장동무는 지금 우리 농장원세대들에서 하루 세끼 끼니를 어떻게 보장하고있는지 들어가보았습니까?》

《…》

《지난해농사를 잘 짓지 못해서 지금 식량사정이 매우 긴장합니다. 그런데 식량을 가지고 휘발유를 바꾸어오면 모내는기계가 저절로 돌아갑니까?》

민영태의 인상좋은 얼굴이 한순간 꼿꼿해졌다.

준석은 여유를 두지 않고 뒤를 이었다.

《우리는 무조건 자체의 힘으로 모내기를 기계화하는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현실은 자력갱생, 간고분투할것을 요구하고있는데 우리 일군들부터가 이렇게 우를 올려다보고 남을 쳐다보는 식으로 사고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때 박정운이 그 낮고도 진폭이 큰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옳습니다. 당에서는 농촌에서 대용연료와 대용비료를 적극 도입할데 대하여 강조하고있습니다.

우리는 오직 당의 의도대로 자력갱생을 해서 모내기를 자체의 힘으로 기계화해야 한다는 확고한 립장에 서야 합니다.》

마침내 참가자들의 지향은 대용연료도입이라는 하나의 목표에로 일치하게 되였다.

그것을 사람들의 눈빛과 숨결에서 명백히 확인한 준석은 신심을 가다듬으며 열성적으로 호소했다.

《동무들! 우리는 먼저번 씨뿌리기전투때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령도업적이 깃든 우리 농장이 응당 군의 본보기로, 아니 전국의 본보기로 되여야 하며 또 될수 있다는것을 확신하였습니다. 이번 모내기전투에서 우리가 요행수나 바라고 우만 쳐다보고있다가 모내기기일을 보장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 얼마나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겠습니까?

우리가 남보다 더 많은 영농자재와 지원로력을 요구한다는것은 더더욱 량심에 어긋나는 행위인것입니다.

우리는 신념과 량심이 가리키는 오직 한길로만 가야 합니다. 그 길은 바로 자력갱생의 길입니다.》

장내는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모든 동무들이 그 어떤 요행수를 바라지 말고 대용연료를 실현하는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연유대용으로 선택하겠는가 하는것이 급선무인데, 부기사장동무, 이런 때 뭐 좀 생각한게 있으면 말해보시오.》

남달리 체통이 크고 뚱뚱한 부기사장은 둥실둥실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우거지상을 하고 엉거주춤 일어났다.

《대용연료라는게 솔직히 말이 쉽지 어디… 몇달동안 고생했지만 어디 됩니까? 메탄가스 하다하다 안돼서 벼겨가스를 하느라구 하는데 그것두 안되니 난사가 아닙니까? 사실말이지 여기에 기대를 건다는게 아무래두…》

곁달아 민영태가 《어험.》하고 기침소리를 냈다.

그 실패의 당사자가 자기 아들이라는 생각에 속이 언짢았던것이다. 하긴 부기사장의 발언으로 대용연료의 불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면 앞으로 있을수 있는 더한 수치를 방지하게 될것인즉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기대였다.

《안되면 다른 연료를 또 시도해보아야지요. 이제부터 모든 동무들이 자신뿐아니라 담당작업반의 농장원, 기술자들을 발동시켜서 좋은 안들을 내놓도록 합시다.

기계화작업반에서는 지금 하고있는 벼겨가스도입연구를 하루빨리 결속하기 위한 사업과 함께 대용연료원천을 새롭게 탐구하기 위한 사업을 동시에 밀고나가야 하겠습니다.》

모내기연유문제토의를 일단락지었을 때 준석은 화제를 돌리였다.

《2반장동무, 한가지 좀 물어보기요.》

《예.》

영순이 씨원스레 대답하며 일어났다.

《동무네 작업반에 한창세라고 논물관리공이 있지요?》

《예, 있습니다.》

《반장동문 그 집에 몇번이나 찾아가보았습니까?》

《한두번… 아니, 한 서너번은 됩니다.》

박영순은 김준석의 묻는 의도를 채 알지 못하고 얼떠름해서 대답했다.

《왜 자주 가보지 않았소?》

《아니, 혼자 사는 남자네 집을?…》

그 바람에 장내에선 키득거리는 웃음이 일었다.

준석은 의분을 누르며 애써 부드럽게 말했다.

《남들의 오해가 두려워 반장으로서의 할바도 하지 못하는게 무슨 일군이요? 그 동무의 딸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살림살이를 하느라 공부에도 지장을 받고있고 땔나무가 귀해서 찬밥을 먹고 다닌다는걸 동문 알고나 있습니까?》

《예?!》

박영순은 뜻밖인듯 놀라 되물었다. 준석의 서늘한 눈빛에 부딪치자 그만 머리를 숙이였다.

《동무는 자기가 녀성이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한개 작업반사람들의 생활을 책임진 일군이라는 생각부터 앞세웠어야 할거요.

우선 땔나무부터 싣고 찾아가보는게 좋겠소.》

《알겠습니다.》

영순이 자리에 앉자 준석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왜 모내기준비대책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는가? 모내기준비에서 가장 중요한것이 바로 사람들을 발동시키는 문제이기때문입니다. 모기르기나 대용연료, 양수와 써레준비 다 중요하지만 그것을 맡아하는건 바로 사람이란 말입니다. 일군들이 일만 일이라고 내밀면서 사람들의 생활을 돌보지 않는다면 결국 사람을 놓치는것으로 되고 거둘수 있는 성과도 거두지 못하게 됩니다.

농장원들이 일을 잘하게 하자면 무엇보다도 그들이 생활에서 근심걱정이 없게, 마음속 그늘이 없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려울수록 서로돕고 이끌면서 생사고락을 같이해야 합니다.》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자책의 빛이 어렸다.

회의에서는 이어 다가오는 4월 15일을 맞으며 진행될 군체육경기 참가문제가 론의에 올랐다.

축구, 배구, 롱구에 참가할 선수선발을 위한 경기계획과 훈련요강이 발표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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