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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48 회

제 5 장

순정의 열매

5


세멘트공장에 갔던 민영태는 퍼그나 기일이 흘러서야 돌아오고있었다. 세멘트공장에서 며칠이 걸린데다 여러곳에 들려 직관도색자재들과 스레트기와까지 해결해가지고 오느라니 예상외로 늦어졌던것이다.

차는 어느덧 선봉리에 들어섰다.

리창고앞에서 내린 그는 관리위원회에 들어가 위원장을 찾았다.

《아니, 대낮에 여기서 누굴 찾겠다고 그러시우? 관리위원회준칙을 모르나요?》

직일을 서던 번대머리 회계장이 코등에 걸린 안경너머로 올려다보며 시까스르는 말이다.

민영태는 그게 웬말이냐고 눈을 껌벅이기만 했다.

《관리위원회에 벗어놓은 신발 두컬레만 있어도 〈비상사건〉이란 말이우다.》

《아― 그랬구만. 알겠소.》

민영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나오자 부리나케 관리위원장이 담당한 3반으로 향했다. 처음 탈곡전투가 시작될 때 준석이 강조하던 말이 생각났다. 매 작업반에서 3교대전투를 각각 반장, 세포비서, 기술원이 책임지고 하되 담당관리일군이 종합적으로 보면서 걸린 문제를 제때에 장악대책하기로 하였던것이다. 어느 누가 한가하게 사무실에 앉아있을수 있으랴.

3작업반 탈곡장은 불꽃튀는 전투로 들끓고있었다. 탈곡기의 요란한 동음,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사슬바퀴, 벨트콘베아의 흐름선마냥 덕대우로 끝없이 흘러나오는 벼짚, 바람이 쓸어나오는 출구앞에서 양석찬반장이 벼짚을 받아 펴놓으며 번개같이 이삭들을 솎아던지고는 또 뒤집어보고야 넘긴다. 련이어 선 3명의 녀성농장원들이 같은 방법으로 벼이삭을 골라내고는 벼짚을 단으로 묶어넘긴다.

아무리 둘러봐야 준석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영태는 맨 끝에서 벼짚단을 묶고있는 정춘화에게 다가갔다. 그러다가 그만 휘익 날아오는 벼짚단에 맞아 《이크!》하고 뺨을 싸쥐며 물러났다.

《어이구나! 부위원장동지가?!》

놀라난 춘화에게 영태는 찔 눈을 흘겼다.

《눈은 어디 출장보냈나? 좀 보구 던질게지, 쯧쯧…》

《아유, 어디 볼새나 있어요? 너무 바쁘다나니 정말 안됐어요.》

《안되기야 뭘… 하여간 힘이 장사우다. 그 큰놈의 단을 공던지듯 하누만. 허허…》

영태는 춘화의 일솜씨에 새삼스럽게 탄복하며 껄껄 웃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우리 반엘 다 왔어요?》

춘화는 밀려쌓이는 벼짚을 황급히 받아 묶으면서 이렇게 묻는다.

《관리위원장이 여기 있나 해서 왔는데 안 보이누만.》

《왜요? 이제까지 저 입구에서 일하는걸 봤는데…》

땀흐르는 얼굴을 팔소매로 대충 문대며 맞은켠을 건너다보던 춘화가 《아, 저기 계시지 않아요?》하고 손으로 가리켰다.

《엉?》

영태는 그제야 탈곡기입구에서 벼단을 먹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놀랐다. 맨 선두에서 허옇게 먼지를 들쓴채 수굿하고 벼단을 던져넣는 사람이 바로 준석이였다.

모자를 푹 내려쓰고있어 미처 알아볼수 없었던것이다.

영태는 자기가 농장원들속에 들어가 호소와 훈시는 곧잘 해왔지만 가장 어렵고 힘든 대목에 몸을 푹 잠그어본적이 있었던가 하고 자책하게 되였다.

짧은 순간이였지만 그의 뇌리에는 준석의 아버지 김윤기와 함께 일하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민영태도 작업반장을 하면서 힘든일, 궂은일 가림없이 앞장에서 죽을지살지 모르고 일했었다. 그 나날에 김윤기관리위원장의 보증을 받아 입당도 하였다.

헌데 언제부터인지 농장원들과 간격이 생기면서 그우에 자신을 세워놓고 훈시하고 추궁하는 행세군이 된듯싶었다. 어쨌든 그때처럼 살지 못하는 자신이 명백하게 자책되는것이였다.

잠시후 관리위원장에게 출장보고를 하고 실어온 물자를 리창고에 넣었을 때는 어느덧 점심때였다.

집에 들어가니 안해가 여느때처럼 반겨맞았다.

《아이, 여보! 잘 갔다 왔어요?》

《잘 갔다오지 않으믄? 그래 당신 허리병은 좀 어드래?》

《말루만 걱정하지 말구 출장갔다 올 때마다 뭐 보약같은거라두 좀 사다줄게지 원.》

《또 또 락후한 소리 나온다. 아 농장을 책임진 일군이 제 살 궁냥이나 해서 돼? 지금 농장원들이 어떻게 일하는가 좀 보오. 지금이 어떤 때요?》

《아유, 또 교양사업이 시작되는군요. 됐시다. 말해야 내 입이나 아팠지. 당신 아니래두 돌봐주는 사람 다 있으니 걱정 꽝 놓으라요.》

《뭐? 돌봐주는 사람? 그게 사실이요?》

《사실아니믄요. 어서 목욕하구 식사나 하시자요.》

《아니, 난 알아야겠소. 누가 당신을 돌봐준다는거요?》

《아유, 누군 누구겠어요? 의사선생님이지.》

《으흥, 허, 허허… 참.》

민영태는 어이가 없어 웃고말았다.

《그래 금혁인 아직 안 들어왔나?》

《들어왔는데 뭘 또 연구한다는지 웃방에 들어박혔수다.》

《뭘 연구한대?》

《모르지요. 되기나 하는걸 자꾸 그리구 만들구 하는지?》

민영태는 옷을 벗다 말고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웃방문을 슬며시 열어보았다.

금혁은 인기척도 못 느끼고 그냥 책상을 마주하고앉았는데 그우엔 여러권의 책들이 쌓여있고 도면이 펼쳐져있었다.

영태는 머리를 기웃했다. 40대의 직화로제작은 이미전에 완전히 끝냈는데 그걸 또 개작하는가? 그 제작의 완성을 위해 금혁이가 몇달동안 밤낮으로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영태는 잘 알고있다. 설계도면에 따르는 공정별기술지표를 정확히 준수했는가 일일이 검토해주고 부족되는 철판과 용접봉을 해결하느라 그리고 긴장되는 용접기술력량을 보장하고 또 완성되는 차례로 시운전을 해보느라 그야말로 눈코뜰새없는 나날을 보내였다. 이제는 가스목을 장만하는 일이 남았는데 그것은 가을철이나 지나서 겨울철에 할 일이였다.

영태는 아들이 너무 사색에 집념해있어서 차마 건드리지 못하고 조용히 물러났다.

얼마후 밥상을 차려놓고 안해가 불러서야 금혁은 안경을 벗고 부석부석한 눈을 비비며 나왔다.

《아버지 오셨습니까?》

금혁은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여느때없이 깍듯이 무릎꿇고앉아 어머니가 넘겨주는 술잔에 술을 부어 두손에 받쳐들었다.

《고맙다. 그래 요새는 또 무슨걸 연구하느냐?》

《예, 탈곡기 제진장치를 좀 해보느라구.》

《뭐? 제진장치를?》

민영태는 저으기 놀라 반문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껏 년년이 가을마다 탈곡장에 나가 살다싶이 하면서도 먼지에 대한 신경은 써보지 못했던것이다. 탈곡기에서 짚먼지가 나는것은 타면공장에서 솜먼지를 피할수 없는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누구에게나 인박혀있었다.

그래 영태는 새삼스러운 눈길로 아들을 더듬어보는것이였다.

《그건 네가 스스로 생각하고 착수한거냐?》

《아닙니다. 관리위원장동지가 과업준거예요. 이 책들도 구해다주면서…》

《관리위원장이?…》

영태가 혼자소리처럼 되뇌이는데 미옥의 말이 뒤따랐다.

《사실은 나한테 의사를 붙여주어 허리병을 치료해주게 한 사람도 바로 관리위원장이예요.》

《뭐라구?…》

민영태의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지내보니 관리위원장이 농장원들생각을 끔찍이 하는것만은 사실이예요.

요전날은 우리 작업반 탈곡장에서 주야간 교대없이 꼬박 농장원들과 같이 일하는데 정말 감동되는바가 컸어요. 글쎄 같이 일해보더니 농장원들 힘들 생각, 먼지 먹는 걱정, 배고플 심정 다 알겠다면서 콩우유랑 과일이랑 후방사업을 힘차게 들이대는게 아니겠어요? 그러니 누구나 다 힘이 나구 사기들이 나서 일을 부쩍 다그친단 말이예요. 나처럼 몸이 부실해서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두 욕설이 아니라 의사들을 불러다 진찰시키구 치료해주게 하구 약까지 보장해주니까 아파서 못 나오던 사람들까지 다 일을 나오지 않나요.》

영태는 생각이 깊어졌다.

밥상을 물리고 자리에 누워서도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준석에 대해 이제껏 알지 못했던 인간미의 본바탕을 비로소 보게 되는것 같았다. 이전에 품고있던 의혹과 불신, 불만의 감정이 자기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느낌이였다.

오늘날에 와서 보니 자기와 준석이사이엔 보다 근본적이고 심각한 차이점이 있는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단순히 영농자재구입이나 농장관리운영에서의 방법상에 관한 실무적인 차이가 아니라 농장원들에 대한 견해와 립장, 태도에서의 차이라고 생각되였다.

이튿날 아침이였다.

조회가 간단히 끝난 뒤 준석은 영태를 따로 만나 량해를 구하는듯 한 어조로 말했다.

《금방 먼길을 갔다온 부위원장동지에게 또 수고를 끼쳐야겠군요.》

《왜 무슨 일이 있게요?》

《예, 시급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 일이 돼서 그럽니다. 남새를 싣구 저 해변가에 좀 갔다와야겠습니다.》

《아, 농사에 필요한 물자라믄야 어디든 가릴게 있소? 해변가면 해변가, 산골이면 산골.》

영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해변가에서 실어올 영농물자가 무엇일가 하는 의혹이 들었다.

《제 이미 전화련계는 가졌는데 옹진 사곳에 가서 키조개 한차를 실어와야겠습니다.》

《가만, 이제 뭐라구? 키짝…조개?》

《예, 전번 옹진에 출장갔을 때 거기 수산사업소 지배인이 우리 농장에 서해수산물을 지원하겠다고 하더군요. 지금 온 나라가 농사에 총집중하는데 자기들도 한몫 기여하겠다는겁니다. 그러니 우리도 빈손으로 갈것 없이 해변가에 귀한 남새를 싣고가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 관리위원장동무가 어떻게 그런 교섭을 다… 허허…》

《왜 말입니까?》

《아, 사방 눈코뜰새없는 탈곡시기에 누가 조개생각을 한다구 그런데 다 신경을 쓰는가 말이요. 그럴새면 하나라도 영농물자를 구입해오겠수다.》

《부위원장동지두 참, 영농자재두 중요하지만 농장원들 후방사업이 더 선차지요. 지금 농장원들이 년중 제일 힘겨울 때인데 바다구경 못하는 우리 농장원들한테 바다조개맛이라도 좀 보이고싶어 그럽니다. 힘드시겠지만 래일은 떠납시다. 남새반엔 이미 과업을 주었습니다.》

영태는 기가 막혀 입을 쩝 다시고 대답했다.

《좌우간 알겠시다.》

그는 다시한번 준석에 대해 머리를 기웃했다. 알다가도 모를 사람, 리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영태는 이튿날 아침부터 서둘러 남새반에서 준비해두었던 무우, 배추, 고추, 가지 등을 차에 싣고 떠났다.

준석은 떠나는 영태에게 수산물의 키로수를 정확히 달아오라는것, 물이 날지 않게 될수록 급히 돌아서 빨리 오라는것을 거듭 강조하였다.

옹진 사곳까지는 200리가 훨씬 넘었다.

바다가엔 남새가 귀하다더니 정말 그랬다.

남새를 부리우고 키조개 한차를 실은 그는 야간주행하여 옹근 하루만에 돌아왔다.

준석은 못내 기다렸던듯 영태를 반겨맞았다. 그는 마치 보물이라도 만지듯 입을 빠금빠금 벌린 깜주그레한 조개들을 소중히 쥐여보고 쓸어보고 하였다. 그리고는 땀발이 번지르르한 영태의 얼굴을 감사히 바라보는것이였다.

《수고했습니다, 부위원장동지. 제 언제부터 우리 농장원들한테 서해수산물을 먹이자고 별렀댔는데 이젠 됐습니다. 하하…》

그는 흐뭇해서 웃더니 문득 생각난듯 물었다.

《헌데 저 부탁한대로 수량을 정확히 달아왔겠지요?》

《여부가 있소? 정확히 2톤 500이요.》

《정확히 2톤 500! 그럼 우리 농장 전체 세대에 정확히 3키로 800씩은 돌아가겠구만요.》

《대략 그렇게 되겠지요. 한 3키로씩 주면 되겠수다.》

《아닙니다. 3키로 800씩 줍시다. 정확히 계산해서 될수록 모든 세대들에 골고루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한그람씩이라도 더 차례지지요.》

준석의 말에 영태는 허허 웃었다.

《아니 3키로나 3키로 800이나 피장파장이지 뭘 그러우? 적당히 맛이나 보면 되는게지 아무렴 조개루 배를 채우겠소?》

《그래도 이왕이면 힘들게 실어온 조개를 한그람씩이라도 더 차례지게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3키로 800씩 줍시다.》

준석이 고집스레 우기는 바람에 영태는 더 말을 못했다. 이럴 때 보면 꼭 천진란만하면서도 고지식한 어린애같은데가 있었다.

준석은 회계장을 찾더니 과업을 주었다.

《조개가 물이 날기 전에 빨리 공급합시다. 부위원장동무와 내가 함께 돕겠습니다.》

《그럼 작업반별로 달구지를 불러 나누어줄가요?》

회계장의 물음에 준석은 잠시 생각해보고나서 대꾸했다.

《아닙니다. 복잡하게 달구지들을 불러들일것 없이 이 자동차로 작업반을 순회하면서 줍시다.》

《아, 그게 빠르겠구만요.》

사실 선봉리는 중심도로 좌우에 마을들이 일직선상으로 배치되여있어서 구태여 작업반별로 움직이지 않고도 자동차로 다니며 공급하기에 그저 그만이다.

관리위원장, 부위원장, 회계장이 직접 판매를 주관하였다. 준석이 곽삽으로 조개를 떠서 바께쯔에 담으면 민영태가 저울을 뜨고 회계장이 장부책에 세대별공급정형을 기입하였다.

집집에서 바께쯔와 마대들을 들고나온 녀인들이 줄을 서서 타갔다. 관리일군가족들은 마지막에 타기로 하였다.

준석은 조가비 한개라도 깨여질세라 닭알 다루듯 조심하였는데 어쩌다 삽날에 부딪쳐 깨진 조개가 나타나면 몹시 상심해하였다.

《이거 아까운게 깨졌구나.》하고 손에 쥐여 다시 붙여보느라 애쓰다가는 한숨을 쉬며 밀어놓군 한다. 그것이 준석에게는 제집 재산 깨진것보다도 더 아쉽고 안타까왔다. 다문 한개라도 농장원들에게 돌아갈 량이 줄어들가봐 속이 타는것이였다.

삽으로 푹푹 퍼담으면 빠를줄 알면서도 매번 삽날을 박지 않고 손으로 정히 담아 자루에 쏟아넣었다. 그렇게 수백세대분을 담는다는것이 결코 헐치 않았다. 허리가 아프고 팔맥이 진했으며 숨이 가빴다.

그는 땀흐르는 얼굴에서 노상 웃음을 지울줄 몰랐다. 조개를 타가는 농장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것이 너무도 즐겁고 흐뭇해서였다.

《아이 관리위원장동지, 이 바쁜 가을철에 생물조개까지 실어다주실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전 민물조개는 자주 먹어봤어두 바다조개는 정말 오래간만인데 보기만 해두 맛있을것 같군요. 호호…》

《우리 남편은 젓갈중에도 조개젓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한데 내손으루 직접 젓을 담글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젓갈두 좋지만 생배추에다 섞어 국을 끓여먹으면 얼마나 달길래 그래요? 아마 셋이 먹다 둘이 죽어두 모를거야요.》

《무우나물에다 섞어 무쳐먹는건 또 어떻구요?》

수다스러운 녀인들이 이렇게 도섭아닌 《도섭》을 부릴 때에 말기없는 참한 녀인들도 머리를 깊이 숙이며 한마디씩 한다.

《잘 먹겠습니다.》

《일 더 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럴 때마다 준석은 잊지 않고 말해주군 한다.

《인사는 여기 부위원장동지에게들 하십시오. 여러분에게 생생한 조개를 맛보이겠다고 수백리 떨어진 해변가에까지 하루동안 갔다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농장원들의 감탄과 감사의 눈길들이 그대로 민영태에게로 날아온다.

영태는 저울질을 하느라 저울눈금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면서도 농장원들의 선망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군 하였다. 그때마다 알수 없는 그 무엇이 가슴을 뿌듯이 채우며 온몸을 훈훈하게 달구어주는것이였다. 그것은 준석에 대한 처음으로 되는 따뜻한 감정이였다.

민영태의 눈초리가 별안간 꼿꼿해졌다.

안해 유미옥이 슬그머니 끼여들었던것이다.

영태는 눈을 부라리며 시까슬렀다.

《아니, 임잔 몸 아프다구 일도 변변히 못하는 주제에 뭘 먼저 타먹겠다구 나와? 원, 사람이 체면이 있어야지.》

그러자 유미옥은 뜨끔도 안하고 반죽좋게 웃어넘긴다.

《걱정 꽝 놓라요. 맨 손바닥에 조개 타러 나왔겠수? 키짝조개라는게 무슨 보물처럼 희한하게 생겼다구 해서 구경하러 나왔수다. 원, 한개 더 달랬다간 큰변나겠수다.》

《구경두 다 자격있어서 하는거야. 뭐 공짠줄 알아?》

《아유 원, 옛날에 지짐장사가 지나가는 사람한테 냄새맡은 값 내라니까 지나가던 사람은 돈소리를 내면서 들은 값 내라 했다더니 그보담 더한 사람도 있구려.》

《뭐?》

《하하》, 《호호》 웃음이 터졌다.

《그럼 실컷 구경하면서 군침이나 삼키오.》

이때 회계장이 우스개소리로 끼여들었다.

《이걸 겉으로나 구경해서야 볼게 있습니까?

조개야 원래 속의것이 기본이지요. 빠개보면 신통히 무엇처럼 생겼다던가?》

《에구 망칙해라.》

모여섰던 사람들이 흐아흐아 웃음을 터뜨렸다.

영태의 처는 웃다말고 부끄러운지 황황히 돌아서 달아나버리고말았다.

사람들이 뜸해지자 준석이 물었다.

《3작업반이 이젠 다 됐습니까?》

회계장은 장부책의 명단을 손으로 꾹 짚어내려가더니 《다 타갔는데 정춘화가 빠졌군요.》하고 말했다.

《이 아주머니가 제일 가까이에서 왜 꿈쩍을 안해?》하고 민영태가 투덜거리자 준석이 생각난듯 말했다.

《참, 오늘 3반에 나가보니 춘화동무가 아파서 못 나왔다더군요. 그렇잖아도 저녁에 들려보자 했댔는데.》

《쌍둥이에미가요? 가만, 내 얼른 가보구 오겠소.》

영태는 저울을 회계장에게 넘겨주고 부리나케 정춘화네 집으로 갔다.

그런데 준석이 갈바엔 저레 조개를 갖다주라고 바께쯔를 들려주었다.

《갔던김에 어디 아픈가 잘 물어보고 오십시오.》

대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었다.

소란스럽게 꽝꽝 두드리며 《아주머니 없소?》하고 소리를 질러서야 문이 살며시 열리며 가냘픈 목소리가 새여나왔다.

《누구예요?》

《빨리 문이나 여우. 팔 떨어지겠소.》

춘화는 옷매무시를 수습하고 나와 문을 열었다. 민영태가 바께쯔부터 쑥 들이미는 바람에 그는 놀라 주춤했다.

《아니, 이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부위원장동지가…》

《보구두 모르겠나? 아주머니 아프다길래 병문안 왔시다.》

《어이구나, 부위원장동지가 어떻게 병문안을?!》

《아니, 이 부위원장은 뭐 밤낮 떽떽거리며 욕이나 하는 사람인줄 알았소? 그래, 어디 몹시 아프오?》

《정말 미안해요.

한창 바쁜 농사철에 아파서 누워있었으니 조개타러 나갈 체면이 있어야지요.》

춘화는 코멘 소리를 하다가 끝내 말끝을 맺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됐수다, 됐어요.

이 조개를 잡숫고 병을 툭툭 털구 나으라구요.》

《정말 고마워요.》

《원, 고맙긴.》

민영태는 바께쯔안의것을 춘화네 바께쯔에 쏟아주고 거뜬한 마음으로 그의 집을 나섰다.

자기가 실어온 조개가 이렇게 사람들을 감동시킬줄은 전혀 몰랐던 그는 자연 생각이 깊어졌다. 농장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맬것만 호소하고 그들의 몫을 떼내여 영농물자를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할 때 그와 반대로 농장원들의 생활을 먼저 풀어주어 그들의 힘을 발동하여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하던 준석의 말이 생각났다. 그의 말이 옳다는 느낌이 새삼스레 들었다.

10개 작업반을 다 돌고 소재지로 다시 돌아와 관리일군가족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마지막 한몫이 모자랐다. 아래로부터 우로 올라가며 공급하다나니 결국 준석의 집에 차례가 못 오게 되였다.

《내 이럴줄 알았다니까. 아무래두 감모가 안날수가 없지. 위원장동무말을 듣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참…》

민영태가 랑패스럽게 중얼거리자 준석은 웃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실은 평양 살 때 키조개맛을 실컷 본 뒤끝입니다. 우리 집 걱정은 마십시오.》

《아니, 무슨 소릴 하시오? 그럼 옆에 사람들은 목에 걸려 어떻게 먹으란 말이요?》

민영태는 두말없이 자기 탔던것을 도로 쏟아놓았다. 회계장도 물론 따라했다.

할수없이 공급자 셋이 꼭같이 2키로씩 나누기로 합의했다.

《조개가 모자랐으니 마음편하지 남았으면 어쩔번 했습니까? 하하…》

준석이 유쾌하게 웃는 바람에 민영태는 눈시울을 슴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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