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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회


5


선봉리선수들이 군결승경기에 출전하는 날은 휴식일이여서 이른아침부터 온 리가 명절처럼 흥성거렸다.

우선 전례를 깨뜨린 팀구성자체부터가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지난해까지는 농장원들속에서, 그것도 주로 젊은이들속에서 경기경험과 전적이 있는 선수들을 일률적으로 선발하였기때문에 체육경기때마다 참가인원이 거의 고정되여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관리위원장의 발기에 의하여 매개 작업반에서 한두명씩 골고루 선발하고 리당일군, 관리일군, 초급일군들가운데서도 대표적으로 선수들을 뽑아 혼합해놓았는데 결국 리당비서와 관리위원장도 농장원들과 한데 어울려 경기에 출전하게 되였다.

지금까지 여러날동안을 그렇게 훈련해오는 과정에 농장원들은 같은 선수들인 리당비서, 관리위원장과 허물없는 친구들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여버렸다.

김준석은 웃사람과 아래사람의 간격을 없애고 뜻고 숨결도 하나로 만들기 위한 본보기를 체육경기에서부터 보여주려고 결심한것이였다. 그러니 나이도 직무도 각이한 선수들의 손발을 맞추기 위해 훈련강도를 더욱 높여야 할것은 두말할것 없었다. 제일 나이많은 사람이 박정운당비서였다. 나이많은 리당비서가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젊은이들과 꼭같이 육체훈련이면 육체훈련, 속도훈련이면 속도훈련에 열성적으로 참가하는것을 보고 선수들은 바싹 긴장해졌다. 그래서 더더욱 훈련에 박차를 가하군 하였다.

준석은 한편으로 응원대를 조직하고 당일날 농악무도 출연시킬수 있게 준비사업을 놓치지 않았다.

이날 아침 리를 대표하는 20여명의 선수들에게 새로 만든 경기복을 나누어주었는데 자기네 선수들을 바래주러 따라온 반장, 세포비서들까지 모여들어 선수들의 사기를 더욱 돋구어주었다.

김준석이 직접 붓을 들고 새 운동복들에 선수번호와 명판을 써주었다. 남색반소매체육복 한가운데 붉은색으로 멋지게 휘둘러새기는 《선봉》이란 글발이 둘러선 사람들의 찬탄을 자아냈다.

《히야! 명판만 봐도 1등은 문제없겠습니다.》

《위원장동지, 미술대학 서예과를 나온게 아닙니까?》

《정말 서예전문가가 울고 가겠습니다.》

입들을 못 다물고 이구동성으로 떠드는 소리에 김준석은 히죽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아첨은 안해두 되오. 대신 1등을 못하군 이 선봉땅을 밟을 생각들 말라구.》

《아, 당비서동지랑 함께 나가는데 우리가 지면 됩니까?》

《무조건 이길테니 두고보십시오, 하하…》

선수들이 새 운동복들을 떨쳐입으며 웃고 떠들 때 회계장은 후방물자들을 차에 싣느라 벗어진 이마에 땀이 번들거렸다.

농근맹위원장은 몇몇사람을 데리고 《선봉협동농장》이라는 글발이 새겨진 붉은 기발과 갖가지 응원기재들을 날라오느라 분주했다.

화물차에는 선수들이 타고 뜨락또르에는 후방물자들을 실었다.

수향이도 후방조에 속해 읍에까지 따라가게 되였다.

얼마후 차는 읍중학교 운동장에 이르렀다.

경사진 잔디밭에 벌써 하얗게 사람들이 덮여있었다.

이날 경기는 이미 예선과 준결승에서 우승한 단체들사이의 최종결승전이였다.

선봉리는 오전에 배구, 롱구경기에 참가하고 오후에 축구경기에 출전하였다. 이번 경기의 마감을 장식하는 절정마당이여서 경기는 처음부터 치렬하였다.

김준석이 중앙공격수, 박정운은 최종방어를 맡았고 금혁이 오른쪽날개를 차지했다. 문지기는 리청년동맹비서가 섰다.

관리위원장, 당비서가 주공을 맡아나선것으로 해서 경기는 더더욱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두 팀 선수들은 팥죽땀을 흘리며 결사적으로 공을 따라 달렸다.

응원대성원들은 꽹과리를 치고 북을 울리고 농악무를 펼치며 열을 올리는데 소리들을 얼마나 질렀는지 목이 다 쉴 정도가 되였다.

수향이도 얼음을 띄운 산유통을 날라다놓고 조마조마해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의 눈에는 아무래도 예순이 퍽 지난 아버지가 최종방어를 맡아선것이 위태롭게만 보였다. 상대편에서 잡은 공이 이쪽문전으로 돌입해올 때마다 그는 가슴이 한줌만 해져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아버지는 말그대로 철벽이였다. 키가 성큼한 청년동맹비서는 말이 문지기지 날아오는 뽈을 보기좋게 받아 만장의 인기를 독점할 기회를 좀처럼 가질수 없었다.

뽈은 대체로 상대편문전을 위협하군 했는데 그때마다 응원대가 와― 들고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서로 상대편의 완강한 방어진을 뚫어내기란 결코 수월치 않았다.

전반전은 끝내 무승부로 끝나고 후반전에 들어갔다.

후반전에 들어와서도 량팀은 조금도 기세를 늦춤없이 맹렬한 접전을 벌렸다.

시간이 거의 되여갈무렵 민금혁이 상대편방어수들을 재치있게 빼돌리고 공을 몰고나가다가 꼴문대앞에 진출하고있는 준석에게 정확히 넘겨주었다. 준석은 총알처럼 날아오는 공을 왼발로 휘감아 단번에 꼴문으로 차넣었다. 상대편문지기가 방향을 정확히 포착하고 몸을 길게 날렸다.

《와―》

선봉리응원대가 또다시 들고일어나 파도처럼 설레였다. 수향은 붉은 머리수건을 벗어 흔들며 경기구역안에까지 달려나가 발을 굴렀다.

그러나 공은 그물안에까지 가닿지 못했다. 한찰나 문지기의 손끝에 아쉽게도 제지를 당한것이다.

량팀 응원대의 환성과 비명소리가 뒤섞여 울리는 순간! 일은 바로 그 순간에 벌어졌다.

문지기의 손에서 튀여난 공이 몇메터앞으로 굴러나고 문지기가 몸을 재차 날리다 어푸러졌는데 그 순간을 놓칠세라 김준석이 또다시 힘껏 차넣은 공이 곧바로 그물에 철썩 걸려들었다.

《꼴이다!》

선봉리응원대는 꽹과리와 북을 깨져나가게 두드리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들을 추었다. 서로서로 부둥켜안고 얼싸안으며 돌아갔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준석을 에워싸고 기쁨과 환희의 격정을 터뜨렸다.

방송원의 열띤 목소리가 온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려갔다.

《일진일퇴의 치렬한 공방전끝에 드디여 통쾌하게 득점한 선봉리선수들!

일군들과 농장원들이 한마음한뜻이 되고 선수들과 응원자들이 일심동체가 되여 뛰고 또 뛴 결과에 이룩된 자랑찬 승리입니다!》

수향은 눈물이 불쑥 났다. 준석관리위원장도 아버지도 금혁이도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모두가 다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그들모두가 다 영웅들처럼 미덥고 돋보였다.

결국 1:0, 선봉팀의 승리로 경기는 끝났다.

땀으로 미역을 감은 선수들에게 산유를 떠서 권하며 수향은 너무 기뻐 어쩔줄을 몰라했다.

종합 1위를 한 선봉리에 우승기와 상품을 수여하는 총화의식이 진행되였다.

석양이 불타는 저녁, 자랑찬 승리를 안고 선봉리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기발을 휘날리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적재함 앞쪽에 금혁이와 나란히 앉은 수향이도 붉은 수건을 흔들며 신바람나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던 그는 언제부터인가 조용해있는 금혁에게 문뜩 주의가 갔다. 혹시 잠든게 아닌가 하고 보니 수굿하고 머리를 숙인채 덤덤해있었다. 아무래도 거동이 이상했다.

《아니 금혁동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구있어요?》

수향이 살그머니 팔굽을 건드리며 물었다.

그래도 들은둥만둥 한자세로 굳어져있던 금혁이 별안간 흥분하여 수향의 팔목을 잡아 흔들었다.

《옳아! 그렇게 하면 될수 있어!》

《아이, 무슨 좋은 궁리가 떠올랐어요?》

《응.》

금혁은 입귀에 덧이를 곱게 드러낸채 웃음을 가무리지 못했다.

《어떻게요?》

수향이 안달이 나서 다그쳐물었으나 금혁은 가서 얘기하자고 손사래를 쳤다.

리에서는 어느새 소식을 전달받은 농근맹위원장이 환영모임을 요란하게 조직해놓았다.

입구까지 처녀들이 달려나와 선수들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농장원들이 꽃보라를 뿌려주며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쳤다. 늙은이들도 장고를 메고나와 둥당둥당 춤을 추며 돌아갔다.

관리위원장과 리당비서를 위시한 선수들이 체육복차림 그대로 운동장 주석단에 오르는것과 동시에 농장원들이 작업반별로 운동장에 정렬해섰다.

천여쌍의 눈빛들이 충천한 의기를 담고 번쩍이고있다.

주석단옆에는 우승기와 상품이 진렬되였다.

준석이 방송차의 마이크를 들고 군중을 향해 웨쳤다.

《여러분! 오늘의 우승은 결코 우리 몇몇 선수들의 활약이나 우연이 가져다준 결실이 아닙니다. 여기 모인 모든 농장원들이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의 령도업적이 깃든 우리 선봉리를 빛내이는 한길에 마음과 힘을 합치여 이룩한 자랑찬 열매인것입니다!》

폭풍같은 박수가 터져올랐다.

《전번의 씨뿌리기방식상학에 이어 오늘 또다시 우리는 선봉사람들의 본때를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모든 영농공정마다에서 언제나 앞장설것이며 경애하는 장군님의 령도를 쌀로써 옹위해갈것입니다.

오늘경기에서처럼 일군들과 농장원들이 마음도 하나, 걸음도 하나가 되여 일한다면 모든 영농전투에서도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수 있다는것을 우리는 확신하였습니다.

모두다 오늘의 이 기세로 당면한 강냉이심기와 모내기전투준비를 와닥닥 다그쳐 끝냅시다!》

환영모임은 자연스럽게 모내기전투궐기모임으로 흘러갔다. 격앙된 군중은 당장이라도 두팔걷고 논판에 뛰여들고싶은 의욕에 불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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